메뉴

GOOD NEWS 자료실

검색
메뉴

검색

검색 닫기

검색

오늘의미사 (백) 2024년 4월 18일 (목)부활 제3주간 목요일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빵이다.

영성ㅣ교육

sub_menu

교육ㅣ심리ㅣ상담
[심리] 영성과 심리로 보는 칠죄종: 나태 (3) 나태의 심리와 해독제

919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19-04-21

[영성과 심리로 보는 칠죄종] 나태 (3) 나태의 심리와 해독제

 

 

■ 나태에 대한 현대 심리학 연구

 

첫째, 나태는 단순한 태도의 문제가 아니라 유전이나 환경, 생리, 심리, 영적 문제 등의 원인이 다양하다. 특별히 심리적인 측면의 자존감 부족에서 오는 내적 불안, 다른 사람의 평가에 대한 두려움, 동기 부여의 약화 등이 있다.

 

또한 나태는 우울증,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ADHD), 수면 장애, 조현병(정신 분열증), 약물 의존 증상에서도 유사한 부분이 관찰된다. 그래서 습관적인 나태와 정신 의학적인 나태는 구분해야 한다.

 

둘째, 나태에 강박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문제가 된다. 사회적, 종교적 차원에서 나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강박증적 태도를 불러올 수 있다. 이로 말미암아 탈진 증후군(소진, 탈진)이나 우울증과 같은 후폭풍을 경험하기도 한다. 어떤 정신 의학 전문가는 피로로 직무에서 오는 열정과 성취감을 잃어버린 현대인들을 염려하여 ‘게으름’이나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권하기도 한다.

 

이런 권고를 나태에 대한 미화로 해석하기보다는 현대인들에게 휴식과 나태를 구분할 줄 아는 지혜로 보는 개방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 나태와 불안

 

심리적인 측면에서 나태는 불안과 관련이 깊다. 나태의 특징은 미루는 행동을 피하고자 하는 무언가에 대한 감정적 반응에서 온다.

 

따라서 할 일을 미루는 습관은 단순한 게으름이 아닌 불안 장애가 원인일 수 있다. 불안은 일을 더 빨리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무기력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은 게으른 행동 개선과 함께 불안을 다루어야 한다. 2015년 「국제행동의학저널」에 따르면 불안에서 기인한 습관적인 미루기는 우울증을 유발할 수 있고 건강 악화와 다양한 부적응적 행동을 일으킨다.

 

■ 나태와 일중독

 

일반적으로 ‘오직 일을 해야 살맛이 나는 증후군’으로 일컬어지는 일중독자들은 일하지 않으면 불안하고 외로움을 느끼며, 자신의 가치가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일 이외의 것들(친구, 배우자, 자녀와의 관계, 건강, 신앙생활 등)에 쓸 에너지가 없다. 그들은 일에 몰입하는 듯 보이지만, 삶에서 많은 차원을 포기한다. 나태는 영혼의 감각을 점차 잃어버리게 하여 결국 일 이외의 것에서는 나태해진다.

 

■ 나태와 우울

 

나태와 우울의 연관성은 칠죄종 안에서 살펴보아야 한다. 하지만 나태를 단순하게 우울과 같은 것으로 여기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나태는 의욕, 관심, 정신 활동의 저하, 지속적인 슬픔을 기본증상으로 하는 우울증과 여러 면에서 비슷한 점을 보인다. 하지만 반드시 우울을 동반하지는 않는다.

 

또 의욕이나 관심이 없는 것도 아니다. 자기 자신에게만 집중하면서 자기 자신 밖으로 나가거나 외부의 것을 보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이다. 이러한 경향은 영적인 차원으로도 이어져 하느님과 이웃에게 움직이는 것조차 관심을 갖지 않는다.

 

■ 나태와 자기애

 

자기애가 큰 사람들은 인정받으려는 욕구가 강하다. 그들의 인정받으려는 욕구는 주로 객관적인 성취를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런 활동에 노력을 많이 하고 이것이 실제로 효과적일 때도 있다. 그래서 자기 애호가들은 게으르지 않다. 그들이 게으른 것처럼 보이는 것은 ‘계획 오류’라는 현상 때문이다.

 

자기 애호가들은 자기 업무의 난이도는 과소평가하면서 그에 필요한 자신의 능력은 과대평가한다. 또한 이들은 다른 사람의 요구와 사랑에는 관심이 없으며, 오직 자신을 사랑하고자 하는 이유에서만 행동한다. 결국 그들은 다른 사람에 대한 사랑과 관심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무감각해지고 무능력해진다.

 

 

나태의 해독제

 

그리스도교의 오랜 역사에서 나온 나태에 대한 조언은 현대 심리학의 조언과 연관성이 깊다.

 

■ 몸을 움직여라

 

그리스도교의 영적 스승들은 나태의 해독제로 “금욕적 수행”(에바그리오, 「프락티코스」, 29항)이나 “손노동”(요한 카시아노, 「제도서」, 10권)과 같은 육체적인 활동을 강조했다. 이들의 가르침은 노동과 기도, 독서, 단식 등과 같은 수도 생활의 일과에 영향을 미쳤다.

 

현대 심리학은 몸을 움직이지 않는 것이 우울증에 영향을 미치며, 몸을 움직이는 것이 치료에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우울증 환자들은 스스로 움직일 동력이 없기 때문에 제 생각과 감정에 의지하기보다는 몸을 움직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우울증 환자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자신을 움직이는 것에 어려움을 느낀다. 이를 극복하려면 약간의 강제성(어떤 모임에 가입하거나 남들에게 선언하는 것과 같은)을 동원하는 것이 좋다. 또한 짧은 기간의 목표와 계획을 세우고, 한꺼번에 많은 일을 하는 것보다 일의 중요성을 따져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스도교의 영적 스승들은 몸을 움직이는 활동을 ‘육체적 깨어 있음’을 넘어 ‘영혼의 깨어 있음’으로 여겼다. 그래서 이러한 움직임은 자신의 열망을 깨우고, 선을 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몸을 움직여라.’라는 현대의 심리적 조언은 그리스도교의 가르침을 받아들인 것이다.

 

■ 사랑의 성가심을 느껴라

 

예수님께서는 ‘착한 사마리아 사람의 비유’(루카 10,29-37 참조)를 통해 도움이 필요한 이 앞에서 걸음을 멈출 줄 아는 사람이 되라고 하신다.

 

자기중심주의, 개인주의, 자기 폐쇄성의 문화가 짙게 드리운 오늘 누군가를 이웃으로 받아들이는 것, 더욱이 그를 향해 걸음을 멈추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랑은 다른 사람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고 그 요구가 내 삶에 오랫동안 머물게 허락하는 것이다. 그러한 사랑의 요구가 성가시게 여겨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성가심을 받아들이는 것은 나태를 치유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 삶의 의미를 회복하라

 

사막의 수도승과 많은 교부는 나태함이 영적이고 내적인 동기에서 비롯한 것임을 강조하면서 나태함을 ‘영혼의 병’으로 보았다. 특별히 에바그리오는 나태의 해독제로 육체적 고행과 더불어 ‘눈물’과 ‘죽음이 임박했음을 기억’하는 것이라고 소개하면서(「프락티코스」, 27-29항 참조) 더 근본적인 차원에서 나태를 대하라고 했다.

 

실제로 에바그리오는 나태에 빠진 수도승들에게 노동과 기도, 독서를 더욱 열심히 하라는 조언 대신 수도 생활의 목적과 의미를 다시 생각하도록 초대했다. 이러한 접근은 현대 심리학의 여러 연구와 연관이 깊다.

 

스위스의 심리학자 융은 35세 이후의 모든 정서적 위기는 ‘영적 위기’ 또는 ‘의미의 위기’라고 주장했다. 특별히 오스트리아의 정신과 의사 빅토어 프랑클은 인간의 다양한 심리적 문제에서 “의미의 결핍”을 지적하면서 삶의 의미를 회복하도록 돕는 치료법을 고안했다.

 

이들에 따르면 ‘왜 해야 하는가!’를 발견하도록 돕는 것이 나태에 큰 도움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에바그리오가 나태의 해독제로 강조한 ‘(회개의)눈물’은 자신의 가치와 삶의 의미를 회복하는 하나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

 

* 김인호 루카 - 대전교구 신부. 대전가톨릭대학교 대학원장 겸 교무처장을 맡고 있다. 가톨릭평화방송 TV ‘김인호 신부의 건강한 그리스도인 되기’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교황청립 그레고리오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했고, 저서로 「신앙도 레슨이 필요해」, 「거룩한 독서 쉽게 따라하기」 등이 있다.

 

[경향잡지, 2019년 4월호, 김인호 루카]


0 2,290 1

추천  0

TAG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로그인후 등록 가능합니다.

0 / 500

이미지첨부 등록

더보기
리스트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