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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철학ㅣ사상
과학 교육과 신앙: 물리 교육을 되돌아보며 교리 교육도

347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17-11-27

[과학 교육과 신앙] 물리 교육을 되돌아보며 교리 교육도

 

 

물리 교육자들은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모든 사람은 자연 과학의 소양과 기본적인 과학 역량을 지니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합니다.

 

따라서 전문적인 과학 교육을 통해 과학자, 공학자, 기술자들의 창의력과 특별히 중책을 맡은 이들의 양식과 혜안을 기대합니다.

 

이에 공헌하려는 물리 교육은 무엇보다 지도자의 물리학과 물리 교육학의 실력을 우선으로 꼽지만, 그 품위와 자세가 중요함은 논의의 여지가 없겠습니다. 우리의 ‘물리 교육력’을 되돌아보게 하는 연구 활동의 하나를 회상하며 ‘교리 교육력’도 함께 생각해 봅니다.

 

 

공을 위로 던지면

 

공이나 작은 돌멩이 같은 물건을 위로 던지면 얼마큼 올라갔다가 아래로 떨어집니다.

 

학생들에게 ‘공이 위로 올라가는 도중에, 그리고 가장 꼭대기에서 잠깐 정지한 순간에, 또한 아래로 떨어지는 도중에 받는 힘은 다음 중 어느 방향인가?’를 물어보면 다양하게 응답합니다.

 

(가) 아래 방향으로 힘을 받는다.

(나) 위 방향으로 힘을 받는다.

(다) 받는 힘이 없다.

 

그 가운데 많은 학생의 응답은 공이 올라가는 중에는 위로 힘을 받고(나), 정지한 순간에는 받는 힘이 없으며(다), 아래로 내려오는 중에는 아래로 힘을 받는다(가)는 것이었습니다. 이 응답은 한국의 일부 연구 대상의 학생뿐 아니라, 놀랍게도 많은 나라에서 그 경향이 비슷하다는 것이 국제 모임에서 발표한 내용입니다.

 

 

연구의 결과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지금은 대학교수이지만 당시 대학원 학생이었던 한 중학교 교사가 이와 관계되는 연구를 하였습니다. 중학생에게 ‘힘과 운동’ 단원을 다루기 전에 위와 같은 질문을 하고 ‘열심히’ 지도한 뒤에 다시 똑같은 질문을 한 연구 결과는 오른쪽 표와 같습니다.

 

표의 양쪽 숫자는 학생들의 이름 대신에 쓴 번호인데, 왼쪽은 지도하기 전에 응답한 분포 결과이고 오른쪽은 지도 뒤에 응답한 결과입니다. 이 표를 자세히 보면 연구로서는 흥미 있는 결과라고 할 수 있겠지만, 교육으로서는 ‘슬픈’ 결과임을 알아야 하겠습니다.

 

올라갈 때도 지구가 작용하는 중력은 아래 방향이고(가), 가장 꼭대기에서도 작용하는 중력은 아래 방향입니다(가). 만일 꼭대기에서 작용하는 중력이 없다고 하면 정지해 있던 것이 어떻게 아래로 떨어지겠습니까? 또한, 아래로 작용하던 중력이 어떻게 해서 갑자기 없어지겠습니까? 그리고 아래로 내려올 때도 마땅히 중력이 아래로 작용하겠지요(가). 그러므로 잘 공부해서 올바로 알게 된 학생은 ‘가가가’로 응답할 것입니다.

 

표에서 보면 학습 지도 전에도 48번과 26번 학생은 올바로 응답하였으나, 26번 학생은 학습 지도 전후에 모두 올바른 답을 하였으니, 찍어서 맞추었다고는 생각되지 않고, 선수 학습을 했거나 ‘영재’가 아닐까요? 이런 학생은 아마도 전통적인 제도권 아래의 획일적인 학교 과학 교과 지도가 필요 없을뿐더러 오히려 이러한 교육이 ‘창의적인’ 큰 생각을 펴는 데 방해가 되겠지요.

 

48번 학생은 학습 지도 전에 올바른 응답을 하였으나 학습 지도 뒤에 틀린 응답(나가가)을 하였으니, 지도 전에 세 번을 찍어서 맞추었거나 교사가 잘못 가르쳐서 ‘망친’ 것이 아닌지 의심하게 됩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가장 많은 학생이 학습 지도 전이나 뒤에 (나다가)로 응답했습니다. 이는 ‘공이 올라가는 중에는 힘을 위로 받고, 가장 꼭대기에서 정지하는 순간에는 힘을 받지 않으며, 내려오는 중에는 힘을 아래로 받는다.’는 것으로, 물리 교육의 효과를 의심하게 만드는 ‘한심한’ 결과입니다.

 

무엇보다 학급 학생 60명 중 응답한 55명 중에서 오로지 3명(6, 15, 16번 학생)만이 잘못 알고 있다가 공부해서 알게 된 학생입니다. 우리의 ‘물리 교육력’이 약 5% 정도도 안 된다는 이 연구 결과가 너무도 안타깝습니다. 정말로 많은 학생의 학습 결과가 이러한지 계속해서 상세하게 조사하고 연구할 과제입니다.

 

칠판에 써 주고 설명하면 베끼고 들으며, 무엇 때문에 하는지도 잘 모르거니와 기구를 가지고 안내서대로 또는 위험하다고 하며 지시하는 대로 하는 실험, 꽉 짜인 시간 내에 무엇인지도 모르고 ‘공부 잘하는 학생’을 따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해서는 물리 공부가 흥미롭고 의미 있는 활동이 되기 어렵습니다.

 

 

잘 선택한 완구를 가지고

 

한편으로 이런 일도 있습니다. 앞서 말한 사람처럼 지금은 대학의 물리 교육과 교수이지만, 연구할 당시에는 대학원 학생이자 과학 교사로서 물리 부분을 지도하며 담임을 맡았던 한 교사의 이야기입니다.

 

첫 시간에 몇 가지 설문을 하였는데, 그 가운데 한 가지 질문은 학생들이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과목 또는 내용을 쓰라는 것입니다. 일생을 물리학에 몸담을 교사로서는 ‘분하게도’ 물리 내용이 가장 어렵고 재미없다는 결과가 나오자 그대로 있을 수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 교사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대학원 연구실에서 당시 ‘과학 완구’를 국내외에서 열심히 수집하며 교육에 응용하려고 논의하던 중이라 이것을 활용해 볼 궁리를 하였습니다. 교수의 허락을 받고 매주 지도할 내용과 관련지을 수 있는 완구를 빌려다가 활용하였습니다. 점점 학생들의 반응이 달라지는 것을 느꼈지만, 실제 어떤지 알고 싶어 학기 말에 설문하였습니다.

 

그 결과, 먼저 완구를 가지고 선생님과 ‘놀면서’ 시작하는 공부 시간이 가장 재미있었는데, 이어서 하는 ‘물리’ 내용의 공부가 쉽지는 않지만 해 볼 만하다는 ‘기쁜’ 반응이었습니다.

 

 

교리 교육을 생각해 보면

 

교리 교육을 받고 세례받는 예비 신자들에 대한 ‘교리 교육력’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물리 교육도 그렇지만, 교리 교육은 말이나 글로써 가르치기가 더욱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예수님께서 말씀만 하시지 않고 십자가에 못 박히시고 부활하심이 교리 교육의 첫째이고, 이 땅에서 순교하신 선조들의 숭고한 모범과 통공, 그리고 아프리카에 희망을 주신 신부님, 소록도에서 오랫동안 일하시다 아무도 모르게 돌아가신 푸른 눈의 수녀님이 위대한 ‘교리 교육자’일 것입니다. 이분들의 ‘교리 교육력은 규모로 헤아릴 수 없을 만큼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런가 하면 주일 학교에 가기 싫어하는 어린이, 한국에 103위의 성인이 계신 줄도 모르며 한 번도 성지에 가 보지 않은 청소년, 주일 미사 참석자가 30%도 되지 않는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수녀님이 어린이를 때렸다고 하는 요란스러운 소식도 있고, 제 동료의 본당 신부님은 교우들과 골프 치러 제주도에 갔는데 하루에 두세 번씩 돌면서도 한 번도 미사 드리는 것을 못 보았다는 ‘슬픈’ 이야기도 있습니다. 이분들의 ‘교리 교육력’은 어떨지요?

 

이 세상에는 여러 여건이 좋고 본인이 잘 행동해서 많은 사람에게 칭찬을 받는 ‘선인 역’의 사람도 있고, 여건도 나쁘고 본인도 잘못하였는지, 아니면 우리가 모르는 다른 어떤 이유가 있었는지 모르지만, 아무튼 많은 사람에게 빈축을 사는 ‘악인 역’의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인류사에서 그 사람이 정말로 ‘선인’이고 ‘악인’이었는지는 하느님만이 아실 것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넓은 의미의 학습자이며 교육자로서 ‘악인 역’을 하는 사람을 비난만 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될 것입니다.

 

우리도 그렇게 ‘악인’같이 행동하는 학습자나 교육자일 수 있는 사람이지만, 하느님의 은총으로 그러한 ‘악인 역’을 하는 사람을 지금까지 면해 주셨다면 감사해야 합니다.

 

미처 남이 몰랐다 하더라도 ‘자기가 아는 자기 잘못’을 반성하는 것이 하느님께서 ‘악인 역’을 하는 사람을 통해 우리에게 주시는 은총의 기회일 것입니다.

 

* 박승재 데시데라도 - 과학문화교육연구소 소장. 대구대학교 석좌 교수. 서울대학교 명예 교수. 미국 노던콜로라도대학교에서 교육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 물리교육과 교수, 한국과학교육학회 회장, 국제물리교육위원회 위원을 지냈다.

 

[경향잡지, 2017년 11월호, 박승재 데시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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