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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교육과 신앙: 자연의 관찰과 탐구 실험은

344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17-10-17

[과학 교육과 신앙] 자연의 관찰과 탐구 실험은

 

 

과학자 출신의 한 대학 총장이 “과학자들의 활동은 관찰과 실험을 통해 체계적인 이론을 형성하고, 그 이론을 바탕으로 또다시 새로운 관찰과 실험을 하는 과정”이라 하였습니다. 과학의 특성에서 매우 중요한 점을 단순 명료하게 말했다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과학 활동은 과학과 더불어 근원적으로 이론과 실험을 잘 관련지어야 하며, 창의적이고 실증적이며 발전적인 나선형 순환의 끝없는 도전이라 하겠습니다.

 

과학 발전은 몇 사람의 과학자들로 이끌어지는 것이 아니라 전 국민의 과학 소양을 전제로 이루어진다고 봅니다. 이러한 점에서 관찰과 실험을 중요시하는 과학에 대한 탐구 교육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도 크다고 생각합니다.

 

 

자연의 관찰과 실험 교육의 가치

 

오래전 다음과 같이 과학 탐구 활동의 중요성을 주장했습니다만, 되돌아보니 생각이 짧았기에 조금 수정해 제시합니다.

 

‘과학 학습 지도에서 말과 글로만 하는 것보다는 시청 매체를 통해서나 모범을 보이는 것이 도움이 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학생들이 직접 자연을 관찰하고 실험하는 것이 필수 조건이라 하겠다. 관찰이라는 것이 구경만 하는 것이 아니며, 실험이라 하여 무조건 기구만 만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험과 관련한 기능 훈련에만 머무르거나 실험 결과만 확인하는 것은 동기 유발이나 탐구력 함양 등에서 미흡한 접근이라고 생각한다. 자연의 사물과 현상에 대해 알고 싶도록 내적으로 동기 유발을 시킨 다음 계획을 세우게 하고, 자기 나름의 방법으로 실험도 해 보고 자료를 수집해 분석함으로써 미지의 세계를 탐구하게 하는 것은 어렵지만 멋진 일이다.

 

비록 기성세대가 이미 다 알고 있는 하찮은 것이라 하더라도 학생 스스로가 ‘발견’하거나 ‘형성’하는 일은 소중한 경험으로 남는다. 물론 시간과 기자재가 많이 필요하며, 과학 교사의 실력과 노력도 많이 필요하다.

 

자연의 관찰과 탐구 실험을 통한 초·중등 과학 교육은 학생들에게 ‘기쁘게 실천하는 지성’을 갖추게 함으로써 인간 발달에 공헌하는 것이다. 이는 자아실현의 주요 기능이요 사회 발전의 원동력이라 생각한다.’

 

이렇게 주장하였지만, 다시 생각하니 더욱 심층적으로 탐구 활동의 가치를 반추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이에 다음과 같이 과학 탐구 실험 활동의 가치를 좀 더 자세히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자연의 이해와 탐구의 기쁨

 

‘자연 속에서 물질생활과 정신생활을 이어 가는 인간이 자연의 사물과 현상을 알고 싶어 하고, 이를 실생활에 적절히 사용하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정지한 팽이는 세우기 어려운데 돌아가는 것은 끄덕거리면서도 왜 잘 안 쓰러지는가? 무지개가 이중으로 생기는 까닭은 무엇인가? 밤하늘의 별들은 몇 개나 있는가? 우주의 끝은 어디일까? 어떻게 이런 것들을 알 수 있는가?’

 

이러한 물음은 흥미롭고 훌륭한 ‘과학적 질문’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우주는 어떻게 창조되었을까?’, ‘우주를 창조하신 분은?’ 등은 왜 안 물어보는지…. 감당하기 어렵게 엄청난 문제라 물어보지 못하는 것인지…. 이런 것을 과학 교사나 교리 교사가 탐구할 수 있는 영역인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적어도 모르는 것을 정직하게 질문하고 탐구하는 것이 ‘덕망’이고 ‘지적 희열’이 아니겠습니까?

 

 

지력의 향상과 증거의 존중

 

‘자연에 대해 알고 싶어 하거나, 곰곰이 생각해 보며 남과 따져도 보고, 책을 읽어 보며 다시 관찰하고, 실험하여 증거를 찾고 자료를 분석하는 모든 활동은 아동의 지력을 향상시키고 증거를 존중하며 그 뜻을 찾게 한다. 인간이 자연을 이해하고 활용한 것은 우리의 완력보다는 지력의 힘이 크기 때문이다.

 

직접 실험을 해 봄으로써 오늘의 문화를 창출한 것임을 상기할 때, 탐구 실험을 통한 지력의 향상은 인류 문화의 원천적 재산이라 하겠다. 과학 활동의 특징은 지적 활동과 실증적 활동을 조화시키는 것으로, 그 활동이 실질적이면서도 이론적인 성격을 띰으로써 인류 문화에 크게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과학과 대조적으로 종교적 활동의 특징은 진리 탐구와 믿음이라고 생각합니다. 과학 활동으로 단련된 지력이 진리를 탐구하는 데 활용되고, 실증의 태도가 믿음을 실천하는 데 공헌하면 참 좋겠습니다.

 

 

인내심의 함양

 

‘과학 실험 활동은 예술가에 못지않게 창의적이어야 하고, 기술자에 못지않게 기계 장치를 잘 다뤄야 한다. 또한 철학자에 못지않게 따져야 하고, 수학자에 못지 않게 계산을 해야 한다. 그 이상으로 실제, 실험, 증거, 자료와 어울려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더 오랫동안 어려움을 극복하려면 많은 인내심이 필요하다.

 

생물학자들은 인내심이 많이 필요한 들판의 농부처럼 밭이나 실험실에서 식물을 키우는 일도 한다. 엄밀한 통제와 계속적인 관찰, 기록, 자료 분석 등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실험 활동에 쏟아야 한다. 이 같은 실험을 하는 과학자나 학생들은 지적 지구력이 있어야 하고, 육체적으로 강인해야 한다. 과학 실험 교육은 어린이의 정신적, 육체적 그리고 도덕적 인내력까지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한다.’

 

이렇게 단련된 인내력이 덕을 닦는 데 이어진다면 참 좋겠지요. 어릴 때부터 친구들과 땀 흘리며 뛰는 운동을 통해서나 잘못에 대한 질책뿐 아니라 격려를 받는 가풍을 통해서도, 또한 실패 뒤 재기의 기회를 주는 너그러운 사회 환경이야말로 어려운 실험 활동뿐 아니라 더 어려운 세상사에서 인내력을 발휘할 수 있게 돕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사회 문제 해소에의 공헌과 그 역설

 

과학 탐구의 실험 교육은 원천적으로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의 성장과 자아실현을 목표로 하고, 그 목표의 달성에 가치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또한 이러한 목표의 달성은 결과적으로 개인의 생활뿐 아니라 사회에도 의미 있게 공헌할 것으로 여깁니다. 현재 한국 사회 전반에 걸쳐 여러 가지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데, 특히 과학 탐구 실험 교육과 관련하여 원천적으로 도움을 주는 문제는 다음 사항들이라 생각합니다.

 

 

자연 생태계의 파괴

 

‘너무나 불행한 일이지만 요즈음 생명을 경시하고 어떤 명목으로든 자연을 훼손하는 일이 많아졌으며, 물질과 에너지를 낭비하는 풍조와 오염을 증가시키는 일이 만연하고 있다. 만일 우리 국민이 바람직한 탐구 실험으로 과학 학습을 철저히 했다면, 그리하여 자연 생태계에 대한 이해가 깊고 엔트로피의 증가가 무엇을 뜻하는지 인식하며 생체에 미치는 오염의 영향이 어떤지 실험해 보았다면, 지금처럼 이렇게 무모한 자연 생태계 파괴를 자행하거나 방치하지 않을 것이다.’

 

이제부터 우리 모두가 쾌적한 환경 속에서 생활하려면 무엇보다도 도덕심을 바탕으로, 창조주의 뜻을 따라 자연 생태계를 파괴하지 않는 과학 실험 활동을 해야겠지요.

 

 

근거 없는 주장과 비합리적 행동

 

‘계속해서 쏟아지는 대중 매체의 혼란한 정보 속에서 불확실한 정보와 근거 없는 주장은 얼마나 많으며 궤변과 독선의 소리는 또 얼마나 높은지! 지성적 대화의 빈곤과, 점점 심각해지는 교통의 혼잡, 그리고 여전히 비위생적인 공중변소와 각종 미신 행위, 무모한 모략 등은 전 국민의 도덕심과도 관련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참다운 과학 소양의 부족과 깊은 관계가 있다고 과학 교육자로서 반성한다. 그러므로 바르게 알고 실험하며 탐구하는 과학 학습은 더욱 절실한 사회적 과제요 역사적 과업이라 할 수 있다.’

 

바람직한 과학 탐구의 실험 교육이 단순히 지력과 물질생활의 향상, 특히 ‘빵을 크게 하는 것’ 만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본 듯이 믿고 옳은 방향으로 실천하는 정신적 양분을 주는 데 크게 공헌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노작 천시와 성급한 횡재 추구

 

‘우리의 전통 속에 뿌리 깊이 박혀 있는 노작(勞作) 천시의 사상은 실험 교육과 기술 교육, 실과 교육뿐 아니라 국어, 사회 등 모든 과목의 교육과 특별 활동을 통해 철저히 청산해야 할 과제이다. 노작 천시 사상은 실업 고등학교의 실태와 관련된다. 요즈음 부족한 기능공에 비하여 서비스업에 많은 사람이 몰리는 추세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성급하게 횡재를 추구하는 요즈음의 세태는, 대부분이 비합리적인 태도와 노작 천시로부터 비롯되는 허망한 욕심에서 나온다. 철저한 과학 실험 교육이 초·중등학교에서 잘 수행되었다면 참을성 없는 청소년, 지적 지구력 없는 대학생, 현실은 고려하지 않고 서구화된 사상만을 무모하게 주장하는 이, 조금 일하고 많이 받겠다는 노무자, 한탕으로 큰돈을 벌려고 하는 기업가, 무모한 정책 입안자 등이 지금처럼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노동을 중요시하고 성실하게 일하며 합당한 보수를 받는 것이야말로 하느님의 뜻을 알고 올바로 실천하는 길이라 생각한다.

 

 

고급 과학 기술자의 양과 질

 

‘초·중등학교에서 과학을 탐구하는 실험 교육이 미흡한 것은 무엇보다도 과학 기술계의 진로 교육에 지장을 줄 것으로, 잠재적 과학 기술자의 양성을 위한 전문 과학 교육을 어렵게 할 것이다. 따라서 초·중등 기초 과학 교육은 고급 과학 기술자의 양적인 확보는 물론 질적 수준을 좌우함으로써 한국 과학 기술계와 산업 경제계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다.

 

합리적인 생활인, 과학 응용력 있는 직장인, 특히 인내심 있는 기술자, 창의력 있는 과학자 등이 현재 우리 사회에 절실히 필요하다면, ‘실천하는 지성’을 갖추게 하는 과학 탐구의 실험 교육이야말로 참으로 가치 있는 역사적 과업이다. 그런데, 현재 초·중등학교의 과학 실험에 대한 교육은 어떠한가?’

 

위와 같은 내용의 글을 오래전에 쓰면서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습니다.

 

‘현재 초·중등 과학 실험 교육은 입시 제도와 평가 방법의 편중, 실험실과 기자재의 부족, 과다한 실험반 학생 수, 많은 교육 과정과 빈약한 내용의 교과서, 과학 교사의 자질 등으로 질식 상태에 있다. 과학 실험에 대한 초·중등 교육을 소생시키려면 주요 요인을 파악하고 포괄적으로(목걸이 원리), 균형 있게(유효 숫자 원리)혁신적인 조치를 강구하여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다.’

 

모든 사람을 위한 기초 과학 교육에서 전문적인 지식과 능력 이전에, 아름다운 자연에 대한 심미적인 감응과 통찰력을 겸비한 관찰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모르는 것은 지적으로 정직하게 질문하며, 자료와 증거를 존중하고 창의적이면서도 수리적인 접근을 중요시하는 탐구로서의 과학 활동과 과학력의 선용이 강조되면 좋겠습니다.

 

아름답고 창조 질서가 있는 자연의 관찰, 그리고 참다운 탐구 실험을 포함하는 과학 활동과 이에 대한 선용이 참으로 덕을 닦는 일에 도움을 주지 않겠습니까?

 

* 박승재 데시데라도 - 과학문화교육연구소 소장. 대구대학교 석좌 교수. 서울대학교 명예 교수. 미국 노던콜로라도대학교에서 교육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 물리교육과 교수, 한국과학교육학회 회장, 국제물리교육위원회 위원을 지냈다.

 

[경향잡지, 2017년 10월호, 박승재 데시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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