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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교육과 신앙: 물리 교육 연구와 교리 교육 - 자기 이론 의존적 관찰과 증거 평가 예시

340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17-08-18

[과학 교육과 신앙] 물리 교육 연구와 교리 교육 - ‘자기 이론’ 의존적 관찰과 ‘증거 평가’ 예시

 

 

청소년들은 자연 세계에 대해 나름의 미숙한 ‘자기 이론’(모형, 개념, 주장,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과학 교육자들이 밝혀낸 내용입니다. 이러한 자기 이론은 올바르지 못해도 학교 수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러한 자기 이론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는 주요한 과제입니다.

 

학생들의 자기 이론은 덜 체계적이고 덜 종합적입니다만 단순한 사건에 대한 기록이나 기억 이상으로 자연 현상을 설명하는 데 중요하게 동원합니다. 이러한 자기 이론을 바탕(theory-laden)으로 한 관찰과 추리는 한 개인이 같은 현상에 대해 여러 모형을 동시에 가질 수도,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기도 합니다.

 

물리 이해의 발달 과정이란 잘못된 자기 이론을 수정하고 대치해 가며 점차 전문적인 물리학자의 이론으로 변화하는 과정입니다. 이러한 관점에 따르면, 개념 변화 과정에서 자신의 이론과 새로운 정보를 서로 비교하고, 오인을 밝혀내며, 대안 모형을 세우고 그 모형을 검증하는 것이 물리 교육의 중요한 부분입니다.

 

교리 교육에서도, 하느님에 대한 학생들의 생각(개념, 모형, 이론)이 어떠하며, 어떻게 변화하고, 어떻게 변화시키면 좋을 것인지 연구하며 안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기 이론 의존적 관찰’과 기억

 

어떤 물리 교육자가 전류에 대한 학생들의 생각을 조사하면서 많은 학생이 그림1에서 가 지점의 전류가 나 지점의 전류보다 세다고 생각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때 학생들은 그 이유를 전구에 불이 밝혀지면서 전류의 ‘힘’이 약해지거나 전류가 ‘소모’되어 없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학생들의 생각을 변화시키려고 가 지점과 나 지점에 각각 전류계를 연결하여 전류계의 눈금을 비교하도록 했습니다. 전류계를 눈으로 확인한 학생들은 눈금이 같다는 걸 알았으며, 두 지점의 전류 세기가 같다는 데 동의하였습니다.

 

그러나 3개월 뒤 다시 똑같은 문제를 제시하고 전류의 세기를 물었을 때, 많은 학생이 또 가 지점의 전류 세기가 세다고 응답하였을 뿐만 아니라, 적지 않은 학생은 3개월 전에 실험할 때 가 지점 전류계의 눈금이 더 높다는 것을 ‘확인’했다고까지 말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실로 알 수 있는 것은 학생들은 비록 관찰하고 자기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확인하였음에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자기 생각(자기 이론)으로 돌아올 뿐 아니라 오히려 관찰 사실을 ‘왜곡하여 기억’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물리학자들의 자료 분석 논쟁

 

물리학자 밀리칸과 에렌해트는 각각 전자의 전하량을 측정하였습니다. 먼저 밀리칸은 자기의 실험 연구 결과의 자료를 바탕으로 에렌해트의 방법과 결과를 비판하는 글과 함께 전자가 최저의 값을 갖는 전하량을 갖는다고 발표하였습니다.

 

에렌해트는 실험 결과 밀리칸의 최젓값보다 더 적은 값을 얻어 냈으며, 밀리칸의 자료를 재분석하여 자신의 결과와 일치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에렌해트는 자신의 실험 결과를 토대로 전자의 전하량은 최젓값이 있을 수 없으며 전자의 전하는 자연의 기본 단위가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밀리칸이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뒤에도 에렌해트는 자신의 결과가 옳다고 계속 주장했습니다.

 

많은 사람은 에렌해트의 실험 결과에 결정적인 반박은 하지 못한 채 밀리칸의 결과를 ‘믿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하버드대학교의 홀튼 교수가 밀리칸의 실험 자료를 재분석한 결과, 밀리칸이 140개의 실험값 중 80개를 폐기했다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게다가 밀리칸이 실험값을 폐기한 이유는 단지 실험 장치에 어떤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거나, 예상과 맞지 않기 때문에 뭔가 잘못되었을 것이라는 막연한 의심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과학자들조차 똑같은 자료를 가지고도 서로 다른 주장을 할 수 있다는 것과 자신의 이론을 확증할 수 있는 증거만 선택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보여 준 좋은 예입니다. 이처럼 실험 결과나 증거를 해석하면서 ‘자기 이론’이 미치는 영향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하느님’이나 ‘하나님’, ‘부처님’, ‘공자님’ 하며 논쟁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까요!

 

 

학생의 ‘증거 평가’에 대한 연구 예시

 

학생들이 관찰할 때 자기 나름의 이론(가설, 주장)이 자료를 해석하는 데 영향을 주며, 자기 이론을 부정하기에 충분한 자료가 있다 하더라도 자기 이론(가설, 주장)이 오랫동안 지속한다는 연구의 예입니다(‘그림자 현상에 대한 학생의 생각과 제시된 증거 유형에 따른 추론 방식’, 장병기, 1994년, 서울대학교 박사 학위 논문 참조).

 

복잡한 연구 설계에 따라 수행된 연구 결과의 예가 한 가지 있는데, 이 연구의 요점은 이렇습니다.

 

여러 형태의 전기 회로와 증거를 제시한 뒤 학생들이 그 증거에 따른 현상에 대해 응답하는지, 아니면 증거를 보여 줬음에도 본디부터 자기가 가진 생각에 따라 응답하는지 조사한 연구입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대상자 가운데 66%는 ‘증거에 기초한 반응’을 나타냈습니다. 그렇지만 증거를 제시하고 증거에 기초해 반응하도록 유도한 질문에도 33%는 ‘생각에 기초한 반응’을 나타냈습니다.

 

교실 현장에서 많은 시범 실험을 하는데 실험하고 몇 개의 질문을 함으로써 학생들이 모두 증거에 기초한 반응을 할 것이라는 예상과 기대는 금물입니다.

 

인간의 사고는 불완전합니다. 예컨대, 자동차를 산다고 할 때 그 차에 대한 상당히 믿을 만한 ‘객관적’인 정보가 있다하더라도, 그 차를 타던 친구의 사고를 목격했다면 그 차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아 결국 그 차를 선택하지 않게 됩니다. 미신 행위도 이와 관련된 것이 아닐까요?

 

 

물리 학습에서 증거 평가 연구의 중요성

 

물리 교육에서도 주입식 지도와 수용적 학습이 적지 않습니다. 이에 반해 1960년대에는 학생의 학습 과정에서 과학자의 연구 과정에 따른 탐구 학습, 또는 발견 학습이 강조되었습니다. 이러한 학습 모형은 모두 과학의 구조, 곧 학습 과제에 관심을 두고 고안된 것입니다. 예컨대, 그 당시에 널리 퍼진 한 교수 이론은 ‘지식의 구조’, ‘교수 자료의 계열성’ 등이 중요한 특징이었습니다.

 

1970년대에는 ‘학습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학습자가 이미 아는 것’이며, 그것을 확인하고 그에 맞춰 가르쳐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관심과 더불어, 많은 인지 심리학자와 물리 교육자가 학생의 생각을 조사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학생은 물리 학습 이전에 이미 여러 가지 나름의 생각과 생각의 틀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교실에서 물리 학습에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이었습니다.

 

학생들이 가진 이러한 생각과 생각의 틀은 여러 물리 주제들에 대해 연구, 조사되었습니다. 조사 방법도 지필 검사뿐 아니라 면담 등의 다양한 방법을 이용하였고, 정량적 통계 분석뿐 아니라 정성(定性)적, 질적 분석도 시도하였습니다.

 

학생의 생각을 서술한 것으로부터 어떻게 물리학적 바른 생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지에 관심을 두게 되었으며, 학습을 개념 변화 과정으로 보는 구성주의적 관점도 취하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의미 있는 수용 학습 모형이나 1980년대 구성주의적 관점에 따른 학습 모형 등은 모두 학습자에게 더 관심을 두고 고안된 학습 지도 모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연구들이 학생의 생각과 상태를 밝혀내고 그에 따른 교수 방법을 제안하였을 뿐, 실제로 학습이 어떠한 과정을 통해 이루어지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는 미흡하여 학습 지도 모형이 검증 가능한 이론에 바탕을 두고 있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학습자의 생각과 정보의 상호 작용

 

학습 현장에서는 학습자에게 여러 형태의 정보를 제시합니다. 설명이나 비유, 모형 제시, 실험 시범, 실험 결과, 시청 매체 등입니다. 이러한 형태의 정보를 제시하는 것에 대해 학생들은 나름의 선개념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이때 여러 형태의 정보와 정보를 제시하는 방법에 따라 학생의 선개념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하는 것은 의미가 큽니다.

 

예컨대, 추상적인 설명 형태의 정보보다는 구체적이고 관찰 가능한 실험에 따른 정보를 제시하는 것이 학생의 생각을 변화시키는 데 효과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교사가 사용한 비유를 학생은 다른 생각으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또한 정보를 제시하는 이에 따라 학생의 반응이 다를 수도 있습니다. 제시된 정보가 교사의 설명으로 말미암은 것이라면 무조건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으나, 동료 학생이 제시한 것이라면 비판적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동료 간의 논의를 통하는 것이 개념 변화에 바람직하다는 생각도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학생의 생각과 교실 수업에서 제시하는 여러 형태의 정보 간의 상호 작용에 대한 연구가 중요합니다. 학생의 생각을 조사하는 것뿐 아니라, 증거의 특성이나 증거 제시자, 증거 제시 방법 등에 따른 학생의 반응을 조사하는 연구가 필요합니다. 이에 대한 연구는 학생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물리 개념 학습을 하는지에 대한 이론을 세우는 데 필요한 기초를 제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교리 교육을 위해 무슨 연구를 해야 할까

 

우리는 청소년들에게 먼저 주모경부터 외우게 합니다. 그들은 무엇을 생각하며 외우고 ‘기도’할까요? 부모는 아이가 주일에는 미사에 참례하고 주일 학교에 참석하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아이가 성당에 가서 복사도 하고 교리도 배웠다고 하면 흐뭇해합니다. 그런데 성당에 가지도 않고 몰래 다른 곳에서 놀았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되면 어떻게 하나요?

 

청소년들에게 착한 행실의 일화를 말해 주면, 아이들은 감동하며 자기도 그렇게 하겠다고 합니다. 그런데 나중에 보면 어떻게 행동합니까? 또 지나간 이야기를 상기시키면 어떻게 반응합니까? 부모는 자식을 위해 기도해야 하고 착한 모범을 보여야 합니다. 그렇다면 자녀들이 올바른 생각을 하고 착한 행실을 하게 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오랫동안 교사로 일하시다가 정년퇴직 하신 구교우 한 분이 교리 공부를 열심히 하시기에 왜 그러시는지 여쭤보았습니다. 그분의 답은 이랬습니다.

 

“지금까지 건강을 주셔서 학교에서 열심히 가르칠 수 있었음을 감사합니다. 그런데 늘 한 가지 하고 싶고, 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은 청소년들에게 정말로 도움을 주는 ‘교리 교사’였습니다. 그러나 학교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교리 공부를 하지 않다 보니 교리 교사로서 무슨 내용을 어떻게 전해야 할지 몰라 걱정이 앞섰습니다. 교리 교사도 해 보기 전에 하느님께서 ‘그 오랜 시간 동안 무엇을 했느냐?’ 하고 물으시면 뭐라 답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조금씩 교리 공부도 하고 작은 덕이라도 쌓는 훈련을 한 뒤에 용기를 내 볼까 합니다.”

 

늦게라도 생각을 실천하시려는 모습이 부러웠습니다.

 

* 박승재 데시데라도 - 과학문화교육연구소 소장. 대구대학교 석좌교수.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미국 노던콜로라도대학교에서 교육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 물리교육과 교수, 한국과학교육학회 회장, 국제물리교육위원회 위원을 지냈다.

 

[경향잡지, 2017년 8월호, 박승재 데시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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