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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사목] 세상에 열린 공동체: 제주교구 이주사목센터 나오미

1183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19-11-26

[세상에 열린 공동체] 제주교구 이주사목센터 ‘나오미’


난민도 행복할 권리가 있습니다

 

 

지구 반대편의 이야기였고 남의 나라 일이었다. 공감하기에는 상황이 달랐으며, 우리나라까지 찾아오는 난민도 그리 많지 않았다. 지난해 예멘 난민 500여 명이 제주도에 입국해 난민 신청을 하면서 ‘난민’ 문제는 뜨거운 논쟁 거리로 떠올랐다. 난민 수용 여부에 대한 찬반 여론이 첨예하게 부딪히고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제주교구는 복음 정신으로 그들을 환대하는 데 앞장섰다.

 

 

난민들을 따뜻이 품은 제주교구

 

예멘 난민들이 무더기로 제주도를 찾은 것은 지난해 3월부터다. 2015년 시작된 내전을 피해 예멘을 떠난 이들은 말레이시아로 탈출했다가, 체류 기한 연장이 안 되자 무사증(무비자) 입국이 가능한 제주도로 들어왔다. 1992년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에 가입한 우리나라는 2012년에 난민법을 제정했고, 이 법에 따르면 제주도는 비자 없이 30일 체류가 가능하다.

 

난민 문제가 사회적으로 쟁점이 되자 법무부는 4월 30일 제주 예멘 난민에 대해 ‘출도 제한 조치’를 취했다. 육지로 가려던 난민들의 발이 묶였다. 30일 체류 기간을 넘긴 많은 난민이 거리로 내몰렸다.

 

제주에 난민 인권 단체가 전무한 상황에서 제주교구가 난민 지원에 나섰다. 6월 8일 사제 성화의 날 사제 피정 자리에서 예멘 난민을 지원하려는 다양한 계획을 추진했다.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는 7월 1일 ‘사목 서한’에서 제주도에 들어온 예멘 난민에 대해 포용과 자비를 촉구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7월 29일 제주를 방문해 예멘 난민들과 만난 주한 교황대사 알프레드 슈에레브 대주교를 통해 자선기금을 전달하며, 그들을 위로하고 그들과 연대하고 있다는 뜻을 전했다.

 

8월 11일(제주시 지역. 연동성당)과 12일(서귀포 지역. 서귀포성당)에는 신자들에게 난민 문제를 알리는 특강을 진행했다.

 

 

난민에 대한 초기 활동

 

제주교구의 난민 구호 활동은 교구 이주사목센터 ‘나오미’(센터장 홍석윤 베드로 신부, 이하 나오미 센터)를 통해 진행되었다. 김상훈 안드레아 사무국장, 제주평화인권연구소 왓의 신강협 요셉 소장, 그리고 전 난센센터 사무국장 김성인 씨가 초기 대응에 함께했다. 김상훈 국장은 당시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제주도 내 이주민(다문화) 센터 대부분을 담당하던 개신교 단체에서 무슬림이라는 이유로 받아주지 않으니 난민들이 갈 데가 없었어요. 그런데 누군가 ‘두 개의 십자가가 있는데 (천주교) 십자가를 찾아가라. 거기 가면 만나는 준다.’고 전했나 봐요. 우리는 찾아온 난민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었을 뿐인데 그게 위안이 되었는지 그 뒤 난민들이 열에서 스무 명씩 끊임없이 찾아왔어요.”

 

주보에 공지가 나간 뒤로는 숙소를 제공하겠다는 신자가 나타났고, 성금과 후원 물품이 센터로 모였다.

 

“불쌍한 사람들이 왔어. 그럼 도와줘야지.” 처음에 신자들의 마음은 그랬다. 그런데 난민 수용 여부를 두고 찬반이 팽팽하게 대립하며 불법 취업을 노린 ‘가짜 난민’이라느니 범죄와 테러의 위험이 크다느니 하는 혐오 주장이 퍼졌다.

 

그 뒤부터 “가족이 있는 난민만 받으면 안되나?”라거나 “이 사람들을 도와줘야 하나?”라고 묻는 이가 많아졌다.

 

낯선 이들에 대한 두려움과 근거 없는 정보가 더해져 거부감이 증폭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동네 주민들의 반대로 어렵게 마련한 숙소에서 난민들이 쫓겨나기도 했다.

 

아파트 단지 내 정자에서 “예멘 사람이 담배를 피운다.”고 경찰에 신고한 사람도 있고, 동네 이장이 밤에 “그 사람들이 까만 봉지를 들고 간다.”고 전화한 적도 있다.

 

 

난민들의 행복을 위해

 

지난 10월 4일 제주교구청 근처에 있는 나오미 센터를 찾았다. 마침 센터에서는 한글 교실이 한창이었다.

 

한 난민 청년이 자신의 생일을 서툰 한글로 적고 한국어로 말했다. 난민들의 삶에서 본토 사람과 말이 통한다는 건 무척 중요하다.

 

지난해 10월 말 예멘 난민 484명의 심사 결과 2명만이 난민 인정을 받았고, 412명은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았다. 많은 이가 한국 사람이 안 가는, 힘들고 위험하여 일하기를 꺼려하는 일자리를 구해 나갔지만, 다양한 국가의 난민이 꾸준히 찾아온다. 나오미 센터에서는 제주도 이주민과 난민들의 행복을 찾아주고자 보금자리를 제공하고, 의료지원과 한국어 교육, 법률 상담 등을 진행한다.

 

2004년 2월 이주사목후원회로 설립되어, 2015년 7월 지금의 이름으로 난민과 이주 노동자 관련 활동을 하는 나오미 센터. 김상훈 국장과 한글 교실을 담당하는 이영은 데보라 수녀를 제외하면 이곳 사람들도 다국적이다. 난민 정착과 의료 담당 크리스티나 수녀는 루마니아에서 왔고, 베트남 공동체를 맡은 고레띠 수녀는 베트남 사람이다. 아랍어 통역을 맡은 아멧 씨는 시리아 사람이며, 봉사자 김춘월 데레사 씨는 재일 동포다.

 

“저도 난민 출신입니다. 열아홉 살 때부터 난민이 되었는데 제가 고생했기 때문에 조금만 도와주면 이들의 고생이 반으로 줄어들 거로 생각하며 일하고 있어요.” 아랍어와 영어를 능숙하게 해 출입국 사무소에서 통역 아르바이트를 한 아멧 씨는 귀화를 신청했다.

 

“난민들이 더 나은 삶을 살게 우리가 할 수 있는 만큼 도와줘야죠. 경험상 해줄 수 있는 말이 많을 것 같아요. 하지만 양쪽이 다 마음을 열어야 해요.”

 

난민들을 열린 마음으로 맞이하고, 그들에게 인간적으로 다가가 엄마 역할을 하려고 한다는 크리스티나 수녀가 덧붙였다. “지금 우리 아이들 학교 가요. 난민 아이들 보내면 자녀를 학교에 안 보내겠다고 하던 그 학교 어머니들이 지금은 잘 챙겨 주세요. 아이들도 행복하다고 말해요.”

 

 

가짜 난민? 진짜 난민!

 

국제 연합(UN)은 “인종, 종교, 민족 또는 특정 사회 집단의 구성원 신분 또는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는 사람”을 난민으로 규정한다. 유엔난민기구(UNKHR)는 2017년 말 전 세계 난민 누적 인원이 6,850만 명이라고 발표했다. 제2차 세계 대전 때의 난민 수 5,000만 명을 크게 웃돈다. 요즘은 사회 혼란과 구조적 경제난으로도 난민이 발생한다.

 

“난민이 발생하고 다른 나라로 가는 것은 이제 시대적 흐름이고, 우리가 어렵거나 두렵다고 해서 거부하고 외면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닙니다. 난민을 받아들이는 것은 한국 교회뿐 아니라 보편교회 전체가 가야 할 방향입니다. 제주교구가 신자들과 함께 난민들을 돕는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라 당연히 해야 할 일일 뿐입니다”(강우일 주교, CPBC 인터뷰, 2018년 7월).

 

난민은 갑작스럽게 조국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이다. 그래서 이들의 꿈은 다시 고국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우리가 그들을 낯설어하듯, 그들 또한 우리와 우리 문화가 낯설다. 그들도 우리의 법과 질서를 따르는 것이 추방당하지 않고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길임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러니 최소한 난민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확산시키고 불안을 가중하며 혐오를 조장하는 말과 행동은 멈춰야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처럼 “새로 유입된 사람들에 대한 두려움은 당연하며 이것은 죄가 아니다.” 다만 그 두려움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마주하는 것 자체를 거부하는 건 죄”이며, “이러한 의심과 두려움이 우리의 생각과 행동 방식에 영향을 주어 결국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인종 차별주의자가 되어 버리는” 결과를 낳는 것이 문제다.

 

제주도의 예멘 난민들은 우리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어떻게 나그네를 맞이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했다. 의정부교구와 여러 수도회에서 난민 관련 활동을 한다. 최근 주민들의 반대로 개소식을 열지 못한 가톨릭난민센터처럼 난민 사목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답은 명확하다. 예수님은 헤로데의 박해를 피해 이집트로 피난 가야 했던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났다.

 

“난민들도 우리와 같은 사람입니다. 그들을 단순히 사회적 이슈나 이주민 문제로만 바라봐선 안 됩니다. 이들은 세계화된 오늘날 사회에서 거부당하는 모든 이의 상징입니다. 가장 약한 사람들을 돕는 것은 우리의 의무입니다. 누구도 이 막대한 책임을 면제받을 수 없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은 나오미 센터에서 전하고 싶은 말이다. “만나 보세요. 그러면 모두 그들이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란 걸 깨닫게 될 거예요.”

 

문의 : ☎ 064-725-9199

천주교 제주교구 이주사목센터 나오미

신협 131-017-954891 제주교구이주사목센터

 

[경향잡지, 2019년 11월호, 글 · 사진 김민수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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