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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사목] 가족 여정: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1025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17-08-19

[가족 여정]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얼마 전 지인의 결혼식 때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 축가로 불렸습니다. 생일이나 축일 때 많이 쓰이는 곡인데 결혼식 축가로도 좋더군요. 노래를 듣는 내내 아내 생각이 났습니다. 가사를 음미하며 제가 맺고 있는 혼인성사의 의미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혼인성사 때의 맹세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당신의 삶 속에서 그 사랑 받고 있지요.” 이 노래는 우리의 삶 속에서 하느님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 말합니다. 우리의 삶은 평탄하지 않습니다. 기쁘고 즐거울 때도 있지만, 고통스럽거나 병들고 지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늘 우리와 함께하시며 사랑을 베풀어 주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저의 아내를 사랑의 도구로 택하셨습니다. 아내가 저를 사랑하는 것은 하느님께서 저를 사랑하시는 것이고, 제가 아내를 사랑하는 것은 제가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문득 혼인성사 때 했던 맹세가 떠오르네요.

 

‘나 라자로는 당신을 내 아내로 맞아들여 즐거울 때나 괴로울 때나 성하거나 병들거나, 일생 당신을 사랑하고 존경하며 신의를 지키겠습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사랑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하느님 안에 머무르고 하느님께서도 그 사람 안에 머무르십니다”(1요한 4,16). 하느님께서는 사랑이시라는 사실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드러나는 하느님 계시의 핵심이며 절정입니다. 사랑 안에 있는 사람이 하느님 안에 있듯이, 서로 사랑하는 부부 안에는 하느님께서 함께하십니다.

 

 

태초부터 시작된 하느님의 사랑이

 

“우리와 비슷하게 우리 모습으로 사람을 만들자. 그래서 그가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집짐승과 온갖 들짐승과 땅을 기어 다니는 온갖 것을 다스리게 하자”(창세 1,26). 하느님께서 인간을 당신의 모습대로 창조하셨다는 것은 우리 인간을 너무도 사랑하신다는 뜻입니다. 또한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 이유는 우리가 사랑이신 하느님의 모습대로 창조되었기 때문입니다.

 

부부는 서로의 존재를 통해 하느님의 사랑을 체험합니다. 서로 사랑하는 부부는 하느님을 알고 있습니다. 그 사랑이 바로 주님께서 주신 선물이기 때문입니다. 노래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에는 “하느님의 사랑은 우리의 만남을 통해 열매를 맺고…”라는 가사가 나옵니다. 우리의 만남인 ‘혼인’이 열매 맺을 수 있는 이유는, ‘혼인은 하느님의 부르심’ 곧 ‘성소’(聖召)이기 때문입니다. 혼인은 하느님의 부르심과 그에 대한 응답이며, 하느님과의 만남입니다.

 

 

당신의 존재가 주는 큰 기쁨

 

앞의 노래는 배우자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 자체만으로 큰 기쁨이 됨을 고백하고 있습니다. 아담이 하와를 처음 만났을 때 이렇게 외쳤습니다. “이야말로 내 뼈에서 나온 뼈요, 내 살에서 나온 살이로구나! 남자에게서 나왔으니, 여자라 불리리라”(창세 2,23). 아담은 하와를 보자마자 기쁨에 겨워 소리를 지릅니다. 저도 아내를 처음 만나서 사랑에 빠졌을 때 아담처럼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리고 그 기쁨을 바탕으로 사랑을 키우고 혼인했습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신혼 때의 기쁨과 다짐은 종종 위기를 맞곤 했습니다. 배우자가 이 세상에 존재함으로써 큰 기쁨이 되기는커녕 하루하루를 다툼과 원망 속에 살아가기도 했습니다. 초심을 잃지 않고 사랑의 서약을 날마다 새롭게 갱신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가 않았습니다.

 

 

당신은 지금도 그 사랑 받고 있지요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하느님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사랑에 보답하는 길은 ‘사랑해야 할 사람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내가 지금 가장 먼저 사랑해야 할 사람은 나의 아내입니다.

 

“첫째는 이것이다. ‘이스라엘아, 들어라. 주 우리 하느님은 한 분이신 주님이시다. 그러므로 너는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둘째는 이것이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마르 12,29-31).

 

나와 가장 가까운 이웃은 가족입니다. 그중에서도 나의 배우자입니다. 배우자를 내 몸같이 사랑해야 합니다. 나의 마음과 목숨과 생각과 힘을 다하여 배우자를 사랑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최초의 기적을 카나의 혼인 잔치에서 베풀어 주심으로써 혼인을 축복하셨습니다. 부부 사랑의 근원은 예수님의 사랑입니다. 이 예수님의 사랑은 이웃을 위해 목숨까지 내어 주는 사랑입니다. 곧 배우자에 대한 사랑은 죽음을 넘어서는 사랑입니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교통 표지, 문자, 언어 등과 같은 다양한 상징을 사용합니다. 이런 상징은 자신의 뜻을 상대방에게 정확히 전달하려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도 인간이 당신의 사랑과 은총을 실감할 수 있도록 다양한 상징을 사용하셨는데 이것이 바로 ‘성사’(聖事)입니다.

 

“우리는 그분 몸의 지체입니다”(에페 5,30). 이 말씀에서 ‘우리’는 남편과 아내 곧 부부입니다. ‘그분 몸’은 그리스도의 몸인 ‘성체’, 곧 ‘보이지 않는 구원의 보이는 표지인 ‘성사’를 뜻합니다. ‘지체’는 구성원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하면 ‘부부는 걸어 다니는 성사’이고, 그 자체로서 하나의 ‘작은 교회’라는 뜻입니다.

 

부부는 그리스도 성체의 살아 있는 줄기세포입니다. 줄기세포가 심장, 뇌, 간, 눈, 코, 입, 손, 발 등 인간의 몸을 구성하는 모든 신체 기관을 만들어 내듯, 부부는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이 세상을 구성하는 모든 것을 만들고 가꾸는 원동력입니다. 칠성사, 곧 세례성사, 고해성사, 성체성사, 견진성사, 성품성사, 혼인성사, 병자성사 모두가 가정이라는 울타리에서 비롯됩니다.

 

가정의 시작과 중심축이 바로 부부입니다. 부부를 중심으로 한 가정의 영성은 삶의 중심으로, 세상의 중심이 되는 영성입니다. 가족이 서로 사랑하는 것은 세상 모두를 사랑하는 것이 됩니다.

 

“만일 내가 참으로 한 사람을 사랑한다면, 나는 모든 사람을 사랑하고, 세계를 사랑하고, 삶을 사랑하게 된다”(프롬의 「사랑의 기술」 중에서). 만일 내가 참으로 배우자를 사랑한다면, 나는 모든 사람을 사랑하고, 세계를 사랑하며, 삶을 사랑하고, 궁극적으로 하느님을 사랑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혼인 성소를 받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실천해야 할 삶의 자세입니다.

 

성경에는 ‘자식을 사랑하라.’는 말은 별로 나오지 않습니다. 그런 말을 특별히 하지 않아도 한 핏줄이어서 본능적으로 사랑하게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배우자와는 피가 섞이지 않아서 의식적으로 꾸준히 노력해야만 합니다.

 

오늘 저녁에는 오래간만에 기타를 치며 아내에게 노래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을 불러 주렵니다. 늘 남의 편만 드는 ‘남편’이 아니라, 늘 당신 곁에 남는 ‘남편’이고 싶습니다. 마틸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 권혁주 라자로 - 한 여인의 남편이자 세 아이의 아빠로서 서울대교구 사목국 가정사목부에서 일하고 있다. ‘아버지 여정’, ‘부부 여정’ 등의 가족 관계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경향잡지, 2017년 8월호, 글 권혁주 · 사진 정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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