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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ㅣ복음화
아시아 복음화, 미래교회의 희망10: 한·일 긴장감을 기도와 연대의 힘으로 극복하자

558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19-10-09

[아시아 복음화, 미래교회의 희망] 가톨릭신문‐동아시아복음화연구원 공동기획 (10) 한·일 긴장감을 기도와 연대의 힘으로 극복하자


“일본 안에도 정의 외치는 이들 있어… 평화 위한 연대 필요”

 

 

강제징용 보상과 관련한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경색된 한일 관계가 양국 정부의 강대강 대치로 경제뿐만 아니라 사회와 문화 등의 교류까지 멈추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본지는 의정부교구 지금동본당 주임 이정윤 신부의 기고를 통해 좀처럼 풀리지 않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본다. 이 신부는 2004년부터 2017년까지 ‘피데이 도눔’으로 일본교회에서 선교사로 활동했다.

 

 

일본 일반 시민들의 양심의 소리

 

지난 8월부터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한국의 많은 국민들이 울분과 걱정을 토로하고 있다. 심지어 민간단체까지 자발적으로 교류를 끊고 서로 미워하는 반일운동이 확산되어가고 있는 매우 유감스러운 상황이다.

 

하지만 아주 작은 외침이지만 일본교회와 지식인들은 일본 정부에 대항해 싸우고 있다. 친일파만 있는 게 아니라 반대로 친한파도 있다. 국경을 초월해 반아베 정권을 외치고 있는 작은 이들의 목소리도 있는 것이다.

 

남들이 외면하고 등을 돌리는 상황에서 작지만 한국을 위해 소리치고 피켓을 들어 올리는 일본의 힘없는 백성들이 있기 때문에 더욱 숙연해지고 마음이 뜨거워진다.

 

5년 전 일이다. 일본에서 사목하고 있을 때,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당시도 일본에서 혐오 발언과 혐한 시위가 시내에서 공공연히 일어나고 있을 때였다.

 

편지의 내용은 짐작할 수 있겠지만 갖은 욕설과 함께 ‘조센징 신부’는 자기 나라로 돌아가라는 것이었다. 의기소침한 나에게 많은 사제들과 신자들은 정말 죄송하다며 분노했고, 이럴 때 일수록 더욱 더 힘을 내어 일본의 참회와 사죄를 위해 사목해 달라는 부탁을 했다.

 

내 주위의 많은 사람들은 모두가 선인이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세상의 악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주님의 십자가와 죽음을 묵상하며 악의 유혹을 이겨내시고 승리하신 예수님을 생각했다. “주님께서는 이들을 위해 십자나무에 매달리셨습니까? 이들을 용서하라 하시며 피를 흘리셨습니까?” 결국 당신께서는 이 길을 따라 걸어가는 것이 우리의 십자가임을 받아들이게 하신다.

 

일본 주교회의 정의평화협의회(이하 일본 정평협) 회장 가쓰야 다이지 주교는 광복절이자 성모 승천 대축일이던 8월 15일, ‘한일 정부 관계의 화해를 향한 담화’를 발표했다. 일본교회에는 피폭을 당한 8월 중순에 평화의 주간을 지내며 전쟁의 아픈 상처와 고통이, 또 다시 되풀이 되지 않도록 세계의 평화를 기도하며 순례하는 교회 전통이 있다.

 

특히 올해는 한일 정부의 화해와 평화를 위해 특별히 기도했다. 가쓰야 주교는 담화에서 서로의 역사적 인식이 다르기에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공동의 연구와 대화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사과하고 반성하는 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역사를 배움으로써 밝은 미래를 지향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월 14일 서울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1400차 수요집회에서 한 참가자가 일본 정부의 경제보복을 규탄하는 팻말을 들고 서 있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연대가 갖고 있는 힘

 

내가 사목했던 요코하마교구는 1859년 개항 이후 많은 서양문물이 들어온 곳이고, 지금도 국제적 도시로서 외국인들이 많이 살고 있다. 특히 이주민 가운데 필리핀, 중국, 한국, 베트남 등에서 온 신자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다.

 

어느 주일 오후 가와사키 시에 있는 가이쓰카 성당에 경찰들이 들어와 외국인 공동체의 불법 체류자를 연행해 가는 공권력 난입 사태가 있었다. 본당 사제에게 한마디 말도 없이 이러한 일이 벌어지고 나서 요코하마교구와 일본 정평협은 부당한 공권력 남용이라고 거세게 항의하며 일본 정부와 경시청에 항의 문서를 전달하고 재발방지를 약속 받았다. 가와사키 시의 종교인들은 한 목소리로 함께 연대하며 불법연행에 항의, 재발방지를 요구하여 지금은 공권력이 교회에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

 

일본의 가톨릭 신앙인들은 그 수는 많지 않지만 소수의 신자들이 각 공동체 안에서 각자의 신앙을 소중히 여기며 겸허히 살아가고 있다. 특히 사제의 부족으로 많은 곳에서 매주 미사를 봉헌하지 못하는 곳이 생겨나고 시골의 작은 본당은 자립할 수 없어 교회 공동체가 폐쇄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교회의 장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된 상황인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미군의 주둔 기지나 미군이 소유했던 토지의 많은 부분이 가톨릭교회로 기증됐고, 일본교회는 병원과 학교를 설립해 의료와 교육에 힘써왔다. 하지만 가까운 시기에 가톨릭 영성과 교육을 이어가기 어려운 상황이 오리라 생각된다.

 

요코하마교구는 이러한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10년 전부터 중요한 사목적 전환을 이루고 있다. 각 본당 공동체가 겪는 개개의 어려움을 함께 나누고 연대하기 위한 지역적 개념의 각 지구별 공동선교사목을 실시했다. 먼저 각 지역의 특성과 현실을 함께 파악하고 지역 사회 안에서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 그리스도교적 사명을 함께 고민하고 실천해 나가는 것이다.

 

한 예로 폐쇄된 성당을 어떻게 지역사회를 위해 사용할 것인가를 고민하다가 지금은 알코올중독자들을 위한 재활치료소로 빌려주거나 이주민들과 난민들을 위한 생활지원센터로 사용하고 있다.

 

결손가정의 자녀나 이주민 자녀들의 학교 학습의 부적응으로 혼자 지내며 끼니를 거르는 아이들을 위해 성당에서 식당을 운영하기도 했다. 이러한 사회복지 영역에서 소외된 이웃과 아이들을 위해 지역 교회가 함께 연대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일본교회와의 형제적 연대와 기도 필요

 

한국교회는 어찌 보면 일본교회의 모습을 통해 앞으로 다가올 우리의 미래를 예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일본도 한국처럼 자존심이 강한 국민성을 가지고 있다. 세계적인 경제력과 군사력을 앞세워 헌법을 개헌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이러한 움직임은 이미 오래 전부터 예상되어온 일이었다.

 

아베 총리는 초선 의원 시절부터 역사를 철저하게 왜곡해 왔고 젊은이들에게는 애국심을 강조했다. 이를 통해 과거의 일본, 국가 제일주의로, 아시아에서 미국과 대등한 힘을 갖고 과거의 영화와 번영을 다시 이루길 꿈꿔 왔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정권을 잡은 아베의 국가주의로 인해 지금의 우리는 경제 보복이라는 어두운 현실을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일본의 국가주의를 반대하는 그리스도인들은 여러 국가의 민족과 소수의 종교인들과 연대하고 대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더욱 절실히 느끼고 있다. 이들은 다시는 이러한 잘못된 국가 영웅주의에 취하지 않고 하루빨리 탈피하여 회개의 길을 걸을 수 있도록 기도하고 있다.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평화를 위해 아시아의 책임 있는 국가로서 한국과 일본은 서로 연대와 기도를 통해 하나가 되어야 한다. 일본교회의 역량이 부족하다면 한국교회가 함께 도와주고 힘을 보태 주는 형제적 연대가 필요하다.

 

아시아교회 공동체를 꿈꾸며 지금도 외롭고 힘든 복음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하느님의 모든 자녀들에게 사랑과 우정을 보낸다. 그리고 현대의 순교자적 삶을 살아가고 있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하느님의 축복이 함께 하시길 기도한다.

 

[가톨릭신문, 2019년 10월 6일, 이정윤 신부(의정부교구 지금동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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