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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교리
성령 강림 대축일, 성령은 어떤 분이신가

2495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0-06-01

성령 강림 대축일, 성령은 어떤 분이신가


주님이시며 생명을 주시는 진리의 영

 

 

베첼리오 티치아노의 ‘성령 강림’. 1570년 경 작품. 유화. 베네치아 구원의 성모성당.

 

 

31일은 주님 부활 대축일을 지낸 지 만 50일째 되는 날이다. 교회는 주님께서 부활하신 후 50일째 되는 이 날에 성령께서 사도들에게 강림하신 것(사도 2,1-13)을 기념해 ‘성령 강림 대축일’을 지낸다. 부활 제7주간이 끝나는 날인 이날은 주님께서 우리에게 성령을 부어 주심으로써 ‘그리스도의 파스카’를 완성하신다. 그래서 교회는 성령 강림 대축일로 ‘부활 시기’를 끝내고 다음 날부터 ‘연중 시기’로 들어간다.

 

삼위일체(三位一體)의 세 위격 가운데 성부(聖父) 하느님과 주님이신 성자(聖子) 예수 그리스도는 누구이신지 분명하다. 하지만 성령(聖靈)은 친숙하면서도 조금은 낯설다.

 

성령 강림 대축일을 맞아 모든 그리스도인이 주님 안에서 성령을 따르는 새로운 삶의 열매를 맺을 수 있길 희망하며, 성령께서 어떤 분이신지를 소개한다. 글은 「가톨릭교회 교리서」와 교황청 국제신학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박준양(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신부의 「성령론」(가톨릭대학교출판부) 내용을 중심으로 정리했다.

 

 

성령 강림

 

신약성경 사도행전 2장은 성령 강림 사건을 자세히 증언하고 있다. 성령 강림은 크게 네 가지 사건으로 전개된다. 때와 장소는 주님께서 부활하신 그해 오순절 날 예루살렘의 한 가옥 위층 방이다. 오순절은 유다인들이 이른 봄에 이집트 탈출을 기념하는 과월절 곧 파스카 축제를 지낸 뒤 50일째 되는 날로 봄보리와 밀 등 햇곡식을 거두어 하느님께 봉헌하는 감사제 날이다. 또 오순절은 이스라엘 백성이 시나이 산에서 하느님과 맺은 계약을 기념하는 날이기도 하다. 사도행전은 성령께서 강림한 장소를 명확히 밝히고 있지 않지만, 교회 전승은 시온 산에서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마지막 만찬을 했던 집의 위층 방이라고 전하고 있다.

 

주님의 어머니이신 마리아와 사도들은 주님 승천 사건 이후 자기들이 묵고 있던 이 집으로 돌아와 위층 방에서 한마음으로 기도에 전념하고 있었다. 그 방에는 120명가량이 성모님과 사도들과 함께 있었다. 이들은 유다 이스가리옷의 빈자리를 대신할 사도로 마티아를 제비뽑기로 선정했다.

 

성령께서는 오순절 날 이 방에 모인 모든 이에게 불혀 모양으로 강림하셨다. 성령으로 가득 찬 그들은 모두 성령께서 주시는 능력대로 각기 다른 언어들로 말하기 시작했다. 그때에 예루살렘에는 오순절 축제를 지내기 위해 세계 모든 나라에서 온 독실한 유다인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은 성령으로 가득 찬 주님의 제자들이 각기 자기 지방 말을 하는 것을 듣고는 놀라워했다.

 

베드로 사도 역시 성령으로 가득 차 예루살렘의 유다인들에게 “여러분이 십자가에 못 박아 죽인 예수님께서 부활하셨고, 하느님께서 그를 주님과 메시아로 삼으셨습니다”라고 설교한 후, 예수 그리스도와 성령의 이름으로 3000여 명에게 세례를 주며 첫 신자 공동체를 설립했다.

 

사도행전은 이처럼 성령께서 강림한 오순절이 바로 교회 설립일이며, 주님의 복음을 모든 민족에게 선포하는 성령의 사명이 바로 교회 안에서 성취된다는 것을 상기시켜주고 있다.

 

그래서 교회는 오순절에 성모님과 사도들에게 강림하신 성령은 이제 교회 안에 머무시며 교회를 거룩하게 하시고, 종말까지 하느님 백성인 교회를 이끌어 아버지 하느님께 인도하신다고 고백한다. (「가톨릭교회 교리서」 제747항 참조).

 

산 마르코 성당에 있는 작품 ‘성령 강림’. 베네치아.

 

 

성령은 어떤 분이신가


1. 성령은 생명을 주시는 하느님이시다.

 

성령은 성부와 성자와 본질이 같으신 하느님이시다. 성령은 성부 하느님의 영이시며, 성자 그리스도의 영이시다. 성령의 현존과 활동은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의 인간 구원 경륜 전체에서 이루어진다.

 

창조주이신 성부 하느님께서는 인간을 만드실 때 당신의 숨을 인간에게 불어넣으시어 생명을 주셨다. 그래서 욥은 “하느님의 영이 저를 만드시고 전능하신 분의 입김이 제게 생명을 주셨답니다”(욥 33,4)라고 고백한다. 또 시편 저자는 “당신께서 그들의 숨을 거두시면 그들은 죽어 먼지로 돌아갑니다. 당신의 숨을 내보내시면 그들은 창조되고 당신께서는 땅의 얼굴을 새롭게 하십니다”(시편 104,29-30)라고 찬미한다.

 

성령께서는 그리스도의 강생과 부활을 통해 인간에게 구원의 생명을 선물하신다. 예수님의 지상 삶에 동반했던 영과 부활하신 그리스도에 의해 주어진 영은 같은 성령이시기 때문이다. 그래서 구원은 성령을 통해 그리스도 안에서 실현된 하느님의 생명에 참여하는 것이다.

 

성령께서 인간에게 주시는 생명은 썩어 없어질 육적인 생명이 아니라 우리로 하여금 하느님의 자녀가 되게 하는 살아 있는 생명이다. 그 생명 안에 사는 이는 ‘사랑, 기쁨, 평화, 인내, 친절, 착함, 신용, 온유, 절제’(갈라 5,22-23)와 같은 성령의 열매를 얻을 수 있다.

 

그래서 교회는 “주님이시며 생명을 주시는 성령을 믿나이다. 성령께서는 성부와 성자에게서 발하시고, 성부와 성자와 더불어 영광을 흠숭을 받으신다”고 고백한다.(니케아-콘스탄니토폴리스 신경 참조)

 

2. 성령은 진리의 영이시다.

 

성령께서는 ‘진리의 영’이시다. 예수님께서는 “내가 아버지께 청하면, 아버지께서는 다른 보호자를 너희에게 보내시어, 영원히 너희와 함께 있도록 하실 것이다. 그분은 진리의 영이시다”(요한 14,16)라고 알려주셨다. 우리말로 ‘진리의 영’으로 옮겨진 성경 본문의 헬라어는 ‘파라클레토스’(παρακλητοs)이다. 파라클레토스는 진리의 영이라는 뜻뿐 아니라 보호자, 협력자, 인도자, 중재가, 위로자 등의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파라클레토스는 성령께서 하시는 다양한 역할을 잘 드러내 보여준다. “우리에게 생명의 힘을 주시는 파라클레토스 성령께서는 내가 불능의 상태에 빠져 있을 때에 ‘보호자’로서 나를 감싸 주시고 위험에서 보호하시며, 또한 내가 어려움에 빠져 도움이 필요한 순간에 나를 도와주시는 ‘협조자’이자 ‘협력자’이시다. 그분께서는 또한 내가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를 때, 그 방향조차 보이지 않는 순간에 나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시는 ‘인도자’이자 ‘안내자’이시다. 그리고 성령께서는 내가 억울한 일을 당해 위기의 순간 봉착했을 때 내가 모든 것을 고백해 말할 수 있는 ‘상담자’이시며, 또한 나를 위해 말씀해주시는 ‘변호자’이시다. 따라서 그분께서는 나를 격려하는 ‘지지자’이고 ‘옹호자’이며 ‘대변자’이신 것이다. 마지막으로 성령께서는 내가 슬픔과 두려움과 절망에 빠져 좌절해 있을 때 나를 위로해주시면서 나를 위해 탄식하고 대신 기도해주시는 ‘위로자’이시다.(박준양, 「성령론」 292쪽)

 

3. 성령은 교회의 영혼이시다.

 

성령께서는 교회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시고 인도하시는 ‘교회의 영혼’이시다.(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회칙 「생명을 주시는 주님」 참조)

 

그리스도인이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받아들이고 그분의 인격과 업적을 체험하는 것은 성령의 이끄심이다. 성령께서는 인간의 쇄신을 통해 구원을 현실로 이루는 분이시다. 따라서 그리스도께 구원을 받고 성령 안에서 새사람이 된 인간이야말로 삼위일체이신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존재이다.

 

그래서 성령께서는 교회 안에서 활동하실 뿐 아니라 교회의 경계를 넘어온 우주 안에서 활동하시면서 예수 그리스도의 강생과 생애와 죽음과 부활에 함께하신다. 이처럼 성령은 우리 모두를 하느님과 인간 사랑에 대한 열정으로 이끌어주는 분이다. 성령이 동반하지 않는 신앙은 빈 껍데기나 마찬가지다. 성령과 함께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거룩한 독서, 기도, 묵상, 성체조배, 미사와 같은 교회의 모든 신앙 행위를 통해 성령의 은총을 구해야 한다.

 

[가톨릭평화신문, 2020년 5월 31일, 리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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