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약] 다시 만난 신약 성경: 기적과 부르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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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44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6-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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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난 신약 성경] 기적과 부르심
지금쯤 ‘이렇게 진도를 나가면 언제 신약을 다 읽을까?’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이번 주까지만 이렇게 천천히 걸어갈 것 같습니다. 전체적인 계획이 없는 게 사실이긴 합니다. 교과서처럼 체계적으로 쓰지 않으려고 아무런 계획 없이 아무 책도 참고하지 않고 그냥 신약성경만 뒤적이며 쓰고 있습니다. 책갈피 사이에서 무엇인가 나타날 때까지 그냥 읽습니다. 어쨌든 오늘은 마태오 복음 8-10장입니다.
기적 이야기들이 나옵니다. 나병 환자를 깨끗하게 고치시고, 백인대장의 종을 멀리서도 고쳐주시고, 열병으로 누워 있는 베드로의 장모를 낫게 하십니다. 중풍병자를 치유하시고 야이로의 딸을 살아나게 하십니다. 눈먼 사람과 말 못 하는 사람도 고쳐주십니다. 이렇게 되면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을 따라다니는 게 당연할 것입니다. 낫기를 원하는 사람은 많습니다. 저녁이 되었을 때 사람들은 “마귀 들린 이들을 예수님께 많이 데리고 왔다.”(마태 8,16)라고 합니다.
지금도 이렇게 병자와 마귀 들린 이들을 고쳐주는 능력을 지닌 인물이 나타난다면,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 것입니다. 기도를 청하고 손길을 청하고 치유를 청할 것입니다. 그러면, 사람들은 모두 예수님을 환영하고 그분과 함께 있고 싶어 했을까요? 이 기적 이야기들 사이에 다른 색깔을 띤 이야기들이 등장합니다.
예수님은 나병 환자를 고쳐주시지만, 아무에게도 이 일을 말하지 말라고 하십니다. 기적 이야기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을 믿은 백인대장은 이방인이었기에, 그의 믿음을 칭찬하는 예수님의 말씀은 믿지 않은 유다인들에 대한 질책을 내포합니다. 예수님이 마귀들을 돼지 떼 속으로 보내시자, 그 고을 주민들은 예수님께 떠나가 주시기를 청합니다. 중풍 병자에게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9,2) 하시자, 율법 학자들은 속으로 예수님이 하느님을 모독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적들만으로도 이미 예수님은 사람들을 평온하게 두지 않으십니다. 믿을 것인가 말 것인가, 결단해야 합니다.
그리고 믿으려는 사람들을 예수님은 다시 흔들어 놓으십니다. 그분을 따르겠다고 나서도 “사람의 아들은 머리를 기댈 곳조차 없다.”(8,20)라고 하시고, 아버지의 장사를 지내는 일조차 허락하지 않으십니다. 제자들을 불러 파견하실 때는, 금도 은도 구리 돈도 신발도 지팡이도 지니지 말라고 하십니다. 심지어 사람들이 당신 제자들을 의회에 넘기고 회당에서 채찍질 하리라고까지 말씀하십니다.
따라나서시겠습니까? 기적만 보고 쉽게 따라가려 했다면, 다시 잘 생각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지 않는 사람도 나에게 합당하지 않다”(10,38). 스승이 당하신 박해와 미움을 생각하지 않고 그 거부를 생각하지 않고 따라나선다면, 곧 후회하게 될 것입니다. 어떻게 할까요? 귀를 막을까요? 마태오 복음 9장에는 예수님께서 세리 마태오를 부르시는 장면이 나옵니다. 마태오는 “일어나”(9,9) 그분을 따라갑니다. 복음이 우리 귀에 들어왔다면, 우리가 마태오 복음을 읽고 있다면, 그대로 앉아 있을 수 없습니다. 우리에게 들려오는 말씀은 우리에게 결단을 요구합니다.
* 안소근 실비아 수녀 : 성도미니코 선교수녀회, 저서 「이사야서」 「이사야서 쉽게 읽기」 「예레미야서 쉽게 읽기」 「구약의 역사설화」 등.
[2026년 1월 11일(가해) 주님 세례 축일 의정부주보 2면, 안소근 실비아 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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