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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자료
[성경] 성경에서 씻는다의 의미는 무엇일까?

8958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5-12-03

[성경 이야기] 성경에서 "씻는다”의 의미는 무엇일까?

 

 

어린시절 우리집 앞에는 공중목욕탕이 있었다. 주말 아침이 되면 삼삼오오 목욕바구니를 들고 목욕탕으로 들어가는 사람들과, 추운 겨울날 목욕을 마친 여성들이 머리에 수건을 두르고 하얀 김을 뿜으며 종종걸음치는 풍경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아버지가 동생과 나를 데리고 목욕탕에 가실 때면 먼저 비눗물로 씻게 하고 곧바로 커다란 뜨거운 탕에 들어가 한참을 앉아있게 하셨다. 온몸이 벌겋게 된 채 탕에서 나오면 아버지는 이탈리아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빳빳한 이태리 타올로 등을 박박 밀어주셨다. 어떤 아저씨는 온탕과 냉탕을 오가며 아흐! 하고 연신 비명을 지르기도 했고, 뜨거운 탕에 큰 대(大)로 기대 누워 느릿느릿 창(唱)을 부르는 할아버지도 있었다.

 

목욕은 동물의 본능적인 습성인 동시에 인류의 문화이기도 하다. 인간이 목욕하는 방식은 시대와 문화권에 따라 계속해서 변화되었다. ‘씻는다’는 행위는 위생 관리, 공중 위생, 종교 의식, 속죄 행위 등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으며, 시대와 문화를 반영하며 변화했다.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목욕 문화는 단순한 청결을 넘어 사회적, 문화적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고대 문명에서 목욕은 종교적 정화 의식이나 신체적 건강과 관련이 깊었다. 고대 이집트, 그리스, 로마 등에서는 목욕 문화가 발달했으며, 공중 목욕탕이 중요한 사회적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중세 시대에는 위생 관념의 변화와 종교적 영향으로 목욕 문화가 위축되기도 했다. 하지만 수도원 등에서는 청결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했기에 목욕이 지속되었다.

 

근대에 들어서면서 위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공중 보건 개념이 확산되면서 목욕 문화가 다시 활성화되었다. 특히 유럽에서는 공중 목욕탕이 위생 개선과 사회적 교류의 장소로 중요한 역할을 했다. 현대에는 개인위생 관리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목욕 문화가 일상화되었다. 다양한 형태의 목욕 시설과 용품이 개발되었고, 목욕은 건강 관리, 스트레스 해소, 미용 등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되었다. (출처: 나무위키)

 

씻는다는 것은 이처럼 사회 문화적, 종교적 의미를 담고 있고, 성경에서도 자주 표현된다. 물이 귀한 유목민 사회에서 목욕은 부정을 씻는 강렬한 상징이 되었다. 또한 손을 물로 씻으면 액운과 함께 죄를 씻어낸다고 여겼다. 그래서 이집트나 그리스, 로마의 신전 입구에는 손을 씻는 물그릇이 놓여 있었다. 후에 이 관습은 성수를 뿌리는 예식으로 바뀌게 되는데 이 예식 역시 정신의 정화와 세례를 상징한다.

 

그리스도교에서 세례(洗禮)는 성부, 성자, 성령의 이름으로 물로 씻는 예식으로, 신앙을 고백하고 기독교 공동체에 입문하는 예식이다. 유다교의 정결 의식에서 유래했지만, 초대교회부터 중요한 의식으로 자리 잡았다.

 

세례는 그리스어 동사 ‘밥티조’(Βαπτιζω)에서 유래했다. 이 단어 의미는 ‘물에 담그다, 물로 씻다’는 뜻이다. 신약성경에서도 이 단어는 ‘물에 담그다’와 ‘물로 씻다'의 의미로 사용한다. 성경에서 물로 씻는 행위는 깨끗하게 하는 더러움을 깨끗하게 하는 정화(淨化)의 의미를 지닌다. 정결한 사람만이 하느님께 나아가는 것이 허용된다.

 

“그들이 만남의 천막으로 들어갈 때, 물로 씻어야 죽지 않는다. 그들이 예식을 거행하려고, 곧 주님에게 화제물을 살라 바치려고 제단에 다가갈 때에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손과 발을 씻어야 죽지 않는다. 이는 그와 그의 후손이 대대로 지켜야 할 영원한 규정이다.”(탈출 30,20-21)

 

세례 중 몸을 씻는다는 행위는 죄에서 깨끗해지는 상징적 행위이다.

 

“예루살렘아, 네가 구원받을 수 있도록 네 마음에서 악을 깨끗이 씻어 내어라. 언제까지나 네 안에 악한 생각을 품어 두려느냐?”(에레 4,14)

 

또한 물로 씻는 행위는 치유로 작용하기도 한다. 나아만은 요르단 강에서 일곱 번 몸을 씻음으로써 나병에서 깨끗해졌다. “나아만은 하느님의 사람이 일러준 대로, 요르단 강에 내려가서 일곱 번 몸을 담갔다. 그러자 그는 어린아이 살처럼 새 살이 돋아 깨끗해졌다.”(2열왕 5,14)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예수님 제자들이 더러운 손으로, 곧 씻지 않은 손으로 음식을 먹는 것을 보았다. 물로 손을 씻지 않고서는 음식을 먹지 않았던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은 조상들의 전통을 따르지 않는다고 예수님을 비난한다. 예수님은 “사람 밖에서 몸 안으로 들어가 그를 더럽힐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오히려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이 그를 더럽힌다”고 지적한다. 율법의 씻는 행위에 대해 새로운 해석을 하신 셈이다(마르 7,1-23).

 

세례를 받는 신자는 그리스도와 함께 새 생명으로 부활하는 것을 상징한다. 사도 바오로에 의하면 물로 씻는 것은 그리스도와 함께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는 구원의 상징이 된다(로마 6,3-4). 초대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기도에 앞서 두 손을 씻었다. 손을 씻는 일은 교회에 들어올 때에도 일반적으로 행해졌던 관습이다. 그래서 큰 성당 앞뜰에는 수반이 놓여 있었다. 이 관습은 후에 성수를 뿌리는 정신의 정화와 세례의 기억을 상징하는 행위로 변화된다. 미사 때 봉헌 후에 사제가 손을 씻는 것은 사제가 죄를 씻고 정화된 손과 마음을 갖고 성찬례를 집전한다는 의미가 있다.

 

성경에 보면 빌라도가 군중의 소요를 피하려고 예수님을 십자가에 넘긴 후 군중 앞에서 물을 받아 손을 씻는 장면이 나온다(마태 27,24). 지금도 “손을 씻다”는 표현은 부정한 일이나 찜찜한 일에 대해 더는 관여치 않겠다는 의미로 널리 쓰인다.

 

사도 바오로는 세례를 받는 사람은 그리스도와 영적(靈的)으로 하나가 된다고 가르쳤다. “우리는 유다인이든 그리스인이든 종이든 자유인이든 모두 한 성령에서 세례를 받아 한 몸이 되었습니다. 또 모두 한 성령을 받아 마셨습니다.”(1코린 12,13) 즉 세례는 그리스도와 한 몸이 되며 다른 성사를 받을 수 있는 첫 성사로 자리잡는다.

 

세례를 받은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주님의 마지막 당부를 기억해야 한다.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 보라. 내가 세상 끝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 28,19-20)

 

세례는 그리스도 안에서 새 생명으로 태어나게 한다. 주님의 뜻에 따라, 우리는 세례를 통하여 영원한 생명에 들어간다. 우리도 매일 세수나 몸을 씻을 때마다 세례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면 좋겠다.

 

[평화가 넘치는 샘물(전국가톨릭경제인협의회 발행), 2025년 가을호(Vol. 35), 허영엽 마티아 신부(서울대교구 사목국 영성심리상담교육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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