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실

[전례 일반과 미사의 Q&A] (53) 세상을 떠난 이들을 위한 미사가 중요한 이유

본당에서 함께 지냈던 어느 교우분께서 선종하시면, 우리들은 빈소에 방문하여 연도를 바칩니다. 그리고 동시에 유가족을 위해 기도하고, 장례미사를 봉헌합니다. 이외에도, 평소에 본당에서 미사를 봉헌하면서, 교우들이 미사 지향을 넣은 미사 중에서 세상을 떠난 영혼들의 이름을 호명하며 함께 기억하곤 합니다. 이렇듯 우리는 신앙생활 안에서 자주 세상을 떠난 이들을 위해 기도하거나 미사를 봉헌합니다. 실제로 로마미사경본 총지침에도 이러한 미사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며 379항에서 385항까지 “죽은 이를 위한 미사”라는 이름으로 구체적인 의미와 방법에 대해서 명확한 전례 지침을 제시합니다. 오늘은 우리가 세상을 떠난 이들을 기억하며 봉헌하는 미사가 왜 중요한지, 로마 미사 경본 총지침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합니다. 로마 미사 경본 379항에는 세상을 떠난 이들을 위한 미사의 의미에 대해 설명합니다.

교회는 죽은 이를 위하여 그리스도의 파스카를 기념하는 성찬의 제사를 봉헌한다. 그리스도의 모든 지체는 서로 친교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어떤 지체를 위하여 영신의 도움을 청하는 것이 다른 지체에게는 위로와 희망을 가져다 준다.

세상을 떠난 이들을 위한 미사의 신학적 근거는 “모든 성인의 통공에 관한 교리”와 “하느님의 구원 계획에 있어서 인간의 협조에 관한 교리”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모든 사람은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는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구원의 잔치에 초대받습니다. 곧 살아 있는 이도 세상을 떠난 이도 모두 이 공동체의 일원입니다. 삶과 죽음을 뛰어넘는 그리스도의 희생 제사를 통하여 산 이와 죽은 이가 이 공동체 안에서 친교를 이룹니다. 그러므로 위령미사는 아직 살아 있는 이들이 먼저 세상을 떠난 이를 위해 하느님께서 기뻐하시는 제사를 그리스도와 함께 봉헌합니다. 미사는 파스카의 잔치입니다. 이 파스카는 모든 사람을 구원하기 위해서 외아들 그리스도를 희생하는 하느님 사랑의 표현입니다. 미사를 통해 산 이와 죽은 이를 파스카의 영원성으로 초대하는 분이 하느님이시기에, 산 이들이 봉헌하는 위령미사는 죽은 이를 위하여 의미 있는 제사가 됩니다. 특별히 세상을 떠났기에 하느님의 구원 계획을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연옥 영혼을 위해, 살아 있는 이들이 그리스도의 희생 제사를 봉헌하는 것이 위령미사입니다.

정리하자면, 하느님의 이름으로 모인 하나의 공동체, 곧 교회는 서로가 서로를 위해 기도를 해주는 거룩한 공동체이면서도 동시에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와 희망을 가져다주는 이들입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세상을 떠난 이들을 기억하고 그들의 영원한 평화와 안식을 위한 미사는 하느님의 자비와 성인들의 통공을 믿는 그리스도교 신앙의 중요한 실천사항입니다. 그래서 세상을 떠난 이들을 위해 봉헌하는 미사를 통해서 그들이 하느님 안에서 완전한 행복을 누리도록 돕고, 남아 있는 이들에게는 희망과 용기를 주며, 하느님의 구원 계획 안에서 서로의 영적 선익을 주고 받는다는 점에서 신앙의 아름다운 표현이자 기도이기도 합니다.

[2025년 11월 9일(다해) 라테라노 대성전 봉헌 축일(평신도 주일) 대전주보 3면, 윤진우 세례자요한 신부(세종도원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