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례] 아하~ 전례공간: 화해의 고해소와 찬미의 성가대석
-
2640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5-02-10
-
[아하~, ‘전례공간’] 화해의 고해소와 찬미의 성가대석
사제는 성사들을 거행하면서 많은 은총 체험을 합니다. 그 대표적인 성사로는 성체성사와 고해성사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고해성사에서 자비로우신 하느님을 드러내는 사제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검사처럼 판단하고 꼬치꼬치 캐묻지 말고, 인내로써 기다려주고, 친절한 말로 하느님 그리고 교회와 깊은 화해로 이끌어주라고 당부합니다. 고해소는 죄를 심문받고 그에 따른 벌이 정해지는 곳이 아니라 자비로운 하느님을 만나 용서와 화해가 이루어지는 기적의 장소지요.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근처의 몬세라트 수도원에는 13세기부터 시작된 세계 3대 소년합창단인 ‘에스꼴라니아’가 파스카 성삼일 전례에서 성가를 부르면 천상 잔치에서 찬미하는 천사들의 합창단이 연상됩니다. 이렇듯 성가대는 전례를 더욱 장엄하게 하며, 찬미와 찬양을 몸과 마음을 다해 바칠 수 있도록 이끌어줍니다.
성당의 전례 공간에서 제단에 있지는 않지만, 고해소에서 용서와 화해를 이룬 교우들은 천상의 천사 합창단을 연상시키는 성가대의 도움을 받아 주님께 찬미와 찬양을 드리지요.
‘고해성사’는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고해성사 예식 지침’ 1항은 그 기원을 예수님에게서 찾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죄를 버리고 온 마음을 다하여 주님께 돌아오라며(루카 15장) 사람들에게 회개를 권고하셨을 뿐만 아니라, 죄인들을 받아들여 하느님 아버지와 화해시켜 주셨습니다(루카 5,20.27-32; 7,48). 또한 병자들을 고쳐 주시어, 당신이 죄를 용서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음을 드러내 보이셨습니다(마태 9,2-8 참조).” 그리고 사도들로 이어진 교회는 주님께서 고해성사를 제정하셨음과 신자들이 세례받은 후에 악마에게 속하여 타락의 길로 빠진 경우에 그 죄를 용서받을 수 있다는 것을 확신했음을 130~140년 사이에 로마에서 저술된 헤르마스의 ‘목자’는 말합니다.
- 대전교구 합덕성당 고해소
‘고해소’는 어떻게 변천되었을까?
고해 방법과 고해 장소는 시대에 따라 바뀌어 왔습니다. 고해 장소만 고려했을 때, 자체 구조를 지닌 고해소가 생긴 14세기 전까지는 성당의 계단이나 주례석 등에서 사제의 얼굴을 보면서 성사를 드렸다고 전해집니다. 밀라노의 주교인 성 가롤로 보로메오가 1577년 발표한 ‘성당의 가구와 비품에 관한 훈령’에서 사제와 고백자 사이에 작은 구멍들이 있는 철제 칸막이가 있어야 한다는 규정 등이 생겼습니다. 후에 고백자가 무릎을 꿇고 있는 장궤틀이 있는 칸막이가 고정화되었고 오늘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현행 ‘고해성사 예식 지침’은 “고해소에 관한 규범은 주교회의에서 정하되, 고해자와 고해 사제 사이에 고정된 칸막이가 설치된 고해소를 개방된 장소에 늘 마련해 두어, 고해를 바라는 신자들이 자유로이 사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12항) 라고 말합니다.
다양한 신자들의 상황에 적응하는 고해소!
기본적으로는 고해의 비밀이 지켜질 수 있는 방음이 보장되고, 고해 신자의 유무를 확인할 수 있는 불투명 창이나 표시등이 필요합니다. 사목적 차원에서 평균수명 증가에 따른 고령 신자와 신체장애 신자, 그리고 면담식 고해를 원하는 신자 등의 요구에 적절한 고해소의 설치가 요청됩니다. 관절이 안 좋고 귀가 잘 들리지 않는 고령 신자를 위한 의자와 헤드셋 설치, 휠체어를 이용하는 신자를 위한 고해소 문과 공간 확장, 면담식 고해를 할 수 있도록 대면식 의자 배치 등이 고려된 고해소가 요구되고 있으며, 오랫동안 앉아있어야 하는 사제를 위한 냉난방과 공기순환 시스템과 공간 확보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성가대석의 본래 위치는 어디?
성가대석에 대해서 부아예(L.Bouyer)는 ‘건축과 전례’에서 “성가대석은 성가대원들과 그들이 전례 거행 중에 봉사하는 장소”라고 하며, “주 제대의 위치에 따라 제대의 앞이나 뒤로 위치가 변경”되었다고 합니다. 중세부터 성당에는 사제들이 전례를 거행하는 주된 공간인 제단과 회중석을 구분하는 낮은 난간(cancellus)이 생겼습니다. 이 제단 난간과 회중석 사이에 성직자나 수도자들이 전례 성가를 부르고 기도하는 자리를 마련했으며, 이 자리를 ‘성가대석’(chorus)이라고 했습니다.
수도원들이 발전하면서 수도원 성당 안의 한가운데에 놓인 성가대석은 하루종일 시간에 맞춰 성무일도로 하느님께 찬미를 드리는 장소가 되었습니다. 김광현 교수는 ‘성당, 빛의 성작’에서 “고딕 시기에 이르러 성직자와 수도자들은 앉거나 서서 성무일도를 노래로 불렀으므로 의자가 필수적이었다. 대부분의 성가대석에는 양편에 서로 마주 보는 긴 좌석들이 놓여 있었고 각 좌석 앞에는 책꽂이가 있었으며 개별 좌석은 팔걸이로 나뉜다.”라고 현재도 오랜 유럽의 성당들에서 볼 수 있는 성가대석에 대해서 잘 설명해 줍니다.
회중의 한 부분으로 전례 봉사 임무를 수행하는 성가대석!
현재의 성가대석은 과거처럼 장소가 고정되지 않고 ‘로마 미사 경본 총지침’의 “성가대도 모임을 이룬 신자 공동체의 한 부분이며 특별한 임무를 수행한다는 사실이 잘 드러나는 곳에 마련해야 한다.”(312항)라는 규정에 따라 다양하게 배치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 다만 성가대원들이 맡은 임무인 전례에서의 음악 봉사를 쉽게 수행하고 성체를 모시기에 편리하며, 미사에 완전하게 참여할 수 있는 장소에 배치되어야 합니다.
한국의 많은 성당이 성가대석을 2층에 배치하였는데, 사제 개인의 취향이 아닌 교회의 규정에서 제시하는 기준을 참고하여 새로 건설되는 성당에서의 성가대석은 전례 정신이 실현되는 방식으로 배치되길 바랍니다. 또한 다른 공간들처럼, 오르간과 음향 스피커의 설치 장소에 대해서 성당 건축 설계를 할 때부터 고민해야 전례를 위해 공간인 성당이 제 기능을 합니다.
성당 건축을 할 때 대개 재정과 수용인원을 가장 우선적인 고려 대상으로 삼지만, 건립될 성당에서 교회 공동체가 무엇을 하러 모이는가? 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깊은 성찰이 우선되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하느님의 집이며 동시에 하느님 백성의 집이기도 한 성당이라는 사실!
[성모님의 군단, 2024년 12월호, 윤종식 티모테오 신부(가톨릭대학교 교수)]
-
추천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