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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술ㅣ교회건축
복원, 미술의 시간을 되돌리다2: 밀레의 만종

1085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4-07-14

[김주삼의 복원, 미술의 시간을 되돌리다] (2) 밀레의 ‘만종’


뜬금없는 번역 ‘만종’, 작품 의미 가까운 ‘삼종기도’ 적합

 

 

- 칼침을 당한 작품의 손상 범위가 표시된 오르세미술관 상태조사서 흑백이미지<사진 위>와 복원을 거쳐 파리 오르세미술관에 전시되고 있는 밀레의 ‘만종’.

 

 

최근 서울주보 표지를 밀레의 ‘만종’이 장식했다. 너무 유명해서 따로 설명이 필요 없는 작품이다. 그런데 어려서부터 늘 의문이었던 점은 작품 제목인 ‘만종’의 의미였다. 사전적으로는 절이나 교회의 저녁 종으로, 일본인들이 번역하여 붙인 제목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만종’이란 단어를 달리 접해 본 기억이 없다. 더구나 원제목이 ‘L’Angélus’ 즉 ‘천사’임을 고려할 때 ‘만종’이란 번역이 좀 뜬금없다는 생각이 든다. 원래 ‘천사’로 제목이 정해진 이유는 삼종기도 때 “주님의 천사가 마리아께 아뢰니”라는 프랑스 삼종기도문 즉 “L’ange du Seigneur apporta l’annoce á Marie”의 첫 단어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제목을 ‘만종’이나 ‘천사’보다 이 작품의 의미에 가깝게 ‘삼종기도’로 바꾸었으면 어떨까 하는 바람이다.

 

작품 제작 당시 프랑스에서는 대부분 농업에 종사했고 가톨릭 신앙인이었기 때문에 작품성과 더불어 소재적으로도 공감대를 형성하여 폭발적 인기를 누렸다. 일각에서는 19세기 최고의 명작으로 손꼽기도 한다. 그 후 프랑스는 물론이고 국제적으로도 사랑받았다. 박수근 화백에게 화가의 꿈을 키워준 작품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이 더 유명해진 것은 두 건의 사건 때문이다. 첫 번째는 스페인의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가 어린 시절 이 작품을 보고 젊은 부부가 죽은 자신의 아기를 매장하고 추모하는 모습으로 보여 기겁했다는 에피소드다. 부부 사이에 놓인 감자 바구니가 실상은 아기의 시신이었다는 극단의 상상력이었다. 그런데 그 후 작품에 대한 엑스선 촬영으로 바구니 밑에 나무 상자로 추정되는 형상이 보여 그의 주장이 힘을 받게 되었고, 실제로 현재까지 많은 사람이 그의 주장을 믿고 있다.

 

2007년 이 작품이 국내에서 열린 ‘오르세미술관전’을 위해 서울에 왔을 때 필자는 작품의 상태 점검 및 전시 자문으로 관여했다. 이때 오르세미술관의 수석 학예연구원인 카롤린 마티유씨에게 달리의 주장에 대해 물은 적이 있다. 그녀는 달리의 의견에 전혀 동의하지 않았으며, 엑스선 상의 상자 형체에 대해서도 당시에 감자는 나무상자에 담는 것이 일반적이라 작가가 최종적으로 바구니로 고쳐 그린 것이라고 일축했다. 두 번째 사건은 1932년 이 작품에 가해진 칼침 테러다. 이러한 만행을 반달리즘이라고 하는데, 대략 15호 정도인 아담한 크기의 작품이 7번의 칼질에 의해 반 정도가 찢긴 사건은 충격적이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이후 작품의 이름값은 더 높아졌다. 당연히 당대 최고의 복원가들이 찢긴 캔버스에 대한 접합과 배접, 손실된 물감층에 대한 메움, 색맞춤을 통해 성공적으로 복원했고, 작품은 여전히 파리 오르세미술관에 전시되고 있다.

 

이런저런 이유를 떠나 이 작품이 지금까지 최고의 명화 중 하나로 평가받는 것은 밀레 특유의 독특한 화법에서 우러나오는 조형적인 아름다움도 있지만, 무엇보다 고된 노동 중에 잠시 성당의 종소리에 삼종기도를 바치는 농부 부부의 숭고한 모습이 가톨릭 신앙인은 물론 비신자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주기 때문이 아닐까. 

 

[가톨릭평화신문, 2024년 7월 14일, 김주삼 루치아노(atr C&R 미술품보존복원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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