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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손길: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노숙인 야간 순회

219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3-10-01

[사랑의 손길]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노숙인 야간 순회


누군가에게는 더없이 혹독한 겨울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사업 실패로 공장이 문을 닫았고,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애를 썼지만, 결국 잘 안돼서…. 가족들 보기 미안해서 거리로 나왔는데, 이제는 다시 돌아갈 수도 없네.” 서울역 지하도 한켠, 추위로 굳어진 몸을 일으키며 말을 꺼내는 노숙인 기철(가명, 60대) 씨는 “지금은 괜찮지만, 한겨울이 되면 추워서 견딜 수가 없어.”라며 동상으로 손가락, 발가락이 터지면 스카치테이프로 꽁꽁 동여맨다고 말합니다. 차가운 냉기에 안 아픈 곳이 없지만 추운 몸을 녹일 수 있는 밥 한 끼, 바셀린 하나 살 수 있는 돈을 구하기 위해 헤진 옷을 추슬러 다시 거리로 나섭니다.

 

노숙인 순회 봉사를 하고 있는 스테파노 씨는 10년 전, 그날의 기억이 생생합니다. 비바람이 심하던 겨울날, 시청 앞을 지나가다 비에 젖은 종이상자 안에 몸을 한껏 웅크린 채 떨고 있는 한 사람을 보았습니다. 급한 걸음에 우의 몇 벌과 빵을 사다 주고는 돌아섰지만, 그 모습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고, 그날 이후로 이들을 돕는 활동에 나서게 되었습니다. “어떤 삶을 살아왔든 하느님의 귀한 자녀인데, 거리 위에서 한 생명이 꺼져가는 모습을 모른 척할 수 없었습니다.”라고 합니다.

 

빠르게 발전하는 세상이지만, 우리 곁에는 여전히 한겨울 꽁꽁 얼어버린 들판처럼 녹록지 않은 현실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특히 차가운 거리 위 노숙인들은 한 몸 편히 누울 공간의 부재(不在)보다도 사회의 혐오 어린 시선과 차가운 냉대로 더욱 힘든 겨울을 맞이하게 됩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공사 현장에서 일해 번 돈으로 밥은 굶지 않고 살았는데, 허리와 무릎을 다친 이후로 거리로 나오게 되었다는 영범(가명, 50대) 씨는 도움받는 것을 무척이나 미안해하십니다. 매번 감사함을 표시하고, “내가 거리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언젠간 꼭 나보다 가난하고 힘든 사람들을 도우며 살고 싶어요.”라고 이야기 하십니다. 본인보다 더 힘들고 나이 든 노숙인들을 챙기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서울가톨릭복지회는 노숙인들의 동사(凍死) 방지를 위해 2001년부터 ‘동절기 노숙인 야간 순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물품 지원을 넘어 정서 지원과 의료상담까지 봉사 영역을 확대해 매주 월요일마다 노숙인분들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지원의 사각지대에서 고통스럽게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노숙인들이 늘어가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겨울, 거리의 노숙인에게 혹독한 계절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우리가 편견을 내려놓고 연민의 마음으로 함께 한다면 누군가는 더 이상 젖은 종이상자 안에서 잠을 청하지 않아도 되고,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을 피해 숨지 않아도 되는 삶이 가능해질 것입니다. 모든 인간은 존중받아야 할 소중한 생명이고, 소외되지 말아야 할 우리의 이웃입니다. 교우 여러분들의 관심과 사랑으로 거리 위 노숙인들이 이번 겨울을 따뜻하게 지내면 좋겠습니다.

 

후원 계좌 : 우리은행 1005-004-429455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2023년 9월 30일~11월 3일까지 위의 계좌로 후원해 주시는 후원금은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노숙인 야간 순회’를 위해 씁니다.

 

[2023년 10월 1일(가해) 연중 제26주일 서울주보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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