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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첸시오회
평신도사도직단체를 찾아서: 성 빈첸시오 아 바오로회

44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18-04-30

[평신도 희년] 평신도사도직단체를 찾아서 (2) 성 빈첸시오 아 바오로회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며 행동으로 복음 실천

 

 

한국교회에서 가장 긴 역사를 간직한 평신도 사도직 단체. 개인의 신심 고양을 넘어서 우리 사회 곳곳에 그리스도의 향기를 전하는 평신도 사도직 단체. 바로 복자 프레드릭 오자남이 설립한 성 빈첸시오 아 바오로회(이하 빈첸시오회)다. 교회 안에서 평신도 사도직이 활성화된 것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1962~1965) 이후지만, 빈첸시오회는 그보다 100년도 더 전인 1833년 설립돼 오늘날까지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가난한 이웃에게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는 빈첸시오회를 찾아가봤다.

 

 

가난한 이들의 고통을 마주하는 사도직

 

“어머니, 용기 잃지 마세요.”

 

“자꾸 받아서…. 해드린 것도 없는데….” 

 

수원 지동의 한 주택. 수원교구 지동본당(주임 양기석 신부) 빈첸시오회 최복례(스텔라·70) 회장이 이순자(가명·71)씨의 손을 잡으며 위로하자 이씨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눈앞이 캄캄한 순간 살아갈 수 있게 해준 빈첸시오회의 후원이었다. 하지만 그런 후원보다도 더 고마웠던 것은 늘 잊지 않고 찾아와주는 사람들의 손길이었다. 이씨는 정기적으로 자신을 찾아와 어려움이 없는지 살펴주고 자신을 위해 기도해주는 회원들의 손길에 눈물을 감출 수가 없다.

 

가난한 이들 안에서 하느님을 찾고 평생 가난한 이들을 섬기며 살았던 빈첸시오 드 폴 성인. 그 영성을 따라 살아가는 평신도들이 바로 빈첸시오회 회원들이다. 회원들의 영성은 글이나 기도가 아닌 그들의 활동에서 만날 수 있었다.

 

지동본당 빈첸시오회 회원들은 매주 20여 곳의 가정을 방문하고 있다. 각각 독거노인, 한부모가정, 다문화가정, 환자가정, 조손가정, 그룹홈, 미혼모 등 경제적·사회적으로 도움의 손길을 받지 못하는 가정들이다. 회원들의 활동은 단순히 ‘후원’이나 ‘자선’에 그치지 않는다. 반드시 그 가정을 직접 찾아가 그들이 어떤 고통을 겪는지 보고, 듣고, 살핀다. 그렇게 가난한 이들의 고통을 마주하는 것이 빈첸시오회 활동의 가장 큰 특징이다.

 

 

희망으로 섬기는 사람들

 

“어머니, 저 이제 그만 도와주세요. 저 취직했어요.”

 

베트남에서 온 뚜잉(가명·36)씨가 최복례 회장에게 말했다. 자신이 그랬듯이 자신 대신 또 다른 어려운 사람이 희망을 얻고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것이었다. 결혼이주를 했지만 남편의 폭력을 피해 아이를 데리고 도망 나온 그녀였다. 폭행을 당하고 마음의 상처를 받으면서 사람을 기피하게 된 뚜잉씨는 수차례에 걸친 최 회장의 방문에도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자신이 먼저 최 회장을 ‘어머니’라 부르며 따른다.

 

최 회장은 “방문하던 분들이 다시 삶의 자리를 찾아갈 때 느끼는 보람은 그 어떤 봉사에서도 느낄 수 없는 보람”이라면서 “활동하면서 어려움도 많지만 그런 순간이 오면 고생은 아무것도 아니”라면서 함박미소를 보였다.

 

최 회장은 “방문가정의 대부분이 우울증, 대인기피증에 시달려 처음에는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가난한 이들이 돈보다도 사람들에게 더 상처를 많이 받았기 때문이다. 회원들은 문을 열어줄 때까지 몇 번이고 찾아간다. 회원들이 여는 문은 단순히 대문이 아니라 가난한 이들의 ‘마음의 문’이었다.

 

가족동반자살을 시도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던 김동욱(가명·48)씨는 “처음에는 너무 아프고 힘들어서 누군가 찾아오는 것 자체가 불편했는데, 늘 챙겨주시고 도움을 주시는 회원분들을 만나면서 밝게 살 수 있는 힘을 얻었다”면서 “새로 태어나는 마음으로 열심히 살고 싶다는 마음을 들게 해주셨다”고 말했다.

 

 

빈첸시오 드 폴 성인의 정신을 따라

 

회원들은 매주일 오전 10시30분 지동성당 지하회의실에서 회합을 한다. 회합 중에는 주중에 방문한 가정에 어떤 도움이 필요할지, 후원금을 마련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할지 등 사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꼭 빠트리지 않는 것이 ‘영적독서’다. 특히 설립자인 복자 프레드릭 오자남과 성 빈첸시오 드 폴의 영성을 담은 교본을 읽고 나누고 묵상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정기적으로 피정과 성지순례 등도 마련해 각 회원들의 신심을 고양하는 데 힘쓴다.

 

지난해 12월 회원으로 활동하기 시작한 박형우(아우구스티노·40)씨는 “말뿐이 아니라 행동으로 신앙이 드러나는 삶을 살고 싶어서 빈첸시오회에 들어왔다”면서 “직접 도움이 필요한 분들을 찾아다니는 활동이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정말 큰 보람을 체험하고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가톨릭신문, 2018년 4월 1일, 이승훈 기자]

 

 

[인터뷰] 성 빈첸시오 아 바오로회 한국이사회 이충원 회장


“예수님의 손과 발이 되어 소외된 이웃에 희망 전해”

 

 

“빈첸시오회는 예수님의 손과 발이 되어 우리 사회의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들에게 내일에 대한 희망을 전하고 있습니다. 바로 복음을 행동으로 실천하고 있는 것이지요.”

 

빈첸시오회는 ‘세상의 복음화’와 ‘복음적 삶을 실천하는 행위’로 공동선에 대한 예수 그리스도의 부르심에 응답하고 있다. 성 빈첸시오 아 바오로회 한국이사회 이충원 회장은 “가난한 이웃들 안에서 하느님을 만나는 것이 빈첸시오회의 활동”이라면서 “기도를 통해 회원 스스로 자신을 성화하고 하느님을 대신해서 가난한 사람들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1833년 설립된 복자 프레드릭 오자남과 동료들이 설립한 평신도 사도직 단체인 빈첸시오회는 빈첸시오 드 폴 성인의 정신을 이어받아 우리 사회의 고통받고 소외된 이들을 섬기고 있다. 

 

성 빈첸시오 드 폴은 가난한 이들에 대한 우선적 선택을 강조했다. ‘가난한 이웃들에서 그리스도를 보고, 그리스도 안에서 가난한 이를 본다’는 것이 성인의 영성이다. 이 회장은 “빈첸시오회 회원들은 성 빈첸시오 드 폴과 ‘가난한 이들에게 다가가 하느님을 기쁘게 하라’는 설립자 복자 프레드릭 오자남의 가르침을 따라 가난한 이들과 연대하며 형제애를 나누고 있다”면서 “하느님의 사랑을 우리 사회에서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것이 빈첸시오회의 사명”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한국 평신도 희년’을 보내고 있는 빈첸시오회의 감회는 남다르다. 빈첸시오회는 평신도가 자발적으로 시작한 단체이기 때문이다. 

 

한국 빈첸시오회는 1955년 청주교구 교현동본당에 처음으로 ‘협의회’가 설립되면서 시작됐다. 빈첸시오회는 본당 단위의 협의회와 교구 이사회, 국가이사회로 조직된다. 1963년 청주교구에 최초의 이사회가 생겼으며, 1975년에는 전국이사회(현 한국이사회)가 창립돼 각 교구 이사회를 총괄하고 있다. 

 

2017년 말 기준 631개 협의회와 15개 교구 이사회가 조직돼 있으며, 7437명의 활동회원과 4만700명의 후원회원이 가난한 이웃을 위한 생활비·의료비·학자금을 지원하고, 극빈 환자 간병, 무료 급식소와 양로원 운영 등을 맡고 있다. 지난해 한국 빈첸시오회의 활동 건수는 23만6000여 건이다. 한 달에 2만여 가구가 빈첸시오회의 도움을 받는 셈이다.

 

올해는 또한 국가이사회 사업으로 ‘고독사 예방운동’을 펼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홀로 어렵게 사는 이웃들을 방문해 이들이 혼자서 쓸쓸히 죽음을 맞이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주요 활동이다. 빈첸시오회 세계총이사회가 추진하고 있는 미얀마와 시리아의 난민 구호사업에도 적극 참여할 계획이다.

 

특히 이 회장은 평신도 희년을 맞아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돕기 위해 다양한 평신도단체들이 연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는 이웃을 위해 제단체들이 형제애로 연대하면 더 큰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들을 위한 빈첸시오회의 활동에 많은 지원과 참여를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가톨릭신문, 2018년 4월 1일, 최용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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