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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콜라레ㅣMBW
평신도가 뛴다: 포콜라레(Focolare)

9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16-11-30

[평신도가 뛴다] 포콜라레(Focolare)

 

 

가을호에 소개할 평신도 단체는 마리아 사업회입니다. 남자 대표와 언론 담당자와 인터뷰하면서 무엇보다 포콜라레 운동 창설자인 키아라 루빅 여사에 대해 공부하게 됐는데, 마치 세계사 속의 인물을 마주하는 것 같아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특히 키아라 여사가 포콜라레 운동을 통해 나눔의 경제(EoC)를 전파하고, 이를 실천하는 기업이 우리 주변에 있다는 것에 감동받았습니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더니, 급작스레 가을로 접어들었습니다. 푸른 하늘과 함께 키아라 루빅 여사의 역사 속으로 함께 빠져보시는 건 어떨까요.

 

 

Q. 포콜라레 운동을 간단히 소개해 주세요.

 

포콜라레 운동(Focolare Movement)은 전 세계 182개국에 전파돼 600만 명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가톨릭 영성운동입니다. 포콜라레 운동은 예수님의 말씀에 따라, 모든 사람을 차별하지 않고, 사랑하고, 이웃과 하나가 되는 정신을 실생활에서 실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포콜라레는 이탈리아어로 ‘벽난로’라는 뜻으로 가족들이 단란하게 모여 앉는 장소를 의미합니다. 이 운동의 초창기에 사람들이 포콜라레 공동체에서 벽난로 주변에 모인 것처럼 마음이 따스해지고 사랑할 수 있는 힘을 얻는다고 해서 붙여준 이름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3년 이탈리아 북부 도시 트렌토에 살던 여대생 키아라 루빅(Chiara Lubich)이 몇몇 처녀들과 함께 공동체 생활을 하며 펼친 이 운동은 ‘마리아 사업회’(Work of Mary)라는 공식 명칭으로 교황청에 등록됐습니다. 국제적인 평신도 사도직 단체로 성장해 1950년대 유럽과 북·남미 지역으로 운동이 확산됐습니다.

 

 

Q. 이후 포콜라레 운동은 어떻게 전개됐고, 우리나라에는 언제 알려지게 됐나요?

 

1962년 교황청이 공식 인준한 포콜라레 운동에는 평신도와 사제, 수도자 등 남녀노소가 신분과 상관없이 참여하게 됩니다. 특히 교회 일치 운동과 종교 간의 대화에 앞장선 포콜라레 회원 가운데 10여 명에 대해 가톨릭교회가 시복시성 절차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포콜라레 운동은 현재 테러리즘과 종교 간 갈등, 양극화와 문화 간 충돌로 얼룩진 세계를 대화와 상호이해, 화해와 일치를 이루도록 하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지난 1969년 한국에 첫 포콜라레 본부를 설립했으며, 전국에 7개 공동체가 활동 중입니다. 이후 해마다 3박 4일가량의 여름 마리아폴리를 개최해 포콜라레 운동을 국내로 확산했습니다. 현재 지난 2003년부터 매월 한 차례, 이주 노동자와 북한이탈주민들을 위한 무료 진료소인 ‘행복마을’을 운영 중입니다.

 

 

Q. 한국 포콜라레 운동인 ‘행복마을’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행복마을은 매월 첫째 일요일에 열리는 무료 진료소입니다. 경기도 수원 청명고등학교에서 열리는데, 이주노동자와 북한이탈주민들에게 진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초기에는 20여 명의 외국인 근로자들이 진료를 받았는데, 지금은 170명 이상이 매월 이곳을 찾아옵니다.

 

내과부터 치과, 이비인후과, 정신과, 정형외과, 가정의학과, 산부인과 진료 이외에도 쌀과 옷가지 등 생필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형편이 어려운 이주민들을 위해 미용실과 한글교실도 운영하며, 어린이 돌보기와 한국놀이 체험하기 등도 할 수 있습니다. 이주노동자들의 국적은 필리핀,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네팔, 몽골, 우즈베키스탄 등 다양합니다.

 

행복마을에 한 번 방문한 이주노동자들은 동료들을 데리고 오기도 하고, 북한이탈주민도 평균 50명가량 행복마을을 찾고 있습니다. 행복마을에는 수원 청명고등학교의 학부모 봉사단과 학생 봉사단도 매월 함께하고 있는데요. 서로 함께 도우며, 즐겁게 봉사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수원 청명고등학교 외에 지난 2008년부터 경산 진량중학교에서도 매월 셋째 주 일요일에 대구 행복마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Q. 해마다 마리아폴리를 연다고 하는데, 어떤 행사인가요?

 

마리아폴리는 ‘마리아의 도시’라는 뜻입니다. 연령과 신분, 종교에 관계없이 모든 계층의 사람들이 며칠 동안 함께 모여 복음적 사랑과 일치를 실천하는 집회인데, 쉽게 말해 ‘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참석한 이들은 자신의 삶이 근본적으로 변화돼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새로운 삶을 살고자 노력하게 되며 한 해 동안 참된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려고 노력하게 됩니다. 2016년 마리아 폴리는 “일치, 함께 가는 길”을 주제로 지난 7월과 8월 평창과 경주, 속리산 등지에서 4차례 열렸고, 각 차수마다 500~700명가량 참가했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온 참가자들은 마리아폴리 시민이 되어 경험담 나누기, 묵상, 노래, 각종 워크숍(연극, 포크댄스, 합창, 산책, 아동심리 포럼 등)에 참가했습니다. 저녁 시간에는 가족이나 친지들이 함께 야외 카페에 모여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기도 하며, 젊은이들은 별도로 친교와 대화의 모임을 갖기도 합니다.

 

 

Q. 포콜라레 운동을 통해 5가지 대화의 길을 발견했다고 하는데, 무엇인가요?

 

지난 60여 년 동안 포콜라레 운동은 일치의 영성을 구체화하기 위한 5가지 대화의 길을 발견 했습니다. 바로 ① 가톨릭 신자들 사이의 대화 ② 개신교 형제들과의 대화 ③ 타종교 신자들과의 대화 ④ 종교적 믿음이 없는 이들(무신론자)과의 대화 ⑤ 현대 사회문화와의 대화입니다.

 

먼저 가톨릭 신자들 사이의 대화는 지난 19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바티칸 성베드로광장에 모든 가톨릭교회 운동 단체들을 불러 모아 교회 역사 안에서 이들 카리스마의 역할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이 자리에서 포콜라레 운동의 창설자 키아라 루빅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게 가톨릭교회 운동 단체들 상호 간의 친교와 일치를 위해 봉사할 것을 약속했습니다. 이후 포콜라레 운동은 다른 운동 단체 대표들에 대한 방문과 초대, 공동행사 개최, 시설 공유 등 친교를 구체화하고, 수도회들과의 만남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교회에 속한 개신교 형제들과의 교류도 활발합니다. 현재 루터교, 개혁교회, 감리교회, 성공회, 그리스정교회 등 350여 개 교단에 속한 개신교 형제들이 세계 여러 곳에서 포콜라레 회원들과 함께 일치의 영성을 생활화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 이슬람, 불교, 유대교, 힌두교 등 종교와 문화가 다른 이들과 대화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모든 종교에는 “남이 너에게 해주기를 바라는 대로 남에게 해주어라.”는 ‘황금률’을 바탕으로 종교 간 갈등으로 증오와 폭력, 테러가 난무하는 현 시대의 평화의 씨앗을 심고자 합니다. 현재 이 운동에서는 타종교 신자들과의 대화를 위한 다양한 심포지엄이 열리고 있습니다.

 

또한 무신론자들, 즉 특정한 종교적 신념이 없는 이들과의 관계에서도 인류 공통의 보편가치에 대해 서로 존중하며 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했습니다. 이들이 중시하는 인간의 권리에 대해서도 관심과 주의를 기울이고, 그들의 구체적인 노력에 진정한 존경심을 표하기도 했습니다. 이로써 예전에 교회와의 대화를 단절하고 거부하던 이들이, 교회의 모습을 새롭게 발견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대화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마지막 대화는 포콜라레 운동을 사회문화 분야로 전파하기 위해 시도된 것입니다. 이 영성에 바탕을 둔 학문연구를 통해 새로운 관점의 경제학, 사회학, 심리학, 수학, 물리학 이론 등을 제시해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대화를 시도하는 것인데요. 건축, 음악, 미술, 영화 등 예술 부문과 매스컴 분야에서도 대화가 진행 중입니다.

 

 

Q. 포콜라레 운동 안에는 여러 개의 대중운동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어떤 것인가요?

 

포콜라레 운동은 사회 각 부문에 복음의 혁신을 가져가고자 하는 새인류운동, 가정생활의 보호와 성화에 초점을 맞춘 새가정운동, 교회 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본당운동, 사제운동, 수도자운동 등이 있습니다. 또 대학생 이상 직장인 청년들이 참여할 수 있는 ‘일치된 세계를 위한 젊은이 운동’ 일명 ‘새젊은이운동’도 활동 중입니다.

 

사랑은 참으로 위대합니다. 가령, 누군가 주변의 사람들을 사랑하기 시작하면, 그 사랑은 얼마 안 가 서로 간의 사랑으로 변합니다. 그리고 점차 이 사랑은 모든 이를 사랑하는 보편적인 형제애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포콜라레 운동은 이 보편적인 형제애를 믿고 그 사랑의 불꽃을 세상 곳곳에 전파하려고 합니다. 인류가 한 가족으로 일치되기를 원하신 예수님의 기도 “아버지, 이 사람들이 모두 하나가 되게 하여 주십시오.”(요한 17,21)가 실현되는 그날까지 말입니다.

 

 

Q. 끝으로, 포콜라레 운동 안에는 빈부격차를 줄이기 위한 공유의 경제를 실천하고 있다는데, 어떤 것인가요?

 

‘공유경제 EoC(Economy of Communion)’는 포콜라레 운동 창설자 키아라 루빅 여사가 1991년 브라질 방문 당시, 상공에서 화려한 고층 건물을 둘러싼 파벨라스 빈민촌을 목격한 후 빈부격차 해소를 위해 새로운 경제 개념인 EoC를 기업인들에게 제안하면서 시작됐습니다.

 

기업 이윤 일부를 가난한 이들과 나누고, 나머지는 직원과 기업에 재투자하는 경영기법으로 나눔과 친교의 기업문화를 지향하는 것입니다.

 

EoC는 1943년에 창립한 포콜라레 운동이 1991년부터 써온 용어로,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와 ‘국가주의 공공복지 체계’의 실패하는 양면적 실패를 극복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최근 경제 관련 기사에 등장하는 ‘공유경제’(Sharing Economy, 생산된 제품을 여럿이 함께 공유해 사용하는 소비 경제)와는 전혀 다른 개념입니다.

 

EoC가 지향하는 본래 취지는 초대교회 그리스도인 정신을 경제 분야에 구현하자는 것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EoC를 실천하는 대표적인 기업은 ‘성심당’을 꼽을 수 있습니다. 성심당의 EoC 경영 기법은 매달 직원 한 명의 월급을 기부하면서 첫걸음을 내디뎠고, 이를 바탕으로 빵을 매개체로 가난한 이와 부자, 고객과 직원, 협력업체, 경쟁사 모두 보편적 형제애를 실천해야 할 대상으로 품었습니다. 성심당의 경영 이념은 “모든 이가 다 좋게 여기는 일을 하도록 하십시오.”이기도 합니다.

 

성심당은 분기별로 세전 이익의 15%를 성과 보수로 직원들에게 내어주고 있고, 성과보수 금액의 약 20%를 EoC 나눔 기금으로 내놓고 있습니다. 또 매달 81개의 사회복지 시설에 3,000여만 원 상당의 빵을 기부하고 있습니다. EoC이론을 경영에 도입한 사업체는 성심당을 비롯해 전 세계 811개(2015년 10월 기준)가 있으며, 이 중 유럽이 463개, 남미 220개, 아시아에 18개가 있습니다.

 

[평신도, 2016년 가을호(VOL.53), 대담 · 정리 권지영 데레사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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