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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신학ㅣ사회윤리

[사회] 인공 지능 시대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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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0-03-21 ㅣ No.1720

[시대의 징표] 인공 지능 시대와 사람

 

 

인공 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이란 인간의 지적 능력을 기계로 구현하는 기술을 말한다. 정부는 2019년 12월 17일 ‘AI 국가 전략’을 발표하면서, 그 배경으로 두 가지 이유를 들었다.

 

첫째, 세계는 AI의 급속한 발전으로 산업과 사회 그리고 인간의 삶 전반에 걸친 거대한 문명사적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지난날 산업화 과정에서 기계가 인간의 육체노동을 대체했다면, 이제는 AI가 인간의 지적 기능도 수행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러, 산업과 사회 모든 영역에서 패러다임의 전환을 촉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그 변화의 속도와 폭은 앞으로 더 빨라지고 광범위해질 것으로 예상하여, 범국가 차원에서 철저히 준비해야 할 상황이다. 정부는 인공 지능 시대가 곧 닥칠 것이고 가까운 미래에 무언가 큰 변화가 생기리라 전망한다. 이는, 제4차 산업 혁명의 시대에 우리가 겪게 될 변화는 기존의 산업 혁명과 달리 기하급수적인 속도를 동반하리라는 클라우스 슈바프 세계 경제 포럼 회장의 예상과 일맥상통한다.

 

 

AI 활용 사례

 

국내에서 이미 선보인 AI 케어 로봇 ‘다솜이’는 어르신이 30분 이상 말이 없으면 먼저 말을 걸고, 다섯 시간 이상 움직임이 없으면 보호자나 생활 관리사에게 자동 연결한다. AI 영어 교사는 영어 회화, 영어 퀴즈 출제, 학생별 말하기 점검 등 영어 교사의 수업을 보조한다. 온라인상에 유포된 불법 촬영물을 신속히 찾아 삭제하고, 인터넷 기사에 욕설이 담긴 댓글을 감지하여 자동으로 숨겨 주는 ‘클린 봇’도 활동 중이다.

 

올해 상용화될 예정인 3단계 자율 주행차는 제한된 자율 주행 단계로서, 특정 교통 환경에서 자동차가 모든 안전기능을 제어하고 교통 정보를 수집하면서 탑승자에게 신호를 보낸다. 또한 수술용 로봇에 인공 지능을 결합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어서 곧 인공 지능 수술 로봇이 외과 의사를 대신할 수 있으리라 예상한다. 이렇듯 다양한 분야에서 AI는 우리 생활에 어느새 깊이 스며들었다.

 

한편 AI를 사용한 무기 체계가 자율적으로 공격 목표를 선택하고 공격하는 기술이 발전함으로써 ‘킬러 로봇’이 개발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섹스 로봇’은 상업적 성공이 거의 확실해 보이며 인공 지능, 바이오 소재, 로봇 공학, 의료 기기 기술 등이 융합하면서 그 기능이 계속 진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사람들에게 왜곡된 성 인식을 심어 줄 뿐만 아니라 인간 배우자를 대체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게 되었다.

 

 

패러다임 전환과 사람 중심의 AI 실현

 

AI가 단순한 기술 차원을 넘어 인문, 사회 등 모든 영역에 걸친 패러다임의 전환을 불러오면서, 이에 대한 긍정과 부정적 시각이 동시에 뒤따른다. 곧 AI 시대의 도래가 인류에게 순기능을 가져오리라는 희망찬 전망과 함께 돌이킬 수 없는 역기능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가 엇갈린다.

 

먼저, AI는 일자리 구조에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킬 것이다. 단순 반복 업무는 자동화되고 창의적인 업무 위주로 일자리가 생겨나는 등 직무 변화와 일자리 이동이 가속화되기 때문이다.

 

또한 AI의 확산은 편리한 맞춤형 서비스 제공과 범죄 대응, 노인 돌봄 등과 같이, 사회 문제 해결에 이바지하면서 삶의 편의를 높일 것이다. 반면 구제도와 신기술 사이에 틈이 생겨 새로운 혁신 서비스를 두고 이해관계 집단끼리 갈등을 빚을 수 있다. 나아가 윤리적 경계를 허물려는 도전에 맞닥트리게 되어 현재의 윤리적 체계와 도전하는 체계 사이에 공백이 생겨날 수 있다.

 

한편, 정부는 AI의 혜택이 기술과 자본을 가진 계층에 집중되지 않고 모든 국민이 고루 누릴 수 있도록 일자리 안전망을 넓히고, AI 윤리를 세우는 등 사람 중심의 AI 시대를 구현할 정책을 강화하고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문제를 정부에게만 맡길 수는 없다. 정부 방침은 ‘선 허용-후 규제’의 기본방향 아래 AI 분야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 로드맵’(금지 항목 외 모두 허용)을 수립하는 등 AI 시대에 뒤지지 않는 데 주력하지만, 그 완화된 규제로 발생할 수 있는 법적 · 사회적 문제와 윤리적 · 인간학적 문제를 고려하여 대비책을 갖추어야 하기 때문이다.

 

AI 시대를 앞둔 지금 국가 · 사회적 차원의 대응 노력은 우리 자신뿐 아니라 미래 세대의 운명을 좌우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국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다면, 인공 지능 개발은 자유시장 경제 체제에 따른 경제 성장만을 위한 도구적 역할 수행에 치우칠 수 있다. 특히 경제 성장에 치우친 AI 실현은 우리에게 커다란 위기가 될 수 있다.

 

이에 대비하여, 기업은 사람의 가치가 가장 중요한 자산임을 깊이 인식하면서 근로자와 공생하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 더불어 국가 차원에서는 인공 지능 시대에도 주도적 역할은 사람에게 있음을 잊지 않게 하는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사목 헌장」에서 이렇게 강조한다. “경제 사회 생활에서도 인간의 존엄성과 그 온전한 소명, 사회 전체의 선익은 존중되고 증진되어야 한다. 인간이 모든 경제 사회 생활의 주체이며 중심이고 목적이기 때문이다”(63항).

 

* 최진일 마리아 - 생명윤리학 박사이자 서강대학교 신학연구소 선임 연구원으로 가톨릭대학교 생명대학원과 가톨릭교리신학원에 출강한다.

 

[경향잡지, 2020년 3월호, 최진일 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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