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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주요 쟁점과 교회 입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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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9-04-22 ㅣ No.1642

[태아 생명을 포기한 헌재]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 주요 쟁점과 교회 입장은?


여성과 태아 모두 지키는 ‘생명 존중’이 최우선 가치

 

 

헌법재판소가 낙태죄가 헌법에 불합치한다는 결정을 내린 4월 11일 오후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낙태죄 폐지를 반대하는 단체가 시위를 벌이고 있다.사진 성슬기 기자“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 헌법재판소(소장 유남석, 이하 헌재)는 4월 11일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했다. 헌재의 이 같은 결정에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간 상황이다. 국회는 내년 12월 31일까지 관련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 향후 국회에서 논의될 주요 쟁점과 이에 대한 교회의 입장을 정리했다.

 

 

결정가능기간

 

앞으로 국회에서는 ‘결정가능기간’을 놓고 공방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결정에서 헌법불합치 의견을 낸 유남석·서기석·이선애·이영진 재판관은 “태아가 모체를 떠난 상태에서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시점인 임신 22주 내외에 도달하기 전이면서 동시에 임신 유지와 출산 여부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보장되는 시기까지의 낙태에 대해서는 국가가 생명보호의 수단 및 정도를 달리 정할 수 있다”면서 수정란 착상 시부터 이 시기까지를 ‘결정가능기간’이라 한다고 밝혔다. ‘결정가능기간을 어떻게 정하고 결정가능기간의 종기를 언제까지로 할 것인지’ 등은 헌재가 밝힌 한계 내에서 입법기관인 국회의 판단에 맡겼다.

 

그러나 가톨릭교회는 기본적으로 태아가 수태되는 순간부터 인간으로 규정하고 있다. 헌재 결정이 나온 같은 날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위원장 이용훈 주교, 이하 생명윤리위)도 입장문을 발표하면서 “인간뿐만 아니라 살아 있는 모든 생명체의 가치를 생각하는 생태적 감수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이 시대에, 태아를 해치는 행위를 허용하는 헌재의 결정은 시대적 흐름에 어긋난다”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생명윤리위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임신과 출산을 여성 개인에게 떠넘긴 채, 임신한 여성을 위한 사회적 지지기반을 마련하려는 정책적·문화적 노력에 소홀했음을 인정하고 이를 깊이 성찰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위원장 염수정 추기경)도 4월 12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헌재는 이번 결정으로 수정되는 순간부터 인간의 생명이 갖고 있는 존엄성과 불가침성을 부정했다”고 비판했다. 임신 22주에 이르지 않은 모든 태아 생명의 불가침성을 부정하는 헌재의 결정은 ‘태아가 독자적 생존능력을 갖추었는지 여부를 그에 대한 낙태 허용의 판단 기준으로 삼을 수는 없다’고 명시했던 2012년의 결정을 뒤집는 것이며, ‘독자적 생존능력이 생명의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이 된다면 심각한 장애를 가진 이들이나 노인들과 같이 생존을 위해 더 많은 도움과 보호를 필요로 하는 이들의 존엄성도 훼손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사회적 · 경제적 사유

 

헌재는 현재 낙태 허용사유를 규정한 모자보건법 상에 사회적·경제적 사유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조합할 것인지도 국회의 판단에 맡겼다. 현행 모자보건법은 다양하고 광범위한 사회적·경제적 사유에 의한 낙태갈등 상황을 전혀 포섭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헌법불합치 의견을 낸 재판관 4명은 학업이나 직장생활 등 사회활동에 지장이 있는 경우, 소득이 충분하지 않거나 불안정한 경우, 상대 남성과 교제를 지속할 생각이 없거나 결혼 계획이 없는 경우, 혼인이 사실상 파탄에 이른 상태에서 배우자의 아이를 임신했음을 알게 된 경우, 결혼하지 않은 미성년자가 원치 않은 임신을 한 경우 등을 예로 들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교회는 깊은 유감을 표하고 있다. 교회는 세상 어떤 것보다 우선하는 것을 생명권으로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4월 15일 “생명은 다른 모든 것보다 우선적으로 보호돼야 하며 다른 권리들과 동등하게 바라볼 수 없다”는 내용의 사목교서를 발표했다. ‘인간 생명은 다수결로 결정될 수 없습니다’라는 제목의 이 교서에서 염 추기경은 “헌재의 결정은 태아의 생명권을 개인의 자기 결정권과 동등한 수준으로 바라보고 결국 태아의 생명권을 박탈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염 추기경은 “교회는 낙태를 사실상 합법화했던 모자보건법 14조 폐지를 위해 노력해 왔고 낙태 위험에 처해 있는 미혼모들과 태아들을 위한 미혼모자 시설, 보육원, 입양원 등을 각 교구와 수도원 차원에서 설립, 운영하고 있다”면서 “생명 존중을 위한 더 많은 활동과 도움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국회는 생명 중시한 법률 개정을, 교회와 사회는 생명 수호 운동을”

 

이번 헌재 결정을 두고 교회와 관련 단체에서는 태아를 포함한 생명의 존엄성과 여성을 포함한 인권 존중을 언급하며 국회에서 관련 입법 절차가 신중히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대교구는 4월 11일 교구 대변인 허영엽 신부 명의의 입장을 내고 “임신한 여성과 태아의 생명 모두를 지킬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 남자수도회·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회장 박현동 아빠스, 이하 남자장상협)도 4월 11일 성명서를 내고 “헌재의 결정은 자기 방어능력이 없는 가장 나약한 태아를 지켜주지 않은 잘못된 오판”이라면서 시민·종교 단체들에 “태아의 생명을 살리기 위한 동일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 더욱 더 연대하고 생명 수호 운동에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 남자장상협은 “법의 정의가 바로 설 때까지 기도와 희생으로 보속하면서 생명을 지키는 진리 편에서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면서 “이번 오류를 오히려 기회로 삼아 올바른 성교육과 생명운동을 교육하고 홍보함으로써 생명 문화 건설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한국천주교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회장 손병선, 이하 한국평협)도 4월 13일 전남 고흥 소록도에서 열린 2019년 한국평협 춘계 상임위원회 파견미사 중에 헌재 결정에 대한 입장문 ‘어둠이 빛을 이길 수 없다’를 낭독했다. 이번 입장문에서 한국평협은 낙태죄 처벌 조항은 남녀가 함께 책임지도록 개정돼야 하며, 임신한 여성이 소중한 생명을 선택할 수 있는 법과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표명했다. 더불어 한국평협은 “헌재가 존엄한 인간 생명인 태아를 합법적으로 살해하는 길을 열고 생명 존중의 지고지순한 가치와 미풍양속을 파괴하는 비이성적 결정을 했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한편 헌재 결정 이튿날인 4월 1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낙태 합법화, 이제 저는 산부인과 의사를 그만둬야 하는 것인지’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산부인과 의사라고 밝힌 청원 작성자는 “10년 이상 밤낮으로 산모들을 진료하고 출산 현장을 지켜 온 산부인과 의사로서 저에게 낙태시술을 하라고 한다면, 저는 절대로 그 시술을 할 수 없다”면서 “낙태 시술을 하지 않을 수 있도록 진료 거부권을 달라”고 요청했다. 현재 의료법 제15조(진료거부 금지 등) 제1항에 따르면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 개설자는 진료나 조산 요청을 받으면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지 못한다’고 명시돼, 추후 관련 법률 개정이 이뤄지지 않는 한 낙태 수술을 거부하는 의료진은 2021년 1월 1일부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4월 15일 현재 해당 청원에 1만9000여 명이 동의했다.

 

[가톨릭신문, 2019년 4월 21일, 이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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