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 (토)
(백) 부활 제3주간 토요일(장애인의 날)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

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의 영성: 레지오를 하면 할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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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9-04-18 ㅣ No.624

[레지오 영성] 레지오를 하면 할수록

 

 

예전에 손님 신부님이 오셔서 미사를 봉헌하면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저는 미사 영성체를 하고 나서는 ‘영성체 후 기도’를 바치고 싶지 않습니다. 성체를 영한 다음에 그 자리에서 그치지 않고 깊이깊이 오래오래 주님과 함께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도 그런 느낌이나 갈망이 샘솟을 때가 있습니까?

 

아니면 한시라도 빨리 복음을 전하기 위해 뛰쳐나가고 싶으십니까?

 

미사를 통해 자신에게 드러난 주 하느님의 신비에 매료되면 될수록 그 곁을 떠나고 싶지 않습니다. 미사 영성체를 통해 주님과 함께하는 순간의 오묘함에 심취하면 할수록 더욱더 그 안에 잠겨듭니다. 미사를 통해 자신에게 드리운 주님의 은총을 느끼면 느낄수록 주님 앞에 더욱더 깊이 들어가고 싶어집니다. 미사를 드리며 주님과 하나 되는 기쁨이 크면 클수록 주 대전에 머무르게 됩니다.

 

주 하느님께서 내게 주신 은총을 되새기고, 주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주 하느님의 사랑 안에 머무는 순간이 기도하는 순간입니다. 우리는 기도하면서 주님께서 나에게 오셔서 나를 안아 주시고 푸근히 감싸주셔서 나를 위로해주시기를 간구하는 마음으로 주님을 갈망하며 주님 사랑 안에 머무르고 싶어 기도하게 됩니다.

 

어떤 이는 하나라도 더 만나서 주님을 전해야지, 왜 그렇게 앉아 허무한 시간을 보내고 있느냐고 물을 지 모릅니다. 어떤 이는 주님 복음 사업을 조금이라도 더 해야지, 왜 그렇게 아무것도 안 하면서 허송세월하려고 하느냐고 물을 지 모릅니다. 어떤 이는 당장 눈앞에 닥친 일이 얼마나 시급하고 중요한 일인데 어서 빨리 그 일을 하지 않고 기도한답시고 시간을 낭비하고 있느냐고 물을 지 모릅니다.

 

기도하고 있는 순간은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순간이 아닙니다. 자신의 다음 활동이 더욱더 주님의 뜻에 맞는 일이 되기 위하여 주님의 뜻을 찾고 있는 순간입니다. 기도하는 이는 활동은 안 하고 기도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기도하는 이는 자기 인생의 순간 앞에 예고 없이 닥쳐온 일을 어떻게 하면 주님의 뜻에 맞게 풀어나갈 수 있을까 갈구하면서, 자신이 찾고 깨달은 주님의 뜻이 정말 맞는 것인지 식별하며 다시 한 번 확인하고, 기도를 마치고 자신의 현실에서 그 뜻대로 실현해 나갈 때 주님께서 함께하시면서 몸소 축복해주시고 열매 맺어 주시기를 빌면서 활동의 에너지를 충전하고 있는 것입니다.

 

 

주 예수님께서 펼쳐주시는 부활의 영광을 향한 십자가의 길을 걸어가야

 

교회는 무엇보다 먼저 주님의 명에 따라 능동적이며 적극적으로 복음을 전하고 실현하는 복음화 사업에 헌신합니다. 그리고 그 활동을 지상 과업으로 삼고 투신합니다. 교구는 각 본당과 여러 사목 분야에서 충실하고 내밀하게 쉴 틈 없이 복음화 사업을 펼쳐나가고 있습니다.

 

동시에 그 사업이 주님의 뜻에 따라 실현되기를 바라면서, 복음이 실현되어 가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갖가지 장애와 우려가 해소되고 무난히 이루어질 수 있기를 바라며 기도합니다. 교회는 그 기도하는 역할을 관상수도회에 맡깁니다. 그래서 교구마다 혹자의 눈에는 어리석어 보이고 허송세월하는 것처럼 보이는 기도하는 관상수도회를 교구 내에 유치하고 그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배려하며 정성을 쏟아 붓습니다. 우리 본당 차원에서도 사목협의회 성소신심분과가 그 임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기도하는 우리는 확신을 가지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마치 바닷물 속의 소금 함유량은 3%밖에 안 되지만, 그 소금이 바닷물을 썩지 않도록 하는 이치와 같습니다. 그리고 복음에 나오는 마르타와 마리아처럼 그렇게 기도하고 활동하는 이들이 바로 우리 자신이라는 것을. 우리 레지오 교본에도 둘이 활동을 나가서 한 사람이 권면하면 한 사람은 옆에서 그 대상자가 선교하는 이의 말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마음을 열어 주십사 기도하라고 나옵니다.

 

성체 앞에 앉아 되새겨봅니다.

 

레지오를 하면 할수록 점점 더 거룩해지는가?

레지오를 하면 할수록 더 기도하고 싶어지는가?

레지오를 하면 할수록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이 보고 싶고 함께하고 싶은가?

레지오를 하면 할수록 활동 대상자들이 보고 싶고 함께하고 싶은가?

레지오를 하면 할수록 미운 사람이 없어지는가?

레지오를 하면 할수록 감사할 일이 많아지는가?

레지오를 하면 할수록 원망과 섭섭함이 사그라드는가?

레지오를 하면 할수록 성당에 더 자주 오고 싶어지는가?

레지오를 하면 할수록 점점 더 이웃사랑에 불타오르는가?

 

우리가 점점 주 하느님의 사랑을 느끼고 위로와 평안케 되는 기도에 맛 들이고 있는지 점검해 봅시다. 우리가 기도하고 활동하면서 점점 더 선교의 열정으로 불타오르고 있는지. 우리가 주님을 사랑하여 오늘 내 삶에 닥쳐온 현실의 난제들 앞에서 주님의 말씀을 실현하고 적용하고 있는지.

 

“신부님, 세상을 살려면 그렇게 하면 안 돼요. 예수님 말씀대로 하면 뒤떨어지고 손해 보고 죽게 돼요.”라는 말도 듣습니다. 그러나 우리를 구하시기 위해 우리를 대신하여 돌아가시고 마침내 부활하셔서 우리의 생명의 주인이 되신 주님 앞에서 선택해야 합니다. “예수님, 저는 죽기 싫어요. 저는 영원한 생명보다는 현세의 입신양명과 물질적인 풍요와 안녕이 좋아요. 계속 저희를 위하여 죽어주세요!?!?!?”

 

현세와 물질에 대한 애착에 갇혀서 내가 스스로 만든 벽과 장애를 넘어, 주 예수님께서 펼쳐주시는 부활의 영광을 향한 십자가의 길을 걸어갑시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9년 4월호, 심흥보 베드로 신부(서울대교구 수색 예수성심성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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