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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ㅣ복음화

1988-2018 복음의 기쁨으로3: 청년들에게 신앙을 불어넣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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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6-09 ㅣ No.460

[1988-2018 복음의 기쁨으로] 3. 청년들에게 신앙을 불어넣으려면 (상)


청년에게 신앙의 즐거움 어떻게 줄 수 있을까…

 

 

“명동성당에서 농성할 계획이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밀리던 시민들이 대거 성당으로 들어왔다. 밤 10시경 800여 명으로 불어난 명동성당 내 시위대는 횃불을 들고 맹렬한 투석전을 벌여 경찰을 밀어낸 뒤 바리케이드를 설치했다… 바리케이드가 무너지고 최루탄이 성당마당에서 작렬하였다. 이날 다친 임병진 군은 오른쪽 눈을 실명하였다… 수녀들이 계속 김밥을 날랐고 상인들은 학생들을 자식같이 보살폈으며 계성여고 학생들은 도시락을 건넸다.”<본지 1988년 6월 25일자 제6호 ‘87년, 88년 6월, 그 역사의 현장을 재현한다’ 기사 중>

 

“혈육을 부여잡고 말을 잇지 못하는 이산가족의 모습은 이 땅의 현실이며 노동 형제들, 학생, 공무원, 경찰, 사병 등 반쪽이 된 조국의 구성원들이 처해 있는 현실은 차마 양심을 지닌 인간을 편안히 있지 못하게 하는 상황입니다. 척박한 팔레스티나에서 목수의 아들로 태어난 한 인간이 고향 전에 느낀 마음을 알 것도 같습니다. - 88년 5월 명동성당서 할복 투신한 조성만”<본지 1988년 11월 26일자 제28호 ‘침묵과 안일 거부, 스스로를 태워 시대 밝히다’ 기사 중>

 

가톨릭평화신문 창간 30주년을 맞아 1988년 신문을 펼쳤다. 그 시대 가톨릭 청년들의 활동상을 엿보기 위해 ‘청년’을 키워드로 기사를 검색했다. ‘대학가 넘치는 통일 물결, 분단고착 논리 깨는 활력소’, ‘남북 학생회담 출정식, 통일원년 열겠다. 청년들 불꽃의지’, ‘노동현장 복음화에 앞장서는 가톨릭노동청년회(JOC)’, ‘외국 농축산물 도입에 종교단체 직장인, 청년 농촌활동 활발’….

 

1987년 6월 항쟁 직후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새 시대를 향한 열망으로 들끓어 올랐던 1988년 청년들을 마주했다. 그 시대 청년들은 변혁의 중심에 서 있었고 명동을 비롯한 전국의 가톨릭교회는 역사가 살아 숨 쉬는 무대 그 자체였다. 

 

그로부터 30년. 1988년 청년들이 장년이 될 시간 동안 우리 사회는 수많은 변곡점을 지나왔다. 수차례 정권이 바뀌었고 IMF, 세계금융위기 등을 지나오면서 생활양식, 노동 환경 등 사회 전반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시대에 따라 그 속에 살아가는 청년들의 관심사와 고민도 변했다. 가톨릭교회 역시 시대의 징표에 따라 그 기능과 역할을 바꿔오면서 청년들과 함께했다. 2018년 오늘 이 시대 가톨릭교회의 ‘청년’ 키워드는 어디를 가리키고 있을까.

 

가톨릭교회가 오늘날 청년사목을 이야기하기 위해선 대한민국 청년의 현주소를 먼저 짚어봐야 한다. ‘왜 성당에서 청년들이 사라지는지, 현실 속에서 청년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교회는 청년들에게 어떻게 응답해야 하는지….’ 그 속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서울에 사는 30세 직장인 남성 A씨는 올해로 사회생활 5년 차에 접어들었다. 대학 졸업 후 1년 반 동안 취업 준비 기간을 가졌고 비정규직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제 조금 안정을 찾았지만, 미혼인 A씨는 여전히 부모님 집에 얹혀살고 있는 이른바 ‘캥거루족’이다. 서울에 내집 마련을 하려면 월급을 꼬박 모아도 20년이 넘게 걸리기 때문에 독립을 늦추고 있다. 주말에는 대체로 집에서 휴식을 취한다. 친구들 사정을 봐도 대체로 비슷해 서른을 넘겨도 좀처럼 결혼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통계로 재구성한 2018년 평균 청년의 모습이다. 취업문이 좁아진 탓에 청년들은 평균 1.4년 동안 준비 기간을 가지고 26.2세에 첫 취업을 한다. 취업 준비 기간에는 생활비와 스펙쌓기 비용 등으로 평균 468만 원을 쓰는데 아르바이트를 하거나(60.2%) 가족에게 손을 벌린다.(66.3%, 복수응답) 그나마도 2006년 이전에는 10명 중 8명 이상이 첫 취업에서 정규직 자리로 갈 수 있었지만 최근 정규직 비중은 60.5%에 불과하다.(신한은행 ‘2018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 참조) 

 

학업 기간이 늘어나고 취업이 늦어지면서 결혼과 출산도 늦어지고 있다. 2017년 평균 초혼연령은 남자 32.9세, 여자 30.2세로 지속해서 상승하고 있다. 1988년 평균 초혼연령이 남자 27세, 여자 24세였던 것과 비교하면 무려 6세 가까이 높아졌다. 나이별 혼인 추이를 보면 남녀 모두 20대 이하의 혼인은 감소하지만 30대 이상 혼인 건수는 지속해서 증가해 30대 초반(37.1%), 20대 후반(21.6%), 30대 후반(18.2%) 순으로 나타난다.(통계청 ‘2017 혼인 이혼 통계’ 참조)

 

치열한 경쟁과 생존으로 내모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청년들에게 신앙생활은 마치 ‘사치’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서울연구원 ‘2017 서울 사회학’ 조사에 따르면 젊은층(20~39세)의 유종교율 추이는 2007년 47.3%에서 2017년 42.8%로 10년간 4.5%포인트 줄었다. 보고서는 경제적 영향을 받아 종교 활동의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경제·시간적 빈곤층’이 종교 활동에 진입하기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서울대교구 청소년국 ‘2012 청년 신자의 신앙생활 조사’를 보면 ‘현재 자신의 신앙생활 유지에 가장 큰 어려움’에 대해 대부분 학교나 직장 등에서 일로 인한 시간과 여유 부족(44.2%)을 꼽는다. 서울 가톨릭학생회 ‘2015 신앙실태 조사에서 ‘지금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물었더니 학업(29%), 가족(23.1%), 취업(17.9%), 건강(12.7%)을 우선순위로 꼽았고 종교는 3.5%에 불과했다.

 

‘피곤한 일요일, 성당에 가면 밥 먹여주나요?’라고 묻는 청년들에게 교회는 어떻게 응답하고 있을까. 각박한 사회생활 속에서 정신적, 심리적 위안을 찾아 헤매는 이들을 교회로 불러오기 위해 교회는 무엇을 준비하고 있을까. [가톨릭평화신문, 2018년 6월 10일, 유은재 기자]

 

 

[1988-2018 복음의 기쁨으로] 3. 청년들에게 신앙을 불어넣으려면 (하)


교회와 청년, 서로의 외침에 응답할 때 신앙 열정 불타오른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제15차 세계주교대의원회의를 앞두고 3월 세계 각지의 가톨릭 청년 300명을 로마로 불러모아 직접 목소리를 듣고 있다.

 

 

‘두려워하지 마라, 마리아야. 너는 하느님의 총애를 받았다’(루카 1, 30)

 

프란치스코 교황이 3월 세계 젊은이의 날(World Youth Day)을 맞아 전 세계 청년들에게 던진 메시지다. 교황은 담화에서 “오늘날 많은 젊은이가 자기 자신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봐, 혼자 남겨질까 봐, 마음에 드는 직업을 찾지 못할까 봐, 꿈을 이루지 못할까 봐 두려워하고 있다”며 무한 경쟁 사회에 내던져진 청년들의 상황에 깊은 공감을 전했다. 교황은 청년들에게 “하느님 사랑을 믿고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신앙적 회의를 이겨내라”고 호소한다. 마리아가 ‘이미 하느님의 총애를 발견했기 때문에’ 가브리엘 천사의 전갈에 두려워하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2018년 교회의 관심은 청년을 향하고 있다. 10월 바티칸에서 ‘젊은이, 신앙과 성소 식별’을 주제로 세계주교대의원회의가 열린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 세계 주교들을 불러 모아 불안과 고민에 빠진 오늘날 청년들과 교회가 ‘함께 걷는’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다. 그렇다면 한국 교회는 무한 경쟁 사회에 내던져진 청년들과 함께 걷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까. 청년들을 위로하고 나선 청년 사목의 현장을 소개한다.

 

가톨릭 청년들이 한자리에 모여 함께 기도하고 관계를 맺는 기회는 그 어느 때 보다 강렬한 신앙 체험을 선사한다. 제4회 한국청년대회(Korea Youth Day, 이하 KYD)가 8월 11~15일 서울 전역에서 펼쳐진다.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요한 6, 20)’를 주제로 열리는 KYD는 한국 가톨릭 청년이 한곳에 모여 신앙을 체험하는 축제의 장으로 마련된다. ‘이웃 체험 행사’ ‘교구장과 함께하는 교리 교육 및 미사, 전례 체험’, ‘청년 콘서트, 밤샘 기도’ 등이 계획돼 있다. KYD에서 나눈 정신은 2019년 파나마에서 열리는 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 WYD)로 이어진다. “바깥세상으로 향하는 유일한 창이 컴퓨터와 스마트폰이 되는 폐쇄된 골방에서 젊음의 불꽃이 스러지게 하지 말라”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처럼 청년 신앙인들은 대회를 통해 삶의 문을 활짝 열어 구체적 체험을 공유하며 공동체 속에서 관계를 맺고 세상 속으로 파견될 예정이다.

 

명동대성당에서 봉헌되는 늘푸른청년미사 모습. 가톨릭평화신문 DB.

 

 

‘일주일 중 단 하루, 주일 성당에서만 신앙인’이라고 고백하는 청년들을 위해 일상 속으로 스며드는 신앙 공동체도 생겨나고 있다. 서울대교구 14지구에서는 5개 본당 청년들이 함께하는 동아리 청년연합회를 만들었다. 연극영화, 자전거, 볼링, 뜨개질 등 기존의 본당 내 단체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취미 활동으로 꾸며졌는데 청년들 반응이 뜨겁다. 본당 안에서 청년부 활동으로 만남이 끝나는 게 아니라 같은 신앙을 가진 동네 친구를 사귀고 취미와 일상을 공유할 수 있다는 데서 호응이 좋다. 주일에 성당으로 가야만 만나는 관계가 아니라 평일에도 자유롭게 만나 가벼운 활동에서 신앙을 나눌 수 있는 관계의 공동체로 이어진다.

 

특별히 청년을 위해 성당을 내어주며 사목적 관심을 기울이는 곳도 있다. 대구대교구는 2008년 젊은이들의 거리 동성로 한복판에 있는 삼덕성당 이름을 삼덕젊은이성당으로 바꾸고 청년거점본당으로 지정했다. 교구 청년국 담당 사제가 본당 주임을 겸하면서 각종 청년 행사를 활발히 개최하며 청년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청년성당으로 알려지면서 시내에 볼일이 있어 나왔다가 자연스럽게 미사에 오는 청년들도 늘어 주일 미사에 평균 1200명이 함께하고 있다. 주일 청년미사도 연령층과 직업의 특수성에 맞춰 3대가 봉헌된다. 1부(오후 4시) 미사는 20대, 2부(오후 6시) 미사는 30대, 3부(오후 9시) 미사는 일이 늦게 끝나는 주변 상인 신자들을 위해 마련돼 있다.

 

교회가 늘 청년들을 생각하며 초대한다는 의미에서 전례 시기별 교구 청년 행사도 마련되고 있다. 서울대교구 청소년국은 12월 성탄 전 ‘젊은이를 위한 고해성사’, 3월 사순시기 ‘교구장과 젊은이가 함께 걷는 십자가의 길’, 5월 ‘청년 미사’, 9월에는 ‘젊은이를 위한 영성 피정’ 등을 통해 청년들을 불러모은다.

 

‘사교뭉치’가 부산가톨릭센터에서 ‘영화로운 극장’을 준비하는 모습.

 

 

‘성당에 청년이 없다면, 청년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라’ 

 

대학생 신자들을 만나기 위한 ‘캠퍼스 통합 사목’도 돋보인다. 서울대교구 대학교사목부는 ‘가톨릭학생회’, ‘청년성서모임’과 같은 학생 중심의 활동에서 더 나아가 교수와 교직원까지 함께하는 신앙 공동체를 이루도록 지원하고 있다. 학교 인근의 본당 사제를 교내 사목 담당 사제로 임명해 본당-학교가 유기적으로 연계하며 교내 사목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청년사목 활성화의 열쇠를 30~40대 ‘나이 든(?) 청년’에서 찾기도 한다. 취업과 결혼이 늦어지면서 청년 시기가 길어지는 사회 현상에 따라 3545세대 청년에 특화된 사목을 선보이고 있다. 서울 명동대성당은 매주 토요일 늘푸른청년 미사를 봉헌하며 사목 사각지대에 놓였던 이들이 소속감을 느끼고 신앙생활을 이어가도록 배려하고 있다. 청년부는 35세 미만 청년으로 한정했던 ‘선택’ 프로그램을 지난해 36~39세 미혼 청년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해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교회의 응답을 기다리기보다 먼저 행동에 나서는 적극적인 가톨릭 청년들의 활동도 눈에 띈다. 부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사회교리 실천네트워크에서 결성된 또래 청년 ‘사교뭉치(사회교리로 뭉친 청년들)’는 직접 청년들의 인터뷰를 담은 ‘가톨릭 청년 보고서’를 펴내는가 하면 작은 영화제를 기획하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보고서를 통해 ‘왜 성당에서 청년들이 사라지는지, 현실 속에서 청년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생생한 목소리를 교회에 전했다. 또 영화제 ‘영화로운 극장’을 기획해 청년들의 고민, 꿈, 가족관계, 인권 등 큰 주제 안에서 영화를 감상하는 시간을 가지고 본당이나 심신 단체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가톨릭 청년들의 발걸음을 이끌어 냈다. 

 

이처럼 교회 안에서, 청년들 안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변화의 힘이 터져 나오고 있다. 또 무엇이 필요할까. 세계주교대의원회의를 앞두고 지난 3월 바티칸에 모인 전 세계 청년 300명이 프란치스코 교황에 전달한 보고서를 잠시 살펴보자. 

 

“오늘날 젊은이들은 ‘진짜’ 교회를 갈망합니다. 투명한, 환대가 넘치는, 정직한, 흥미로운, 말이 통하는, 닿을 수 있는, 즐거운, 상호작용하는 교회를!”

 

청년들의 외침 속에 교회의 미래가 담겼다. [가톨릭평화신문, 2018년 6월 17일, 유은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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