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 (금)
(백) 부활 제3주간 금요일 내 살은 참된 양식이고 내 피는 참된 음료다.

7성사ㅣ 준성사

[세례성사] 그리스도의 세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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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6-07 ㅣ No.247

[빛과 소금] 그리스도의 세례

 

 

바오로 사도는 필리피 서간에서 예수님을 “하느님의 모습을 지니셨지만 하느님과 같음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으시고 오히려 당신 자신을 비우시어 종의 모습을 취하시고 사람들과 같이 되셨습니다.”(필리 2,6-7)라고 표현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가톨릭교회교리서」 1224항은 하느님의 아들이시며 죄 없이 깨끗하신 예수님께서 자청하여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신 이유를 당신 자신의 ‘비우심’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러 나감으로써 예수님께서는 아버지의 뜻에 순종하였고, 겸손하게 자신을 죄 많은 인간들의 대열에 들게 하셨다(요한 3,13-17). 세례를 받는 예수님의 ‘자기 비움’은 이미 이 세상에 인간으로 탄생하시면서 시작된다. 예수님께서는 니코데모와의 대화에서 “누구든지 위로부터 태어나지 않으면 하느님의 나라를 볼 수 없다.”(요한 3,3)라고 말씀하신다. ‘새로운 탄생’은 전적으로 하느님의 권능에서부터 온다는 것이다. 당신 아드님이시며 동시에 동시에 사람이 되신 예수님을 믿는 모든 이는 하느님으로부터 난 사람들이기에 당신의 자녀가 되는 자격이 주어진다(요한 1,12-13). 이렇게 새로 태어나는 과정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는 바로 “물과 성령”(요한 3,5)이다. 따라서 성령은 정화를 통하여 재생하고 생명력을 불어넣는 물이라는 상징적 표현과 더불어 그리스도를 믿는 이들이 새로운 생명으로 닷 태어나게 하는 원동력이다.

 

예수님께서는 자기 비움을 통하여 “당신 자신을 낮추시어 죽음에 이르기까지, 십자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순종”(필리 2,8)하신다.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은 단순한 죽음이 아니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의 수난과 죽음을 당신이 마땅히 받아야 할 ‘세례’라고 설명하셨다(마르 10,38; 루카 12,50). 그러므로 예수님의 죽음은 ‘자기 비움’의 또 다른 상징이며, 십자가 위에서의 ‘세례’를 통해 죄 많은 인간을 구원하기 위한 하느님의 뜻을 완성한 사건이다.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께서 창에 찔린 후에 옆구리에서 흘린 ‘물과 피’(요한 19,34)는 요르단 강에서 받은 세례와 ‘죽음’으로써 받은 세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진리의 성령께서는 ‘물과 피를 통하여 세상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를 증언하고 있으며, ‘성령과 물과 피’가 밀접하게 일치되어 가시적 성사의 표징이 된다(1요한 5,6-8). 그러므로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흘리신 물과 피는 “새로운 생명의 성사들인 세례와 성체성사의 예형”(「가톨릭교회교리서」 1225항)이라고 할 수 있다.

 

세례(baptisma)sms ‘물에 씻다’, ‘물에 담그다’, ‘물에 잠기게 하다’라는 의미를 지닌 그리스어 동사 ‘baptein, baptezein’에서 유래한다. 이 어원에 따르면 세례는 물로 씻는 정화 과정을 통해 새로운 생명으로 탄생하는 것이며(티토 3,5), 물에 잠기는 예식을 통해 죽음을 체험하게 되는 과정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세례 역시 ‘생명’과 ‘죽음’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특히 물에 ‘잠김’은 ‘그리스도의 죽음 속에 묻힘’(「가톨릭교회교리서」  1214항)을 상징하며, 죽음을 이기신 예수님과 함께 부활하여 ‘새로운 피조물’(2코린 5,17)로 재탄생하게 된다. 그러므로 구세주의 ‘자기 비움’은 단순히 당신 자신의 겸손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십자가 위에서의 죽음을 통해 죄 많은 인간을 회개시키고 죄를 용서하여 하느님 나라에서 그분의 자녀로 거듭나 영원한 생명을 누리도록 하기 위한 구원 행위이다. 이러한 새로운 생명의 삶을 살기 위해서 우리를 ‘그분의 죽음과 하나 되는 세례를 통하여 그분과 함께’(로마 6,4) 죽고 묻혀야 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은 실패가 아니라 부활을 통해 영광스럽게 ‘들어 올려지는’ 죽음이다. 그리스도께서 흘리시 물과 피는 악에 물든 우리들의 몸과 마음을 깨끗하게 하신다(히브 10,22). 십자가의 세례를 통해 인간에 대한 구세주의 사랑은 절정에 이르게 된다. 이제 세례 받은 우리들은 각자의 삶 안에서 그 사랑을 다시 드러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자기 비움’을 나의 삶에서 실천하는 것이다.

 

[2018년 6월 3일 지극히 거룩하신 성체 성혈 대축일 인천주보 4면, 송태일 안셀모 신부(인천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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