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4일 (수)
(백) 부활 제4주간 수요일 나는 빛으로서 이 세상에 왔다.

세계교회ㅣ기타

멕시코 · 엘살바도르 교회 (1) 폭력에 신음하는 멕시코 모렐리아대교구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3-04 ㅣ No.497

[평화이신 그리스도 안에서 - 멕시코 · 엘살바도르 교회] (1) 폭력에 신음하는 멕시코 모렐리아대교구


평화로 가는 가시밭길에 정의 · 화해 · 치유의 초석을 놓다

 

 

멕시코 모렐리아대교구 주교좌 주님의 거룩한 변모 대성당.

 

 

평화로 가는 길은 멀다. 식민과 침탈, 독재와 내전으로 얼룩진 중미 또한 평화로 나아가려 한다. 하지만 그 여정이 결코 쉽지만은 않다. 내전을 겪은 멕시코와 엘살바도르는 동족상잔의 아픔을 겪은 한반도와 비슷한 아픔을 공유한다.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 정세덕 신부)는 지난해 11월 개최한 2017 한반도 평화나눔 포럼 당시 주제 발표를 했던 멕시코 모렐리아대교구장 카를로스 가르피아스 메를로스 대주교와 엘살바도르 산살바도르대교구 보좌 그레고리오 로사 차베스 추기경의 초청으로 2월 12∼19일 두 나라 교회를 찾았다. 방문단은 현지 교회와 공동체, 대학 등지를 샅샅이 훑으며 평화를 위한 대화의 장을 갖고 현지 교회와 연대, 협력의 길을 모색했다. 이에 ‘평화이신 그리스도 안에서’라는 제목으로 두 나라 교회의 평화 구축 여정을 돌아봤다. 총 4회에 걸쳐 평화의 여정을 소개한다.

 

 

(1) 폭력에 신음하는 멕시코 모렐리아대교구

 

격자 배치에 장미색 사암으로 지어 올린 옛 건축물 사이를 지난다. 무려 249채나 된다고 한다. 이 중 20채의 교회 건축물과 20채의 공공건물이 압도적이다. 16세기에 건설된 고도는 1991년 ‘모렐리아 역사지구’(Historic Centre of Morelia)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됐다. 2월의 오후, 햇빛 살랑대는 고도를 걷는 느낌은 황홀하다. 해발 1900m의 건조한 고원지대여서 무덥지도 않다. 그러나 이 아름다운 역사지구가 자리잡은 모렐리아대교구는 폭력으로 고통받고 있다.

 

 

빈곤과 폭력의 악순환

 

2016년 9월 19일, 모렐리아대교구의 호세 알프레도 로페스 길렌 신부는 하나무아토에 있던 자신의 사제관에서 피랍됐다. 강도를 당한 뒤였다. 결국 일주일 만에 시신으로 발견됐다. 최근 10년 사이 멕시코 전역에서 피랍돼 살해된 30여 명의 사제 중 한 사람이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모렐리아는 멕시코 마약 유통의 주요 경로이자 마약 생산지다. 마약을 둘러싼 범죄조직 간 총격이 잇따르고, 지역사회 내 잦은 분쟁으로 주 존립이 위협을 받을 정도다. 관광객들 발길도 최근 들어서는 확연히 줄고 있다. 가정 폭력 또한 심각하다. 모렐리아대교구 사회사목부에 따르면, 2017년 한 해 에만 모렐리아대교구 등 5개 교구가 자리 잡은 미초아칸 주에서 1510명이 살해됐다. 이들은 대부분 가정폭력 사건과 이웃 간 분쟁, 공동체 내 폭력 사건, 권력비리의 희생자였다. 멕시코 전역으로 범위를 넓히면, 폭력 희생자는 지난해 한 해에만 2만 9168명에 이른다.

 

-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와 부설 평화나눔연구소 방문단이 2월 13일 모렐리아대교구 정의ㆍ평화ㆍ화해를 위한 경청 센터 관계자들을 만나 대화하고 있다.

 

 

교구 사회사목 담당 겸 엘 카르멘본당 주임 미우엘 가오나 신부는 “계속되는 빈곤으로 폭력의 악순환에 빠지고 있다”며 “그래서 교육 기회를 확대, 폭력 예방 같은 활동을 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정부가 나서서 공교육을 정상화하고 그럼으로써 폭력을 예방해 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지난해 1월 모렐리아대교구장에 착좌한 카를로스 가르피아스 메를로스 대주교는 교구 평화 구축에 혼신을 다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모렐리아대교구에 만들어진 특별한 사목 부서가 ‘정의ㆍ평화ㆍ화해를 위한 경청 센터’다. 폭력의 악순환을 끊고 희생자와 피해자, 유족에게 치유를 통해 지역 공동체와 통합하는 길을 열기 위한 교구 공식 기구다.

 

 

‘정의 · 평화 · 화해를 위한 경청 센터’

 

교구 정의ㆍ평화ㆍ화해를 위한 부서 담당 후안 파블로 바르가스 신부는 “사제와 영성 디렉터, 변호사, 심리상담사, 사회복지사가 팀을 이뤄 사목적, 법적, 심리사회학적, 영성적 돌봄에 나선다”고 센터를 소개했다. 피해자에 대한 돌봄만이 아니다. 가해자를 찾아 그가 뉘우치고 화해할 마음이 있다면 가해자와 피해자의 만남을 주선하고 죄를 고백하고 용서를 구하도록 함으로써 궁극적인 치유의 기회를 제공한다. 

 

이 같은 활동이 교구 안팎에서 반향을 불러일으키자 교구는 올해 안에 교구 내 본당 5곳에 경청 센터를 추가로 설립한다는 구상이다. 본당이 평화 구축 사업에 나서 봉사자들에게 자료와 재정을 지원하고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주역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다.

 

 

본당 정의ㆍ평화ㆍ화해 봉사팀 이끄는 세르히오 츄엘라 신부

 

“경청 센터와 봉사팀은 교구 안팎에서 평화 건설의 사명을 전파하는 역할을 합니다.” 

 

산 후안 데 로스 라고스본당 보좌 세르히오 츄엘라(한국 이름 최성진, 과달루페 외방선교회) 신부는 “최근 3∼4년간 주민들, 특히 여성들이 굉장히 힘들어했는데 심리치료사와 사회복지사, 변호사 등 8명이 봉사팀을 구성해 활동하면서 본당 내에서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츄엘라 신부는 “지난 5개월간 봉사자들과 함께하며 가해자와 피해자들을 많이 만났는데, 우리 봉사팀은 궁극적으로 가정 내 폭력,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피해자들이 치유와 용서를 통해 일상의 삶, 평화로 되돌아가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츄엘라 신부는 이어 “26세의 한 청년이 찾아와 상대편 갱 단원을 죽일까 말까 고민하고 있다기에 가족을 데리고 다른 지역으로 피신하라고 권유해 이를 성사시킨 적이 있다”며 “그 청년과 가족을 피신시킨 건 아직도 큰 보람으로 남아 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그날부터 그 청년과 부인, 자녀들을 위해 계속 기도하겠다고 약속했고, 요즘도 그 가족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에서 7년간 선교한 뒤 중국 지린성으로 건너가 11년간 스페인어 교수로 활동하기도 한 츄엘라 신부는 2년 전 요양 차 멕시코로 돌아왔다가 본당 보좌신부로 있으면서 교구 정의ㆍ평화ㆍ화해를 위한 경청 센터를 돕고 있다.

 

 

모렐리아대교구는

 

1536년 8월 교구로 설정됐고, 1863년 1월 대교구로 승격돼 올해로 교구 설정 482주년을 맞는다. 멕시코 중서부 미초아칸 주 주도인 모렐리아시를 중심으로 44개의 시, 인근 주 10개 시를 관할한다. 교구 관할지역 인구 261만여 명 중 가톨릭 신자는 245만여 명으로 복음화율은 94%다. 지구는 28개, 본당은 242개, 사제는 622명(수도사제 150명 포함), 부제 11명이다. 현 교구장은 2016년 11월 임명돼 지난해 1월 부임한 메를로스 대주교다. 보좌 주교는 4명이다.

 

[가톨릭평화신문, 2018년 3월 4일, 오세택 기자]



1,959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