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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와 마음읽기: 오직 우리 주님께로(매슬로의 욕구 단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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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9-08 ㅣ No.540

[레지오와 마음읽기] 오직 우리 주님께로(매슬로의 욕구 단계설)

 

 

자기 몸을 희생하여 옳은 일을 행한다는 뜻의 “살신성인(殺身成仁)”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안중근 의사나 이순신 장군 등 많은 위인들을 떠올리게 되지만, 실제로 우리 주변에도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2001년 일본 지하철역에서 술에 취하여 플랫폼에 떨어진 승객을 구하기 위해 뛰어들었다 죽은 한국 유학생 고(故) 이수현, 세월호 승무원으로 승객들에게 안전조끼를 나누어 주다가 자신은 미처 피하지 못하고 죽어 의사자(義死者)로 선정된 고(故) 박지영 외 2인, 아파트 화재로 주민들을 대피시키다 죽음을 맞이하게 된 경비원 등 가장 강렬하다는 생존의 욕구를 넘어선 그들의 이웃사랑에 절로 존경을 표하게 된다.

 

생명체들이 살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원하는 상태를 욕구(need)라고 하며, 이는 생명체가 어떤 행동을 하게 하는 동기가 된다. 이런 욕구에도 종류가 있고 단계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설명한 ‘심리학’ 이론이 있다. “에이브러햄 매슬로(Abraham H. Maslow)”의 “욕구 단계설”이다.

 

그의 이론에 의하면 인간의 욕구는 타고난 것으로, 단계가 있어 욕구의 종류에 따라 피라미드 모양으로 표현될 수 있다.(그림 참조) 그는 대체로 아래 단계의 욕구가 충족되어야만 그 다음 단계의 욕구가 발생한다고 보았다. 그가 나눈 5단계의 욕구 중 1단계는 ‘생리적 욕구’로 생존을 위해 필요불가결한 것들이다. 즉 식욕, 수면욕, 성욕 등으로 가장 기본적인 욕구이며 그래서 가장 강렬하다.

 

2단계는 추위, 질병, 위험 등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자 하는 ‘안전의 욕구’이며, 3단계는 타인과 친해지고 그들에게 받아들여지고자 하는 ‘애정과 소속의 욕구’로, 대체로 이 욕구가 좌절되면 외로움과 소외감 등을 느끼게 된다. 4단계는 ‘존경의 욕구’이다. 이는 성취, 존경 등 성공하여 인정을 받고 싶은 욕구로, 이 욕구의 좌절은 열등감과 무력감, 자기비하 등을 가져온다. 5단계는 최고 수준의 욕구로 ‘자아실현의 욕구’이다. 이는 자신의 재능과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해서 자기가 이룰 수 있는 모든 것을 성취하려는 욕구이다. 그러니 피라미드의 상층부에 위치한 욕구일수록 더욱 고차원적이고 인간적이며 덜 원초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이론은 그 한계가 지적되기도 하지만, 대체로 인간의 욕구에 대한 기본적이고 보편적인 모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욕구가 좌절되면 스트레스 유발하고 공격성 증가되기도

 

J형제는 영세 후 바로 레지오에 들어와 열성적으로 활동했고, 그의 열성이 사람들에게 인정받아 짧은 시간에 Pr. 간부를 거쳐 Cu. 단장이 되었다. 이후에도 그는 자신의 직책에 최선을 다하여 본당에서 크게 인정을 받게 되었다. 그러다 새로 오신 신부님이 레지오보다는 구역활성화에 주력하면서 상대적으로 레지오 사업은 신부님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일이 자주 발생하였다. 결국 그 형제는 레지오 사업에 대한 열성과 흥미를 점점 잃어갔고, 매우 신경질적이며 변덕이 심하여지는 등 주변 사람을 아주 불편하게 하는 사람으로 변해갔다.

 

보다 못한 아내의 권유로 상담을 시작하면서 자신이 변화하게 된 이유를 알았다. 그동안 자신이 사회적으로 성공하지 못했다고 여기고 있었고, 이런 생각 때문에 교회 안에서 성공한 사람이 되고 신자들의 인정을 받기 위해 열심히 봉사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그의 이런 욕구가 새 신부님에 의해 좌절되면서 생활과 신앙이 흔들렸던 것이다. 그는 말한다. “인간이 보는 것과 하느님이 보시는 것이 다르다는 성경 구절이 힘이 되었습니다. 꾸준한 기도를 통해 하느님은 존재 자체로 저를 받아주시는 분임을 새롭게 깨달으면서 사람들에게 인정받기위한 노력은 멈추었습니다. 결국 나를 채워준 것은 제대로 된 신앙이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나는 자신의 욕구를 극복하는 사람이 적을 이기는 사람보다 용감하다고 믿는다.”라고 한 것처럼 욕구를 이기는 것은 힘든 일이다. 더구나 욕구가 충족되지 못했을 때는 욕구좌절이 일어난다. 이것은 좌절된 이유와는 상관없이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이 상태가 지속되면 공격성이 증가하거나, 퇴행이나, 고착 등의 문제행동이 일어나기도 하니, 욕구충족은 중요하다. 욕구 좌절에 대한 부담으로 아예 욕구를 없애고자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욕구가 없다면 생존도 불가능할 수 있다. 식욕이 있으니 밥을 먹고, 안전의 욕구가 있으니 저축도 하고 공부 같은 미래를 위한 노력도 하게 되니 말이다. 때문에 살아있는 존재들의 욕구 충족을 위한 행위들은 부끄러운 일도, 해서는 안 되는 일도 아니고, 다만 욕구를 “어떤 방법으로 충족시키나” 하는 것이 중요하다.

 

 

레지오 안에서 다양한 욕구들을 정당한 방법으로 충족시켜야

 

우리는 레지오 단원으로 봉사하면서 우리의 어떤 욕구를 어떻게 충족시키고 있는가? Pr.에서 다단계나 정치 활동을 하는 것은 1단계의 욕구를, 소위 말하는 뒷돈을 거두는 것은 2단계의 욕구를, 새 단원을 무조건 내 Pr.으로 소속시키려 하거나, Pr. 안에서 계(契)를 하는 것 등은 3단계의 욕구를 잘못된 방법으로 충족시키는 행위이다.

 

어디 그뿐인가? 단원들 간의 갈등 때문에 시간이나 직장을 핑계로 타 Pr.으로 옮겨간다면, 그것 또한 4단계의 욕구를 레지오를 통해 건전하지 못한 방법으로 충족시키려는 것을 증명하는 일이 된다. 그러니 우리는 레지오 안에서 다양한 욕구들을 정당한 방법으로 충족시킬 수 있도록 늘 나의 행위와 동기를 살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레지오의 근본정신을 흩트려 트리는 잘못된 행위들을 나도 모르게 하게 되기 때문이다.

 

교본에 “(레지오 단원의) 내적 생활이란 각자의 생각이나 욕구 또는 애착 등이 오직 우리 주님께로 집중되는 것을 의미한다.”(307쪽)고 되어 있다. 또한 레지오 단원은 “용기와 희생으로 바치는 하느님께 대한 사랑을 갖추고자 열망하며, 무엇보다도 성모님이 지니신 그 높은 믿음의 덕을 따르고자 갈망한다.”(교본 28쪽)고도 되어 있다. 그러니 레지오 단원은 하느님의 사랑과 성모님의 신덕을 갈망함으로써 가장 상위의 욕구인 자아실현의 욕구를 지향해야 한다.

 

“참된 욕구 없이 진정한 만족은 없다.” <볼테르>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7년 9월호, 신경숙 데레사(독서치료전문가, 한국 독서치료협회 총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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