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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직면할 용기 (2) 심리 장애를 극복하기 위한 훈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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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8-28 ㅣ No.416

[생명을 주는 가족] 직면할 용기 (2) 심리 장애를 극복하기 위한 훈련들

 

 

어떤 심리적 장애든 장애가 있음을 인지한 개인이 장애를 극복하려 한다면 치유 가능하다. 심리적 장애를 극복해 나갈 수 있는 몇 가지 실천 사항을 소개한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심리학자들의 최종적인 연구 대상이 성격 장애다. 말년에 스캇 펙(Scott Peck)은 인간 행동에 내재된 ‘악’의 실체를 과학적으로 규명하려는 시도를 하면서, 성격 장애자들을 ‘거짓의 사람들’ 나아가 ‘악의 사람들’이라 규정했다. 내적 문제를 지닌 사람들을 치유하는 일을 맡은 학자로서 우선은 ‘인간에 대한 기본적 존중’이나 ‘아픔을 향한 동정심’을 가져야 하건만, 스캇 펙은 성격 장애자, 즉 ‘거짓(악)의 사람’으로 규정되는 사람들에게 느끼는 감정은 ‘혐오’라고 솔직하게 토로했을 정도다. 성격 장애자들이 드러내는 거짓말과 왜곡, 책임 회피와 위장이 주위 사람들에게 혼돈과 염증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그는 ‘악’의 영어 철자 ‘evil’이 ‘산다’는 어휘 ‘live’의 철자를 거꾸로 늘어놓은 것이라며, 따라서 “삶을 거스르는 것, 생명력에 역류하는 것이 바로 악의 실체”라고 보았다.

 

사회심리학자 에리히 프롬(Erich Fromm) 역시 『인간의 마음』이라는 저서에서 인간에게 내재된 ‘성장의 징후’와 ‘쇠퇴의 징후’를 구분하면서, ‘생명과 사람에 대한 사랑’에 거슬러 ‘사람에 대한 무관심’, ‘악성 자아도취’에 빠져들 때, 그것은 살아 있으나 쇠퇴와 죽음에 사로잡힌 상태라고 단언한다. 독일 나치 정권의 죄악을 심리적으로 규명하려 했던 만큼, 에리히 프롬은 인류에게 가장 위험한 존재는 ‘악마’가 아니라 ‘비상한 힘을 가진 평범한 사람’이라고도 덧붙인다.

 

이렇듯 개인의 삶과 인간관계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신경증과 성격 장애지만, 심리 장애를 치유하기 위해 애쓰는 것이 심리학자들의 과제이자 각 개인의 과제일 것이다. 당연히 어떤 심리적 장애든 장애가 있음을 인지한 개인이 장애를 극복하려 한다면 치유 가능하다. 스캇 펙은 심리 장애의 심각한 폐해를 우려하면서도 아래의 몇 가지 활동을 실천함으로써 심리적 장애를 극복해 나갈 수 있다고 제안한다.

 

 

① 현실(진실) 인식을 명료화하기

 

스캇 펙은 많은 정신 질환의 원인이 현실에 대한 왜곡된 견해에 집착하기 때문이라고까지 말한다. 자기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려 노력하는 일이 심리 건강에 긴요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자동차를 타고 낯선 곳을 찾아가기 위해서는 길잡이용 지도를 찾거나 내비게이션을 설정한다. 지도나 내비게이션이 정확하다면 우리가 있는 곳을 정확히 알고 길을 찾아갈 수 있지만, 지도가 부정확하다면 길을 잃을 수도 있다. 자기 현실에 대한 인식은 마치 삶의 지형을 짚어 나가는 지도(地圖) 같은 역할을 한다. 길을 잘 찾기 위해 내비게이션을 정기적으로 업데이트하듯이, 심리적 지도를 정확히 하기 위해서는 자기 현실을 명료하게 인식하려는 열린 태도를 훈련해야 한다.

 

 

② 일상의 의무를 받아들이기

 

일상의 크고 작은 의무를 받아들이기는 건강한 개인에게는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신경증인 사람은 너무 많은 의무를 떠맡으려 해서 힘들어하고, 성격 장애인 사람은 작은 의무조차 감당하지 않으려 해서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만든다. 다양한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는 일상을 살아가면서 내가 떠맡아야 할 일이 무엇인지 관찰하고 평가하는 일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에는 책임이 따른다. 어떤 일을 떠맡는다는 것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그 일의 결과까지 수용하는 자발성과 힘이 필요하다. 사소한 행동의 결과에 대해서부터 책임지는 훈련이 필요하다.

 

 

③ 즐거움을 뒤로 늦추기

 

흥미로운 실험 한 가지를 소개한다. 아이들에게 일정량의 초콜릿을 나누어 주며, 지금 초콜릿을 다 먹은 뒤 한 시간 분량의 숙제를 해도 되고, 숙제를 먼저 하면 초콜릿을 두 배로 주겠다고 한다. 당연히 초콜릿을 먼저 먹고 과제를 하는 그룹과, 과제를 먼저 하고 두 배의 초콜릿을 즐기는 그룹이 생긴다. 이 두 그룹 아이들의 성장 과정을 20년간 추적조사 했더니 달콤한 초콜릿의 유혹을 연기하고 과제를 택한 아이들이 훨씬 건강한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즐거움을 뒤로 미루는 일이 별것 아닌 거 같지만, 즐거움을 잠시 미루고 그보다는 즐겁지 않은 일을 먼저 택해도 즐거움이 변함없이 나에게 주어진다는 경험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어린 시절부터 양육자의 일관되고 안정된 보살핌을 통해 확보되는 능력이기도 하다. 이렇듯 신경증이나 성격 장애는 어쩌면 성장 과정에서 개인의 안전과 존재 가치에 대한 믿음을 충분히 얻지 못해서 생기는 것으로 보인다.

 

에리히 프롬이 강조했듯이 신경증과 성격 장애의 가장 큰 해악은 ‘생명과 사람에 대한 사랑’을 거스른다는 점이다. 심리적 장애를 지닌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은 “저는 사람을 믿지 않아요. 저는 친구가 없어요.” 등이다. 이들에게 서로 믿고 사랑하고 사랑받을 관계가 줄어들수록 장애는 심화되고, 다시 좋은 관계를 수립해 나갈 시도에는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게 딜레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리적 장애를 극복하기 위한 훈련은 자신에게 소중한 사람들과의 관계를 좋게 하는 일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사람과의 관계를 좋게 하려면 지금의 쾌락을 미뤄야 하고, 시간과 에너지가 많이 들어 중도에 포기하는 일이 많지만 말이다. 혼자만 즐거운 찰나적인 삶이 아니라, 이웃과 더불어 즐거운 생활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품 심리상담센터(empark932@hanmail.net)

 

[살레시오 가족, 2017년 7월호(145호), 박은미(품 심리상담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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