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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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술ㅣ교회건축

조반니 파르마의 돌아온 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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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6-30 ㅣ No.448

[이종한 신부의 성화 이야기] 신세를 망치는 탕아와 다시 돌아온 탕아 모습을 두 그림에 표현해 눈길

 

 

제목 : 돌아온 탕자(1595-1600)

작가 : 조반니 파르마(Giovane Parma, 1544-1626)

크기: 캔버스 유채, 83×118㎝

소재지 : 이탈리아 베네치아 아카데미아 미술관

 

10여 년 전 독일 개신교의 어떤 신약성경 학자는 신약성경 전체에서 예수님 가르침을 가장 잘 표현한 것은 "돌아온 탕자"(루카15,11-32)와 "착한 사마리아 사람"(루카10,29-37)의 비유라고 했는데 이는 일리가 있는 견해다.

 

돌아온 탕자의 비유는 자비로우신 하느님의 인간을 향한 조건 없는 용서와 사랑을 감동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반면 착한 사마리아 사람의 비유는 그리스도인이 보여야 할 태도를 감동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 주제를 선택한 많은 작가들은 주로 회심하고 돌아온 탕자의 모습만을 그려왔다. 하지만 조반니 파르마는 아버지의 간곡한 청을 뿌리치고 집을 나가 매춘부와 어울려 신세를 망치는 탕아의 모습, 죄를 뉘우치고 아버지 품으로 다시 돌아온 탕아의 모습 모두를 표현해 눈길을 끈다. 마치 성경을 읽는 감동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느낌이다.

 

작가는 르네상스 예술을 찬란히 꽃피웠던 베네치아 출신으로 인간의 아름다움을 한껏 강조한 르네상스 전성기에 활동했다. 인간 중심의 사고방식을 추구하는 르네상스의 영향으로 작가 역시 화려한 표현을 대담하게 사용했다.

 

 

방탕하게 놀고 있는 탕아

 

아버지에게서 자기 몫의 재산을 받아 먼 고장으로 떠나 방탕한 생활을 하며 재산을 탕진하는 아들의 모습이 나타나 있다.

 

작품의 주제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다시 아버지 품을 찾는 것임을 고려하면 이 장면은 사족에 속하는 것이나 작품에 대한 흥미와 관심을 유발하게 하는 중요한 장치다.

 

매춘부로 보이는 여성들 사이에 앉은 주인공은 이미 거나하게 취한 듯하다. 식탁 아래 놓인 고급 술병은 그가 마신 술의 양이 보통이 아님을 짐작케 한다. 식탁에는 당시로서는 고급에 속하는 사탕과 고급 안주가 포도주와 함께 널브러져 있다. 그 뒤 붉은 커튼 밑으로 보이는 침대는 이 젊은이가 가야 할 막바지를 보이고 있다.

 

작가는 죄인의 회개와 하느님의 무한한 사랑이라는 주제를 당시 유행한 르네상스적 표현으로 전개했다.

 

 

아들을 껴안는 아버지

 

꿀같이 달콤한 쾌락은 돈이 떨어지자 끝이 났다. 아들은 허기를 채우려 남의 집 머슴살이를 해야 하는 비참한 환경에 처하고서야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아버지께로 돌아간다.

 

이 장면은 여느 다른 작가의 표현과 같으며 이 작품의 주제 부분에 해당된다. 아버지와 아들 모두 붉은색 옷을 입고 있다. 아들의 옷은 비록 남루하나 아버지와 같은 붉은색이다. 이는 비록 그가 잠시 유혹에 빠져 아버지를 상심시켰으나 아버지의 사랑에서 제외되지 않은 아들임을 암시하고 있다.

 

이 그림 속 주인공은 무릎을 꿇고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는 아들이 아니라 그 아들을 아무 조건 없이 받아들이는 아버지다. 어떤 처지에서도 인간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운명을 지닌 하느님의 모습을 아버지를 통해 표현한다.

 

아버지는 어떤 견책이나 원망의 태도도 없이 아들을 받아들이며 환대와 용서를 베풀고 있다. 그는 아들이 자신의 품으로 돌아온 것만으로도 기쁨이 충만해져 그 이상의 어떤 것도 아들에게 요구하지 않는다. 아들의 방탕으로 말미암아 염려하고 상심했던 모든 것을 고스란히 잊게 된다.

 

집사가 들고 있는 멋진 새 옷과 신발, 반지는 아들이 아버지 사랑 안에서 새롭게 태어났다는 표시로 해석된다. 하느님 사랑 안에서 용서받은 죄인이 다시 태어날 모습을 암시하고 있다.

 

오른쪽 구석에는 곧 시작될 축하연에서 사용될 살찐 송아지가 보인다.

 

[평화신문, 2011년 11월 27일, 이종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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