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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손길: 안나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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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5-31 ㅣ No.79

[사랑의 손길] “안나의 집”

 

 

5월 초 경북 안동에 다녀왔습니다. 서울에서 버스를 타고 4시간 가까이 달려 안동터미널에 도착해, 마중 나온 수녀님의 차를 타고 또다시 달려 도착한 그곳. 뒤로는 굽이굽이 초록빛 산이 우거지고, 앞으로는 낙동강에서 뻗어 나온 강물이 흐르는 경치 좋고 공기 맑은 그곳에 ‘안나의 집’이 있습니다. 골목 입구에 들어서자 할머니 두 분이 이쁘게 꽃단장하시고 시내 구경을 나가십니다. 반갑게 인사하고 안으로 들어서자, 서울에서 손님이 왔다며 할머니들께서 반갑게 맞아주셨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아녜스 할머니께서 유난히 밝게 웃으시며 두 손을 꼭 잡고 인사하셨습니다.

 

아녜스 할머니는 주민등록상 1925년생이신데, 출생신고가 늦게 되었다고 하니 대략 100세 정도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할머니는 아주 오래전 남편의 도박으로 집을 비롯해 전 재산을 잃었습니다. 그러고도 도박을 끊지 못했던 남편은 결국 도박 빚으로 어린 아들까지 다른 집에 일꾼으로 보냈습니다. 아들을 잃은 충격으로 할머니는 정신을 놓으셨고,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어느 집의 대를 잇는 데 이용되기도 했습니다. 그 집에서 아이만 낳고 쫓겨난 할머니는 홀로 산으로 들어가셨습니다. 이후 오랜 세월동안 산속에서 외롭게 사셨는데 먼 친척분께서 소식을 듣고 이곳으로 할머니를 모셔왔습니다.

 

“처음 이곳에 오셨을 때는 대소변을 산이나 들에서 해결하시고, 다른 할머니들을 때리시는 등 일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했어요.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수녀님들이 사랑으로 정성을 다하자 지금은 다른 어떤 할머니들보다 이곳을 좋아하세요. 하루는 아녜스 할머니께 ‘할머니, 집이 어디세요?’ 하고 여쭙자, ‘여기, 여기가 내 집이야. 나 아무 데도 안 갈 거야.’ 하시더라고요. 지금은 수녀님들의 사랑을 독차지할 만큼 너무나 사랑스러우세요.”

 

‘안나의 집’은 아녜스 할머니처럼 무의무탁한 저소득층 할머니를 모시는 공동생활가정입니다. 이곳에서는 노래 교실, 색칠하기, 종이ㆍ비누공예 등 할머니들의 치매 예방 및 관리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또한 할머니들의 여가활동을 위한 영화감상, 성경공부, 공동체 미사뿐 아니라 기능회복을 위한 마사지 교실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생신 잔치도 해드리고, 봄이나 가을이면 나들이나 성지순례를 가기도 합니다. 이곳에 와서 난생처음 극장이나 여행을 가신 할머니들도 있습니다. 너무나 행복하게 생활하시는 할머니들의 모습을 보면, 젊었을 때의 기구했던 삶을 이곳에서 보상받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안나의 집’은 기존에는 노인복지시설로 국가보조를 받아왔으나, 공간 부족으로 공동생활가정 형태로 운영하게 되면서 2016년부터 관리운영비와 인건비 지원이 끊겼습니다. 적은 후원금에 기대어 작년 한 해를 생활했는데, 가장 큰 문제는 시설 관리운영비 마련입니다. 특히 10년 이상 사용한 내부 벽지는 곰팡이가 피고 많이 헐었습니다. 할머니들의 건강을 위해 도배를 해야하는데 천장이 높아 도배견적만 1천만 원 이상 나왔습니다. 그 외에도 차량 운행비나 보험료, 냉·난방비, 각종 공공요금 등 목돈이 들어갈 곳이 너무나 많습니다. 생활비가 빠듯해 별도의 시설 관리운영비 마련이 쉽지 않습니다.

 

여러분들께서 작은 정성을 모아주신다면 어렵게 살아오신 할머니들께서 깨끗한 환경 속에서 건강하게 남은 생을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 후원 계좌 : 농협 351-0422-9366-33 안나의 집

 

[2017년 5월 28일 주님 승천 대축일(홍보 주일, 청소년 주일) 서울주보 5면, 김지선 레지나(홍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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