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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과 관계의 교육학 실천교리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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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1-16 ㅣ No.68

[기쁨과 관계의 교육학 실천교리교육] (1) 실천교리교육이란?


감각 통한 신앙 체험 내면화 도와

 

 

교리교육은 꼭 책상에 앉아 수업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만 할까? ‘실천교리교육’은 바로 이러한 교육 형식의 틀을 깨고 진행된다. 오감을 이용한 수업, 실천교리교육의 소개를 통해 한국교회 내 교리교육 현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자 한다.

 

‘살아계신 하느님을 향하여 제 마음과 제 몸이 환성을 지릅니다.’(시편 84, 3)

 

우리 안에 살아계신 하느님을 마음과 몸으로 찬양하면서 기쁨과 관계의 교육학인 신앙교수법, ‘실천교리교육’을 소개하고자 한다. 

 

노틀담수녀회는 교리교육을 통해 좋으신 하느님에 대한 체험을 사람들과 함께 나눠왔다. 특히 1997년에는 ‘실천교리교육연구소’를 설립해 기존의 교리교육 현장과는 다소 구분되는 방법을 소개해왔다. 이는 감각을 통해 신앙을 배우고 체험하는 방법이다. 

 

교육 대상에는 각 본당의 어린이와 청소년, 성인 신자 모두를 포함한다. 특히 교사양성 과정의 하나로서, 사제와 수도자, 신학생, 교리교사, 첫영성체와 예비신자 담당자, 유아교육기관 교사들과 함께해 왔다.

 

신문지면을 통해 이 교수방법을 소개하는 데에는 많은 한계가 있지만, 교육이 이루어지는 현장은 이렇게 상상해볼 수 있을 것이다. 

 

학교의 교실이나 교리교육이 진행되고 있는 성당에 책상은 없다. 참여자들은 둥글게 앉아 계속 중심을 향해 바라보면서 천천히 동료의 초대를 기다린다. 서로 웃고, 손을 잡기도 하고 마침내 침묵과 고요에 이르며 기도시간을 갖는다. 

 

참여자들은 둥글게 앉아있는 중앙에 한 이미지를 개인적으로, 공동체적으로 바닥에 그려나간다. 또 그린 것에 대해서 서로 나눈다. 한 수업이 끝나면 항상 공동체의 중심 바닥에는 참여자들에 의해 주제에 맞는 하나의 바닥그림이 그려지고, 참여자들은 그 이미지를 통해 내용을 심화하고 기억한다. 

 

즉, 실천교리교육은 공동체 안에서 보고, 듣고, 움직이며 인식하고자 하는 개념들을 감각적 체험을 통해 내면화하는 총체적인 교수방법이라 할 수 있다. 

 

앞으로 연재될 몇 회를 통해서는, 인간이해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이 교수방법이 머리보다는 가슴이, 논리보다는 감동이 사람을 더 깊이 변화시킬 수 있음을 말하고자 한다. 더불어 20년 동안 어떻게 한국에서 실제적으로 꽃피우고 열매를 맺어왔는지 알아보고, 신앙교육을 통해 어린이, 청소년, 모든 신자들에게 어떻게 생명력을 일으킬 수 있는지 새롭게 성찰해보고자 한다.

 

* 김 마리 아니마 수녀(노틀담수녀회 · 실천교리교육연구소 소장) - 중앙대 대학원에서 유아교육을 전공해 교육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독일 실천교리교육협회 회원으로, 지도자양성 자격도 취득한 바 있다. 97년부터 실천교리교육연구소장을 맡아, 교사·수도자 등 가톨릭 교육자들을 위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2017년 1월 15일, 김 마리 아니마 수녀]

 

 

[기쁨과 관계의 교육학 실천교리교육] (2) ‘관계 중심의 영성’ 추구

 

공동 작업 통해 ‘관계’의 의미 나눠

 

 

인간이 지닌 근본적인 능력들이 공동체 안에서 인정받고, 이해받고, 공감된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생각해본다. 감사의 표현을 적은 작은 쪽지를 통해, 길거리에서 주고받는 은근한 미소를 통해, 아프고 힘든 일을 겪은 이들 곁에 함께 있으면서 느끼는 ‘공감’들은 인간이 삶의 목적을 잃지 않도록 돕게 할 것이다. 실천교리교육의 교수방법에서도 ‘관계 중심의 영성’이 큰 몫을 차지한다. 

 

실천교리교육을 탄생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두 사람이 있다. 프란츠 케트 선생(Franz Kett, 1933~, 독일)과 에스터 카우푸만 수녀(Esther Kaufmann, 1944~, 독일)다. 

 

이들은 기존의 교육방식에서 벗어나 ‘관계를 통해 마음으로 하는 교육’을 찾고 갈구했다. 또 인간 자체가 관계 안에서 왔고, 관계맺음으로 참된 인간이 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따라서 실천교리 수업에서는 자주 ‘관계를 맺는 연습’, ‘놀이’를 경험하게 한다. 굵은 밧줄로 서로 연결시키거나, 서로 바라보며 사람의 특징으로 누군가를 찾거나, 함께 발견해 나가는 작업들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하느님과 공동체, 나와 하느님이 관계를 맺도록 한다. 이 관계맺음의 결과물로 공동체 구성원의 중앙에는 바닥그림이 그려지게 된다.

 

- ‘인간은 누구인가’를 주제로 진행한 청년 예비신자 교리시간의 작업 결과물. 참여자들은 땅, 하늘, 이웃 각각의 이야기를 들으며 생각하고, 질문하고, 바닥에 각자의 생각을 펼쳐나갔다.

 

 

소개된 사진은 ‘인간은 누구인가’라는 주제로 진행한 ‘청년 예비신자 교리시간’의 결과물이다. 

 

하늘과 땅 사이에 생명으로 태어남을 표시하기 위해, 먼저 하늘과 땅의 색인 천을 공동체가 함께 중앙에 둔다. 이때 대상에 따라 하늘과 땅에 대한 삶의 체험을 나눌 수 있다. 

 

이어 굵은 밧줄로 인간모형을 함께 그린다. 하느님으로부터 생명을 선사받아 땅에 발을 딛고 살아가는 인간, 땅으로부터 모든 먹거리를 얻고 생명을 유지하는 인간, 그러나 하늘을 향해 자라는 인간, 그리고 심장을 중심으로 두 팔을 펼치며 이웃과 관계를 맺어가는 인간에 대해 이야기한다. 

 

참여자들은 땅, 하늘 그리고 이웃 각각의 이야기를 들으며 생각하고, 질문하고, 그림처럼 바닥에 내 생각을 펼쳐나간다. 이어 ‘인간은 누구인가’에서 다뤄야 할 과제들에 대한 텍스트를 읽거나, 리더의 나눔을 들을 수 있다. 

 

그 외에도 수업의 시작과 중간 그리고 결말 부분에서 다양한 관계맺음의 작업들이 있다. ‘리더가 종을 치는 수만큼의 사람이 앞에 나와서 주제에 맞는 모양대로 서보기’, ‘십자모양 등 관계를 촉구하는 다양한 몸의 동작들을 통해 이야기 안으로 몰입하여 교수내용과 관계 맺기’ 등이다. 이들은 교육의 현장 안에서 인간의 오감각을 통해, 어떻게 관계를 맺으며 신앙의 내용을 체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가톨릭신문, 2017년 1월 22일, 김 마리 아니마 수녀(노틀담수녀회 · 실천교리교육연구소 소장)]

 

 

[기쁨과 관계의 교육학 실천교리교육] (3) 실천교리교육은 현존의 기쁨을 추구한다

 

직접 경험하며 깨닫는 삶의 의미

 

 

- 본당 수도자들을 위한 연수에서 참여자들이 ‘예수 그리스도 우리의 빛’이라는 주제로 빛을 상징하는 이미지를 펼치며 기쁨을 체험하고 있다.

 

 

한 사람이 죽어서 천국에 있는 하느님 앞에 섰다. 하느님께서 그에게 물었다. “삶이 기뻤느냐?” 그러자 그는 대답했다. “저는 아주 열심히 살았습니다. 한 번도 게으름을 피운 적이 없습니다.” 그러자 하느님께서 다시 물었다. “삶이 기뻤느냐?” 그는 대답했다. “저는 가족들을 보살피려고 쉬는 날도 없었고 교회에 봉사하느라 놀러가지도 않았습니다.” 하느님은 다시 그에게 물었다. “그래! 수고가 많았다. 그런데 내가 다시 묻겠다. 네 삶이 기뻤느냐?” 그러자 그가 대답했다. “아니요, 기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자 하느님께서 그를 측은히 바라보며 말씀하셨다. “그렇다면 참으로 유감이구나! 나는 너에게 기쁘게 살라고 생명을 주었다.”

 

 ‘기뻐하라’는 실천교리교육에서 자주 거론되는 교육 핵심 중의 하나다. 왜 기뻐해야 하는가? 우리가 이 세상에서 살아가도록 생명이 주어짐 자체가 기쁨의 근원인 것이다.

 

실천교리교육 현장에서는 ‘신체화, 언어화, 이미지화’를 통해 실존의 기쁨을 누리며 개념을 인식하도록 돕는다. 즉, 한 가지 사실에 대해 입으로 말하고, 몸으로 표현하며, 이미지로 그리다보면 머리에서 마음까지 이르고, 경험의 내면화를 거친 지식이 우리에게 참된 삶의 의미와 가치를 더 줄 수 있음을 강조하는 것이다.

 

제시된 사진은 본당에서 젊은이들을 담당하는 수도자들의 연수 중 ‘예수 그리스도 우리의 빛’이라는 주제로 교육을 진행하는 모습이다. 

 

아무것도 없던 빈 공간에 참여자들에 의해 노란색 투명천이 묶여진 원이 발견된다. 발견되는 과정은 다양하다. 리더의 질문과 주어지는 힌트를 통해, 상상과 판타지를 통해, 삶의 경험과 희망, 꿈을 통해 주제의 중심사물이 기쁨과 호기심 속에 펼쳐지게 된다. 이후 빛에 관한 묵상이 이어진다. 참가자들은 삶의 다양한 방식으로 체험되었던 빛을 기억하며 공동체가 함께 세상에 빛을 높이 들어올린다. 그리고 빛이 필요한 곳에 전달될 수 있길 기원하며 몸으로 기도하고, 다시 중앙에 놓는다.

 

바로 이 모습이 사진 속 장면이다. 이 교육은 부활, 죽음과 생명, 시편기도 등의 수업과 연결될 수 있다. 7성사의 시작, 부모 교육, 견진교리의 시작, 생일 축하 그 외에 의미 있는 동화들을 이런 방식으로 소개할 수 있다. 

 

이처럼 실천교리교육은 찾고, 발견하고, 움직이면서 공동체 안에서 자기를 잃어버림으로써 자기를 찾으며 내적인 현존의 기쁨을 체득하게 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교육학의 기초정신이, 근본의 회복이 절실히 필요한 이 시대에, ‘다시 돌아섬’의 문화와 ‘생명존중의 문화’에 새 힘을 줄 수 있길 기대한다. [가톨릭신문, 2017년 2월 12일, 김 마리 아니마 수녀(노틀담수녀회 · 실천교리교육연구소 소장)]

 

 

[기쁨과 관계의 교육학 실천교리교육] (4) 실천교리교육은 공동체 중심의 영성을 추구한다

 

하느님 함께 만나고 친교 깊어져

 

 

- 지난해 6월 노틀담실천교리교육연구소에서 교리교사 그룹원들과 실시한 연수의 작업 결과물. 참가자들은 ‘탈렌트의 비유’ 말씀을 생명의 탄생과 연결해 묵상하고 나눔을 했다.

 

 

실천교리교육 교사 연수의 후기를 나눌 때 자주 나오는 단어들은 나눔, 체험, 공동체, 관계, 의미, 기쁨 등 다양하다. 이 중 빠지지 않고 나오는 단어 중 하나가 ‘공동체’다. 실천교리교육에서 둥근 형태의 교실 배치는 공동체 중심의 신앙교육을 위한 밑그림이 돼, 공동체의 기쁨과 도전을 체험하면서 신앙을 더 깊이 심화하도록 돕는다. 

 

따라서 둥글게 앉아 서로를 바라보는 것은 공동체 안에서 공동체와 함께 하느님께 이르고, 하느님께 이른 나를 다시 공동체 안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공동체에 집중해 자기를 온전히 잃어버리고, 다시 공동체 안에서 자기를 찾게 되는 경험을 하게 하는 것이다. 또한 수업 안에서 ‘말없이 손을 건네고 잡는 행위들’, ‘종이나 다른 재료가 아니라 우리자신이 직접 일어서서 중앙에 만다라나 십자가 혹은 집 만들기’, ‘개인적인 작업이 결과적으로 완성된 공동체 작업이 되기’ 등을 통해 공동체에 소속된 기쁨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공동체 중심의 영성을 지녔다고 해서 개인적으로 만나게 되는 하느님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함께 체험하고 만나게 되는 하느님의 상(像)은 개인적으로 만나는 하느님과의 친교를 더욱 깊게 할 수 있게 한다. 

 

제시된 사진은 ‘탈렌트의 비유’ 이야기를 자료와 나눔을 통해 제시한 바닥그림이다. 각 사람은 다양한 색의 작은 천에 여러 가지 자료를 담아 놓은 보따리를 하나씩 받게 된다. 이는 하느님께서 우리 각자에게 고유하고도 특별한 탈렌트를 주셨음을 가시적으로 체험하게 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실제적으로 참여자들은 받은 이 보따리를 풀어서 바라보고 내적으로 심화하면서 자신이 받은 고유한 탈렌트의 가치를 기억해볼 수 있다.

 

이 작업은 루카복음 19장 11-27절의 ‘미나의 비유’ 말씀을 리더의 설명을 듣거나 함께 읽으며 진행한다. 말씀을 통해 생각하고, 나눈 것을 각각의 보따리 안에서 나온 자료를 갖고 세상을 위해 내가 기여해온 것 또한 할 수 있는 것을 표현하며 마무리한다. 이후 개인의 바닥그림과 공동의 바닥그림이 의미 있게 연결되는 체험을 하고 함께 바라본다. 이 작업은 신자재교육, 피정, 복음묵상을 비롯해 청소년ㆍ성인 등 각 공동체의 특징 혹은 필요에 맞게 재조정하면서 적용하면, 공동체의 소중함을 일깨우는데 유익하다. 

 

개인주의 성향이 사회 전체에 팽배한 현대사회에서 그리스도를 따르는 삶으로 초대하는 신앙교육의 장에, 공동체의 아름다움을 체험하는 일이 더 많아지길 기대해본다. [가톨릭신문, 2017년 2월 26일, 김 마리 아니마 수녀(노틀담수녀회, 실천교리교육연구소 소장)]

 

 

[기쁨과 관계의 교육학 실천교리교육] (5) 실천교리교육은 마음에서부터 나오고 마음으로 들어가는, 마음의 영성을 추구한다

 

마음 작용이 우리를 변화시킨다

 

 

‘마음에서 나온 것만이 마음에 이른다’라는 주제로 진행된 교리교사 양성 프로그램의 결과물. 참여자들은 마음으로 듣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숙고하고 나누며, 자신의 일상생활 안에서 체험된 기억들을 하나의 이미지로 바닥에 표현해 나간다.

 

 

실천교리교육이 마음으로부터 비롯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이 교육의 시작이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교육’을 찾던 이들에게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마음의 작용만이 대상자를 움직일 수 있고, 마음으로만 만나 뵐 수 있는 하느님께 이끌 수 있으니 말이다. 

 

실천교리교육에서 표현되는 바닥그림은 마음의 표현이다. 이야기를 통해 떠오르는 심상을 재료들을 이용해 표현하고, 표현된 그림을 다시 마음에 새기게 되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제시된 그림은 ‘마음에서 나온 것만이 마음에 이른다’라는 주제로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모든 감각이 마음을 통하지 않고서는 참된 의미를 지니지 못하며 우리 삶 안에서도 마음을 통해 주고받은 것이 나와 너를 변화시킬 수 있음을 표현한 것이다. 이 수업에서 언급된 성경은 하느님의 부르심을 마음으로 알아들은 소년 사무엘 이야기로 “주님, 말씀하십시오. 당신 종이 듣고 있습니다”라는 말씀 안으로 참여자들을 초대한다.

 

이 수업의 진행과정을 간단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 참여자들은 고요의 색, 그리고 고요의 소리 안으로 들어오도록 초대된다(종을 울리며 파장과 함께 고요 안으로 들어간다).

 

- 예루살렘의 성전을 연상할 수 있는 이미지를 통해 성경 안으로 들어간다(금빛 천, 등경, 촛불 등의 사물로 마음의 연상 작용을 도울 수 있다). 

 

- 성경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의 삶에서 들려오는 하느님의 말씀을 마음으로 느낄 수 있다(자신의 일상을 돌이켜보며, 나눔을 통해 하느님의 돌보심을 깨달을 수 있도록 돕는다).

 

- 마음에서 마음으로, 진심을 나누었던 기억을 되새기며 바닥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다(친구나 부모님, 선생님, 누군가로부터 진실된 마음을 전해 받았던 혹은 전해주었던 아름다운 기억이 있다면 그것을 이미지로 바닥에 표현해보도록 이끈다).

 

이렇듯 실천교리교육에서는 마음에서 비롯한 이야기를 통해 주님께 가까이 이르고,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지향하고 따르도록 촉구한다. 예수 그리스도를 알고자 하는 이 시간들을 통해 참으로 중요한 가치들이 마음 안에서 자라,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두었으면 한다. 그리하여 마침내 예수의 사명이 우리 삶 안에서 표현되는데 실천교리교육이 도구로써 더 많이 활용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 권 마리 오송 수녀(노틀담수녀회, 실천교리교육 연구원) - 가톨릭대학교 대학원에서 교육문화영성을 전공했다. 독일 실천교리교육협회 회원으로, 지도자 양성자격을 취득한 바 있다. 2003년부터 현재까지 노틀담 실천교리교육 연구원으로서 교사·수도자 등 가톨릭 교육자들을 위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2017년 3월 19일, 권 마리 오송 수녀(노틀담수녀회, 실천교리교육 연구원)]

 

 

[기쁨과 관계의 교육학 실천교리교육] (6) 실천교리교육은 삶에서 나온 영성을 추구한다

 

평범한 주변 사물에서 신앙적 의미 찾아

 

 

- ‘질그릇 속의 보화’라는 주제로 진행된 실천교리교육 현장.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사물 가운데 하나인 그릇을 이용해 작업이 진행됐다. 참여자들은 각자 부여받은 그릇을 통해, 자기 자신을 관조해보며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실천교리교육은 신앙에서 삶으로, 삶에서 신앙으로의 진입을 자연스럽게 체화하도록 돕는 교육이다. 여기서 다루는 주제들은 삶의 주위에서 쉽게 얻어질 수 있는 것들로써 어린이·청소년 그리고 모든 성인들의 연령에 맞도록 다루어지며, 이것이 삶의 근본적 질문을 촉진하도록 이끈다. 

 

예를 들어 질그릇의 모양새를 가지고 자신의 상태를 비유하면서 묵상으로 이끌기도 하고, 흙·쌀·물·돌들과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현재나 과거의 상태를 볼 수 있도록 인도하기도 한다. 일상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그릇을 통해 실천교리교육 방식이 이루어지는 한 가지 가능성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 참석한 모든 이들이 질그릇을 하나씩 받는다. 

 

- 서로 다른 모양의 질그릇을 정성스럽게 바라보고 두 손으로 느껴보며, 그릇이 지어지기까지의 과정을 마음속으로 그려본다(‘옹기그릇과 옹기장이’(예레 18,4-6) 말씀에 비추어 하느님의 손 안에서 돌봐지는 자신의 삶을 인식해볼 수 있다).  

 

- 그릇을 다양한 모습으로 놓아보며 나 자신을 이입시킬 수 있다(나 자신도 이 그릇처럼 하늘을 향해 열려진 경험이 있는지 혹은 이 그릇처럼 웅크리고 숨고 싶거나 내동댕이쳐진 경험이 있는지 등을 생각해 본다).

 

- 이 그릇이 말을 한다면 나에게 어떤 말을 건넬 수 있을까?(너도 나처럼 네 안에 귀한 것을 담을 수 있다, 너도 나처럼 사랑으로 지어졌다 등을 상상해본다).

 

- 우리의 모든 삶의 경험 중심에 빛이신 주님께서 함께 계시며, 내 안에 당신 빛을 넣어주신다(각자의 그릇 안에 작은 초를 놓을 수 있다).

 

이렇듯 실천교리교육은 삶의 경험을 의식하도록 초대한다. 

 

어린이의 경험세계와 청소년, 성인의 경험세계는 서로 다르며, 살아가는 공간적 환경, 만나는 사람들, 처해진 상황들에 따라서도 사람들은 모두가 특별한 자기만의 경험세계를 살아가고 있다. 이렇게 서로 다른 경험의 세계들이 나눔과 표현, 내면화와 인식의 시간들을 통해 확장되고 더욱 풍요로워지는 체험을 하게 된다. 

 

오늘, 우리 삶을 관조할 수 있기를. 보되 더 깊은 눈으로, 듣되 더 깊은 마음으로 내 삶에서 일어나는 움직임과 사물들을 알아봐, 하느님의 뜻에 가까이 이르는 날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가톨릭신문, 2017년 3월 26일, 권 마리 오송 수녀(노틀담수녀회, 실천교리교육 연구원)]

 

 

[기쁨과 관계의 교육학 실천교리교육] (7) 실천교리교육은 중심의 영성을 추구한다

 

공동체와 개인 삶의 중심 찾도록 이끌어

 

 

- ‘예수 그리스도는 누구이신가’라는 주제로 진행된 교리교사 연수의 작업 결과물. 참여자들은 먼저 태양의 이미지를 바닥에 스스로 그려가며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게 되고, 그리스도인에게 있어 빛 중의 빛이신 예수를 중심에 모시고 신앙의 기쁨을 표현한다.

 

 

실천교리교육이 ‘중심의 영성’을 추구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교리교육이 전개되는 방식에서 찾을 수 있다. 모든 작업이 자주 ‘중심’에서 시작되고, 수업 전 과정을 통해 전체 공간의 가운데에 하나의 상(像)이 그려진다. 

 

전체 참가자들의 대형은 늘 원을 형성하고, 중심으로 향하는 작업들은 궁극적으로는 삶의 중심을 찾기 위한 시도가 된다. 참가자들의 시선이 머물게 되는 중심은 공동체가 하나가 되는 데 힘을 부여한다. 

 

실천교리교육이 시작될 때, 중심은 언제나 비워져 있다. 하지만 수업이 전개되면서 이야기와 나눔이 이어지고, 참가자들에 의해 중심에 그림이 그려지게 된다. 수업 중에 그려질 바닥 그림의 전체적인 윤곽은 리더의 계획안에 있되, 세부적으로 표현되는 것들은 참가자들의 내적인 움직임에 의한 것들이므로 예측할 수 없다. 대상에 따라서, 대상자의 마음 상태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이다. 이것은 실천교리교육의 매력 중 하나다.  

 

제시된 바닥 그림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 삶의 중심이 되시며, 그분은 빛 중의 빛으로서 우리 삶에 생명을 주심을 표현한 것이다. 이 수업의 전개 순서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 공동체는 천으로 가려진 무언가를 선물 받는다. 

 

- 호기심을 가지고 예측하면서 마침내 커다란 빛 모양의 형상을 바닥에 펼치게 된다.

 

- 빛과 태양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며 빛이 우리 일상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인식해보고, 그리스도인에게 있어 생명을 주는 빛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이미지와 마주한다.

 

- 예수님의 삶을 나누면서 그분이 우리 삶에 어떻게 다가오시는지 의식해본다. 

(예수님의 공생활에 관한 성화를 사용해 그분의 삶을 기억하고 이야기 나누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오는 빛을 하나씩 선사받고, 여러 가지 재료들을 이용해 그 기쁨을 표현해 본다.

 

이 바닥그림의 표현방식에서도 볼 수 있듯이, 실천교리교육은 수업 안에서 공동의 중심으로 향해가는 동시에 개인의 중심을 찾도록 이끌어준다. 

 

이것은 중심에 놓인 가시적인 상(像)으로부터 공동체와 개인이 받는 특별한 선물이기도 하다. 이 선물을 통해 우리는 우리 삶의 희망이며 목적이신 그리스도를 잃지 않도록 성령께 청하게 된다. [가톨릭신문, 2017년 4월 23일, 권 마리 오송 수녀(노틀담수녀회, 실천교리교육 연구원)]

 

 

[기쁨과 관계의 교육학 실천교리교육] (8 · 끝) ‘실천교리교육’은 표현 중심의 총체적 영성을 추구한다

 

서로의 삶 인정하며 축복 의미 깨닫게 해

 

 

- 예비신자 대상 교육 중 ‘세례’를 주제로 한 작업의 결과물. 참여자들은 세례의 은총과 기쁨을 개인적으로 표현해 보았고, 개인이 표현한 작업들이 모여 하나의 커다란 바닥그림을 이뤘다.

 

 

지금까지 일곱 회에 걸쳐 소개한 바와 같이, 실천교리교육의 수업방식에서는 생각하고 마음으로 느낀 것을 언어, 신체언어, 그리고 바닥그림으로 표현한다. 그 가운데 가장 큰 특징은 바닥에 그려지는 이미지(像)라고 할 수 있는데, 이번 마지막 회에서는 그 바닥그림의 총체적인 표현과 그에 대한 전체적인 관점을 설명하고자 한다. 

 

수업이 진행되는 과정 중에, 혹은 과정을 마무리하는 단계에서 그려지는 바닥그림은 개인과 공동체에 하나의 상(像)으로 남아 오래도록 기억되기 때문에 중요한 영향력을 지닌다. 

 

제시된 사진은 ‘세례’에 관한 수업으로, 세례를 받음으로써 각 개인에게 주어지는 은총을 표현한 그림이 공동체의 그림으로 모여 하나의 커다란 바닥 그림을 형성하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수업의 단계를 간단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 공동체는 물결 모양의 천을 이용하여 ‘물’이라는 사물을 가까이 체험한다.

 

- 물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특징들을 이야기하면서 세례의 의미와 관련지어 이해하도록 한다. 

 

- 성경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며, 예수님의 세례 받으시는 이야기로 초대받는다.

 

- 세례의 은총을 기억하며 세례를 통한 개인적인 축복을 마음에 새긴다.

 

- 세례를 통한 기쁨을 개인적으로 표현해보고, 개인이 표현한 그림들이 모여 공동체의 커다란 그림을 이루게 된다.

 

인간은 그림을 통해 내면의 움직임을 표현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의 그림을 통해 그의 내면을 이해할 수 있다. 표현에 있어서 모든 사람에게 중요한 것은 각자가 꾸민 것, 어쩌면 평생에 걸쳐 꾸민 것(삶 전체를 꾸미고 형성하는 것으로 볼 때)에 대해 인정을 받는 것이다. 서로 주고받는 긍정의 힘과 지지는 우리 자신의 가치를 드높여주고 하느님으로부터 받는 축복의 진정한 의미도 깨닫게 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8회에 걸쳐 노틀담 실천교리교육 연구소(www.ndrpp.or.kr)에서 시행되는 교육의 한 방식을 소개했다. ‘감각에 중심을 둔 총체적인 교육학’이라는 부제를 지닌 실천교리교육은 다양한 연령, 집단을 대상으로 하여 지속적으로 연수가 이루어지고 있다. 

 

본당, 학교, 각 단체의 모임과 피정 등에서 어린이, 청소년과 모든 이들에게 주님의 기쁜 소식을 전하는 복음화의 길에 이 교수방법이 기쁨의 도구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 연재를 마칩니다. ‘노틀담 실천교리교육연구소’ 수녀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가톨릭신문, 2017년 4월 30일, 권 마리 오송 수녀(노틀담수녀회 · 실천교리교육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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