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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 동정 마리아의 묵주기도: 묵주와 묵주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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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1-06 ㅣ No.875

[동정 마리아의 묵주기도] 묵주와 묵주기도

 

 

복되신 성모님의 묵주는 

저희를 하느님께 묶어 주는 아름다운 사슬이며, 

저희를 천사들과 결합시켜 주는 사랑의 끈입니다. 

묵주기도는 지옥의 공격을 물리치는 구원의 보루이며 

모든 난파선이 찾는 안전한 항구입니다. 

저희는 묵주기도를 결코 멈추지 않겠습니다. 

죽음의 순간에 묵주는 저희에게 위안이 될 것입니다. 

삶을 마치며 묵주에다 마지막 입맞춤을 할 것입니다. 

묵주의 모후이신 성모님, 

저희는 마지막 순간까지 감미로우신 성모님의 이름을 부를 것입니다. 

사랑하는 우리 어머니, 

죄인들의 피난처, 

슬퍼하는 이들의 위로자이신 성모님, 

오늘 또 영원토록 하늘 땅 어디에서나 찬미 받으소서.

<바르톨로 롱고, ‘거룩한 묵주의 모후이신 성모님께 드리는 기도’>

 

- 묵주기도의 사도, 복자 바르톨로 롱고.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는 2002년 10월16일 교황 재위 25년의 첫 날에 ‘동정 마리아의 묵주기도(Rosarium Virginis Mariae)’라는 교서를 반포하시며, 복자 바르톨로 롱고의 ‘거룩한 묵주의 모후이신 성모님께 드리는 기도’로 마치셨습니다. 참으로 아름다운 기도입니다. 성모님의 묵주는 하느님께 묶어 주는 아름다운 사슬이며, 천사들과 결합시켜 주는 사랑의 끈일 수밖에 없습니다. 묵주기도를 바친다는 것은 하느님의 자녀로 살아가는 고백이며, 그러한 삶을 사셨던 성모님의 모범을 따르겠다는 다짐이고, 그리스도를 온전히 바라보는 기도입니다. 묵주기도를 정성껏 바치며 우리는 성모님과 함께 그리스도의 얼굴을 바라보게 됩니다.(교서, ‘동정 마리아의 묵주기도’ 이하 ‘묵주기도’, 3항)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언제나 바쳐왔던 묵주기도는 그리스도를 믿는 이들의 기도로써 자리합니다. 묵주기도를 통하여 신앙인들은 성모님께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은총을 받아왔으며, 지상 여정에 가장 중요한 기도로써 희로애락(喜怒哀樂)의 순간순간을 묵주기도와 함께 호흡하고 있습니다.

 

2017년은 ‘묵주기도의 모후’이신 파티마 성모님 발현(1917년 5월13일 발현) 백주년을 기념하는 해입니다. 또한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 ‘동정 마리아의 묵주기도’ 교서를 발표하신지 15년이 되는 해이기도 합니다. 특별히 레지오 단원들에게 묵주기도는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 숨을 쉬어야 하는 것처럼 회합에서 없어서는 안 될 절대적인 요소입니다.(교본 19장14항)

 

이번 달부터 연재되는 ‘동정 마리아의 묵주기도’는 묵주기도의 의미와 역사, 그리고 기도문의 이해와 신비 묵상을 통해,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숨을 불어넣어주신(요한 20,22 참조) 것처럼 우리도 기도의 숨을 제대로 쉴 수 있는 자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묵주(默珠)

 

가톨릭 신자라면 누구나 하나쯤은 가지고 있으며, 기도하는 신앙인들의 주머니에는 늘 묵주가 들어있고, 삶의 자리 곳곳에 다양한 형태의 묵주를 지니거나 놓아두고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묵주기도에 쓰이는 도구는 묵주입니다. 하나의 신비(환희, 빛, 고통, 영광)를 이루는 다섯 개의 신비 선포를 묵상하며 기도문을 반복하는데, 보통 5단 묵주를 사용하게 됩니다.

 

여기서 ‘단’이라는 의미는 묶음을 세는 단위를 의미합니다. 그래서 “묵주기도를 몇 단 바친다”고 말하면 보통 우리들이 매 단마다 바치게 되는 ‘주님의 기도’, ‘성모송’ 10번, ‘영광송’, 짧은 마침기도인 ‘구원을 비는 기도’ 중 장미의 의미를 드러내는 성모송 10번의 반복을 통해 장미 한 단을 드리는 것처럼 사용되는 표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성모님께 대한 아름다운 시 혹은 상념들의 묶음이란 의미로 ‘기도의 장미 꽃다발’입니다.

 

보통 5단 묵주는 59개의 구슬과 십자고상으로 엮어져 있는데 묵주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십자고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묵주알들이 십자고상에 모아지기 때문입니다. 십자고상에서 기도의 순환이 시작되고 끝을 맺는다는 의미입니다.(‘묵주기도’, 36항) 신앙인들의 삶과 기도는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그리스도에게서 시작되며, 그리스도를 지향합니다. 단순하게 도구적인 차원으로 보았을 때는 반복되는 성모송을 세기 위한 것이지만, 묵주기도의 진행을 표시하며 세는 도구인 묵주는 그리스도인의 관상과 완덕의 끝없는 길을 가리키기도 합니다. 클레멘스 7세 교황님께서는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묵주는 구원입니다.”

 

손에 든 묵주는 구원의 길을 인도하는 나침반입니다. 우리의 겉모습을 꾸미는 장신구가 아닌 구원을 위한 가장 아름다운 성물(聖物)입니다.

 

 

묵주기도(珠祈禱)

 

주교회의 천주교용어위원회는 ‘매괴’는 해당화를 일컫고, 로사리오(Rosario)는 외국어이므로, 이전부터 사용하던 ‘묵주’(默珠)라는 말을 계속 사용하도록 통일시켰습니다. ‘침묵하다, 잠잠하다’는 의미의 ‘묵’(默)과 ‘구슬’을 의미하는 ‘주’(珠)를 합쳐서 묵주라고 부르는데 여기서 ‘묵’(默)은 ‘묵상하다’의 줄임으로 여깁니다. 그래서 묵주는 ‘묵상(默想)을 위한 구슬(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묵상을 위한 구슬로 엮인 묵주를 들고 바치는 기도를 ‘묵주기도’라고 부릅니다.

 

- 성 비오 10세 교황.

 

 

묵주기도는 라틴어로 쓰였을 때, “Rosarium Virginis Mariae”(로사리움 비르지니스 마리애)라고 부르며 이를 뜻 그대로 번역하여 보자면 ‘동정 마리아의 장미 꽃밭’이라는 의미입니다. 기도의 장미꽃이 가득한 장미 꽃밭입니다. 장미는 꽃 중의 여왕이고, 묵주기도는 모든 신심 중의 장미이기에 첫째가는 신심을 드러냅니다. 예전에 장미화관을 뜻하는 ‘로사리오’(Rosario)나 장미과에 속하는 해당화를 뜻하는 ‘매괴’라는 한자어를 사용했던 것도 라틴어로 사용되는 교회의 묵주기도에 대한 정식 명칭이 ‘동정 마리아의 장미 꽃밭’이라는 기도 이름 때문이기도 합니다. 묵주를 들고 정성껏 바치는 기도는 성모님께 가장 아름다운 장미꽃을 엮어 올리는 영적 장미 꽃다발이 됩니다.

 

“모든 기도 가운데 묵주기도는 가장 아름답고 은총이 가장 풍부하며 지극히 거룩하신 동정 성모님을 가장 기쁘게 해 드리는 기도이다. 그러므로 묵주기도를 사랑하고 날마다 열심히 바치기 바란다. 이것이 나의 유언이니, 이로써 나를 기억해 주기 바란다.” <성 비오 10세 교황>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7년 1월호, 박상운 토마스 신부(전주교구 여산성지성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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