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 (금)
(백) 부활 제3주간 금요일 내 살은 참된 양식이고 내 피는 참된 음료다.

영성ㅣ기도ㅣ신앙

[영성] 영성의 삶: 하느님과 함께 살아가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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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0-05-12 ㅣ No.1430

[영성의 삶] 하느님과 함께 살아가는 삶

 

 

요즘 신자들은 영성생활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가지시는 것 같습니다. 많이 관심을 가지고 노력하지만 때로는 길을 잃고 헤매기도 하는 것이 영성생활입니다. 그래서 영성생활이 무엇인지에 대해 몇 번에 걸쳐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영성생활을 잘 하기 위해서 우선 영성생활이 무엇인지 알아야겠습니다. 신자들에게 영성생활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분명하게 대답하지 못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너무나 다양한 생활이라서 한마디로 말하기가 어렵기 때문이겠지요. 분명 영성생활을 정확한 한마디로 정의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신비하신 하느님과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한마디로 정의하는 것은 불가능하겠지요. 하지만 본질적인 개념이 잡혀 있어야 영성생활이 쉬워지고 실질적인 생활에 도움이 됩니다. 영성생활을 구체적으로 쉽게 말하면 ‘하느님과 함께 살아가는 삶’, ‘하느님과 친하게 지내는 삶’, ‘친한 주님과 항상 함께하는 삶’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친함이 더 가까워지고 커져서 사랑으로까지 이어진다면 가장 완벽한 영성생활을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즉 ‘하느님을 사랑해서 그분과 떨어지지 않고 항상 함께 살아가는 삶’이 우리가 가장 지향해야 할 영성생활입니다.

 

이러한 삶이 바탕이 되어야 모든 신앙생활이 제대로 성숙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자칫 기도, 봉사, 신심활동 등이 자기중심적이고 자기만족을 위한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 튼튼한 반석 위에 집을 지어야 어떤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것처럼 ‘하느님과 함께 살아가는 삶’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환난, 위기가 닥칠 때 한순간에 신앙생활이 무너질 수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하느님이 빠진 신앙생활을 하는 분들을 자주 접하게 됩니다. 열심히 기도를 하고, 매일 평일미사에 참례하고, 많은 신심단체에 가입하여 활동을 하더라도, 그 신자의 모습에서 하느님을 느낄 수 없다면, 무엇인가 빠진 신앙생활을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제대로 신앙생활을 한다면 자신의 삶에서 그리스도의 향기가 피어오르게 됩니다. 사랑하는 주님과 항상 함께 살아가는 생활은 조금씩 주님을 닮아가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면 사랑하는 사람을 닮는다는 말처럼 제대로 된 영성생활을 하게 되면 주님의 마음을 닮아가고, 삶 속에서 그분의 향기가 은은히 퍼져 나오게 됩니다. 사랑하는 주님과 항상 함께 살아가는 삶은 이렇게 모든 신앙생활의 가장 중요한 바탕이 됩니다.

 

주님과 함께 살아가는 삶은 아주 쉬우면서도 또한 어려운 일입니다. 주님을 잊지 않고 항상 생각하고 살아가면 되니까 쉽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것을 중요시 여기는 우리는 현실적으로 자주 주님의 존재를 잊곤 합니다. 눈에 보이는 세상 일에 더 관심을 두고 살다보면 주님이 곁에 계심을 의식조차 하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교회는 주님을 잊지 않고 살기 위해 긴 세월 동안 여러가지 노력을 해왔습니다. 성무일도(시간전례)와 삼종기도같이 시간을 정해두고 바치는 기도는 이러한 노력의 대표적인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삼종 기도 시간에 성당은 종을 치며 기도를 촉구합니다. 주님을 잊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주님이 곁에 계시니 정신 차려 주님을 만나라고 종을 치는 것입니다.

 

신학생들에게 항상 강조하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하루를 마감하는 시간, 잠들기 바로 직전에 주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리라고 합니다. 또한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주님께 하루를 주심에 대한 감사나 아침 인사 등을 드리라고 합니다. 어떤 식의 말로 기도하든 하루의 시작과 끝 시간에 주님을 생각하는 것이 영성생활의 중요한 기초라고 강조합니다.

 

가수 이선희가 예전에 부른 ‘알고 싶어요’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이 노래 가사는 상대방이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알고 싶어 하는 마음을 담고 있습니다. “달 밝은 밤에 그대는 누구를 생각하세요?” “하루 중에서 내 생각 얼만큼 많이 하나요?” 이 노래 가사처럼 사랑은 많이 생각하고, 많이 그리워하는 마음을 통해 드러납니다. 영성생활도 주님을 자주 생각하고 그리워하는 마음에서 점점 무르익어갑니다. 하루를 시작하는 시점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은 제일 많이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하루를 마감하는 시간에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루의 가장 중요한 처음과 끝에 주님을 떠올리는 일은 그만큼 그분을 사랑하게 만듭니다. 처음에는 대부분 의지적으로 시작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마음으로 주님을 떠올리게 됩니다. 그때부터 주님께 대한 사랑이 싹트고 자라기 시작합니다. 이러한 마음이 영성생활을 튼튼하게 하는 밑바탕이 되고, 그 위에 지식과 깨달음, 봉사, 직무 등으로 집을 짓게 될 때 성숙된 신앙생활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주님이 우리와 함께 계심을 잊지 않기 위해 눈에 보이는 십자가나 성상을 통해서 주님을 떠올리는 것도 좋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으면 자주 주님을 잊고 살기에 보이는 성상을 통해서라도 주님이 우리와 함께 계심을 느끼며 살자는 것입니다. 집에 있는 십자가를 보면서 주님을 떠올리고 대화를 나눈다면 그분의 현존을 더 잘 느끼게 됩니다. 집을 나가고 들어올 때 십자가를 향해 인사를 하는 것도 주님의 현존을 느끼는데 도움이 됩니다. 또한 성당을 지날 때 감실 안의 성체를 떠올린다면 자연스럽게 주님을 생각하고 때로는 대화도 하게 됩니다. 이렇게 눈에 보이는 십자가나 성상, 성당 등을 통해서라도 주님이 우리와 함께 계심을 느끼며 살아간다면 영성생활은 점점 더 굳건해질 것입니다.

 

지금부터라도 주님이 우리와 함께 계심을 자주 느끼며 살아보시기 바랍니다. 자신의 삶의 자리 한쪽에 주님의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게 살게 되면 죄에서 멀어지게 되고, 누가 있건 없건 간에 올바른 마음가짐을 지니게 되며, 항상 밝고 깨끗한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게 됩니다.

 

* 서보효(라이문도) 신부님은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 대신학원 영성 담당으로 신학생들을 가르치고 영적 지도를 하고 있습니다.

 

[월간빛, 2020년 5월호, 서보효 라이문도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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