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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술ㅣ교회건축

성당 이야기17: 라인란트 하류의 초기 로마네스크 - 트리어 대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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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9-12-25 ㅣ No.694

[성당 이야기] (17) 라인란트 하류의 초기 로마네스크


트리어 대성당

 

 

지난 회에는 신성로마제국의 동부 지역인 작센을 중심으로 독일의 초기 로마네스크 성당에 대해서 알아봤습니다. 이번 회에는 신성로마제국의 서부에 위치한 라인란트 지역의 초기 로마네스크 성당에 대해서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라인강을 따라 길게 형성된 라인란트 지역은 하류와 상류로 나누어서 볼 수 있습니다. 먼저 하류 지역은 옛날 카롤루스 대제 시절의 아헨 왕궁과 가까운 지역으로 쾰른과 에센, 트리어 등이 속해있습니다. 아헨 왕궁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이 지역의 성당은 카롤링거 왕조에 대한 향수가 다른 곳에 비해서 더욱 짙었고, 그래서 건축술의 발전보다는 대형 공간을 형성하는 것에 관심을 두었습니다. 신성로마제국이 카롤링거 왕조의 영광을 잇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일 것입니다. 먼저 수직 방향의 확장을 위해서, 곧 천장을 높이 올리기 위해서 기둥이 두꺼워졌습니다. 그리고 수평 공간, 곧 네이브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 무거운 석조 볼트천장 대신 목조 평천장이 트러스 형태로 설치되었습니다. 쾰른의 장크트판텔레온(980년) 성당과 에센의 수도원 성당(11세기초), 그리고 트리어 대성당(1070년)이 라인란트 하류 지역의 대표적인 초기 로마네스크 성당들입니다.

 

트리어 대성당은 로마 시대부터 있었지만 오토 건축에서 더블 엔더에 의한 평면 구성이 이루어졌고, 목조 평천장에 원형 기둥과 십자형 다발 기둥이 사용되었습니다. 특히 웨스트워크는 외관상으로는 독립된 공간처럼 보이지만 내부에서 보면 네이브와 연속 공간으로 되어 있어 로마네스크 성당의 특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웨스트워크의 외벽에서 롬바르디아 밴드의 장식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반면 라인란트의 상류 지역은, 북부 프랑스와 인접한 하류 지역에 비해서 로마네스크 건축이 늦게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양식적으로는 더 발달하여, 네이브월은 아케이드층과 클리어스토리(천측장)의 2단 구성으로 정리가 잘 되었고, 기둥도 사각기둥과 원형기둥의 교대 리듬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지난 회에서, 작센의 성 미카엘 성당이 사각형의 주기둥 사이에 원형의 부기둥이 두 개가 들어간 형태라고 말씀드렸는데 이것을 ‘작센 리듬’이라고 부른다면, ‘라인 리듬’은 사각기둥(주기둥)과 원형기둥(부기둥)이 교대로 구성된 것을 말합니다. 오토 건축의 특징인 더블 엔더 역시 잘 나타나며, 계단실로 이루어지는 탑과 네이브월의 추상적인 면처리도 라인란트 상류 지역의 성당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이 지역의 대표적인 성당은 슈파이어 대성당입니다. 그런데 슈파이어 대성당은 로마네스크 전성기에 한 번 더 커다란 발전을 이루기 때문에, 초기 로마네스크의 성당을 ‘제1 슈파이어’, 전성기 때의 성당을 ‘제2 슈파이어’라고 부릅니다. 이는 프랑스 초기 로마네스크의 ‘제2 클뤼니 수도원 성당’이 전성기 로마네스크 때 ‘제3 클뤼니 수도원 성당’으로 발전한 것과 비길 수 있습니다. 제1 슈파이어 대성당에 대해서는 다음 회에 계속하겠습니다.

 

[2019년 12월 22일 대림 제4주일 의정부주보 7면, 강한수 가롤로 신부(민락동 성당 주임, 건축신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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