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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 수도 전통에 따른 렉시오 디비나7: 몇 가지 원칙 (1) 매일 정해진 시간에 성경 독서 · 묵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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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9-10-01 ㅣ No.1318

[수도전통에 따른 렉시오 디비나] (7) 몇 가지 원칙 ①


매일 정해진 시간에 성경 독서 · 묵상을

 

 

렉시오 디비나 수행을 잘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원칙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1) 무엇보다도 먼저 하느님 말씀이 지니는 중요성을 직시해야 한다. 즉 하느님 말씀이 우리 신앙생활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고, 그 말씀을 매일 가까이 접하도록 해야 한다.

 

2) 그리스도인들이 집이나 성당에서 직접 성경을 매일 찾아보는 습관을 지닌다. 요즈음 신자들은 주일 미사에 갈 때 간단히 「매일미사」 책만 가지고 감으로 인해서, 자기 성경을 직접 볼 기회를 실제로 놓치고 있다는 사실이 개인적으로 매우 안타깝다.

 

3) 고정된 성독 시간을 가진다. 현대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이 말씀에 더 깊이 나아가기 위해서는 렉시오 디비나를 위한 고정되고 여유로운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바쁘다는 핑계로 기도 시간조차 내지 못하는 신자들에게, 그 옛날 암브로시우스 성인(St. Ambrosius)은 다음과 같은 충고를 하였다. “왜 당신은 성경을 읽기 위해 자유로운 시간을 그분께 봉헌하지 않습니까? 당신은 그분과 대화하기를 원하지 않습니까? 어찌하여 당신은 그분을 찾지도 않습니까?” 그분을 찾고, 그분과 직접 대화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분을 위해 자유로운 시간을 기꺼이 내어드려야 한다.

 

수도승 전통에서는 언제나 렉시오 디비나를 위해 고정되고 여유로운 시간이 강조되어 왔다. 그러므로 렉시오 디비나 수행을 위해서는 아무 시간이나 혹은 자투리 시간을 마련하기보다는 오히려 매일 일정한 시간을 정해 성경 독서와 성경 묵상을 꾸준히 해 나가는 것이 크게 도움이 된다.

 

4) 고요한 기도의 장소를 꾸민다. 성경을 어디에서 읽고 묵상해야 하는가? 이것 또한 중요하다. 하느님의 말씀을 대함에 있어 시끄럽고 번잡한 장소는 렉시오 디비나에 적합한 곳이 아니다. 이러한 장소에서 말씀을 집중하여 깊이 독서하고 묵상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렉시오 디비나를 위해 다른 사람들로부터 방해받지 않는 조용하고 평온한 장소가 필요하다. 그러한 장소는 크고 작음을 의미하지 않는다. 성독을 위해 비록 작은 공간이라도 고요함과 평온함이 유지되는 장소이면 말씀 수행을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러한 장소는 그냥 일차적인 차원의 장소가 아니라 그보다는 더 영적인 차원의 의미를 갖고 있다. 즉 말씀을 대하는 그러한 장소는 영적 투쟁의 장소이며, 호세아서가 말했던 ‘빈들’과도 같다. 주님께서는 그러한 장소로 우리를 손수 불러내어 당신의 넘치는 사랑을 속삭여 주시고자 하신다.

 

5) 전 존재로 읽고 들어라. 성경 독서는 단순히 눈으로만이 읽는 것이 아니다. 고대나 중세 수도승들은 입으로 본문을 읽고, 귀로 듣고, 마음으로 성경을 배웠다. 비록 오늘날 이러한 모습이 많이 사라져 버리기는 했지만, 이렇게 인간 전 존재로 집중해서 성경 독서를 한다면, 하느님 말씀의 심오한 신비를 더욱 깊이 깨닫게 될 것이다.

 

6) 하느님의 말씀에 접근할 때 지적이고 추론적인 접근 방법보다는 오히려 단순한 마음으로 주님의 말씀에로 다가감이 중요하다. 즉 온 마음으로 말씀을 읽고 그중에 마음에 닿는 한 말씀을 선택하고, 그 말씀을 종일 되뇌는 단순한 영적인 수행을 통해서 말씀에 다가가야 한다.

 

[가톨릭평화신문, 2019년 9월 29일, 허성준 신부(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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