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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 주님의 기도와 교부들: 악에서 구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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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11-18 ㅣ No.1267

[주님의 기도와 교부들] 악에서 구하소서

 

 

마지막 일곱 번째 기도

 

“(저희를)악에서 구하소서.” 이 기도는 주님의 기도 안에 포함된 마지막 일곱 번째 기도이다. 치프리아노 교부는 이렇게 말씀하신다.

 

“이 모든 간청 다음으로 기도문의 마지막 부분에서 우리의 모든 기도와 간청을 묶어 간략히 결론짓는 기도가 있습니다. 곧 우리는 마지막으로 ‘(저희를) 악에서 구하소서.’라고 기도합니다. 여기에는 원수가 이 세상에서 우리를 거슬러 행하는 모든 적대 행위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구해 주신다면, 또 그분이 간청하는 우리를 도와주신다면, 우리는 이 모든 위험으로부터 든든하고 확실하게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 ‘우리를 악에서 구하소서.’라고 기도하고 나면, 이제 우리에게는 더는 청할 것이 없습니다. 악에 대해 하느님의 보호를 청하고 그것을 받으면, 우리는 악마와 세상의 모든 작용에 대해서 안전하고 안정된 상태에 있게 됩니다. 세상에서 하느님을 보호자로 둔 사람이 실로 세상에 대해 무엇을 두려워하겠습니까?”(「주님의 기도 해설」, 27항).

 

 

악은 마귀를 뜻한다

 

예수님께서는 늘 아버지께 우리를 악에서 보호해 주시기를 청하셨다. “저는 이들을 위하여 빕니다. 세상을 위해서가 아니라 아버지께서 저에게 주신 이들을 위하여 빕니다. 이들은 아버지의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 이들을 세상에서 데려가시라고 비는 것이 아니라, 이들을 악에서 지켜 주십시고 빕니다”(요한 17,9.15).

 

여기서 언급하는 ‘악’은 추상적인 어떤 것이 아니라, 한 인격체, 곧 사탄, 악마, 하느님께 대항하는 천사를 가리킨다. 악마는 하느님의 계획과 그리스도를 통하여 이룩된 하느님의 구원 사업을 가로막는 자이다(가톨릭교회 교리서, 2851항 참조).

 

예수님께서 당하실 수난과 죽음을 예고하셨을 때 베드로가 예수님을 꼭 붙들고 “맙소사, 주님! 그런 일은 주님께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말하자 예수님께서는 그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사탄아, 내게서 물러가라. 너는 나에게 걸림돌이다. 너는 하느님의 일은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만 생각하는구나!”(마태 16,22-23). 사탄은 인간의 역사 처음부터 아담과 하와, 그리고 사람의 마음속에 들어와 늘 주님의 뜻을 따르지 못하게끔 방해를 놓는다.

 

 

사탄의 폐해와 주님의 승리

 

예수님께서는 사탄에 대해 이렇게 말씀하신다. “그는 처음부터 살인자로서, 진리 편에 서 본 적이 없다. 그 안에 진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가 거짓을 말할 때에는 본성에서 그렇게 말하는 것이다. 그가 거짓말쟁이며 거짓의 아비기 때문이다”(요한 8,44).

 

하늘나라에서 벌어진 전쟁에서 미카엘 대천사와 그의 천사들이 “그 큰 용, 그 옛날의 뱀, 악마라고도 하고 사탄이라고도 하는 자, 온 세계를 속이던 그자”(묵시 12,9)를 지옥으로 떨어지게 했다.

 

사탄은 그동안 죄와 죽음이 세상에 들어오게 하는 데 결정적인 원인이었으나, 구세주 예수님께서 세상에 오시어 마귀를 꺾으심으로써 우리는 “죄와 죽음의 수렁에서 건져질”(「로마 미사 전례서」, 감사 기도 제4양식) 것이다.

 

요한 사도는 이런 이유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하느님에게서 태어난 사람은 아무도 죄를 짓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압니다. 하느님에게서 태어나신 분께서 그를 지켜 주시어 악마가 그에게 손을 대지 못합니다”(1요한 5,18).

 

암브로시오 교부는 결론적으로 이렇게 가르친다.

 

“여러분의 죄를 없애 주시고 잘못을 용서해 주신 주님께서는 여러분과 싸우는 마귀의 계교에서 여러분을 보호하고 지켜 주시어, 언제나 악을 발생시키곤 하는 원수가 여러분을 불시에 공격하지 못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니 하느님을 신뢰하는 사람은 악마를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 편이신데 누가 우리를 대적하겠습니까?’(로마 8,31)”(「성사론」, 5,30).

 

예수님께서 당신의 생명을 우리에게 주시려고 자유로이 당신을 죽음에 내맡기시던 그 시간에, 이 세상의 권력자(요한 14,30 참조)에 대한 승리가 한 번에 결정적으로 이루어졌다. 이것은 이 세상이 심판을 받는 것이며, 이 세상의 통치자가 “쫓겨나는”(요한 12,31; 묵시 12,10 참조) 것이다(가톨릭교회 교리서, 2853항 참조).

 

 

악마와 전쟁을 명하시는 주님

 

“예수님께서는 여기서 악마를 ‘사악한 자’로 표현하시며, 우리에게 그자와 결코 휴전이 없는 전쟁을 하라고 명령하십니다. … 악마는 사악한 자의 원형입니다. 그가 너무도 많은 사악한 선택을 했고, 우리한테서 아무런 해도 입지 않았으면서도 무자비하게 전쟁을 걸어오기 때문입니다”(요한 크리소스토모, 「마태오 복음 강해」, 19,6).

 

모든 사악함의 원천은 불경이다. 하느님을 주님으로 알아 모시는 사람은 그 마음 안에 경건함이 살아 있고, 주님을 두려워할 줄 아는 생활이 가능하다. 그러나 하느님을 주님으로 모시지 않는 사람은 그 마음 안에 악마가 불경을 심어, 자신이 멸망한 같은 길을 따라가서 결국 멸망에 이르도록 잡아끄는 것이다. 불경의 역사는 악마가 아담에게 집어넣어 준 이래 오늘날까지 전염되어 오는 무서운 병마이다.

 

주님의 기도 마지막 청원은 지금 이 세상에 사는 동안 우리를 괴롭히고 힘들게 만드는 모든 것, 특별히 불경을 치워 주시기를 청하는 기도이면서 동시에 세상 종말에 이루어질 것을 향해 우리의 마음을 들어 올리는 기도이다. 종말은 그리스도의 재림과 완전한 통치를 뜻한다. 따라서 이 마지막 기도는 종말론적 기도이다.

 

 

죽음과 지옥의 열쇠를 쥐고 계시는 주 예수님

 

주님은 이렇게 말씀하신다. “나는 죽음과 저승의 열쇠를 쥐고 있다”(묵시 1,18). 우리는 매일 미사 때마다 주님의 기도를 바친 뒤에 사제가 주님께 드리는 기도에서도 그 의미를 잘 알 수 있다. “주님, 저희를 모든 악에서 구하시고 한평생 평화롭게 하소서. 주님의 자비로 저희를 언제나 죄에서 구원하시고 모든 시련에서 보호하시어, 복된 희망을 품고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을 기다리게 하소서”(「로마 미사 전례서」, 영성체 예식, 126).

 

종말에 보여 주실 주님의 영광스러운 승리의 참모습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우리는 주님의 기도를 드리곤 한다. “‘악에서 구하소서.’라는 마지막 청원에서, 그리스도인은 교회와 더불어, 하느님과 그분의 구원 계획에 직접 반대한 천사, 사탄, ‘이 세상의 권력자’를 쳐 이기신 그리스도의 승리를 드러내 주시도록 하느님께 청한다”(가톨릭교회 교리서, 2864항).

 

우리가 “저희를 악에서 구하소서.”라고 기도할 때마다 묵시록의 “아멘. 오십시오, 주 예수님!”(묵시 22,20)이라는 성경 말씀과 함께 기도드리는 것이다. 또한 바오로 사도가 로마서 8장에서 말씀하신 바와 같이, 신음하며 진통의 고통 속에서 떨고 있는 모든 피조물과 함께 기도드리는 것이다.

 

우리는 이 기도를 드릴 때 악마에게 시달리며 고통당하는 모든 사람을 기억하고, 언젠가는 주님으로부터 이루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풍성하게 결실을 보는 날이 오리라는 희망을 간직하며 바쳐야 한다. 그분께서는 “보라, 내가 모든 것을 새롭게 만든다.”(묵시 21,5)라고 하시면서 우리에게 오실 것이다.

 

 

결론

 

주님의 기도는 예수님께서 가르쳐 주신 이래로 약 2000년 동안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많이 바치는 기도이다. 그런데도 마모되지 않고 닳지 않는 기도이다. 신자들이 가장 많이 바치는 기도이며, 개신교 신자들도 드리는 기도이다. 죽음에 이르러 의식이 없는 신자 환자의 입에서 무의식중에도 나오는 기도이기도 하다. 주님께서 이 기도를 제자들에게 가르쳐 주셨을 때와 마찬가지로 오늘도 이 기도는 결코 낡은 기도가 아니고, 새로운 기도이며 의미가 깊은 기도이다.

 

주님의 기도 안에 실려 있는 일곱 가지의 청원은 이미 그리스도 안에서 이루어졌으나, 우리 안에서는 아직 완성되어야 하는 내용이다. 우리에게 기도를 가르쳐 주신 그리스도께서는 동시에 그 기도의 완성의 은혜도 선물하실 것임을 믿는다.

 

* 장인산 베르나르도 - 청주교구 신부. 원로 사목자로 강화꽃동네 성녀 헬레나 성당에서 통일을 기원하며 지낸다. 독일 본대학교에서 교부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대구가톨릭대학교와 대전가톨릭대학교 교수를 지냈다.

 

[경향잡지, 2018년 11월호, 장인산 베르나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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