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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정] 마음이 머무는 피정: 예수성심시녀회 소보둥지 피정의 집 - 첫영성체 가족 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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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11-17 ㅣ No.878

[마음이 머무는 피정 - 예수성심시녀회 소보둥지 피정의 집] 사랑과 축복이 가득한 가정을 위하여


첫영성체 가족 피정

 

 

인간의 시작과 끝은 ‘가정’이다. 가정은 사람이 태어나 처음 만나는 공동체이자 부모의 사랑을 통해 하느님 사랑을 배우는 학교다. 그래서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가정을 ‘작은 교회’ 또는 ‘가정 교회’라 부르며, 가정에서 부모들이 말과 모범으로 자녀들에게 신앙을 가르치는 첫 스승이 되어야 한다고 권고한다(교회 헌장, 11항 참조).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고 가족 관계를 더욱 끈끈히 하고자 하는 이들을 위해 소보둥지 피정의 집에서는 ‘첫영성체 가족 피정’을 하고 있다.

 

 

‘소중한 보물 같은 둥지’

 

경북 군위군 소보면 도신로 700-86, 앞에는 저수지가 있고, 뒤에는 나지막한 산이 감싼 아늑하고 고요한 공간에 ‘소중한 보물 같은 둥지’ 소보둥지 피정의 집(이하 소보둥지)이 있다.

 

본디 깊은 산중에 자리한 배밭이었던 소보둥지는 한때 떠돌이 알코올 의존증 환자와 행려병자들의 재활 공간이었다. 그러다가 사회 복지 정책의 변화로 생활인들이 복지 기관으로 보내지면서부터 맑은 공기, 숲 향기가 어우러진 몸과 마음의 치유를 위한 피정의 집이 되었다.

 

“어디 가서 푹 쉬고 싶다. 내 영혼의 목마름을 채우고 싶다. 나를 깊이 들여다보고 싶다. 다 털어 내고 새롭게 시작하고 싶다. 깊이 기도해 보고 싶다. 내 속사정을 마음 놓고 상담받고 싶다. 이런 마음이 들 때, 언제나 달려갈 수 있는 곳.”

 

누리집에 있는 소개 글처럼 소보둥지는 삶의 자리를 떠나 둥지에 머무르면서, 둥지를 찾아든 새처럼, 엄마 품에 안긴 어린 아기처럼, 하느님께서 이미 각자에게 주신 행복과 기쁨, 평화, 사랑, 온유, 인내를 되찾고 다시 삶의 자리로 돌아가 더 행복하게 살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소보둥지에서는 대상이나 상태가 다른 피정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단계적으로 영성의 깊이를 더할 수 있게 하려는 이유에서 다양한 피정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예수 성심, 섬김 영성, 소통 공감, 전례 복사, 전례 성가 등의 피정과 에니어그램, 효소 단식 피정 등을 실시하고, 여름과 겨울에는 학생들을 위한 신앙 캠프도 진행한다. 그 가운데 ‘첫영성체 가족 피정’이 있다.

 

 

첫영성체 준비를 가족과 함께

 

“첫영성체를 준비하는 아이와 부모가 함께 피정하게 될 때, 가정이 성화될 수 있으리라는 바람으로 피정을 준비했습니다. 첫영성체를 준비하는 아이들을 계기로 가족이 소통하고 공감하는 가운데 더 사랑이 충만한 가족이 되게 하며, 함께 기도하고 함께 마음을 나누게 하고 싶었습니다.” 김 연희 마리아 수녀는 첫영성체 가족 피정을 하게 된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첫영성체는 신앙생활을 하는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시기이다. 신자들 가운데는 첫영성체 뒤에 신앙이 주는 따듯함으로 아름다운 신앙적 삶을 살았다고 고백하는 이가 많다.

 

가톨릭에서 유아 세례를 받은 아이들이 열 살 무렵 일정 기간 교육을 받은 뒤 처음으로 예수님의 몸을 영할 수 있는 자격을 받는 첫영성체. 이 과정에 부모의 참여는 무척 중요하다. 자녀 신앙 교육의 책임자인 부모가 온 가족과 함께할 때 자녀와 올바른 관계를 정립할 수 있고, 아이들이 신앙생활을 진실하게 하는 밑거름은 물론 부모 또한 자신의 신앙을 재정립할 좋은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라도 첫영성체를 준비하는 아이들과 부모들이 함께하는 가족 피정에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첫영성체를 준비하는 아이들의 가정도 사회와 마찬가지여서 냉담 중이거나 외짝 교우인 경우 아이가 첫영성체를 준비하는데 협조도 어렵고, 하고 나서도 신앙생활을 이어가기 힘들다.

 

 

부모와 자녀가 서로를 축복하는 시간

 

“예수님, 저 왔어요. 저희 가정을 축복해주세요.”

 

지난 9월 29일, 소보둥지에 아이와 어른 이십여 명이 모였다. 첫영성체를 앞둔 어린이 일곱 명과 그 가족들이다. 네 식구가 모두 온 가정, 어머니와 아들만 오거나 할아버지 할머니가 부모를 대신해 온 가정도 있다.

 

‘축복의 전례’ 시간, 한 가정씩 제대 앞에 나와 인사하고 제대 뒤 십자가 앞에 무릎을 꿇은 채 저마다의 기도를 속으로 드린다. 그리고 부모와 자녀가 서로를 축복하며 꼭 안아 준다. “사랑합니다. 축복합니다.” 예수님 발치에서 나누는 축복 기도로 마음이 따듯해진다.

 

그다음은 ‘자녀 마음 알기’라는 그림 작업 시간이다. 또 다른 뜻은 ‘부모 마음 알아채기’, 서로 마음을 읽게 해 주는 과정이다. “내면의 움직임을 보는 영적 돌봄의 하나로 함께 살아가는 가족이 공감하고 소통하는 도구로 사용해요. 가족 간 이해의 폭을 넓히고 소통을 원활하게 하여 가족들의 기쁨을 끌어내려는 것이죠.”

 

몇 가지 규칙이 있다. 각자 마음에 드는 색의 펜을 고른 뒤 순서를 정해 차례로 종이에 그림을 그린다. 다만 다른 사람에게 무엇을 그리라고 지시하거나 제지하는 등의 말과 행동을 하면 안 된다.

 

“그림을 그리는 과정을 보면 가족의 관계와 소통 상태를 알 수 있어요. 각자 자기만의 세계를 그리는 가족이 있는가 하면 서로 넘나들고 감싸며 하나의 그림을 완성하는 가족도 있지요.” 김 수녀의 말대로 작업을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각 가정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마무리는 그림을 그린 이유를 서로 나누며, 부모가 아이의 그림을 아름답게 장식한다. 내면을 채워 줌으로써 아이들은 부모에게 지지받고 보호받는다는 느낌이 들게 하는 것이다. 그런 느낌은 아이들의 삶에 평생 기억된다.

 

피정은 색색의 천으로 가족의 별과 집 만들기, 온 가족이 함께 커다란 십자가 만들기, 성모 동굴 앞에서 가족사진 찍기, 예수님께 편지 쓰기 등의 임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진행되었다. 그리고 마지막은 초가 놓인 이콘 십자가 주변에 온 가족이 모여 떼제 기도를 드리며 각각의 세례명을 되뇌는 것이다. 서로 하늘의 이름을 불러 주며 하늘의 이름을 받은 것을 기억하라는 의미에서다.

 

 

하느님의 사랑받는 가족

 

“성소 담당으로 젊은이들을 만나면서 자기 정체성이 매우 약하다고 생각했어요. 이유를 생각해 보니 그 세대가 IMF(국제통화기금)외환 위기를 지나면서 가정 해체, 위장 이혼 등 불안정한 상태에서 아픔을 많이 겪은 세대더라고요.”

 

김 수녀는 부모가 제구실을 못하면 자녀들이 불안정한 상태에 놓이고 가족 해체가 심화된다며 가정 살리기가 중요한 소명이 되었다고 한다.

 

“불안정하고 신뢰가 깨진 가정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은 부모에게서 배운 대로 폭력적인 사람이 되기 쉬워요. … 가정이 불안하면 사회가 불안해지기 마련이고요. 가족이 붕괴하면 자녀가 어떻게 되겠어요. 그들의 절실함을 들어주고 그들과 함께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이런 생각은 모녀 피정으로 시작해 모자녀 피정으로, 다시 가족 피정으로 확대되었다. 그렇게 8년의 세월이 지났다.

 

“피정에서 전하려는 핵심은 소통과 공감입니다. 부모와 자녀가 대화와 소통을 통해 서로 더 이해하는 시간이지요. 부모는 자녀를 통해 자녀는 부모를 통해 서로의 신앙을 보고 배우도록 이끌어 줘요. 예수님과 가족, 부모와 자녀가 서로 이해하도록 돕고, 자녀를 잘 키우는 데 신앙생활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인식시켜 주는 작업 또한 이루어집니다. 어려움을 겪는 부모가 있으면 문제를 해소하도록 돕는 데도 목적이 있습니다.”

 

결국 첫영성체 가족 피정은 각 가정이 하느님의 사랑받는 가족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서로 사랑하며 우애 있는 성가정이 되도록 돕는다.

 

 

가정이라는 둥지의 소중함을 느낀 피정

 

피정을 마친 이들은 아이 덕분에 아름답고 평화로운 곳에 와서 함께 기도하고 뛰어놀며 추억을 쌓은 것이 행복했다고 고백한다. 이혼하려던 부모가 아이의 첫영성체 때문에 억지로 가족 피정에 왔다가 화해하기도 하고, 피정의 은총으로 변화된 가정도 늘고 있다.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가 서로에게 상처가 되기도 하고, 때론 기쁨이 된다는 것을 알았어요. 가족이 진솔하게 이야기함으로써 미처 몰랐던 점을 새롭게 이해한 것이 좋았습니다.”

 

“혼자만 힘들게 산다는 느낌으로 가득했던 제 마음속에 가족과 함께 소통하며 힘을 얻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가족들과 즐거운 나눔을 누릴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소보둥지에서 맑은 하늘과 가을 풀벌레들과 산들바람을 느끼며 가정이라는 둥지의 소중함을 재확인했습니다.”

 

“막내 덕에 가족이 함께 피정하니 마음이 벅찹니다. 늘 각자의 자리에서 바쁘게 지내면서 기쁨 없이 살아오다가 모처럼 기쁜 시간을 함께 나누게 되어서 그런가봐요. 저희 가정이 성가정을 이룰 수 있게 도와주세요.”

 

“예수님, 저 프란치스코예요. 우리 가족이 행복하고 안전하며 즐겁게 지내게 해 주세요. 그리고 모두 첫영성체 잘하게 해 주세요.”

 

지칠 때 위로가 되어 주고, 고통스러울 때 견디어 낼 힘의 근원은 가족이다. ‘인생의 길목에서 가장 오래, 가장 멀리까지 배웅해 주는 사람도 바로 가족이다’(권미경, 「아랫목」 참고).

 

마음의 벽을 열고 대화를 통해 이해와 화합을 원하는 가족, 함께 기도하고 신앙을 이야기하는 좋은 기회를 원하는 가족에게 소보둥지의 가족 피정을 권한다.

 

문의 : ☎ 054-382-0260 소보둥지 피정의집

http://sobo.kr/ 하이패스 전용 서군위 나들목(IC)에서 1km 안에 있다.

 

[경향잡지, 2018년 11월호, 글 · 사진 김민수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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