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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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ㅣ세계 교회사

[한국] 서울대교구 역대 교구장: 4대 교구장 성 베르뇌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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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4-14 ㅣ No.961

역대 교구장 (4) 4대 교구장 성 베르뇌(Berneu, 장경일) 주교(프랑스, 1854년~1866년)

 

 

올 한 해 동안 서울대교구 역대 교구장에 대해 아주 작은 퍼즐이라도 함께 찾아보고, 그분들의 마음을 공감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직접 찾아보고, 생각하고, 공감하지 않으면 나와 상관없기 때문입니다. 오늘의 서울대교구가 있기까지 헌신하신 교구장들의 삶이 주는 울림을 전합니다. 우리가 찾은 서울대교구 네 번째 교구장님은 성 베르뇌 주교입니다.

 

 

서울 말고도 나는 60개 마을의 성사 집행을 맡았습니다. 산골에서는 포교하는 것이 신자들에게는 덜 어렵고 선교사에게는 덜 고단합니다. 어느 때는 해면처럼 물을 빨아들이는 버선과 짚신 차림으로 비와 눈을 무릎 쓰고 길을 가야 합니다. 이렇게 8개월 동안 일을 하고 나면 우리는 지칠 대로 지치지만 우리 성직에 주께서 내려주신 축복을 듬뿍 안은 채 숙소로 돌아옵니다.(달레의 『한국천주교회사』 중에서)

 

사제로 살면서 제일 행복했던 순간은 성사 집행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성경을 가르치고 미사를 봉헌하고 고해성사를 주면서, 나 스스로도 성사의 은총을 받고 주님과 함께하는 축복을 받는 소중한 순간들입니다. 사제로서 제일 중요한 일은 바로 성사집행이라는 것을 베르뇌 주교님에게서도 배웁니다. 산골에 숨어있는 신자들을 찾아가 한 사람 한 사람의 손을 잡아주고 미사 영성체 해주는 일은, 사제밖에 할 수 없는 일이고 지금 현재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일깨워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베르뇌 주교님이 남겨주신 일들의 흔적을 찾다 보면, 한국천주교회에서 처음으로 채택한 공식 교리서 ‘성교요리문답’이라는 책도 있습니다. 중국 교회에서 쓰던 이 책을 다블뤼 신부와 최양업 신부의 도움으로 편찬해서 목판본으로 만들어 신자들에게 보급한 것도 주교님이 해주신 일입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는 편하게 우리말로 된 성경을 읽고 미사를 하고 성가를 부르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집니다. 우리말로 된 교리서가 있고, 각종 신심 서적도 조금만 움직이면 내 손에 들어오는 때입니다. 더 이상 감사하지 않는 것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가끔 멈춰 생각합니다. 이런 것들이 당연해지면, 십자성호가 빨라지고 기도가 급해지면 언젠가 나는 아무 생각도 없이 신앙생활을 하지 않을까 하는….

 

“1861년에 나는 교황 성하께 이런 편지를 쓴 적이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선교사로서 느낄 수 있는 충만함에 더하여 선교지의 백성을 위해 순교할 수 있는 은총까지 주셨으니 천국으로 들어가는 그 순간 내가 얼마나 기뻤겠습니까?”

 

베르뇌 주교님은 ‘순교할 수 있는 은총’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주교님은 1866년 3월 2일 의금부로 이송되어 사형 선고를 받고, 7일 새남터에서 브르트니에르, 도리, 볼리외 신부 등과 함께 군문 효수형을 당했습니다. 주님을 알린다는 이유로 두 번이나 사형선고를 받고, 끝내는 주님의 이름으로 순교하셨던 베르뇌 주교님을 기억합니다. 하느님께서 주시는 은총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지 가르쳐주셨던 것을 기억합니다. 성사를 집행하고 그 은총을 나누는 것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 다시 일깨워주심을 기억합니다. 고맙습니다. 우리 주교님.

 

· 1837년 5월 20일 서품.

· 1845년 7월 15일 보좌주교로 임명

· 1854년 8월 5일 교구장직을 승계함

· 1856년 초 조선에 입국하여 활동하다가 1866년의 병인박해 때 체포되어 3월 7일 새남터에서 순교함

· 1900년 9월 5일 명동대성당 지하묘지에 안치되었으며, 1968년 복자품에 오르고, 1984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해 시성됨

 

[2018년 4월 15일 부활 제3주일 서울주보 4면, 이도행 토마스 신부, 사진 한국교회사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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