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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 엘살바도르 교회 (2) 모렐리아대교구의 평화 구축, 포기할 수 없는 부르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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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3-11 ㅣ No.498

[평화이신 그리스도 안에서 - 멕시코 · 엘살바도르 교회] (2) 모렐리아대교구의 평화 구축, 포기할 수 없는 부르심


교구 · 본당 · 지역사회 협력의 삼박자 속에 울려퍼지는 평화의 노래

 

 

- 교구청을 모렐리아로 옮기기 이전에 바스코 데 키로가 주교가 원주민 공화국 건설을 지향하며 사목했던 파츠쿠아로성당.

 

 

역설적이지만, 평화를 말할수록 평화롭지 않다. 

 

모렐리아대교구의 평화 구축을 위한 사도직 활동은 ‘일상의 평화’가 얼마나 힘든 과제인지를 보여준다.

 

 

피해자 위한 특별 프로그램 개발 

 

교구의 평화 구축 사업은 본당과 교구, 지역사회가 다 같이 ‘평화 시스템’을 만들고 평화를 위한 기도와 실천으로 평화가 뿌리내리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둔다. 우선 교구 정의ㆍ평화ㆍ화해부서의 지원을 기반으로 본당에서 평화 구축을 시도하고 있다. 본당별로 봉사팀을 만들고, 살해와 실종, 납치, 가정 폭력 등 다양한 사건 피해자들을 돕고, SNS를 통해 가족 간 평화를 위한 대화의 장을 마련한다. 나아가 지구, 지역, 교구 차원으로 그 활동을 확대, 교구 정의ㆍ평화ㆍ화해부서를 비롯한 교구 사회사목부 8개 부서를 중심으로 평화 교육 프로그램 교재를 만들고 폭력 피해자를 위한 특별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교구 마라바티오 지역 교구장 대리 라파엘 구즈만 신부는 “평화 건설을 전파하는 소명은 교회의 빼놓을 수 없는 정체성이기에 평화 구축을 통한 복음화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그래서 지방 정부와 의회, 시민단체, 대학, 기업 등과 함께 피해자와 희생자들을 돕고 평화를 위해 연대한다”고 말한다. 

 

교구 평화 사도직 활동은 △ 평화를 위한 기도 △ 평화 교육 △ 평화 구축을 위한 교회와 사회의 연대ㆍ사회적 대화 촉진 △ 평화 구축을 위한 교구 사제 평생교육 △ 폭력 피해자들에 대한 동반 사목 등 다섯 가지로 압축된다. 평화를 위한 성찬 전례와 묵주기도, 평화를 위한 성시간, 평화와 폭력 피해자들을 위한 행렬, 폭력 사태의 피해자들을 위한 거룩한 공간 마련 등은 기본이다. 폭력 피해자들을 사목적으로 동반하고 위기에 놓인 피해자들을 심리적으로, 재정적으로 돕는 사도직에도 주력하고 있다. 아울러 평화 구축을 위한 교리교사 양성과 함께 평화에 관한 교리교육에 집중한다. 교구 사제 평생교육에 평화 교육 과정을 넣는 것도 그 일환이고, 새로운 세대, 특히 청소년과 젊은이들에게 평화 교육의 기회를 더 많이 제공하려 한다. 

 

관구 내 교구 간 협력도 빼놓을 수 없다. ‘인간 존엄성과 인간 존중 문화 형성’을 목표로 미초아칸 주 5개 교구(모렐리아관구)가 사회사목부끼리 평화 교육 프로그램을 공동사목으로 추진하고 있다. 가정 폭력에 관한 프로그램이 가장 많지만, 범죄 피해자에 대한 치유 프로그램도 넣었고, 관구나 교구, 지역별로 본당 사목에 도움이 될 자료도 제공한다. 모렐리아대교구는 특히 지구를 행정구역과 비슷하게 편제해 지방정부와의 연계 활동을 가능하게 했다.

 

파츠쿠아로성당 내에 봉안된 치유의 성모님.

 


키로가대학과 협업, 평화 교육 확장 

 

평화 교육은 모렐리아대교구 설립 대학인 바스코 데 키로가대학(UVAQ)과의 협업을 통해서도 추진된다. UVAQ는 16세기 초 스페인 정복자들이 인디언 원주민들을 학살할 당시 선교사를 후견인으로 ‘인디언 자치공화국’ 건설을 제안하고 원주민에게 시민 교육과 직업 교육, 평화 공존 교육을 했던 복자 바스코 데 키로가(Vasco de Quiroga, 모렐리아대교구 초대 교구장, 1470∼1565) 주교를 기려 세워진 모렐리아시 최초의 사립 대학으로, 키로가 주교 현양 사업과 시성 작업 추진을 통해 교구의 평화 구축에 함께하고 있다. 그 평화 구축 활동은 UVAQ 학생들의 지역사회 자원봉사와 교육 활동, 평화 건설을 위한 국제적 연구 네트워크 활동으로 구체화하고 있다.

 

 

정부와 협력도 구체화 

 

라울 마르티네스 UVAQ 총장은 “원주민 학살 시대 당시 1531년 과달루페 성모 발현과 1530년대 ‘평화와 화해의 사도’ 바스코 데 키로가 주교님의 사목 활동은 멕시코 교회 사상 두 번의 기적이라고 볼 수 있다”며 “키로가 주교님의 정신을 잇는 UVAQ는 오늘의 모렐리아대교구 평화 구축에 함께하지 않을 수 없다”고 전했다. 

 

미초아칸주, 모렐리아시 정부와 함께하는 협력도 구체화한다. 교구 사목과 일부 겹치기도 하지만, 구체적인 평화 프로그램을 어떻게 진행할지 연구를 한창 진행 중이다. 그 일환으로 2016년 말 주 정부 입법으로 ‘폭력 방지와 예방을 위한 법률’이 제정돼 평화 건설에 한 발짝 다가섰고, 평화를 위한 사회적 대화 촉진과 함께 ‘평화의 플랫폼’을 만드는 과정에 시민사회와 교회가 참여하게 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평화 위한 기반 하나씩 

 

윌프레드 라자로 메디나 미초아칸 주 정부 종교담당관은 “평화 건설의 여정은 법적, 제도적 장치 마련이 선행되고 그 이후에 지역사회 공동체의 모든 구성원이 평화 구축에 실질적으로 참여하도록 보장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면서 “우리 주는 상황이 아주 복잡하고 해결이 어렵지만, 가정을 최우선시하는 전통적 가치관의 회복을 통해 평화 기반을 하나하나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가톨릭평화신문, 2018년 3월 11일, 글ㆍ사진=오세택 기자]

 

 

[인터뷰] 호세 산도발 이니게스(소선도) 신부(야왈리카본당 공소 사목)

 

“멕시코 교회에서 조직적으로 평화 사도직을 하는 교구는 모렐리아대교구밖에 없어요. 그 사도직은 평화 시스템 구축으로 구체적 결실을 보고 있습니다.” 

 

30여 년간 한국에서 과달루페 외방 선교사로 선교했던 호세 산도발 이니게스(한국명 소선도) 신부는 “한반도가 북핵 위기로 곧잘 뉴스에 등장하는 걸 보며 안타까웠다”며 “그런 와중에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에서 모렐리아대교구 평화 구축 사업을 보러와 매우 반가웠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과 멕시코 교회가 평화를 위해 함께 기도하고 연대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고 말했다. 

 

올해 83세 고령에도 고향 할리스코 주 야왈리카본당 공소(예수성심성당) 사목을 하는 산도발 신부는 “한국에 있을 때부터 본당이나 병원 사목을 하면서 가정 폭력이나 도박으로 고통받는 가정을 위해 사도직을 했는데, 30여 년 만에 멕시코로 돌아와 보니 빈부격차에 따른 사회적 갈등이 너무도 극심해져 정의평화 활동에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없었다”며 “그래서 요즘은 가정 폭력과 마약 문제에 빚어지는 지역 사회의 갈등을 해소하는 데 중점을 두고 사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산도발 신부는 이어 “1980년 광주 5ㆍ18 민주화운동 때 로마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있었는데, 당시 신문 기사와 사진을 한데 묶은 독일책을 읽으며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난다”고 회고하고 “얼마 전에도 당시 군부 지도자들이 뉘우치지 않는다는 소식을 듣고 회개 없는 용서는 불가능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진정한 화해는 가해자들이 진심으로 뉘우치고 용서를 구하지 않으면 있을 수 없다”며 “내 생각에 광주민주화운동의 가해자들은 교만 때문에 뉘우치지 않는 것 같다”고 자기 생각을 전했다. 

 

1955년 과달루페회에 입회한 산도발 신부는 1967년 4월 사제품을 받고 나서 그해 10월 한국에 들어와 광주대교구 순천 저전동본당 보좌를 시작으로 조곡동본당 주임, 서울대교구 성수동ㆍ자양동본당 주임, 광주 쌍촌동본당 주임, 순천 성가롤로병원과 건국대병원 원목으로 사목했고, 2008년 고국으로 돌아갔다. [가톨릭평화신문, 2018년 3월 11일, 오세택 기자]

 

 

멕시코 모렐리아대교구장 카를로스 가르피아스 메를로스 대주교 - 두 교회가 어깨동무하며 평화의 길 가자

 

“평화 구축은 시스템과 네트워크를 만들지 않으면 일회성 이벤트로 남을 뿐입니다. 기도와 실천으로 연대하며 네트워크를 통해 평화를 정착시켜 갑시다.” 

 

멕시코 모렐리아대교구장 카를로스 가르피아스 메를로스(Carlos Garfias Merlos, 67) 대주교는 먼저 지난해 11월 서울대교구 대신학교에서 2017 한반도평화나눔포럼을 통해 평화를 나눴던 기억에 감사하다는 인사말을 전한 뒤 “앞으로도 계속 만남을 통해, 대화를 통해 평화 네트워크를 만들고 평화로 나아가는 길에서 두 교회가 연대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메를로스 대주교는 우선 신학생 시절부터 지금까지 자신의 체험부터 얘기 보따리를 풀었다.

 

“신학생 시절에 평화를 위해 대화하고 화해를 이루는 본당 신학생 단체를 만들어 활동했는데, 사제 수품 21년 만에 주교가 돼 평화를 위해 일하게 됐어요. 기도하면 하느님께서 들어주신다는 걸 실감합니다. 1996년 주교 수품 뒤 세 교구 교구장을 거쳐 모렐리아대교구장이 되기까지 폭력의 참상을 볼 만큼 봤습니다. 그럼에도 세상에 평화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믿음과 확신이 제게 다가왔습니다. 평화 사도직 시스템을 하나하나 만들고 교회와 지자체, 대학, 사회운동계, 지역사회, 나아가 중남미, 국제사회와도 네트워크를 만들게 됐습니다. 이게 나의 체험입니다.” 

 

메를로스 대주교는 특히 “평화를 건설하려면, 먼저 자신의 마음속에 평화를 심고, 가족들, 주변 친구들, 사회로 평화의 외연을 확장해 나가야 한다”며 “어제(2월 13일) 제 고향 툭스판교구와 협약을 맺고, 대학과 교구, 시 정부, 시민단체와 함께 청년들에게 평화의 문화를 교육하기로 했는데, 이는 젊은이들에게 평화를 가르치고 교육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메를로스 대주교는 또 “멕시코에서는 상상을 뛰어넘는 폭력이 자행되고 있지만, 사회 전반에 평화를 구축하기 위한 사회적 대화는 폭력으로 얼룩진 사회에 희망의 빛을 비추고 용기를 북돋운다”면서 “진정한 평화는 오로지 용서와 화해를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교회 가르침을 잊지 말자”고 당부했다. 메를로스 대주교는 “평화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폭력 피해자들을 돌보고 사회로 복귀시키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며 “자기 삶의 존재 가치와 자신에 대한 존중, 사회와 공동체에 대한 소속감을 잃지 않도록 하는 노력이 병행돼야 피해자들의 치유가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메를로스 대주교는 이어 “용서와 화해도 중요하지만, 피해자들에게 사목적이고 영성적인 배려, 사회심리학적 돌봄, 법적 제도적 지원이 진행돼야 하고, 이 가운데 어느 하나도 빠져서는 안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나아가 “용서는 진실하며 용기 있는 반성과 참회를 통해 이뤄지는 길고 힘겨운 여정이지만 불가능한 것만도 아니다”며 “진실을 밝히고 당사자의 존엄을 지키며 가능한 한 피해의 회복을 이루고 폭력의 반복을 방지하는 법적 제도적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는 여정을 통해 평화를 구축하자”고 호소했다. 

 

메를로스 대주교는 1951년 미초아칸 주 툭스판 태생으로 1975년 11월 23일 모렐리아대교구에서 사제품을, 멕시코국제대에서 영성ㆍ심리치료 석ㆍ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1996년 주교품을 받고 시우다드 알타미라노 교구장과 네사우왈코요틀교구장, 아카풀코대교구장을 거쳐 지난해 11월 미초아칸 주 모렐리아대교구장에 임명돼 올 1월 착좌했다. [가톨릭평화신문, 2018년 3월 11일, 오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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