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 (토)
(백) 부활 제3주간 토요일(장애인의 날)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

영성ㅣ기도ㅣ신앙

[영성] 가톨릭 영성을 찾아서52: 12세기 (6) 생 빅토르회의 신비신학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12-03 ㅣ No.1070

[전영준 신부의 가톨릭 영성을 찾아서] (52) 12세기 ⑥ 생 빅토르회의 신비신학


덕행 실천과 초월적 지성 활동으로 영성의 길 찾아

 

 

- 생 빅토르회의 후고가 제자들과 '거룩한 독서'를 하는 모습.

 

 

‘생 빅토르회(Chanoines de Saint-Victor)’는 의전 수도회(Canons Regular)임에도 불구하고, 학교를 세워 신학도를 양성하고 신학 연구의 중심 역할을 하면서 스콜라신학 발전에 큰 기여를 했습니다. 생 빅토르의 후고(Hugo de Sancto Victore, 1096~1141)와 생 빅토르의 리카르두스(Ricardus de Sancto Victore, 1110~1173)는 생 빅토르회 신학자이자 신비체험가로서 신비신학을 체계화한 작품을 남기면서 유명해졌습니다.

 

 

도덕적 의미를 살피는 후고의 ‘트로폴로지아’ 방법

 

보나벤투라(Bonaventura, 1217/21~1274)는 짧은 저서 「모든 학문의 신학으로의 환원(De reductione artium ad theologiam)」에서 생 빅토르의 후고를 아우구스티누스(Augustinus, 354~430)와 교황 그레고리우스 1세(Gregorius PP. I, 540경~604) 및 위-디오니시우스(Pseudo-Dionysius, ?~500경)와 관련시켜 평가했습니다. 아우구스티누스가 신학을 체계화하면서 형이상학을 가르쳤다면 후고도 신학의 체계화를 통해 지성 활동에 도움을 주었으며, 교황 그레고리우스 1세가 형이상학을 도덕적인 관점으로 전환시켜 덕행 실천과 신비체험을 설교했다면 후고도 도덕적인 가르침을 바탕으로 지성 활동을 수덕 생활 실천으로 관심을 돌렸고, 위-디오니시우스가 하느님과 일치하는 관상 생활의 단계를 제시했다면 후고도 도덕적인 수덕 생활을 바탕으로 신비신학을 전개했다는 것입니다.

 

후고는 저서 「교육 지식서(Eruditionis Didascalicae Libri Septem)」에서 성경의 의미를 파악할 때에 역사적 사건의 진실을 통해 역사적인 의미를 살피는 ‘히스토리아(historia)’와 역사 해석 이면에 있는 우의적인 의미를 살피는 ‘알레고리아(allegoria)’ 및 하느님께서 만드신 세상을 통해 사건의 의미를 바라보면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깨닫는 도덕적인 의미를 살피는 ‘트로폴로지아(tropologia)’라는 방법을 사용하라고 언급했습니다.

 

또한 후고는 「교육 지식서」에서 ‘거룩한 독서’(Lectio Divina, 렉시오 디비나)를 통해 알아야 할 것과 모범으로 삼아 행동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즉, 후고는 지성적인 학습보다 도덕적인 행동이 우위에 있다고 강조하면서 ‘학습-묵상-기도-실행’의 단계로 발전하는 거룩한 독서를 제시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단계가 완성되었을 때에 결과적으로 하느님의 은총이 우리를 관상에로 이끄신다는 것이었습니다.

 

 

도덕적인 수덕 생활에 바탕을 둔 후고의 신비신학

 

후고는 저서 「도덕적 노아의 방주(De Arca Noe Morali)」에서 트로폴로지아 방법론을 적용해 신비신학을 전개했습니다. 먼저 우리는 믿음과 사랑으로 하느님의 거처에 영적인 거처를 마련하고 머물러야 합니다. 그러면 하느님께서 지식과 사랑으로 우리 안에 머무르시게 됩니다. 이후 우리는 ‘사랍들(Seraphim)’의 세 쌍의 날개와 같이 히스토리아, 알레고리아, 트로폴로지아의 방법으로 상승해 도덕적인 의미에 도달해야 합니다.(이사 6,1~2 참조) 후고는 도덕적인 의미가 인간 영혼이 능동적으로 도달할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이라고 여겼습니다.

 

다음으로 인간은 구원을 위하여 도덕적이고 내적인 방주인 지혜의 방주와 모성적 은총의 방주에 들어가야 합니다. 특히 세 개의 층으로 된 방주의 위쪽이 좁아지는 것은 완덕에 도달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방주의 가장 높은 곳의 작은 공간에 그리스도께서 머무르시고 계십니다.(창세 6,14~16 참조) 따라서 후고는 도덕적인 행동을 실천하더라도 적당히 할 것이 아니라 덕행을 완성해 완덕에 다다를 정도로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사방에서 민족들이 모여드는 모습을 의미하는 방주의 네 귀퉁이에서 인간은 영성적인 열정, 육체적인 탐욕, 교만, 무지라는 악습이 무분별하게 행해지고 있는 것을 깨닫고, 이 악습들을 극복하면서 질서를 회복해야 합니다.(미카 4,1~2 참조) 후고는 순명으로 교만을 극복하고, 욕망과 악습을 짓밟아서 극복하며, 성경 독서와 묵상으로 무지를 극복하고, 영성적인 열정을 더 높은 선을 추구하는 데 활용해 완덕에 다다르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결국 후고는 스콜라신학의 영향으로 지나치게 지성적인 탐구를 통해 신비체험을 설명하려는 시도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도덕적인 덕행 실천이 동반된 수덕 생활로써 신비체험을 설명하려고 했습니다.

 

 

초월적인 지성 활동을 통한 관상 생활에 바탕을 둔 리카르두스의 신비신학

 

스코틀랜드 출신 생 빅토르의 리카르두스는 중세에 영향력 있는 신학자였으며 신비신학에 정통했습니다. 리카르두스는 생 빅토르 수도회 초대 원장 질뒨(Gilduin de Saint-Victor, 재임 1113~1155) 시절에 수도원에 입회했으나, 후고가 사망하기 전이었는지 후였는지 확실하지 않았습니다. 리카르두스는 1150년대에 생 빅토르 수도원에서 후고의 신학을 이어받아 교사로서 활동했습니다. 1162년에 교황 알렉산더 3세(Alexander PP. III, 재임 1159~1181)의 추천으로 리카르두스는 원장으로 선출되어 죽을 때까지 직무를 수행했습니다.

 

리카르두스는 저서 「작은 벤야민(Benjamin Minor)」이라고도 하는 「관상을 위한 영혼의 준비(De Praeparatione Animi ad Contemlationem)」에서 야곱과 열두 명의 아들들에 대한 비유를 통해 관상의 단계를 제시했습니다.(창세 29-35장 참조) 리카르두스는 야곱을 이성적인 영혼으로, 그리고 네 명의 아내들인 언니 레아를 의지로, 그녀의 몸종 질파를 감각으로, 동생 라헬을 이성으로, 그녀의 몸종 빌하를 상상력으로 비유했습니다. 또한 리카르두스는 12명의 아들들이 태어난 순서대로 관상의 발전 단계를 비유했습니다. 즉, 묵상자는 감각적으로 느끼는 단계인 르우벤에서 시작해 무아경의 단계인 벤야민에 도달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한편 리카르두스는 저서 「큰 벤야민(Benjamin Major)」이라고도 하는 「관상의 은총(De Gratia Contemplationis)」에서 계약 궤와 두 ‘커룹들(Cherubim)’에 대한 비유를 통해 관상의 단계를 완성했습니다.(탈출 37,1~9 참조) 리카르두스는 먼저 관상의 첫 번째 두 단계가 감각 세계의 경험을 통한 상상력에서 출발하고, 다음으로 관상의 두 번째 두 단계가 이성을 통해 얻은 지식을 통해 발전하며, 마지막으로 세 번째 두 단계가 이성을 초월하는 지적인 능력을 통해 완성된다고 언급했습니다. 특히 리카르두스는 다섯 번째와 여섯 번째 관상의 단계는 하느님 은총의 결과로 도달하는 신적인 영역이므로 모든 영혼이 도달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생 빅토르회 신학자들은 실천적이면서 사변적인 아우구스티누스의 신학 노선을 따르면서 신비신학을 발전시켰습니다. 특히 후고는 수덕적인 관상을 강조했고, 리카르두스는 신적인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지적 능력에 바탕을 둔 관상을 강조했습니다. 또한 그들은 위-디오니시우스의 신비신학 노선을 따르면서 상징적인 의미를 헤아리는 관상을 통해 보이지 않는 하느님께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결국 생 빅토르회 신학자들의 신비신학은 이후 신비신학 발전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17년 12월 3일, 전영준 신부(가톨릭대 신학대학 영성신학 교수)]



1,059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