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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한국 신흥종교의 이해: 종말은 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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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5-09 ㅣ No.941

[한국 신흥종교의 이해] 종말은 언제인가?

 

 

대부분의 신흥종교들은 지금이 종말의 때라고 주장한다. 그리스도계 이단 종파들은 지금이 바로 말세라고 주장하고, 민족종교들 역시 지금이야말로 개벽의 때라고 강조한다. 지금이 종말의 때라는 근거를 이단 종파들은 성경 구절을 통해, 민족종교들은 천지인(天地人) 삼계(三界)의 운행도수(度數)에 대한 계산을 통해 설명한다. 또한 이들은 종말이나 개벽이 임박하게 되면 그것을 알려주는 여러 징표들이 나타나게 된다고 주장한다.

 

이단 종파들은 성경에 기록된 내용들을 들어 세상 종말이 임박했음을 강조한다. 예를 들면, 여호와의 증인에서는 “전에 없는 전쟁”(마태 24,7. 묵시 6,4), “기근”(마태 24,7: 묵시 6,5. 6,8), “역병”(루카 21,11. 묵시 6,8), “불법의 증가”(마태 24,12), “땅을 파멸시키는 일”(묵시 11,18), “지진”(마태 24,7), “대처하기 어려운 위급한 때”(2티모 3,1), “돈에 대한 지나친 사랑”(2티모 3,2), “부모에 대한 불순종”(2티모 3,2), “본연의 애정의 결핍”(2티모 3,2), “하느님보다는 쾌락을 사랑함”(2티모 3,4), “자제의 결핍”(2티모 3,3), “신을 사랑하지 않음”(2티모 3,3), “임박한 위험에 유의하지 않음”(마태 24,39), “비웃는 자들이 마지막 날의 증거를 배척함”(2베드 3, 3-4), “하느님의 왕국을 세계적으로 전파함”(마태 24,14) 등이 바로 종말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증표들이라고 설명한다. 이런 근거는 대부분의 이단 종파들에서도 마찬가지로 제시되고 있다.

 

일부 이단 종파들은 말세 직전에는 하느님께 대적하는 ‘적(敵) 그리스도’가 나타나리라는 성경 구절(1요한 2,18. 22 : 4,3 : 2요한 1.7. 묵시 13장)과 그것을 상징하는 숫자인 ‘666’(묵시 13, 18절)을 들어 설명하기도 한다. 이들은 ‘적그리스도’나 ‘666’은 유럽공동체, ‘교황’, ‘키신저’(Henry Kissinger: 전 미국 국무장관), 또는 상품의 제조일자 · 출고 · 재고 · 가격 등을 계산하는 바코드(bar code)라고 주장한다.

 

한편, 민족종교들은 천지인 삼계의 운행법칙인 천지도수를 계산하면 지금이 바로 선천(先天)과 후천(後天)이 뒤바뀌는 개벽의 때라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각종의 재난과 괴질 그리고 사회적 대립과 갈등이 증가하는 것이 그 증표하고 강조한다.

 

 

시한부 종말설은 재산 헌납 등 여러 문제 일으켜

 

일부 신흥종교들은 종말의 구체적인 날짜나 시간을 제시하기도 한다. 이를 ‘시한부 종말설’이라고 한다. 시한부 종말설은 일상생활의 포기, 재산 헌납, 학교나 직장의 포기, 가출 등과 같은 여러 문제들을 일으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동방교(1965년 8월15일), 장막성전(1969년 11월1일), 일월산기도원(1971년 8월15일), 팔영산기도원(1972년 6월25일), 천국복음전도회(1973년 11월10일 오전 10시), 한국중앙예루살렘교회(1975년 8월), 새창조교회(1980년 3월13일), 영생교 하나님의 성회 승리제단(1990년) 등 수많은 신흥종교들이 시한부 종말설을 제시해왔다. 특히 다미선교회를 비롯한 50여 개의 이단 종파들은 마태오 복음 24장 32절의 “무화과나무 비유”를 근거로 하여 “1992년 10월28일 24시에 예수님의 공중 재림과 성도들의 휴거로써 말세가 시작될 것”이라고 주장함으로써 국내외적으로 논란을 일으키기도 하였다. 또한 최근에는 성경 구절과 함께 여러 과학이론들을 조합한 ‘2009년 종말설’, ‘2012년 종말설’ 등이 유포되기도 하였다.

 

그리고 ‘하나님의 교회’는 1988년과 1999년 그리고 2012년에 종말이 온다고 하여 물의를 빚었고, 신천지에서는 자신들의 신도가 144,000명에 이르게 되면 하늘로부터 144,000명의 순교자들의 영이 내려와 자신들과 신인합일을 이룸으로써 ‘새 하늘’과 ‘새 땅’이 열리게 되고, 자신들은 영생을 누리게 될 것이라는 종말설을 주장했었다.

 

시한부 종말론이 들어맞지 않을 경우, 이들은 기존의 주장을 수정하거나 새로운 종말설을 제시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여호와의 증인’을 만든 러쎌(Charles Taze Russell)은 예수께서는 1873년이나 1874년에 육체적으로 재림하실 것이라고 주장하였다가 그것이 들어맞지 않자 그 후 ‘1978년 종말설’, ‘1881년 종말설’, ‘1914년 종말설’을 제시했었고, 그의 뒤를 이은 2대 교주 러터포드(Joseph Franklin Rutherford)는 ‘1918년 종말설’, ‘1925년 종말설’을 제시했었다. 여호와의 증인은 그 이후에도 여러 차례 종말의 때를 예언하였는데, ‘1975년 10월 종말설’을 제시하였을 때는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여호와의 증인들이 직장과 학업을 중단하거나 가출하거나 집단적으로 군대 입영을 거부함으로써 사회적으로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었다.

 

신천지에서는 2014년에 신도의 수효가 144,000명 가까이 이르자, 기존의 종말론을 수정하였다. 이들은 144,000명이란 신도의 숫자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 마음에 드는 인(印) 맞은 자’(묵시 7,4)를 뜻하는 것이고, ‘새 하늘’과 ‘새 땅’이 도래하기 위해서는 지파를 완성하고 ‘흰무리’(천주교 성경에서는 “희고 긴 겉옷을 입은 사람들”, 묵시 7,13)를 창조하며 종교를 통합하는 등 세 가지의 과제를 이루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지파 완성’이란 신천지의 전국 조직단위인 12개 지파가 각각 12,000명을 채움으로써 전체적으로 144,000명이 되도록 하는 것을 말하고, ‘흰무리 창조’란 144,000명에는 포함되지 못하는 새 신도들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며, 종교대통합이란 세계의 모든 종교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것을 뜻한다.

 

시한부 종말론을 가장 많이 수정한 종단은 대한일주평화국(우주일주평화국, 대한일주평화국)이다. 이 종파에서는 “1979년 12월25일 크리스마스를 기해 북방왕 소련군이 아프가니스탄을 공중 기습함으로써 말세의 성도 심판(聖徒審判)이 시작된다.”고 주장한 이후, 그것이 들어맞지 않자 57차례나 종말의 날짜를 수정하였다.

 

 

여러 성경 구절을 꿰맞추거나 해석함으로써 종말의 때 제시

 

시한부 종말설이 들어맞지 않게 되면 그것을 믿고 모든 것을 바쳐왔던 신도들은 크게 실망하게 되고, 따라서 종단은 혼란 상태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상당수의 이단 종파들은 기존의 종말설을 수정하거나 새로운 종말설을 제시함으로써 위기를 극복한다.

 

이와 관련하여 학자들은 여러 이론들을 내놓았다. 그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이론은 페스팅거(Leon Festinger)가 제시한 ‘인지 부조화 이론’(認知不調和理論)이다. 이 이론은 자신이 믿었던 종말이 오지 않을 경우 신도들은 그릇된 것을 믿고 모든 것을 바쳤다는 자기모멸감과 함께 심한 스트레스를 갖기 쉽고, 그에 따라 인지구조의 조화가 깨지게 되는데, 이때 사람들은 자기 종파에서 제시하는 새로운 종말설을 받아들임으로써 자기모멸감이나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나려고 하고, 그에 따라 부조화 상태를 극복해나간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종말설이 들어맞지 않더라도 사람들은 그 집단을 잘 떠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단 종파들은 성경의 배경이나 문맥은 배제한 채, 여러 성경 구절을 꿰맞추거나 해석함으로써 종말의 때를 제시한다. 그러므로 그들이 제시하는 종말설은 그럴 듯하다.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해 성경 구절들을 토막토막 모아서 꿰맞춘다면, 어떤 것도 그럴 듯하게 포장할 수 있다. 예수께서는 “그러나 그날과 그 시간은 아무도 모른다. 하늘의 천사들도 모르고 아들도 모르고 아버지만 아신다. 너희는 조심하고 깨어 지켜라. 그때가 언제 올지 너희가 모르기 때문이다.”(마르 13,32)라고 말씀하셨다. 이 말씀은 그리스도교 종말신앙의 변하지 않는 핵심이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7년 5월호, 노길명 요한 세례자(고려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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