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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스포츠 선수들의 인권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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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12-04 ㅣ No.1347

[인권주일 특집] 스포츠 선수들의 인권문제


운동만 열심히 해라? 학습권 침해와 폭력에 노출된 선수들

 

 

김연아, 박태환, 손연재. 요즘 혼란스런 시국에서 언론에 자주 오르내렸던 인물들 가운데 이들을 빼놓을 수 없다. 세 사람의 공통점은 스포츠 스타라는 점이다. 한국사람 치고 모르는 사람이 없는 스타 중의 스타다. 김연아(스텔라)와 박태환은 한국인이 국제무대에서 정상에 오르기는 불가능하리라고 여겨지던 피겨 스케이팅과 수영에서 올림픽 금메달을 딴 한국 스포츠의 영웅이다. ‘천하의’라는 수식어를 붙여도 과장이 아니다. 

 

놀랍게도 김연아와 박태환은 정권 실세의 눈에 밉게 보여 부당한 불이익을 당한 사실이 대서특필 됐다. 박태환은 올림픽 출전을 막으려는 정권 실세를 대했던 느낌을 “너무 높은 분이어서 무서웠다. 올림픽에 나가야 한다는 마음뿐이었다”고 고백했다. 김연아의 경우 박근혜 정권의 ‘문화계 황태자’로 통하던 인사가 개발했다는 ‘늘품체조’ 시연회에 초청받고도 참석하지 않았다는 것이 빌미가 돼 나이가 적다는, 납득이 안 되는 이유로 지난해 ‘스포츠 영웅’ 선정에서 탈락했다. 이에 대해 김연아는 “너무 이야기가 커지는 것이 걱정스럽기도 하다. 에이전시(소속사)에서 처리했기 때문에 나는 늘품체조 시연회가 있는지도 몰랐다”고 밝혔다. 김연아처럼 자신의 에이전시를 갖고 있는 스포츠 선수는 부와 명예를 지닌 최고 스타급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 말은 ‘김연아 정도 되니까 에이전시가 중간에서 부당하거나 불편한 일을 처리했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 

 

반대로 손연재는 늘품체조 시연회에 참석함으로써 자신이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권세가의 눈에 들어 특혜를 받았다는 눈총을 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말한 것도 없고 세계 무대에서도 각광을 받는 스포츠 스타들이 대통령과 가까운 소수의 인사들에 의해 마땅히 받아야 할 상을 못 받고 올림픽 출전이 좌절될 위기까지 몰렸다는 소식은 운동 선수들의 화려함 뒤에 감춰진 어두운 단면을 드러냈다. 

 

한국교회는 사회교리주간(12월 4~10일)과 인권주일(대림 제2주일)에 인권, 특별히 사회적 약자들의 인권 문제를 고민하는 시간을 갖는다. 사회적 약자들은 누구일까? 비정규직 노동자, 취업준비생, 북한이탈주민, 외국인 노동자, 결혼이주여성, 미혼모 등을 떠올릴 수 있다. 스포츠 선수들이 사회적 약자라는 생각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가톨릭교회의 사회교리가 한국사회에서 인권의 지평을 넓히고 인권 담론을 확산시키는 역할을 맡아 온 것은 사실이지만 스포츠 선수들의 인권 실태에 대해서는 진지한 성찰이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의미에서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황경원 신부)가 올해 7월 내놓은 사회현안 자료집 「서울 정의평화위원회와 세상」은 ‘청소년 인권’을 다루면서 ‘학생 운동선수의 학습권 보호’ 문제를 점검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 자료집은 ‘학생’ 운동선수로 범위를 한정하고 있고 학습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또한 통계 집계가 가능한 사실을 바탕으로 작성됐다는 제한적 의미도 지니지만 운동선수들의 인권 실태를 부분적으로 엿볼 수 있어 자료적 가치가 높다고 볼 수 있다. 

 

「서울 정의평화위원회와 세상」은 올해 2월 11일 기준으로 대한체육회 스포츠 지원센터 ‘운동부 및 클럽 등 선수의 학년별 현황’을 인용해 초등부 2만7624명, 중학부 3만939명, 고등부 2만6637명, 대학부 1만4167명 등 학생 운동선수는 남자 7만4521명, 여자 2만4846명 합계 9만9367명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 수치는 취미생활로나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는 학생들이 아니라 장래 ‘진로와 직업’을 목표로 운동을 택한 학생들을 집계한 것이다. 제2의 김연아와 박태환을 꿈꾸는 학생들이 10만 명에 육박하고 있는 현실에서 한국 사회와 교회가 이들의 인권문제에 소홀할 수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서울 정의평화위원회와 세상」에 의하면 학생 운동선수들은 운동만 잘하면 대학까지 순조롭게 입학할 수 있는 체육특기자 제도로 인해 학습권을 침해당하고 있었다. 중학교 학생 선수는 35.7%가 최저학력에도 미달했고 중고교 학생선수 82.1%가 수업결손에 대한 보충수업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교육은 인간에게 정의와 사랑과 순수성에 바탕을 두고 살아가는 참으로 완전히 인간다운 생활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세계 안의 정의」 제51항)는 교회의 가르침이 우리나라 학생 운동선수에게는 남의 나라 얘기처럼 여겨지고 있는 현실은 간과돼서는 안 된다. 

 

앞서 밝혔듯 「서울 정의평화위원회와 세상」이 제기한 학생 운동선수들의 인권 침해 사례는 ‘공부 못해도 좋으니 운동만 열심히 해라’는 인식으로 대표되는 학습권 무시 실태가 그 중심이다. 운동 선수들의 인권 문제에서 보다 근본적으로 논의가 필요한 부분은 최근 논란이 된 김연아와 박태환의 경우처럼 ‘우월적 지위’를 이용 또는 악용해 가해지는 ‘폭력’이다. 이 폭력에는 구조적 폭력과 물리적 폭력이 모두 해당된다. 

김연아와 박태환이 국내에서는 물론 세계적인 스타임에도 국가 권력이라는 상대적 강자에게 구조적 폭력을 당했다면 다른 선수들도 알게 모르게 구조적 폭력에 노출돼 있음은 짐작하고도 남는다. 올해 초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 역도 선수가 후배선수를 폭행해 형사처벌 되는 일이 벌어지면서 운동선수 선후배 간 폭행 문제가 다시 불거진 적이 있다. 감독, 코치가 선수를 폭행하거나 성추행 했다는 뉴스도 잊힐 만하면 나온다. 이같이 운동 선수들이 당하는 폭력은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거나 통계 수치를 내기 어렵다는 면에서 폭력의 심각성이 수면 아래 가라앉는 경향이 강하다. 그만큼 폭력의 뿌리를 뽑기가 어렵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2004년 5월 발표한 제25차 세계 관광의 날 담화 ‘상호 이해와 문화, 사회 발전의 두 원동력인 스포츠와 관광’은 스포츠와 관련한 가장 중요한 교회 문헌 가운데 하나로 여겨진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이 문헌에서 “스포츠와 같은 수많은 사람과 관계된 인간 활동에서 지나친 상업주의, 공격적인 경쟁, 개인뿐 아니라 사물에 대한 폭력, 행사 주최국의 문화적 정체성에 대한 모욕이나 환경 파괴 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스포츠 선수들이 당하는 인권침해와 유무형의 폭력에 교회는 사회교리적 시각에서 이전과는 다른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가톨릭신문, 2016년 12월 4일, 박지순 기자]

 

 

[인권주일 특집] 태릉선수촌 성 세바스티아노성당 담당 임의준 신부


“결과 지상주의 지양하고 선수 존중하는 인식 필요”

 

 

임의준 신부(서울 태릉선수촌 성 세바스티아노성당 담당)는 “운동 선수들에게 운동장이나 훈련장은 자신의 꿈과 희망을 이루는 거룩한 장소”라며 “운동장이나 훈련장에서 폭력적 행동이나 언어 폭력은 많이 사라지고 있지만 어두운 곳 역시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임 신부는 “가족의 모든 것을 짊어지고 운동에 뛰어든 선수들이 공정한 판정이나 실력으로 평가받지 못하고 인맥이나 사회적 영향력에 의해 평가받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선수에 대한 존중이 부족한 것”이라고 말해 스포츠계의 불공정 관행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운동 선수를 대하는 우리 사회의 인식에 대해서는 “공부를 못해서 운동을 한다는 짧은 판단이나 몸으로 하는 일이니 머리로 하는 일보다 낮은 대우를 받아도 된다는 사회적 통념, 1등이 아니면 패배감에 젖게 하는 결과 지상주의는 지양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임 신부는 스포츠계에 아직도 남아 있는 폭력 문화의 원인과 관련해 “선수의 인격보다는 성적을 우선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코치진과 운영진에게 압박감으로 다가가고, 그러한 압박감은 고스란히 선수들에게 전해진다”며 “올림픽을 위한 4년, 1460여 일의 땀과 노력을 결과로만 평가하는 모습에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또한 “스포츠계에 군대식 문화와 비인격적 폭언과 폭행이 남아 있다면 그 원인은 상대에 대한 배려와 인내심이 부족하고 폭력이 손쉽고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임 신부는 “운동 선수들에게는 자신들을 기꺼이 대변해 줄 수 있는 곳, 어려움을 눈치 보지 않고 이야기할 수 있는 곳이 필요하고, 그들이 나의 가족과 친척, 나의 아들딸일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힘든 훈련 중에도 신자 선수들이 신앙을 지킬 수 있도록 관심과 사랑을 전해주고 스포츠 뉴스를 볼 때 비인기 종목 소식까지, 끝까지 봐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가톨릭신문, 2016년 12월 4일, 박지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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