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 (토)
(백) 부활 제3주간 토요일(장애인의 날)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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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우리의 지구를 위한 기도: 창조 질서 보전과 금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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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0-03-22 ㅣ No.1722

[우리의 지구를 위한 기도] 창조 질서 보전과 금육

 

 

‘자비로우신 하느님 아버지, 당신께서 저희 인간과 함께 살라고 창조하신 피조물들이 저희의 욕심으로 말미암아 고통받으며 죽어가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자녀인 저희가 하루빨리 회개하여 당신께서 창조하시고 축복하신 세상의 모든 피조물과 공생하며 정의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지혜와 용기를 허락하소서. 아멘.’

 

 

주님께서는 모든 피조물을 축복하십니다

 

비가 그치면 풀잎이나 화단으로 잔뜩 기어 나왔던 달팽이와 지렁이, 봄이 오면 어김없이 찾아오던 제비 등 이제 더는 도심에서 보기 어려운 생명들을 어쩌다 만나면 참 반갑고 기쁩니다. 우리가 그들과 함께 살아가도록 창조되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한때 도심의 사람과도 충분히 공존했던 그들이 점점 우리 주변에서 사라져 가 더는 만나기 어려워지는 오늘날의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우리는 종종 동물과 식물, 또 경이로운 자연의 모습을 통해 하느님의 아름다우심과 선하심을 발견합니다. 더불어 하느님을 향한 경외심에 마음이 벅차오르고 충만한 만족을 경험합니다. 프란치스코 성인이 ‘태양의 찬가’에서 노래했듯이 우리는 다른 피조물들과 함께 주님을 찬미하도록 창조되었습니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에서도 이렇게 가르칩니다.

 

“동물은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피조물이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섭리로 동물을 돌보시고 보호하신다. 동물은 단순히 생존함으로써도 하느님을 찬미하고, 하느님께 영광을 드린다”(2416항).

 

창세기에서 하느님께서는 피조물들을 창조하신 뒤 축복하십니다. “번식하고 번성하여 바닷물을 가득 채워라. 새들도 땅 위에서 번성하여라”(1,22). 이어 사람을 창조하시고 마찬가지로 축복하시며 말씀하십니다. “자식을 많이 낳고 번성하여 땅을 가득 채우고 지배하여라”(1,28).

 

하지만 당신의 축복 속에 창조된 피조물 가운데 사람만이 악해져 가는 것을 보신 하느님께서는 세상에 사람을 만드신 것을 후회하시며 마음 아파하십니다. 사람으로 말미암아 타락한 세상을 없애 버리기로 계획하시지만, 의롭고 흠이 없으며 하느님과 함께 살아갔던 노아만큼은 그 벌에서 피해 갈 수 있도록 그를 이끄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벌하신 뒤 당신의 명령을 그대로 따른 노아에게 다시금 이르십니다.

 

“너는 아내와 아들들과 며느리들과 함께 방주에서 나와라. 모든 생물들, 너와 함께 있는 모든 살덩어리들, 곧 새와 짐승과 땅을 기어 다니는 모든 것을 데리고 나와라. 그래서 그것들이 땅에 우글거리며 번식하고 번성하게 하여라”(8,15-17).

 

이처럼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모습으로 창조된 사람에게 거듭 명령하십니다. 하느님의 자녀인 우리에게는 모든 피조물이 번식하고 번성하도록 돌볼 책임이 있습니다. 하느님의 피조물 가운데 사람만이 하느님의 축복을 받은 것 또한 결코 아닙니다. 하느님께서는 모든 피조물을 축복하셨습니다.

 

 

하느님 현존의 자리가 사라져 갑니다

 

교회는 이렇게 가르쳐 왔습니다. 

 

“저마다 고유한 존재를 지니기를 하느님께서 바라신 다양한 피조물들은, 저마다 고유한 방법으로 하느님의 무한한 지혜와 선의 빛을 반영한다. 이 때문에 인간은 각 피조물의 고유한 선을 존중하여, 창조주를 무시하는 일이나 인간과 인간의 환경에 불행한 결과를 초래하는, 사물의 무질서한 이용을 피해야 한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339항).

 

프란치스코 교황님도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통해 가르치십니다.

 

“존재하는 모든 것이 하느님을 반영하고 있음을 깨닫게 되면 모든 피조물에 대하여 주님께 찬미를 드리고 피조물과 함께 주님을 흠숭하려는 마음을 품게 됩니다. … 자연 전체가 하느님을 드러내 보일 뿐만 아니라 그분의 현존의 자리임을 강조하셨습니다”(87-88항). 이렇듯 사람은 다른 피조물이 창조된 이유를 살피며, 그들이 하느님을 드러낼 권리를 지켜 주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면 마치 자기만 번성하고 존재할 권리가 있는 듯 여기는 이가 많습니다. 지난 수십 년 사이 동물의 절반가량이 멸종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이미 다양한 종류의 생물이 인간의 탐욕으로 말미암아 더는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다채로운 생물종이 인간의 잘못으로 영원히 사라져 간 것입니다.

 

반대로 인간의 배를 채우고자 사육되는 가축 수는 점점 늘어났습니다. 그것도 육질이 좋고 양이 많아지게 하고자 한정된 곳에서 비정상적으로 키우는 식용 동물이 늘어난 것입니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포유류의 무려 60퍼센트가 넘는 양이 사람에 의해 양식용으로 키워지는 ‘가축’이라고 합니다. 정말 이 지구가 너무나 인간 중심적으로 남용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생각해야 할 또 다른 문제는, 가축 관련 전염병이 돌 때마다 수많은 가축의 도살이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우리나라에서 전염병으로 살처분된 가축의 양은 1억 마리에 달한다고 합니다. 해마다 평균 500만 마리의 가축이 전염병이 돈다는 이유로 우리나라에서 죽임을 당했습니다. 하느님의 축복 속에 창조된 피조물들이 이렇게 죽어 가도 되는 것일까요?

 

 

우리의 육식 문화를 돌아봅시다

 

한편, 오늘날 지구상에서 수확되는 곡물은 전 세계 인구가 다 먹고도 남을 양이지만, 실상 곡물의 많은 부분이 가축을 기름지게 키우고자 사료로 공급되고 있습니다. 같은 양의 고기를 얻는 데 필요한 곡물의 양은 고기의 몇 배, 몇십 배가 된다고 합니다.

 

사료로 쓰이는 곡물을 키우느라 숲이 사라져 갑니다. 지구의 평균 온도를 높이고 기후 위기를 초래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의 많은 부분도 축산업에서 발생합니다. 한편으로 곡물조차 마련하기 어려워 끼니를 거르는 사람들은 점점 늘고 있습니다. 기후 위기로 가난한 이들의 삶은 더 고통스러워졌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의 육식 문화를 바꿔야 하지 않을까요? 과도한 육식 섭취를 줄입시다. 천주교 신자는 주간 금요일에 지켜야 할 금육재를 더 성실하게 지킴으로써 이를 실천할 수 있습니다. 사순 시기 동안 주님의 수난을 묵상하고, 동시에 가난한 이들과 피조물을 돌보라는 하느님의 뜻을 더욱 새기며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도 육식을 줄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와 함께 창조되어 하느님의 선하심과 완전하심을 드러낼 목적을 함께 나누는 세상의 모든 피조물이 살아가면서 그들이 누려야 할 권리를 충분히 누릴 수 있도록 우리의 회심과 돌봄의 실천이 필요합니다. 우리의 다음 세대를 위해서라도 그렇게 합시다.

 

‘주님, 당신께서 창조하신 다양한 생물들과 함께 당신을 찬미하고, 당신의 영광을 드러낼 수 있도록 저희를 이끌어 주소서. 아멘.’

 

* 백종연 바오로 - 서울대교구 신부. 생태환경사도직단체 하늘땅물벗의 영적 동반 사제이며, 교구 환경사목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캐나다 토론토대학교에서 생태 영성과 생태 신학을 전공했다.

 

[경향잡지, 2020년 3월호, 백종연 바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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