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8일 (목)
(백) 부활 제3주간 목요일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빵이다.

사목신학ㅣ사회사목

[이주사목] 환대와 연대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9-11-14 ㅣ No.1182

[알아볼까요] ‘환대’와 ‘연대’

 

 

해마다 가톨릭교회는 9월 마지막 주일을 ‘세계 이민의 날’로 기념합니다. 혹시 올해가 몇 번째 ‘세계 이민의 날’인지 아시나요? 올해로 교회는 제105차 세계 이민의 날을 맞이했습니다. 여러분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 교회는 이미 100년이 넘은 오랜 시간 동안 이민들과 난민들을 기억하면서 그들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해야 한다고 말해온 것입니다. 그런데 과연 지금 교회는, 교회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습니까?

 

2013년 7월8일,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교황 착좌 후 로마 밖 첫 방문지로 이탈리아 최남단의 작은 섬 ‘람페두사’를 찾아가셨습니다. 람페두사섬은 전쟁과 가난으로 고통 받는 아프리카 주민들이 자유와 일자리를 찾아 유럽으로 가기 위해 거치는 곳으로, 지난 25년간 새 삶을 꿈꾸며 그곳으로 향하던 약 2만 명의 아프리카 주민들이 낡은 배의 난파 등으로 사망한 곳이기도 합니다.

 

교황님은 람페두사섬에 도착해 아무 말 없이 십자성호를 긋고 추모 화환을 지중해에 던진 후 ‘배들의 공동묘지’라 불리는 해안 인근에서 조그만 보트 위에 제대를 마련하고 미사를 봉헌하셨습니다. 교황님은 강론을 통해 “우리는 예수님께서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에서 언급하신 사제와 레위의 위선에 빠져버렸습니다. … 누가 이 사람들을 위해 울고 있습니까?”하고 물으셨습니다.

 

그리고 2018년 7월6일, 람페두사 방문 5주년 기념미사를 봉헌하시며 “난민과 이주민들을 환대하지 않는 닫힌 마음을 가진 사람들은 바리사이와 같습니다. … 예수 그리스도는 형제, 자매들의 곤궁에 대한 우리의 응답, 그들에 대한 우리 자비의 손길, 불의한 상황에 대해 침묵하지 않는 우리의 목소리가 필요합니다.”라고 다시금 말씀하십니다. “비록 거기에서 당장 실질적인 이득을 전혀 얻지 못하더라도, 우리는 그 안에서 고통 받는 그리스도를 알아 뵙도록 부름을 받고 있습니다. 저는 노숙자, 중독자, 난민, 토착민, 점점 더 소외되고 버림받는 노인들과 그 밖의 많은 이를 생각합니다. 이민은 제게 특별한 과제를 줍니다. 탁월한 복음 선포자이시며 복음 자체이신 예수님께서는 당신 자신을 특별히 가장 작은이들과 동일시하십니다. 이는 우리 그리스도인에게 우리가 이 땅에서 상처받기 쉬운 이들에 대한 관심을 갖도록 부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줍니다”(‘복음의 기쁨’, 210, 209항).

 

 

이민과 난민의 존엄성과 권리 교회가 지켜줘야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재임 초기부터 전쟁과 박해, 자연재해와 빈곤을 피해 자신이 살던 곳을 떠나 낯선 곳으로 이주하는 수많은 이민과 난민들의 비참한 상황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셨습니다. 그래서 2016년, 자의교서 ‘인간발전’을 발표하시며 ‘온전한 인간발전 촉진을 위한 교황청 부서’를 설립하시고 자신의 직속 기관으로 놓아 “이 부서는 무엇보다도 이민, 궁핍한 이들, 아픈 이들, 배척된 이들, 사회적으로 차별된 이들, 무력 분쟁과 자연재해의 희생자들, 감옥에 갇힌 이들, 실업자들, 모든 형태의 노예살이와 고문의 희생자들에 관한 문제들을 담당하게 된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중에 특별히 더 나은 삶을 위해 자신이 살던 정든 곳을 떠난 이민과 난민의 존엄성과 권리를 교회가 지켜줘야 한다고 강조하심으로서 이민과 난민에 대한 특별한 사랑과 관심을 촉구하신 것입니다.

 

이렇듯,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누구도 돌보려 하지 않는 사회의 가장 가난하고 약한 이들, 특별히 이민과 난민들에게 교회가 먼저 다가서서 그들을 받아들이고 함께 해야 한다고 강조하십니다. 교황님의 이러한 말씀을 교회는 두 개의 단어로 요약하고 있습니다. ‘환대’와 ‘연대’!

 

프란치스코 교황님뿐 아니라, 서두에서도 말씀드렸다시피 교회는 이미 오래전부터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을 위해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교회가 발표한 여러 가지 문헌들을 통해서도 잘 드러납니다. 그중에서도 특별히 이민과 난민을 향한 교회의 관심을 보이는 두 개의 문헌이 있습니다. 첫째, 비오 12세 교황님의 교령 ‘Exsul Familia : 나자렛 피난가정’과 둘째, 교황청 이주사목위원회 훈령 ‘Erga Migrantes Caritas Christi : 이민들을 향한 그리스도의 사랑’입니다.

 

1952년 교황령 ‘나자렛 피난가정’에서 비오 12세 교황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이집트로 피신하는 나자렛 성가정은 모든 난민 가정의 원형이다. 포악한 군주의 횡포를 피하여 이집트에서 피난 생활을 하는 예수님과 마리아와 요셉은 모든 시대, 모든 곳에서 공포나 박해, 빈곤 때문에 그들의 고향, 사랑하는 부모와 친척, 가까운 벗들을 떠나 낯선 땅으로 떠나야만 하는 온갖 이민과 난민 그리고 이방인들의 전형이며 보호자이다.”

 

그리고 약 50년이 지난 2004년, 교회는 다시 한 번 교황청 이주사목위원회 훈령 ‘이민들을 향한 그리스도의 사랑’을 발표하며 “너희는 내가 나그네였을 때에 따뜻이 맞아들였다”(마태 25, 35) 라는 마태오 복음의 구절을 먼저 인용합니다. 그러면서 “공동체들이 이민들에게 단순히 형제적 도움을 주거나, 외국인인 그들의 정체성을 존중하면서 사회 안에서 그들의 합당한 지위를 보장해 주는 법률을 지지함으로써 이민들에 대한 의무를 다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리스도인들은 이민들의 참된 인간적 가치는 물론이고, 서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감으로써 생기는 각종 문제점도 받아들일 수 있는 진정한 환대의 문화를 발전시켜야 한다.”라고 말합니다. 그렇습니다. 교회는 바로 이 교황령과 훈령을 통해 이민들을 향한 ‘환대’와 ‘연대’라는 확고한 두 가지의 입장을 말하는 것입니다.

 

 

바로 여러분이 사마리아 사람이 되어야

 

그러면 우리가 ‘환대’와 ‘연대’의 삶을 사는 데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저는 무엇보다도 이민과 난민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두려움은 바로 상대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진심으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생겨납니다. 상대를 알고 이해하면 받아들일 수 있고 함께 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상대를 향한 막연한 두려움은 너와 나 사이에 벽을 세우고 혐오와 불신을 불러오게 되는 것이지요. 이민과 난민을 향한 우리의 모습도 그렇습니다.

 

요즘 각종 미디어를 통해서 접하게 되는 이민과 난민에 관한 이야기는 그들을 제대로 알고 이해할 수 있도록 돕기보다는 그들을 혐오와 불신의 대상으로 바라보게 만듭니다. 그런 이유로 우리는 이민과 난민을 바라보며 ‘한국 사회에 들어와서는 안 되는 사람들’, ‘자기의 이익을 위해 우리는 이용하는 사람들’, ‘우리의 삶을 파괴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정말 그들이 미디어에서 말하는 것처럼 우리의 삶을 파괴하려는 사람들일까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가난하고 어렵게 살아온 사람들, 전쟁과 탄압 때문에 목숨을 잃을까 두려워 도망친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그저 가난을 벗어나고 싶어서, 행복한 삶을 살고 싶어서 자신의 일생을 걸고 이곳에 온 사람들입니다. 말이 통하지 않아서 당하는 불이익을 참아내고, 얼굴색과 국적이 달라서 받아야 하는 불평등과 억울함을 견뎌내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정말 우리의 삶을 파괴하고 불행하게 만들 수 있을까요? 절대 아닙니다. 우리의 스승이신 예수님께서는 다른 누구보다 먼저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을 사랑하셨습니다.

 

이민과 난민들을 바라보며 혐오와 불신의 마음이 든다면 강도를 당한 사람을 도와준 착한 사마리아 사람을 기억하십시오. 갈 곳 없는 나그네를 따뜻하게 맞이한 의인의 모습을 기억하십시오. 바로 여러분이 그런 사마리아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바로 당신이 나그네를 따뜻하게 맞이하는 의인이 되어야 합니다. 당신은 어떤 사람입니까?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9년 11월호, 황규진 신부(전주교구 이주사목국 국장)]

 



1,416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