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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부] 교부들의 사회교리5: 그리스도인의 생활 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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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9-01-06 ㅣ No.499

[교부들의 사회교리] (5) 그리스도인의 생활 원리


슬퍼하는 사람과 함께 울어줘야

 

 

“그리스도인들은 온유하고 사랑스럽고 점잖고 진실하며 서로 사랑합니다. 과부를 얕잡아 보지 않고 고아를 보호합니다. 재산이라고는 시기심을 자극하지 않을 정도밖에 지니고 있지 않지만, 가진 것이 없는 이들에게 나누어줍니다. 떠돌이를 보면 자기 집에 맞아들이고 마치 친형제처럼 기뻐합니다. 그들은 육에 따라 서로 형제라 부르는 것이 아니라 영에 따라 그리 부릅니다. 가난한 사람이 죽은 것을 보면 그들은 저마다 힘닿는 대로 너그럽게 매장해줍니다. 어떤 사람이 그리스도의 이름 때문에 고소당하여 단죄되거나 감옥에 갇힌 것을 알게 되면 기금을 모아 그에게 필요한 것을 보내줍니다. 포로로 잡힌 사람이나 가난한 사람이 있으면 이틀이나 사흘 동안 단식을 해서 자신들의 양식을 그들에게 보냅니다.… 오! 황제시여, 이것이 그리스도인들의 생활 원리입니다.” (아리스티데스, 「호교론」 15,5-7)

 

 

가장 오래된 그리스도교 호교론

 

이 글은 아테네 출신 철학자 아리스티데스가 117~138년경 로마 황제 하드리아누스에게 쓴 「호교론」의 한 토막이다. 현존하는 그리스도교 호교론들 가운데 가장 오래된 문헌이다. 정하상 성인의 「상재상서」가 그러하듯, 호교론은 그리스도인들에게 억울하게 덧씌워진 오해와 편견을 해명하고 그리스도교 진리를 증언하기 위해 저술되었다.

 

이 작품의 저자 아리스티데스는 철학자답게 그리스도교의 특성을 다른 종교들과 비교하여 조목조목 설명한다. 그리고 가난하고 억눌린 사람들을 정성껏 뒷바라지하며 이주 노동자나 난민 같은 떠돌이들을 가족처럼 받아들이던 ‘새로운 민족’인 그리스도인의 삶에 관해 매우 구체적으로 증언한다.

 

현대 신학자 한스 큉은 2000년 동안 수많은 죄악과 범죄의 일탈 속에서도 교회가 오늘날까지 한결같이 지켜온 그리스도교의 본질은 거창한 신학 체계나 법적 제도가 아니라 그리스도인의 사랑 실천이라고 했다.

 

아리스티데스는 예수님께서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지 100년 남짓 된 그때 이미 복음의 새로움과 그리스도교의 영속적 본질을 꿰뚫어 보았던 교부다.

 

 

연도회 활동에 관한 증언

 

그리스도인들이 얼마나 점잖고 진실했으며, 그 당시 사회적 약자의 대명사였던 과부와 고아와 떠돌이들을 얼마나 인격적으로 존중하고 환대했는지 이 문헌은 전해준다.

 

가진 것이 넉넉지 않았던 그리스도인들은 더 가난한 이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이삼일쯤은 기꺼이 단식했다는 증언도 나온다. 단식은 교회법을 지키기 위한 요식행위가 아니라, 가난한 이들과 연대하기 위한 가난한 교회의 자발적 투신이었다.

 

특히 아리스티데스 교부가 그리스도인을 특징짓는 실천적 품성으로 언급한 ‘죽은 이의 매장’은 오늘날 연도회 활동에 비길 수 있다. 연도회의 사심 없는 봉사는 그리스도교 이웃 사랑의 핵심 전통이라는 사실을 후대 교부들도 거듭 강조한다. 슬퍼하는 사람들과 함께 울어주고, 아파하는 사람들과 함께 아파하고, 굶주린 이들과 함께 굶을 줄 알았던 초기 그리스도인의 아름다운 삶에 관한 아주 오래된 기록이다.

 

[가톨릭평화신문, 2019년 1월 6일, 최원오(빈첸시오, 대구가톨릭대유스티노자유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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