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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 가톨릭 영성을 찾아서74: 16세기 (3) 아빌라의 데레사와 십자가의 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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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5-12 ㅣ No.1160

[전영준 신부의 가톨릭 영성을 찾아서] (74) 16세기 ③ 아빌라의 데레사와 십자가의 요한


기도와 정화로 영적 완덕 이르는 길 제시

 

 

16세기 스페인 출신 영성가들 중에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알려진 인물은 아빌라의 데레사와 십자가의 요한일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영성가들과 관련된 연구 서적이 다른 영성가들보다 상대적으로 많이 출판되었습니다. 그런데 전 세계 사람들도 이 영성가들이 저술한 작품들을 꾸준히 읽고 있다는 사실에서 우리는 이들의 영성이 특별하고 중요하며 유용할 것이라는 점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아빌라의 데레사.

 

 

기도를 통해 영적 여정을 가르친 데레사

 

스페인 아빌라 출신인 아빌라의 데레사(Teresa de vila, 1515~1582)는 예수의 데레사(Teresa de Jess) 혹은 대(大)데레사로도 불렸으며, 본명은 데레사 산체스 데 세페다 이 아우마다(Teresa Snchez de Cepeda y Ahumada)였습니다. 할아버지는 유다교에서 그리스도교로 개종했고, 아버지는 기사 작위를 매수해 그리스도교 사회에 성공적으로 동화되었으며, 어머니는 데레사를 경건한 그리스도인이 되도록 양육했습니다. 따라서 데레사는 어린 시절부터 성인전(聖人傳)에 매료되었으며, 7세에 무어인들에게 순교하려고 집을 나서기도 했습니다. 11세에 어머니가 죽자, 비탄에 빠진 데레사는 동정녀 마리아를 자신의 영적인 어머니로 생각하는 신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14세에 데레사는 아우구스티노회 수녀원 학교에서 6년간 수학했으며, 19세에 수도자가 되기로 결심하고 아빌라의 예수 강생 가르멜 수녀원에 입회했습니다.

 

데레사는 수도생활 초기에 병에 걸려 본가에서 요양하던 중 오수나의 프란치스코(Francisco de Osuna, 1492/97~1540)의 저서 「제3의 영성 입문(Tercer Abecedario Espiritual)」을 읽으면서 종교적인 탈혼을 경험했습니다. 몸이 완쾌된 후 수녀원으로 돌아온 데레사는 지속해서 신비스러운 체험과 환시를 경험했습니다. 물론 데레사도 자신의 체험에 혼란을 겪었지만, 프란치스코회 수도자 알칸타라의 베드로(Pedro de Alcntara, 1499~1562)에게 조언과 격려, 옹호를, 또 예수회 수도자 보르하의 프란치스코(Francisco de Borja, 1510~1572)에게 위안을 받으며 안정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데레사는 1559년부터 2년 이상 예수 그리스도의 환시를 체험했습니다. 결국 1562년 신비체험을 통해 용기와 확신을 얻은 데레사는 가르멜회를 개혁하고자 아빌라에 성 요셉 수녀원을 설립하고 맨발의 가르멜회를 시작했습니다.

 

데레사는 고해 사제였던 도미니코회 도밍고 바녜스(Domingo Bez, 1528~1604)의 권유로 1565년쯤 저술한 「완덕의 길(Camino de Perfeccin)」에서 기도를 통해 영적 완덕에 도달하는 방법을 설명했습니다. 즉, 기도는 수덕적인 측면과 신비적인 측면으로 이루어졌는데, 단계를 구분한다면 구송 기도, 거둠 기도, 고요의 기도, 일치의 기도라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데레사는 잘 바친 구송 기도를 통해 기도의 모든 여정을 담을 수 있으며, 주님의 기도를 정성껏 바침으로써 높은 단계의 정신 기도에 도달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기도의 수덕적인 여정을 위해서 애덕 실천, 피조물에서 이탈, 겸손, 굳은 결심이 필요하다고 언급했습니다.

 

한편 데레사는 1577년 자신의 최고 걸작 「영혼의 성(Castillo Interior)」에서 인간 내면을 성찰하면서 기도의 단계를 대조해 신비체험의 여정을 설명했습니다. 즉, 외부에 자리 잡은 가장 불완전한 단계인 첫째 궁방에서 출발해 가장 깊은 중심에 있는 하느님과 완전한 일치를 이루는 일곱째 궁방까지 차례대로 단계를 거치면서 초자연적인 질서에 참여할 수 있도록 변모해 나간다는 것이었습니다. 첫째부터 셋째 궁방은 구송 기도와 묵상을 훈련하는 수덕적인 단계이며, 넷째 궁방은 신비적인 단계로 넘어가는 과도기로 하느님의 부재(不在)를 체험하고, 다섯째부터 일곱째 궁방은 일치, 순응 일치, 변형 일치를 경험하는 수덕적인 단계입니다. 데레사는 실천하는 영성생활을 통해서도 관상의 높은 단계인 신비 생활에 도달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십자가의 요한.

 

 

정화의 과정을 강조한 요한

 

스페인 아빌라 근교 폰티베로스(Fontiveros)의 개종한 가정 출신인 십자가의 요한(Juan de la Cruz, 1542~1591)은 1551년 메디나 델 캄포(Medina del Campo)로 이주해 가난한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공부하며 아우구스티노회 수녀원에서 미사 복사를 했습니다. 청소년 시절 요한은 병원에서 일하며 예수회 학교에서 인문학을 공부했습니다. 1563년 가르멜 수도원에 입회한 요한은 이듬해 성 마티아의 요한이라는 수도명으로 서원했으며, 바로 살라망카 대학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1567년 사제로 서품되었습니다. 하지만 완화된 규율에 불만을 품은 요한은 카르투지오회로 옮길 고민을 하던 중에 아빌라의 데레사를 만나 수도회 개혁을 제안했습니다. 그리고 1568년 두루엘로(Duruelo)에서 십자가의 요한으로 수도명을 바꾸고 이듬해에 맨발의 가르멜회 수도원을 설립했습니다.

 

1577년 규율 완화 가르멜회 수도자들에 의해 톨레도(Toledo) 수도원에 9개월 동안 감금된 요한은 수도원 옥탑 감옥에서 ‘어둔 밤’이라고 부른 신비체험을 한 후에 자신의 체험을 담은 시를 일부 저술했습니다. 이후에 안달루시아(Andalusia)에 있는 엘 칼바리오(El Calvario) 수도원으로 무사히 탈출한 요한은 동료 수도자들의 요청으로 자신의 체험을 담은 시를 설명하기 위해 스페인 문학사에서도 찬사를 받는 신비신학 작품인 「어둔 밤(Noche Oscura del Alma)」, 「가르멜의 산길(Subida del Monte Carmelo)」, 「영가(Cntico Espiritual)」, 「사랑의 산 불꽃(Llama de Amor Viva)」을 저술했습니다. 요한의 신비신학 전체를 이해하려면 네 권의 작품을 모두 섭렵해야 합니다. 오늘날 영성신학자들은 요한의 네 작품을 통해 신비체험을 통한 영적 여정의 단계를 미세하게나마 구분해 설명합니다. 하지만 신학자들은 요한이 전통적인 정화, 조명, 일치의 발전 단계를 기본으로 유지하면서 조금 더 세밀한 설명을 첨가했다는 데에 동의합니다.

 

요한은 초보자에게 해당하는 정화의 단계를 두 가지 차원에서 설명했습니다. 즉, 감각의 능동적 밤과 영의 능동적 밤입니다. 다음으로 요한은 진보자에게 해당하는 조명의 단계도 감각의 수동의 밤과 영의 수동의 밤으로 나눠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요한은 완덕에 다다른 자에게 해당하는 일치의 단계에서 하느님과의 일치가 이뤄진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런데 요한이 언급한 일치는 사랑의 일치를 의미하기 때문에, 인간 영혼은 향주덕의 실천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를 통해 인간 영혼은 신적 혼인의 상태를 거쳐 지복(至福)의 상태에 이릅니다. 요한의 신비신학은 위-디오니시우스의 작품과 「무지의 구름(Cloud of Unknowing)」에서 나타나는 부정신학적인 방법론을 포함하고 있으며, 데레사의 작품과 함께 읽으면 더욱 잘 이해됩니다.

 

요한의 작품은 영적 진보를 이룬 자들을 대상으로 하기에 대중에겐 다소 어렵게 느껴졌는지 오늘날 우리에게 데레사의 작품보다 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두 영성가의 작품은 영적 발전을 갈망하는 오늘날의 그리스도인에게도 큰 도움을 주는 작품임이 분명합니다. 두 영성가의 가르침은 그 당시 내적으론 거짓 신비체험이 난무하는 상황과 외적으론 종교개혁의 물결이 이는 스페인 가톨릭교회를 훌륭하게 지켜주며 긍정의 힘을 유럽으로 확산시켰습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18년 5월 13일, 전영준 신부(가톨릭대 신학대학 영성신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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