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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사형제 폐지 국제적 현황 및 국내 이행을 위한 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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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5-07 ㅣ No.1513

사형제 폐지 국제적 현황 및 국내 이행을 위한 토론회


‘죽음의 문화’ 사형제, 이 땅에서 완전히 몰아내길

 

 

- 4월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사형제 폐지 국제적 현황 및 국내 이행을 위한 토론회 중 사형제 폐지를 위해 일하고 있는 각국 활동가들이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인류 역사에서 가장 오랫동안 맹위를 떨치고 있는 ‘죽음의 문화’인 사형제를 어떻게 우리 삶에서 지워버릴 수 있을까.

 

우리나라는 지난 1997년 12월 30일 마지막으로 사형 집행이 이뤄진 후 20년 넘게 집행을 하지 않아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사실상 사형폐지국’ 대열에 들었지만, 법적으로는 여전히 사형제가 유지되고 있다.

 

이 땅에서 사형제의 그림자를 완전히 지우기 위해 세계 곳곳에서 사형제도 폐지운동을 펼치고 있는 이들이 머리를 맞댔다. 4월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사형제 폐지 국제적 현황 및 국내 이행을 위한 토론회’ 자리에서다.

 

이날 행사는 세계인권선언 70주년과 국가인권기구 탄생을 이끈 ‘파리원칙’ 25주년을 기념해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배기현 주교)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 천주교인권위원회 등이 참여하고 있는 ‘사형제 폐지 종교·인권·시민단체 연석회의’와 금태섭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국제사형제반대위원회(위원장 나비 필레이, 이하 ICDP),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이성호) 등이 공동 주최했다.

 

기조발제자로 나선 이반 시모노비치(Ivan Simonovic) ICDP 위원(전 인권담당 유엔 사무차장보)은 “세계는 한국이 사형제를 폐지하고, 생명 기본권을 보호할 길을 모색하길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착 상태에 빠진 사형제를 둘러싼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한국사회에 던지는 연대의 메시지였다.

 

시모노비치 위원은 ‘사형제의 국제적 동향’을 주제로 한 발표를 통해 사형제를 폐지한 국가들의 다양한 사례를 소개해 관심을 모았다.

 

그는 20여 년 동안 사형을 집행하지 않은 한국의 현실을 평가하며 “한국은 지금까지 사형 유예를 촉구하는 유엔 총회 결의안에 기권해왔다. 올해는 찬성 투표를 함으로써 해당 결의안에 참여하는 것으로 사형폐지 흐름에 새로운 걸음을 내디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한국이 사회, 경제, 기술 분야에서 보여준 인상적인 진전을 인권 분야에도 반영하기를 바란다”며 사형제 폐지에 적극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특히 이날 토론회에서는 ‘사형제 존치론’의 유력한 근거가 되고 있는 ‘여론 조사’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뤄져 눈길을 끌었다.

 

미하엘 라이터러(Michael Reiterer) 주한 유럽연합(EU)대표부 대사는 ‘사형제의 폐지와 그 대안에 관한 논쟁’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사형제에 대한 여론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사형을 정당화하는 논리를 비판했다.

 

라이터러 대사는 EU의 자금 지원을 받아 폴 베이컨(Paul Bacon)과 사토(Sato)가 2015년 2월 일본에서 실시한 ‘대안 여론 조사’ 결과를 소개했다. 이 결과에 따르면, 사형제 지지 여론이 80%가 넘는 일본에서 정부가 사형제를 폐지하기로 결정하면 사형제 유지론자의 3분의 2 이상이 사형제 폐지를 받아들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여론을 이용해 사형제 존치를 정당화해온 정부의 논리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이 같은 여론 조사 결과에 따라 일본 변호사협회는 2016년 10월 ▲ 사형 폐지를 위해 일할 것 ▲ 최악의 범죄자조차도 재활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공식 선언문을 채택하기에 이른다. 또한 사형제의 대안으로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제안했다.

 

줄리언 맥마흔(Julian McMahon) 리프리브 오스트레일리아(Reprieve Australia) 대표도 사형제를 둘러싼 문제가 여론에 좌우되는 현실에 의문을 제기했다.

 

맥마흔 대표는 ‘사형제를 폐지한 국가, 호주의 경험 사례발표’에서 “여론이라는 것은 어떤 질문을 받느냐, 어느 정도 정보를 제공하느냐에 따라 조사 결과가 전혀 다르게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각계각층 지도자들이 여론에 관심을 가져야 하지만 여론에 의해 끌려 다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전 세계 국가들은 여러 가지 다양한 방법으로 사형제를 폐지하지만 정치적 리더십이 있을 때 여론도 따라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면서 “앞서 사형제를 폐지한 다른 국가들을 통해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호주에서는 1788년 백인들이 이주해온 이래 계속 사형 집행이 이뤄져왔다. 1967년에 사형제 폐지를 위한 운동이 시작된다. 그 과정에서 많은 이들이 사형제가 정의의 문제가 아닌 정치적인 문제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맥마흔 대표는 “사형제를 폐지하느냐 존치시키느냐 하는 문제는 리더십에 의해 좌우된다”면서 인권 중심 발전을 위한 국회와 대통령 등 정치지도자의 의지, 리더십을 강조했다.

 

또한 이날 행사에서는 사형제 폐지를 위한 현실적인 대안으로 ‘사형의 폐지를 목표로 하는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의 제2선택의정서’(Optional Protocol Ⅱ to the International Convention on Civil and Political Rights, 이하 제2선택의정서) 가입이 제안됐다. 

 

제2선택의정서는 1989년 12월 15일 국제연합 제44회 총회에서 채택돼 1991년 7월 11일 발효된 국제 조약으로, 사형의 전면적 폐지 규정을 담고 있다.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지기 때문에 별도의 국내 입법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실질적으로 사형제 폐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키아라 산조르지오(Chiara Sangiorgio) 국제엠네스티 사형폐지팀 고문은 “한국이 제2선택의정서를 비준한다면 사형제 폐지를 향한 새로운 지평을 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조르지오 고문은 ‘한국의 사형제 폐지에 관한 국제적 관점’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아프리카 감비아 사례를 들어 사형제 폐지를 위한 새로운 전망을 보여줬다. 

 

감비아는 지난해 9월 20일 대통령이 제2선택의정서에 서명한 후 사형 집행을 금지하고 사형제 폐지를 위한 단계를 밟아나가고 있다.

 

이 같은 논의에 따라 지금까지 ▲ 의원 입법을 통한 사형제 폐지 ▲ 헌법재판소의 사형제 위헌 판결 등 양 갈래로 추진돼 온 사형제 폐지 운동에 새로운 흐름을 더할 수 있게 됐다.

 

이에 앞서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는 토론회 축사를 통해 “참혹한 범죄를 저질렀다고 해서 똑같이 참혹한 형벌로 응징하는 폭력의 악순환을 이제는 끊어내야 한다”며 “범죄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을 분석하고 구조적인 모순을 찾아내어 범죄가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하는 사회적, 정서적 안전망을 구축하는 일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2016년 말 현재 유엔 198개 회원국 가운데 142개국이 사형제도를 폐지했다. 이 가운데 ‘사실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되는 나라는 한국을 포함한 37개국이다. 국내에서 현재 사형 확정 판결을 받고 수감돼 있는 사형수는 모두 61명이다.

 

[가톨릭신문, 2018년 5월 6일, 서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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