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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신학ㅣ사회사목

[정보화] 인공지능과 인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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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2-19 ㅣ No.1083

인공지능과 인간다움

 

 

“그래도 지구는 돈다”라고 지동설을 주장했던 갈릴레오 갈릴레이(1564~1642). 1633년 종교재판에서 내려진 그의 유죄판결을, 1979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재고할 것을 권고하였다. 그 후 특별위원회가 발족되었고, 1992년 가톨릭 교회는 ‘당시 조치가 비극적인 상호 이해 부족에서 나온 실수였다’고 고백하면서 교회 법정의 오류를 인정하였다. 그 후, 이 사건은 과학과 종교, 이성과 신앙 사이에 이어져 온 오해와 불신의 시대를 마감한다는 상징으로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이제 더 이상 신앙과 과학은 배치되는 문제가 아니다.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을 앞두고 오늘의 교회는 과학에 깊은 관심을 갖고, 변화될 미래를 토대로 여러 성찰을 펼치고 있다.

 

 

인공지능은 곧 인간의 문제

 

2016년 11월 30일에서 12월 1일까지, 교황청 과학원은 ‘인공지능의 힘과 한계’(Power and Limits of Artificial Intelligence)라는 주제로 다양한 전문가들과 논의를 펼친 바 있다. 그 자리에는 스티브 호킹 박사와 구글 딥마인드의 CEO 데미스 하사비스, 페이스북의 인공지능 연구부문 책임자인 얀 르쿤 등이 참여하였다. ‘기계가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을 것인가? 기계가 자아를 가지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인공지능 로봇에게 인공적인 윤리의식을 부여할 수 있는가?’와 같은 질문들이 논의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4차 산업혁명 시대와 관련된 학술대회가 열리는 등 다양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이렇듯 ‘인공지능’이란 주제를 가지고 의견을 나눌수록, 초점은 ‘인간’에게 맞춰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앞선 교황청 과학원의 토론회에서 딥마인드의 CEO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인공지능은 아주 강력한 기술이다. 하지만 기술 자체는 중립적이고, 인간이 그 기술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달려있다.” 딥마인드는 이세돌 9단과의 세기의 대국으로 관심을 끈 바둑 AI 프로그램 ‘알파고’를 개발한 회사이다. 현재로서는 인공지능의 미래를 정확히 진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인공지능의 활용이 늘어날수록, 특히 인간의 생명과 안전이 직결될수록 인공지능의 관리체계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1970년대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했던 베르너 아르버는 이 토론회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인류의 삶에 아주 중요한 일인 만큼, 우리는 인간의 의무를 지키는 데도 신중해야 할 것입니다.”

 

 

인간이 인간으로서

 

기계가 인간의 지능을 모방하고 심지어 뛰어넘을 수 있는 시대를 앞두고 사회는 ‘인간’이란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인간은 하느님의 모습으로 창조되었기 때문에(창세 1,27 참조) 모든 사람은 침해받을 수 없는 존엄성을 지닌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인간이 “이 지상에서 그 자체를 위하여 하느님께서 바라신 유일한 피조물”(「사목 헌장」, 24항)임을 상기시킨다. 즉, 개개인의 인간은 그 자체로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지성과 의지를 가진 인간은 자기 증여의 관계를 맺을 수 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1979년에 발표된 회칙 「인간의 구원자」를 통해 다음과 같이 전했다. “교회는 인간을 저버리지 못한다. 왜냐하면 인간의 ‘운명’ 곧 그의 선택과 불리움, 출생과 죽음, 구원 또는 멸망이 그리스도와 떼려야 뗄 수 없이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14항).

 

비록 인간은 피조물로서 자기 한계를 체험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참으로 무한한 자기 욕망을 느끼며 더 높은 삶으로 부름 받았음을 자각하고 있다(「사목 헌장」, 10항 참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의 인간은 그 어느 때보다 자기가 만들어 낸 것에서 위협을 느낀다. 인간의 지성과 의지가 빚어낸 산물이 인간의 손을 벗어나지 않을까 두려워한다. 회칙 「인간의 구원자」는 인간의 놀라운 진보가 불안한 이유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이 진보가 인간이 인간으로서 정말 더 향상되는가?’ 즉, 영성적으로 더욱 성숙하며, 자기 인간성의 품위를 더욱 의식하며, 더 책임감이 생기며, 타인들 특히 그 가운데에서도 가장 약한 사람들에게 더욱 마음을 열며, 주려는 마음과 모든 이를 도우려는 마음이 더 생기는가?(15항 참조)

 

 

하느님의 계획과 인간 존재

 

그리스도인은 위와 같은 질문들을 던짐으로써 인류의 미래를 뒤흔들 수 있는 주요 문제들을 성찰해야 할 것이다. 인간은 하느님과 더불어 사랑의 관계를 맺도록 부르심을 받았다. 이 관계는 영원 속에서 완성될 참으로 심오하고 위대한 소명이다. 1996년 10월 22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교황청 과학원 총회(주제 : 생명의 기원과 진화)에 보낸 담화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인간 전체가 육체 안에서까지 그러한 존엄성을 지니는 것은 바로 영혼 때문입니다. 비오 12세는 이 본질적인 점, 곧 인간의 육체가 그 이전의 생물체에 기원을 두고 있다 하더라도 그 영혼은 하느님께서 직접 창조하신 것이라고 강조하였습니다.”

 

우리 자신이 누구인지, 우리의 영혼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망각했을 때 인간의 운명도 방향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답’을 찾기 위해 기도하기보다 검색 창을 여는 시대지만 ‘선택’은 우리에게 달려있다. 인공지능은 과학계 뿐 아닌 모든 사람의 미래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바탕으로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교회 역시 4차 산업혁명의 흐름 앞에서 과학적 연구 상황을 주시하고, 문제의 본질적인 측면을 잘 알고 있어야 할 것이다. 끝으로, 베네딕토 16세의 「진리 안의 사랑」 76항을 통해 하느님의 계획에 따른 인간 존재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겨본다. “인간이 영적으로 성장하고, 인간 영혼이 그 자체와 하느님께서 마음 깊이 새겨 주신 진리들을 인식하게 될 때, 그리고 인간이 자기 자신과 또 창조주와 대화를 나눌 때 인간은 발전합니다. 하지만 하느님에게서 멀어질 때, 인간은 불안해하고 병들게 됩니다.”

 

[외침, 2018년 2월호(수원교구 복음화국 발행), 이지원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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