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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그리스도 안에서 한마음 한몸: 한마음한몸운동 3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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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1-01 ㅣ No.1457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운동본부ㆍ가톨릭평화신문 공동 기획] 그리스도 안에서 한마음 한몸 (1)


한마음한몸운동이 걸어온 30년, 그 길과 발자취 (상)

 

 

“우리는 여럿일지라도 한 몸입니다.”(1코린 10,17)

 

‘한마음한몸운동’이 2018년 설립 30돌을 맞는다. 

 

그 서른 해는 “우리 모두 한 빵을 함께 나누기에 한몸”(1코린 10,17b)이라는 성체성사 정신을 따라 살아온 ‘나눔의 30년’이었다.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운동본부는 지난 30년을 되돌아보면서 앞으로의 방향을 잡아보는 계기로 삼고자 올 한 해 설립 30주년 기념행사를 다양하게 기획 실행한다.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요청에 기꺼이 응답하며, 새로운 30년을 기쁘게 준비하기 위해서다. 이에 교구 한마음한몸운동본부와 설립 30주년 기념 연중 공동기획으로 ‘그리스도 안에서 한마음한몸’ 시리즈를 한 달에 두 차례씩 연재, 한마음한몸운동을 한국 천주교회와 나누는 장을 마련한다.

 

 

- 제44차 서울 세계성체대회는 한국 천주교회에 ‘한마음한몸운동’이라는 열매를 남겼다. 사진은 1989년 10월 8일 여의도에서 개최된 세계성체대회 본 행사에서 김수환 추기경과 함께 제단에 올라 환호하는 신자들에게 손을 들어 답례하는 성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가톨릭평화신문 DB,

 

 

‘한마음한몸운동’의 태동

 

1986년 3월. 제44차 세계성체대회 서울 개최가 결정됐다. 대회 개최일이 1989년 10월 8일이었으니, 3년 7개월 남짓 남은 셈이었다. 그해 11월, 세계성체대회 준비위원회가 발족했고, 이듬해 2월엔 실무를 담당할 신심ㆍ행사ㆍ기획ㆍ홍보ㆍ섭외ㆍ재정 분과위원회가 꾸려졌다. 

 

이 가운데 세계성체대회 업무 전반에 대한 기본계획 수립을 맡은 기획분과(위원장 장익 신부)는 대회 규모와 종류, 내용을 논의하던 중 교육과 전례, 생활 영역에서 성체대회의 참뜻을 이해하고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 특히 성체의 나눔 정신을 구현하기 위한 실천 방안을 제시하고 이를 통해 신자들이 그리스도의 현존을 체험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 같은 활동은 대회 준비 과정에서뿐 아니라 대회 개최 이후까지도 지속될 생활실천 운동이 돼야 한다는 데 모두가 뜻을 함께했다. 여러 차례 논의 끝에 1988년 5월, 제20차 기획분과 회의에서 ‘헌미ㆍ헌혈ㆍ결연 운동’을 성체대회 전후에 실천할 생활운동으로 선정하고, 이 운동을 ‘한마음한몸운동’으로 부르기로 했다. ‘한마음한몸운동’의 태동이었다. 

 

이어 1988년 10월, 세계성체대회 개최 1년 전에 예비대회 성격의 한국성체대회가 열려 한마음한몸운동이 본격화됐고, 그해 10월 27일 한마음한몸운동 전국본부가 출범하기에 이르렀다.

 

- 1989년 7월 17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대한적십자사와 공동 개최한 헌혈 잔치.

 

 

헌혈 · 장기 기증 등으로 나눔 정신 실천

 

본부 출범 직전, 한마음한몸운동 실천 방안으로 그해 9월 20일 한국 순교자 대축일을 기해 헌혈 운동이 점화됐다. 이날 헌혈 행사 중 당시 서울대교구장 김수환 추기경은 안구 기증을 약속했고, 2009년 2월 16일 김 추기경의 선종과 함께 그 약속은 지켜졌다. 헌혈 운동은 이듬해 5월까지 헌혈자는 2만 4740명, 헌안ㆍ장기 기증 서약자는 1162명에 이르는 결실을 거뒀다. 1988년 당시 연간 1만 명에 이르던 외국으로의 입양 문제 해결이라는 시대적 요청에도 응답, 입양ㆍ결연 운동이 시작돼 1989년 성가정입양원이 국내 입양기관으로 인가를 받았고, 1989년 5월까지 197명이 입양을, 386명이 결연을 희망하는 성과를 거뒀다. 집집이 매끼 한 줌의 쌀을 절약하는 작은 희생을 통해 어려운 이웃을 돕자는 헌미(헌금) 운동 또한 본당별, 단체별로 이뤄져 세계성체대회 개최 이전까지 9차례에 걸쳐 헌미(헌금) 봉헌식이 거행되기도 했다. 

 

1989년 10월 8일 서울 여의도광장에서 드디어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주례하고 ‘그리스도, 우리의 평화’를 주제로 한 제44차 서울 세계성체대회 장엄 미사가 봉헌됐다. 65만 명이 참여한 장엄 미사는 교황이 온 세계에 보내는 평화의 메시지를 발표하면서 절정에 이르렀다. 

 

“세계성체대회에 온 그리스도인 공동체는 진리에, 정의에, 평화에, 생명 자체에 목말라하는 모든 이와 함께 ‘생명의 빵’을 나누겠다는 그 결의를 새삼 다지고 있습니다….” 

 

서울 세계성체대회 준비위원회는 장엄 미사에 앞서 4∼7일을 평화ㆍ감사ㆍ회심ㆍ일치의 날로 정해 평화 대강연과 평화 기원 축제, 일치 기도회, 엠마우스 성시간, 젊은이 성찬제 등을 통해 ‘주님의 말씀 따라’ ‘자기를 버리고’ ‘모두가 벗이 되어’ ‘온 누리에 참 평화를’ 선언했다. 이 평화의 제전, 서울 세계성체대회의 열매가 바로 30년간 신앙의 유산으로 이어진 ‘한마음한몸운동’이다.

 

 

주님 모시고 ‘한마음 한몸’ 거듭나

 

그렇다면 한마음한몸운동의 핵심은 뭘까? 1989년 2월 당시 안동교구장이던 두봉 주교는 마산교구 강연을 통해 이 운동의 요체를 쉽고도 명료하게 설명했다. 

 

“성체를 모신 다음 주님과 함께, 주님을 모시고 사는 신심이 바로 ‘한마음 한몸’ 신심이 아니겠습니까? 첫 단계는 나와 ‘한마음 한몸’이 되고, 둘째 단계는 모두가 ‘한마음 한몸’이 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당신 살과 피를 내어주셨듯이 우리도 우리 살과 피를 이웃과 나눔으로써 그리스도를 본받자는 뜻으로 기획된 성체신심 실천 운동이 바로 한마음한몸운동이다. [가톨릭평화신문, 2018년 1월 1일, 오세택 기자]

 

 

공감 속 더불어 사는 세상 만들겠다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운동본부장 최형규 신부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운동본부장 최형규 신부는 한마음한몸운동 30주년의 의미를 두 가지로 압축했다. 하나는 지난 30년 동안 한마음한몸운동본부가 이어져올 수 있었던 데 대한 감사다. 또 하나는 현재의 활동이 적절한지, 제2의 도약을 위한 두 번째 길은 또 어떻게 찾을지에 대한 성찰이다. ‘감사와 성찰의 해’로 한 해를 보내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최 신부는 그러면서도 “부담이 크다”고 고백했다. 

 

“현장에서 사목하는 입장에서 책임감이 가장 무겁고, 선배 신부님들께서 일궈놓은 성과를 잘 이어나가야 한다는 부담감도 큽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앞으로 한마음한몸운동의 취지를 어떻게 잘 살려 나갈지, 또 시대적 상황을 어떻게 읽어내고 응답할지, 가톨릭 정신으로 우리가 사회 안에서 할 수 있는 게 무엇일지 파악해 실천하는 일도 녹록지만은 않습니다.” 

 

최 신부는 ‘공감 속에서 함께 더불어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한마음한몸운동본부의 우선적 목적을 구현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또 지난 30년간 일궈낸 한마음한몸운동본부의 성과도 잊지 않았다. 성체성사의 정신을 세상에서 실현하고자 헌혈이나 입양, 장기기증, 우리농촌살리기운동, 대북 지원, 환경사목 등의 씨앗을 뿌리고 키우고 성장시켰다는 점을 상기했다. 아울러 ‘받는 교회’에서 ‘주는 교회’로 전환, 전 세계 50개국과 국제개발협력 사업을 진행한 점도 특기해야 할 성과로 꼽았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건 한마음한몸운동본부를 비롯해 많은 시민사회단체와 국제 비정부기구(NGO)가 활동하는 데도 우리 사회는 더 어려워졌다는 점입니다. 결국은 이웃에 대한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이 필요한 것이겠지요. 우리 한마음한몸운동본부는 나눔 안에서 후원자들의 보이지 않는 사랑을 이웃과 긴밀하게 연결해 주는 고리와도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 신부는 “한마음한몸운동본부가 하느님 사랑을 세상에 드러내는 데 함께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를 드린다”며 “앞으로도 한마음한몸운동이 세상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하도록 계속해서 함께해달라”고 당부했다. [가톨릭평화신문, 2018년 1월 1일, 오세택 기자]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운동본부ㆍ가톨릭평화신문 공동 기획] 그리스도 안에서 한마음 한몸 (2)


한마음한몸운동이 걸어온 30년, 그 길과 발자취 (하)

 

 

1989년 10월 개최된 제44차 서울세계성체대회는 성체 신심의 생활화, 특히 한국 교회가 받는 교회에서 나누는 교회로 나아가는 계기가 됐다. 사진은 세계 성체대회 당시 한국을 찾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와 주교들, 그리고 김수환 추기경 등 국내 주교단. 가톨릭평화신문 DB.

 

 

‘성체성사의 신비를 삶으로 살다’

 

한마음한몸운동본부는 원래 ‘한시’ 조직이었다. 제44차 서울 세계성체대회 때까지만 존속하고, 이후 운영과 관리는 주교단의 지침에 따른다는 결정에 따라 설립됐다.

 

이 결정으로 1988년 10월 전국 본부가 만들어지고, 교구ㆍ본당 본부 조직이 정비됐으며, 전국협의회 연수회 등을 통해 한마음한몸운동 운영ㆍ파급 방안이 논의됐다.

 

특히 그해 10월 세계성체대회 예비대회 격으로 열린 한국 성체대회를 통해 성찬의 신비인 나눔을 실천하고 그 신비를 더욱 깊이 인식하며 나눔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고자 한마음한몸운동이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나아가 ‘성체성사를 삶으로 사는 길’로서의 한마음한몸운동은 제44차 서울 세계성체대회의 정신을 삶 속에서 실천하는 지속적 생활 운동으로 구체화했다. 그 모습은 헌혈ㆍ장기기증운동과 입양ㆍ결연운동, 헌미(헌금)운동으로 나타났으며, 아울러 한마음한몸운동 전반에 대한 심화교육과 함께 ‘사랑의 보청기 보내기’ ‘사랑의 도시락 보내기’ 등 캠페인도 뒤따랐다. 그래서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운동본부는 주교회의에서 한마음한몸운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키로 한 ‘1988년 10월 10일’을 공식 설립일로 기념한다.

 

하지만 전국 조직은 계속 이어지지 못했다. 서울 세계성체대회 개최 직후인 1989년 10월 주교회의 가을 정기총회에서 한마음한몸운동을 지속하되, 교구별로 하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이에 따라 한마음한몸운동 전국 본부는 해체됐고, 이후 한마음한몸운동은 교구별로 전개될 수밖에 없었다.

 

‘나눔으로 하나 되어’라는 주제로 열린 한국 성체대회는 한마음한몸운동을 본격적으로 전개하는 출발점이 됐다. 가톨릭평화신문 DB.

 

 

‘교회의 생활 실천 운동이자 범국민운동으로 추진’

 

전국 본부가 해체되고 교구별 운동을 지속하는 것으로 결정 나자 당시 서울대교구장 김수환 추기경은 그해 11월 사제총회와 1990년 사목교서에서 한마음한몸운동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다. 이어 1990년 1월 22일 교구 한마음한몸운동본부를 공식 재출범했고, 토론회와 세미나를 통해 당시 운동 성과를 돌아보고 앞으로 추진 원칙과 방향을 다시 모색했다. 한마음한몸운동을 모든 신자가 참여하는 교회 고유의 생활 실천 운동이자 범국민운동으로 승화하기 위해서였다.

 

한마음한몸운동에 대한 성찰과 방향 토론을 통해 먼저 그 이념이 드러났다. 역사 속에 신비로이 살아 계시고 일하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현존을 믿고 현양함으로써 △ 세상 모든 인류가 온갖 종류의 장벽을 넘어 평화를 이룩하고 △ 회심과 나눔으로 형제적 일치를 이루도록 이바지하며 △ 나아가 자연계의 모든 피조물과도 화합하여 하느님 아버지의 뜻에 따라 세상을 새롭게 재창조하는 생활 쇄신 실천 운동으로 자리매김했다.

 

뒷날 한마음한몸운동의 전개 양상은 그 이념을 구현하는 긴 여정이었다. 기존 헌혈ㆍ장기기증운동과 입양ㆍ결연운동, 헌미(헌금)운동에서 1991년 4월 낙태 방지를 위한 참생명운동과 참생명학교 설립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이후 입양ㆍ결연 사업은 1993년 6월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로 이관했다.

 

특히 생명 나눔은 2003년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 제정과 함께 장기기증운동 활성화로 이어졌고, 헌미헌금운동은 ‘하루 100원 모으기 운동’으로 새롭게 변모했으며, 자살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하면서 2010년에는 한마음한몸 자살예방센터가 설립됐다.

 

 

시대적 요청에 응답한 30년 여정

 

‘시대성을 고려한 새로운 성찬의 삶’에 대한 요청이 일자 교구 한마음한몸운동본부는 당시 우리 사회의 당면한 문제 중 하나였던 환경 문제에 눈을 돌렸다. 특히 1991년 생활 실천 운동으로서 ‘아껴 쓰기, 나눠 쓰기, 덜 쓰기, 다시 쓰기’ 운동을 시작해 자원 재활용 사업, 특히 헌 옷 모으기 사업과 자동차 덜 타기 등 실천 운동을 전개했다.

 

아울러 1991년 6월 여러 종교계와 함께 창조질서 보전과 완성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 환경 문제를 종교적 측면에서 접근하는 계기를 마련했으며, 환경 보전 모임인 ‘하늘ㆍ땅ㆍ물을 살리는 벗들의 모임’을 통해 천주교 환경학교, 푸르름을 만드는 잔치, 천주교 어린이 자연학교, 환경 강연회ㆍ간담회 등 사업을 추진했다.

 

생활 실천 운동의 또 다른 측면에서 한국가톨릭농민회와 함께 ‘새생명공동체운동’을 추진했다는 점도 특기할 만한 사안이다. 이 운동을 통해 하느님 창조질서 회복과 보전을 위한 ‘도농 직거래’가 틀을 갖추게 됐고, 훗날 1994년 6월 전국 규모의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이 탄생하는 배경이 됐다.

 


‘받는 교회에서 나누는 교회로’

 

국내외 원조활동도 빼놓을 수 없다. 1988년 5월 한마음한몸운동의 하나로 헌미운동을 결정하면서 동시에 ‘원조 기금 관리와 운영 방안’을 마련, 국내외 원조활동의 씨를 뿌렸다. 서울 세계성체대회 때 조성된 기금과 매년 한마음한몸운동본부에서 모금하는 헌미헌금으로 원조기금을 마련, 1990년 인간 개발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에 우선 지원하면서 해외원조의 막이 올랐다.

 

이후 29년째 이어진 한마음한몸운동본부 해외원조사업은 주로 아시아와 아프리카 국가들의 자연재해나 사목 협조, 인성 개발, 기술교육 등에 지원이 집중됐다. 1990년대 대표적 지원 사업으로는 1993년 5월에 지원한 ‘한ㆍ베트남 직업 훈련원 지원 사업’을 꼽을 수 있는데, 1992년에서 1995년까지 베트남 지원액만 41만여 달러(4억 3000만여 원)에 이르렀다. 이와 함께 한마음한몸운동본부에선 재해 지역에 대한 긴급구호 활동과 함께 전 세계 50개국과 270억여 원에 달하는 국제개발협력 사업을 진행하기에 이르렀다.

 

대북지원을 통해 민족 화해와 일치 운동의 밑거름이 된 것도 빼놓을 수 없다.  ‘분단과 광복 50주년의 해’를 맞아 갈라진 민족의 진정한 해방과 연대를 다지고자 1995년 3월 교구 민족화해위원회를 교회 내 공식 기구로 발족시켰고, 민족 화해를 위한 기도와 교육, 북녘 형제들을 위한 나눔 활동을 펼치는 데 이바지했다.

 

이제 설립 30주년을 맞는 한마음한몸운동은 ‘성체 신심의 생활화’라는 신앙 실천 측면에서 새로운 과제에 대한 응답을 요청받고 있다. 그 시대적 징표에 대한 응답은 한마음한몸운동본부뿐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국 천주교회, 나아가 모든 그리스도인의 몫이다. [가톨릭평화신문, 2018년 1월 14일, 오세택 기자]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운동본부ㆍ가톨릭평화신문 공동 기획] 그리스도 안에서 한마음 한몸 (3)


생명운동 - 헌안ㆍ헌혈, 입양ㆍ결연 운동

 

 

2003년 6월 22일,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을 맞아 헌혈의 날 행사를 열고, 성체성사의 나눔 정신을 구현하는 뜻깊은 시간을 지내고 있는 서울대교구 가락동본당 신자들. 가톨릭평화신문 DB.

 

 

1990년 1월 5일 서울대교구장 김수환 추기경이 강남성모병원(현 서울성모병원)을 찾았다. 방문한 이유는 1988년 9월 20일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열린 첫 번째 공개 헌혈 당시에 안구 기증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당시 안은행장 김재호(프란치스코) 박사가 배석한 가운데 김 추기경은 자필로 안구 기증에 등록하고 생명 나눔 실천 의지를 드러냈다. 이 약속은 19년이 지나 2009년 2월 16일 김 추기경이 선종하는 순간 사후 각막 기증을 통해 두 사람에게 빛을 안겨주고 하느님 품으로 떠나면서 지켜졌다. 

 

‘성체성사를 삶으로 사는 길’로서의 초창기 한마음한몸운동은 헌안ㆍ헌혈, 입양ㆍ결연, 헌미(헌금) 등 세 가지 실천 운동으로 구체화했고, 이 중 맨 먼저 시작된 건 헌안ㆍ헌혈 운동이었다. 

 

우선 헌안ㆍ헌혈 운동은 1984년 한국 천주교회 200주년 기념행사의 하나로 태동했다. 그러나 1989년 제44차 서울세계성체대회를 전후한 시기까지도 ‘장기 밀매’가 횡행하고 장기 기증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제대로 자리 잡지 못했다. 이에 ‘생명을 나누는 운동’으로 기존에 전개되던 헌안 운동 활성화에 교회가 발 벗고 나섰다. 

 

김기준(비오) 전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사무국장은 당시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그때 할 수 있는 게 헌안, 헌혈 운동밖에 없었어요. 다른 장기는 기증해도 쓰지 못하던 시절이었지요. 의술도, 사회적 인식도, 법적 뒷받침도 안 됐어요. 생체 이식은 문제가 너무 많아서 일차적으로 배제됐고, 시신 기증은 두말할 필요도 없었어요. 그래서 장기가 아니라 인체 조직 가운데 각막 이식을 위한 헌안 운동, 부족한 혈액 수급을 높이기 위한 헌혈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지난 2005년 1월, 한마음한몸운동부가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학생체육관 앞에서 한마음혈액원과 함께 헌혈ㆍ조혈모세포 기증 거리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헌안ㆍ헌혈 운동은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출범 이후 헌혈ㆍ장기기증부에서 담당하다가 1990년 10월 15일 헌안헌혈부로 개칭하면서 본격화됐다. 

 

특히 헌안 운동은 1990년에서 1993년 사이에 활발하게 추진됐다. 헌안 캠페인과 헌안 신청자ㆍ가족 모임, 학술회의 후원 등을 통해서였다. 1990년 6월 개최된 헌안과 각막 이식 수술 세미나ㆍ워크숍은 모든 가톨릭병원이 헌안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실명으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헌안을 통한 참사랑을 실천하도록 하고자 계획한 것으로, 헌안에 대한 학술적 관심 이상을 불러일으켰다. 또 1991년 6월 450여 명의 헌안 신청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헌안 신청자와 그 가족들의 모임’은 헌안 신청에 대한 감사와 교육의 자리로 마련돼 헌안 운동이 확산하는 계기를 만들었으며, 훗날 장기 기증자 봉헌의 날 행사로 이어지게 됐다. 서울대교구 내 전 본당을 대상으로 전개된 헌안 캠페인 또한 서울세계성체대회에 즈음해 시작돼 1989년에서 1993년 사이에 총 5482명이 헌안하기로 등록하고, 151명이 각막을 기증했으며, 118명이 각막 이식을 통해 새로운 삶을 사는 성과를 거뒀다. 

 

헌혈 운동은 당시 우리나라가 필요한 혈액의 3분의 2가량을 돈으로 사거나 외국에서 수입하는 상황을 타개하고자 시도됐다. 현대 의학의 발전으로 혈액 수혈과 장기이식이 가능해졌지만, 혈액이 부족해 생명을 잃는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생명 나눔’ 실천이었다. 

 

이에 따라 1988년 9월 20일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첫 번째 공개 헌혈이 실시돼 김 추기경이 안구 기증을 약속하고 주교단과 사제단, 수도자, 평신도 등 89명이 헌혈에 참여했으며, 이후 서울 세나뚜스 등 단체별 헌혈과 본당 순회 헌혈 캠페인이 이어지면서 그해 10월 16일 한국 성체대회가 끝난 직후에는 헌혈 봉헌자가 705명에 이르렀다. 

 

1989년 5월 8일 세계 적십자의 날을 맞아 한마음한몸운동본부는 대한적십자사와 함께 전국적 헌혈 캠페인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7월 17일에는 서울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헌혈로 그리스도의 사랑 실천’이라는 주제로 헌혈잔치를 열어 생명 나눔을 실천함으로써 교회 내적으로는 성찬의 신비를 되새겼고, 대사회적으로는 평화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날 헌혈잔치에는 5만 명이 참석, 우리나라 헌혈 역사상 최초로 4909명이 한꺼번에 채혈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이후 1989년 4만 7303명, 1990년 1만 6218명 등 1993년까지 총 10만 4374명이 헌혈하는 신앙 실천의 열매를 맺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 교회의 전반적 헌혈 운동은 다소 저조하다. 연간 한두 차례 본당과 단체 헌혈로 맥이 이어지는데, 한마음혈액원과 중앙대 헌혈센터와 연계해 2016년에는 서울 서초동ㆍ우면동 본당에서, 지난해에는 서울 방배동본당에서 헌혈이 이뤄졌을 뿐이다. 하지만 헌혈증 기부는 꾸준히 이뤄져 2016년에 한마음한몸운동본부에 헌혈증 445매가 모집됐다. 지난해에는 헌혈증 2031매가 모집돼 10명에게 2000매가 전달됐다. 특히 지난해에는 교구 주보를 통한 헌혈증 기부 캠페인이 이뤄졌고, 성내동본당은 지난해 5월 헌혈증 120매를 기부하는 등 헌혈증 기부가 활발했다.

 

2005년 5월 김수환 추기경이 성가정입양원을 방문, 입양을 기다리는 한 아기를 어르고 있다.

 

 

한편 입양ㆍ결연 운동은 1988년 당시 연간 1만 명이 넘는 어린 생명이 부모로부터 버림을 받고 이들 대부분이 외국으로 입양되는 ‘어둡고 부끄러운’ 현실을 자각하는 데서 비롯됐다. 많은 입양인이 겪어야 하는 파양(Rehome)과 아동 학대, 추방, 살해 등의 문제가 결국은 한국 사회의 문제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한마음한몸운동의 실천 운동으로 승화된 것이다. 

 

이를 계기로 버려진 아이들을 입양해 자신의 자식으로 키우고, 다른 가정에 입양되기 전에 임시 위탁을 받아 돌보며, 가난한 가정의 어린이들과 결연해 그들이 인간적 품위를 지키고 자라도록 하는 일은 생명을 나누는 또 다른 형태라는 인식이 자리를 잡으면서 입양ㆍ결연 운동이 펼쳐졌다. 

 

한마음한몸운동의 입양ㆍ결연 운동은 1988년 9월 입양결연부가 만들어지면서 닻을 올렸다. 이어 그해 11월 서울 정릉에 입양 위탁시설인 성가정입양원이 임시 개원했고, 이 시설은 이듬해 5월 국내 입양 알선기관으로 인가를 받게 된다. 입양 운동은 국내 입양을 비롯해 일시 위탁인 사랑의 부모 운동, 결연 사업, 생명 수호 운동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전개됐으며, 결연 후원 또한 본당의 반ㆍ구역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사업은 입양결연부에서 담당하고, 아동들은 성가정입양원에 수용하고 보호하는 형태였다. 1989년 첫해 입양은 아동 104명 인수에 53명 입양, 결연은 단체 후원 61건에 개인 후원 1401명이 나서 202명이 수혜를 입은 것을 시작으로 1993년까지 5년간 입양은 541명을 입양하는 성과를 거뒀고, 결연은 단체후원 357건에 개인 후원 6346명, 수혜자는 1527명이나 됐다. 

 

이같은 결실을 주도했던 입양결연부는 1993년 6월 28일 제31차 한마음한몸운동 추진위원회 결정에 따라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로 이관됐다. 이는 한마음한몸운동본부를 설립 취지에 맞게 위상을 재정비하려는 목적이었다. [가톨릭평화신문, 2018년 2월 4일, 오세택 기자]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운동본부ㆍ가톨릭평화신문 공동 기획] 그리스도 안에서 한마음 한몸 (4)


생명운동 - 생명 수호 운동

 

 

지난 1991년 4월 30일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 문화관에서 열린 ‘낙태 방지 심포지엄’은 생명 수호 운동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교회에 각인하는 계기가 됐다. 앞줄에 윌키 박사 부부 등 내빈들이 앉아 있다. 가톨릭평화신문 DB.

 

 

1991년 4월 30일,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 문화관. 

 

여느 때와 비슷하게 평범한 심포지엄이 마련됐다. ‘낙태 방지’라는 제목이 달린 게 달랐을 뿐, 늘 열리는 심포지엄과 그리 다를 게 없어 보였다. 교황청 가정사목위원 윌키(Willke) 박사 부부와 맹광호(이시도로) 가톨릭대 의대 교수 강의, 미혼모와 인공 유산을 경험한 이들의 증언이 이어졌고, 낙태 경험자들을 위한 치유예식도 거행됐다. ‘침묵의 소리(The Silent Cry)’와 ‘이성의 소멸(The Eclipse of Reason)’이라는 제목의 영상물도 잇따라 상영됐다. 

 

그런데 캐나다의 한 산부인과 의사가 회심한 뒤 만들었다는 두 편의 영상물이 한국 교회의 생명운동을 뒤바꿔 놓았다. ‘웅변보다 더 웅변같이’ 낙태의 잔혹성을 고발했고, 생명운동이 왜 필요한지를 교회 공동체에 각인시켰다. 

 

이를 계기로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입양결연부를 주축으로 ‘참생명학교’가 시작됐고, 기도회와 월례강좌, 청소년 성교육 지도자 연수 등 다양한 생명수호활동이 전개되기에 이르렀다. 당시 한국 사회는 연간 70만 명이 태어났지만 150만 명의 태아가 인공유산으로 죽어가는 상황이었기에 입양결연부에서 시작한 생명 수호 운동은 교회 안팎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입양결연부는 먼저 1991년 5월 생명 수호를 위한 전문 요원 양성을 위한 참생명학교를 설립, 가톨릭성서모임 성경 봉사자로 활동하던 평신도 성양경(베로니카)씨를 교장으로 추대했다. 참생명학교는 1991년 9월 교구 내 6개 지구 구역ㆍ반장 월례 교육에 참가한 신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시행, 낙태 예방 교육 프로그램 개발에 나섰다. 설문 결과 응답자 719명 가운데 인공유산을 경험한 신자가 601명(83.6%)이나 된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자 참생명학교는 1992년 1월부터 매달 둘째 주 금요일마다 낙태아와 낙태 부모를 위한 기도회를 하게 됐다. 생명 수호를 위한 기도회는 생명에 대한 강의와 나눔, 치유 기도, 미사, 친교 시간 등을 생명 수호에 대한 공감대를 만들었다. 

 

참생명학교는 기도회에 이어 1992년 5월 서울 동교동 협동교육연구원에서 ‘청소년 성교육 지도자 연수회’를 개최했다. 이때 쓰인 교육 프로그램이 ‘틴스타(Teen STAR, 성인의 책임감이라는 맥락에서 본 성교육이라는 의미)’였다. 틴스타를 만든 세계적인 청소년 성교육 전문가 한나 클라우스(조지워싱턴대학 의대 산부인과 의사) 수녀가 내한해 가진 이 날 특강은 청소년 성교육에 대한 교회 안팎의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청소년 성교육 지도자 연수회에 참가했던 봉사자들은 1995년 중ㆍ고생이나 서울소년원 내 가톨릭 학생들을 대상으로 두 차례 청소년 성교육 강좌를 열어 청소년들이 잘못 알고 있는 성 지식을 교회 가르침을 통해 바로잡도록 도왔다. 이 성교육은 당시 가톨릭대 이동익(현 서울대교구 공항동본당 주임) 신부의 강의와 비디오 시청, 그룹 토의와 발표 차례로 진행됐는데, 기존 성교육과 달리 성이 갖는 지성적ㆍ영성적ㆍ정서적ㆍ사회적ㆍ신체적 측면을 모두 고려해 인간 성장과 더불어 발달하는 성의 의미를 스스로 깨우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었다. 

 

또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교육은 본당 순회 교육 방식으로 진행되기도 했고, 수도자와 일반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생명ㆍ성교육으로 시행되기도 했다.

 

지난 1994년 10일 6일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참생명학교 주최로 열린 박인숙 현대무용단의 ‘마리아 콤플렉스’ 공연은 낙태 문제의 심각성을 일깨운 계기가 됐다. 가톨릭평화신문 DB.

 

 

이어 1993년 10월 5일∼11월 23일에는 매주 한 차례씩 ‘생명과 사랑을 위하여’를 주제로 8주 과정의 제1기 참생명학교 강좌를 개설해 생명 교육의 장을 열었다. 이 강좌는 교황 바오로 6세의 회칙 「인간 생명(Humanae vitae)」 반포 25주년을 맞아 인간 존엄성의 회복과 생명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을 재정립하고자 마련됐다. 또한, 1994년에는 서울대교구 구의동성당에서 두 차례에 걸쳐 참생명학교 단기 강좌를 열기도 했다. 

 

참생명학교는 1993년 입양결연부가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로 이관되면서 생활실천부 소속으로 교육을 계속했으며, 1994년 1월에는 월례 모임을 마련하기도 했다. 이어 1995년 생명운동부에 속하게 된 이후에도 ‘생명과 사랑’을 주제로 참생명학교 강좌를 꾸준히 개설했다. 

 

1995년 주교회의 봄 정기총회에서 해마다 5월 마지막 주일을 ‘생명의 날’로 지낼 것을 결정하면서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생명운동부는 해마다 생명의 날 캠페인을 벌이며 아기발 배지 달아주기, 생명 수호 사진 전시, 생명의 날 홍보물 배포 등 활동을 전개하면서 꾸준히 생명 수호 운동을 이어 나갔다. 이어 2000년 주교회의 봄 정기총회에서 주교회의 신앙교리위원회 산하 협력 연구기관으로 ‘생명윤리연구회’(2008년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로 승격)를 설치키로 하면서 한마음한몸운동본부 또한 2001년 6월 기획조정위원회의에서 생명윤리위원회 설립하기로 한 뒤 그해 11월 산하 기구로 생명윤리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이런 가운데 2005년 10월 서울대교구는 ‘생명위원회’를 발족, 우리 사회에 만연한 생명경시에 대처하고 생명 수호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다. 교회의 본질적 가치이자 시대적 소명인 생명 존중을 실현하기 위해 교구 생명위원회를 중심으로 생명 연대를 확대해 나간 것이다. 교구 생명위원회가 발족, 기존 생명윤리위원회와 생명운동부가 맡았던 생명 수호 운동을 전개함에 따라 한마음한몸운동본부는 기존 생명운동부와 장기기증부의 부서를 ‘생명운동팀’으로 통합, 장기 기증과 조혈모세포기증, 헌혈 등의 사업과 활동을 펼치고 있다. [가톨릭평화신문, 2018년 3월 11일, 오세택 기자]

 


낙태 영상에 ‘소리 없는 울음바다’ - 성양경 전 참생명학교장

 

 

“정말 ‘소리 없는 울음바다’였지요. 우리도 보게 해달라는 요청이 빗발쳤어요.” 

 

성양경(베로니카, 80, 사진) 전 참생명학교장은 1991년 4월의 낙태 방지 심포지엄을 회고하는 것으로 말문을 뗐다. 낙태 시술 의사의 손길을 피해 도망 다니던 태아가 붙잡혀 사지를 잘리는 참혹한 영상은 큰 파장을 남겼다. 

 

“아무것도 없는데 학교 이름만 달랑 정한 격이었지요.”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장이던 최선웅 신부님께서 별안간 전화하셔서 같이 하자고 하시는 통에 교육 진도, 프로그램도 없는 상황에서 학교를 만들게 됐어요. 가톨릭성서모임 성경 봉사자들을 불러서 행복한 가정운동 구성원들과 넷이서 시작했는데, 낙태 방지 심포지엄은 참생명학교와 생명 수호 운동의 필요성을 교회 안팎에 각인하는 계기가 됐어요.” 

 

「사상계」 기자 출신으로 당시 성가정입양원 후원회장으로 활동하던 그는 “당시 심포지엄에서 낙태를 경험한 신자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강우일 주교님도, 최선웅 신부님도 무척 놀라셨고, 그래서 그 후속 프로그램으로 참생명학교를 만들게 됐다”며 “그 직전에 필리핀 세계생명대회에 다녀온 뒤 1991년 로마에서 막 귀국하신 이동익 신부님과 함께 교육과정을 연구해 만들었다”고 기억했다. 

 

성 전 교장은 “8주간 교육 프로그램은 인간 생명의 존엄이나 성모님의 구원의 섭리, 생리와 생식 원리 등으로 짰던 기억이 새롭다”며 “1991년부터 8년 가까이 함께했는데, 교회의 목소리가 신자들에게는 잘 안 닿는 듯해 안타까웠지만, 낙태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확산한 것은 성과였다”고 회고했다. 이어 “낙태 관련 영상물을 보여줬던 것이 낙태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데 큰 도움이 된 것 같다”며 “낙태한 여성들의 심리적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상담소도 만들고 책도 세 권이나 번역한 것은 큰 보람으로 남았다”고 덧붙였다. [가톨릭평화신문, 2018년 3월 11일, 오세택 기자]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운동본부ㆍ가톨릭평화신문 공동 기획] 그리스도 안에서 한마음 한몸 (5)


생명운동 - 장기 기증 운동, 생명 나눔으로 이어지다

 

 

2009년 3월 7일, 김수환 추기경의 각막 기증으로 장기 기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그 열기에 힘입어 서울과 광주, 부산 등지에서 전국적인 장기 기증 거리 캠페인이 펼쳐졌다. 가톨릭평화신문 DB.

 

 

최근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생명운동팀을 통해 ‘의미 있는’ 자료가 하나 공개됐다. 

 

2010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8년간 한마음한몸운동본부가 서울대교구 청소년국 대학교사목부와 연대해 펼친 ‘조혈모세포 기증 희망자 모집 캠페인’에서 1만 1042명이 조혈모세포를 기증하겠다고 등록했다는 것이다. 이들 중 138명은 실제로 조혈모세포를 기증, 조직 적합성 항원(HLA) 일치 확률 2만 분의 1을 기대하며 이제나저제나 기증만 기다리던 환자들을 살렸다. 같은 기간 전체 조혈모세포 기증 등록자 수 2만 1134여 명의 52.25%가 연대 캠페인을 통해 거둔 뜻깊은 성과였다. 

 

이처럼 ‘연대’ 캠페인이 큰 결실을 맺게 된 것은 조혈모세포 기증이 다른 장기 기증과는 달리 기증 등록은 만 18세에서 40세까지만, 실제 이식은 만 55세까지만 할 수 있다는 나이 제한 때문이었다. 

 

정현수(요한 보스코)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생명운동팀장은 “서울대교구 청소년국 대학교사목부와의 연대 캠페인은 대학가에 생명 존중과 생명 나눔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고, 기존에 ‘골수 기증’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졌던 조혈모세포 기증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개선하며, 동시에 조혈모세포 기증에 대한 참여와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되고 있다”면서 교구 청소년국에 감사를 전했다. 

 

이처럼 뜻깊은 열매를 맺는 한마음한몸운동본부의 생명 나눔 운동은 그 뿌리를 ‘헌안ㆍ헌혈 운동’에 두고 있다. 1988년 9월 20일 첫 공개 헌안ㆍ헌혈 행사에서 당시 서울대교구장 김수환 추기경은 안구 기증을 약속했고, 교구 총대리 김옥균 주교와 보좌 강우일 주교 등 89명이 헌혈에 참여한 게 계기였다. 이를 시작으로 한마음한몸운동본부는 꾸준히 헌혈을 독려했고, 1994년에는 헌혈증 수집 운동을 벌여 이를 필요한 환자들에게 나눠주기 시작해 지금까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이어 1995년 2월 27일에는 헌안ㆍ헌혈 사업을 주관해온 헌안헌혈부를 장기기증부로 개칭, 헌안ㆍ헌혈뿐 아니라 장기와 시신 기증 운동도 펼치게 됐다. 이후 한마음한몸운동본부와 강남성모병원(현 서울성모병원) 사회사업과에는 장기 기증 방법을 묻는 문의가 꾸준히 이어졌고, 1996년 4월이 되면 장기 기증 신청자가 6800여 명에 이르렀다. 

 

장기기증부는 또 1995년 11월 골수(현 조혈모세포) 기증도 운동 부문에 추가, 가톨릭대 의대 골수정보은행(현 가톨릭조혈모세포은행)과 골수 기증 캠페인을 시작했다. 그러던 중 1996년 1월 한국계 미국인 입양아인 미 공군사관생도 김성덕(브라이언 성덕 바우만, 44)씨가 백혈병으로 투병 중인 것이 보도돼 이식을 받게 되면서 조혈모세포 기증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 같은 사회 분위기에 발맞춰 한마음한몸운동본부는 교구 내 본당들에 조혈모세포 기증 등록 협조 공문을 발송, 조혈모세포 기증 등록에 박차를 가했다.

 

지난해 11월 26일 가톨릭대 성의교정 마리아홀에서 개최된 ‘2017 장기 기증자 봉헌의 날 행사’에서 서울대교구 사회사목담당 교구장 대리 유경촌 주교가 장기 기증 캠페인에 크게 이바지한 봉사자들을 격려하는 뜻으로 감사패를 수여하고 있다. 가톨릭평화신문 DB.

 

 

장기 기증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사제들도 장기 기증 운동에 적극 연대했다. 1997년 2월 서울대교구 사회사목부 담당 최창무 주교(전 광주대교구장)와 사회사목부 사제들이 장기 기증을 서약했고, 수원교구 사제단 또한 장기 기증을 서약하면서 교회의 장기 기증 운동은 또 한 번의 전기를 마련한다. 이어 1999년 10월 한마음한몸운동본부에 등록된 장기 기증자 수도 1만 명을 넘어서면서 한국 교회의 장기 기증 운동도 본궤도에 올랐다. 1989년 제44차 서울 세계성체대회를 준비하면서 1988년 9월에 헌안ㆍ헌혈 운동을 시작한 지 11년 만이었다. 

 

1999년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의 제정은 한국 천주교회의 장기 기증 운동에 근본적 변화를 가져왔다. 이 법안의 제정으로 병원별로 제각기 이뤄지던 장기이식 관련 업무가 국립장기이식관리기관(KONOS)로 이관돼 장기 등 기증 희망자의 등록과 관리, 이식 대상자 선정 등이 체계적으로, 또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뤄지게 됐기 때문이다. 제정 당시부터 골수(조혈모세포)를 장기에 포함하는 문제나 장기 기증자의 이식 의료기관ㆍ대상자 결정권 침해 등 일부 독소조항에 대해 교회에서 위헌심판청구와 함께 정부와 국회에 개정 청원을 했지만, 아직도 골수 조항은 그대로 남아 있고, 장기 기증자의 이식 의료기관ㆍ대상자 결정권 또한 사후에 곧바로 이식해야 하는 안구나 이식 시기를 놓칠 현저한 우려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여전히 KONOS로 일원화돼 있다. 

 

그럼에도 교회는 꾸준히 생명 나눔으로 장기 기증 운동을 전개했고, 2005년과 2006년에는 서울성체대회를 통해 장기 기증 운동을 전개하면서 평신도들의 참여를 확대됐다. 2009년 2월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하면서 각막을 기증, 생명 나눔을 몸소 실천함으로써 장기 기증에 대한 관심과 기증 희망자가 급증하자 이를 계기로 ‘가톨릭장기기증전국네트워크’가 만들어져 전국 교구로 장기 기증 운동이 확대됐다. 현재 KONOS 역할을 하는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장기이식관리센터에는 현재 130만여 명의 장기 기증 희망자가 등록돼 있는데, 이 가운데 14만 8569명(2017년 말 현재)은 한마음한몸운동본부를 통해 등록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는 (재)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에 이어 두 번째로 크게 이바지한 것으로, 한국 교회의 생명 나눔 운동에 대한 열기를 보여주는 표징이다. [가톨릭평화신문, 2018년 3월 25일, 오세택 기자]

 

 

환자에게 장기이식은 희망… 뇌사자 장기 기증 활성화 기대 - 양철우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장

 

 

“음태인 선생을 잊을 수 없습니다. 25세의 1년 차 내과 임상 수련의였는데 중환자실에 있다고 해서 무슨 일인가 하고 달려갔더니 교통사고를 당해 뇌사였어요. 1993년 일인데 음 선생이 우리 병원의 첫 번째 간이식 공여자였고, 5명에게 생명을 나눠주고 떠났습니다.” 

 

국내 첫 의료인 출신 장기 기증자인 고(故) 음태인 선생을 회고한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장 양철우(요한 베네딕토 고토렌트, 59, 서울 반포본당) 교수는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환자들은 기하급수로 느는데, 장기이식 수급은 부족하기만 하다”면서 “현재 우리나라에선 장기이식 대기자가 7∼8만 명에 평균 5년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장기이식 가운데 각막 이식이 전체 이식의 25%를 차지한다. 간ㆍ신장ㆍ심장ㆍ폐ㆍ췌장ㆍ췌도ㆍ소장(성모병원에서만) 등의 이식은 뇌사자 장기이식이 늘면서 40%로 늘었다가 최근 들어 다시 20∼30%대로 떨어졌다. 양 교수는 “뇌사자 장기이식 활성화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생체이식은 건강한 공여자에게서 인위적으로 장기 일부를 떼는 것이기에 아무래도 신체에 무리가 간다”며 “뇌사자 장기이식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양 교수는 “뇌사자 장기이식의 상당수가 자살자여서 굉장히 가슴이 아프고, 연령층과 관계없이 자살률이 높은 것도 큰 문제”라며 자살 예방에 교회나 정부에서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기를 희망했다. 

 

양 교수는 또 “장기이식은 환자들에게 한마디로 희망”이라며 “지난해 10월 기증자 시신 예우에 대한 부정적 언론보도로 기증이 줄면서 역으로 환자들에게 피해가 가는 상황이 발생한 만큼 환자나 병원, 기증자 모두에게 발전적인 방향으로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아울러 “장기 기증 희망 등록자 모집 캠페인과 장기 기증 봉헌의 날 행사 개최 등 저희 장기이식센터가 해야 할 일을 해주시는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생명운동팀에 매번 감동한다”며 감사 인사를 잊지 않았다. [가톨릭평화신문, 2018년 3월 25일, 오세택 기자]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운동본부ㆍ가톨릭평화신문 공동 기획] 그리스도 안에서 한마음 한몸 (6)


국제협력 (상) ‘받는 교회에서 나누는 교회로’

 

 

- 지난 2005년 11월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령 잠무카슈미르 등지에 지진이 발생, 이재민들이 한마음한몸운동본부에서 지원한 텐트에서 한겨울을 나고 있다.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제공.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하는 나라로’ 바뀐 사례가 있을까? 그런 경우는 단 한 나라밖에 없다. 바로 우리나라다. 한국의 해외 원조는 그래서 눈물겹다. 때로는 일종의 ‘빚 갚기’ 같은 색깔을 띠기도 한다. 6ㆍ25 참전국에 대한 원조가 그 예다. 

 

한국 천주교회는 1985년을 마지막으로 피원조국에서 벗어나기까지 선교사들의 원조로 뿌리를 내리고 자라고 성장하고 열매를 맺었다. 100년도 훨씬 넘는 세월 동안 선교사들을 파견한 지역 교회의 원조로 성당을 세우고 가난한 하느님 백성들은 굶주림에서 벗어났다. 그랬기에 한국 교회는 1992년 10월 주교회의 가을 정기총회에서 해외 원조를 공식 결정하고, 이듬해부터 원조를 시작했다. 올해로 꼭 해외원조를 한 지 25주년을 맞는다. 

 

한마음한몸운동본부는 이에 앞서 매끼 한 줌의 쌀을 절약해 하느님께 봉헌함으로써 가난한 이웃을 돕자는 ‘헌미’ 방식으로 기금을 모아 국제협력을 시작했고, 올해까지 30년째 나눔의 정신을 실천하며 국제협력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 2006년 2월 당시 국제협력팀장이던 김대민(오른쪽) 차장이 파키스탄 아자드 잠무 카슈미르의 ‘희망의 집짓기’프로젝트 담당자에게 성금을 전달하고 있다.

 

 

한마음한몸운동본부의 해외 원조, 곧 국제협력은 언제 시작됐을까? 

 

1989년 바티칸에 세계 교회를 위한 봉헌금으로 미화 3000달러(당시 환율로 210만 원)를 보낸 것이 시작이었다. 이어 1990년 필리핀에 지진 피해 복구 지원금 2156만여 원을 보내는 등 5건에 대한 원조로 국제협력을 본격화했고, 지난 2017년 말까지 전 세계 50여 개국 580개 사업에 276억 6762만여 원을 지원했다. 

 

한마음한몸운동본부가 원조의 씨앗을 뿌린 것은 1988년 5월이다. 당시 ‘원조 기금 관리 및 운영 방안’을 작성, 구호와 복지, 개발과 운동 등 네 가지 형태의 원조 활동을 구상했고, 기금 관리와 사용을 담당할 기구를 설립할 것을 제시했으며, 그 기구 산하에 원조심사위원회를 두도록 했다. 

 

원조기금을 어떻게 사용할지의 문제는 초창기부터 계속 논의된 과제였다. 원칙적으로 아시아 지역 인간 발전사업에 사용하되 예외적으로 국내 원조를 위해서도 쓴다는 쪽으로 정리됐다. 물론 기금 사용은 별도의 심의위원회 기준에 따라 이뤄지도록 했다. 

 

이에 따라 1990년대에는 주로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빈곤퇴치와 가톨릭교회 활동을 지원하는 것으로 시작해 현지의 원조 요청에 대한 활동을 지원하는 단계였고, 최빈국과 개발도상국의 빈곤 퇴치를 위한 소규모 사업에 집중했다. 지원은 주로 베트남과 인도, 몽골, 동티모르,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 집중했는데, 이 가운데 특히 베트남에만 1992년부터 4년간 41만여 달러(4억 3000만여 원)를 지원, 베트남 교회의 재건과 기술 교육을 위한 자금과 기자재 전달에 주력했다. 이를 위한 원조 기금(평화 기금)은 제44차 서울세계성체대회 때 조성된 기금과 매년 한마음한몸운동본부에서 모금하는 헌미헌금을 통해 마련됐다. 

 

대북 지원을 시작한 것도 이즈음으로, 분단 50주년의 해인 1995년 북한에 대규모 큰물 피해가 발생하자 서울대교구 사회사목부는 북녘 동포들과 양식을 나누는 ‘한 줌의 쌀 나눔’에 동참해줄 것을 전 교구 공동체에 호소했고, 그해 6월 첫 주까지 봉헌된 헌미헌금은 한마음한몸운동본부로 보내져 대북 지원에 쓰였다. 이어 8월에도 북한 수재민 돕기 대북 쌀 모금 운동을 시행, 그해 9월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4000만 원을 북에 전달했으며, 9월에는 한마음한몸운동본부의 해외 원조 대상 지역에 북한을 포함해 대북 지원을 공식화했다.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 한마음한몸운동본부의 국제개발협력 활동은 확대일로를 걷게 된다. 다양한 지역에서 다양한 분야의 지원 요청을 받게 되면서 관심과 지원을 높였고, 아시아 중심의 활동으로 사업 지원 방향을 정립해 나갔다. 재해재난에 대한 긴급구호 활동은 인도네시아와 파키스탄, 태국, 이란 등에 집중됐고, 교회기관의 빈곤 퇴치 활동이나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비정부기구(NGO)의 교육ㆍ보건의료 중심 사업 지원은 중국과 몽골, 중앙아시아 국가들, 인도, 케냐, 잠비아 등지에서 주로 이뤄졌다.

 

초창기 한마음한몸운동본부의 지원은 상당 부분 베트남에 집중됐다. 사진은 1993년 5월 한마음한몸운동본부의 지원으로 개설된 한ㆍ베트남 직업훈련원에서 자동차 정비 교육을 받는 베트남 학생들.

 

 

200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한마음한몸운동본부의 국제개발협력도 선택과 집중을 해야 했다. 원조 기금이나 역량이 제한적이기에 집중지원 대상 국가를 선정하고 본부 지원금을 확대함으로써 사업의 효과성을 높이려 한 것이다. 이에 따라 대륙별 지원 전략을 모색, 아시아에 70∼80%, 아프리카ㆍ중남미 지역에 20∼30%씩 지원하기로 했다. 최근에는 캄보디아와 미얀마, 네팔, 파키스탄, 케냐, 부룬디 등 6개국을 중점 협력국가로 선정해 지원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지역사회와 공동체 중심의 활동으로 중장기적 지원 방향을 모색했고, 현지 교회 카리타스나 협력기관과의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지역사회 중심의 개발 방향으로 접근했다. 특히 효과적 사업 수행을 위해 소수 국가, 소수 사업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2008년부터 2017년까지 만 10년간 추진한 뒤 종료한 미얀마 방과 후 교사 훈련 프로그램이 대표적인 예다. 현지 수도 교구인 양곤대교구와 함께 ‘피냐산예(Pyinya Sanyae)교육기관’이라는 이름의 교사 양성 학교를 통해 전문교사를 양성했고, 본부의 최대 지원 기간인 10년이 지난 뒤에는 피냐산예교육기관이 말레이시아 헬프(HELP)대학과 연계하는 학위 인정 과정이 되도록 함으로써 교사 양성 프로그램이 계속되도록 했다. 물론 그 뒤에도 미얀마 현지 교육과 청소년 교정, 지역 개발 등 4개 사업을 계속하면서 교회나 NGO와의 협력관계에 기반을 둔 지역 발전을 모색하고 있다. 

 

아울러 개도국이나 최빈국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재해재난에 대응하기 위한 긴급구호를 시작으로 재건 복구, 재난 이전의 상태로 지역 공동체를 회복하기 위한 개발 협력 등 3단계 연계 전략도 쓰고 있다. 중남미 국가 중 지진으로 고통받는 아이티가 대표적인 나라다. 2010년 지진에 따른 긴급구호가 마무리되자 지금은 재건 복구 단계로 넘어간 상황이다. 

 

한마음한몸운동본부는 또 본부 후원자들의 모금에만 의존하지 않고 다양한 외부 기금을 활용하는 국제개발협력도 추진하고 있다. 한국국제개발협력단(KOICA)이나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유네스코한국위원회, 기업 등과 협력해 아시아 청년들이 중심이 되는 지역사회 발전을 도모하기도 한다. 

 

박재출(레오) 한마음한몸운동본부 국제협력팀장은 “현지에 지부가 없으니까 저희 한마음한몸운동본부는 좋은 협력자를 발굴해 그들과의 협력 동반관계를 통해 현지 문제를 주민들이 스스로 찾아내 변화를 만들어내고 해결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일시적 원조가 아니라 지역 공동체에 지속 가능한 원조가 되도록 중장기적 관점에서 지원 체계나 방향을 설정하고, 마을 단위의 개발 협력 활동을 하는 데도 원조의 중점을 두고 있다”고 전했다. [가톨릭평화신문, 2018년 4월 8일, 오세택 기자]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운동본부ㆍ가톨릭평화신문 공동 기획] 그리스도 안에서 한마음 한몸 (7)


국제협력 (중) ‘지구 시민교육’

 

 

2017년 7월 띠앗누리 23기 청년들이 네팔 카투만두 따레빌학교 어린이들과 함께 기차놀이를 즐기고 있다.

 

 

국제 협력을 통한 나눔은 ‘꽃으로’ 핀다. 학교 환경 개선 봉사를 하면 아이들의 순수한 웃음소리로, 긴급 구호 활동을 펼치면 가난과 배고픔에 지친 이재민과 난민들의 맑은 미소로 돌아오기 마련이다.

 

그러나 긴급 구호든, 장ㆍ단기 봉사든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한마음한몸운동본부 국제협력팀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고통받고 소외된 지구촌 모든 이들의 인권을 존중하고 빈곤을 없애며 사회 정의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실현하기 위해 일한다’는 사명을 돌아보고 고민하고 성찰했다. 그 결과로 ‘지구 시민교육’이 시작됐다.

 

 

띠앗누리 통해 성체성사 삶으로 초대

 

맨 먼저 시작된 것은 ‘띠앗누리’였다.

 

‘형제자매 사이 우애 있는 세상’을 뜻하는 순우리말 ‘띠앗누리’에서 이름을 딴 국제 자원(自願) 활동을 통해 국경, 종교, 인종을 초월하는 가난한 이웃과 친교를 나누고 한가족이 되려고 했다. 혼밥이 아니라 성체성사의 삶, 곧 성찬의 식탁 공동체로 초대하려 했다.

 

2004년 7월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단기 봉사를 시작으로 15년간에 걸친 ‘띠앗누리’ 국제 자원 활동이 막을 올렸다. 당시 중ㆍ고생과 대학생 46명으로 구성된 띠앗누리는 토목 작업과 돌담 쌓기, 사료장과 퇴비 만들기, 벽돌 만들기 등 활동과 함께 몽골 가정방문, 유목생활 체험, 몽골 문화ㆍ역사 강의 수강 등을 통해 현지 문화를 진하게 체험했다. 단순한 해외 원조에서 벗어나 국제 봉사단을 꾸려 인력 지원을 시도한 것은 한마음한몸운동 사상 처음이었다. 이어 2005년 1월 연세대 의대 가톨릭학생회와 함께한 의료 봉사를 제외하고 초창기 5년간은 1년에 한 번씩 몽골을 오가며 국제 자원 활동을 펼쳐왔다. 그러다 2008년 1월 캄보디아 씨엠립의 예수회봉사센터(Jesuit Service Center, JSC)에서 진행한 국제 자원 활동을 계기로 1년에 두 차례 캄보디아와 몽골에서 진행됐고, 2013년부터는 캄보디아와 네팔을 오가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특히 2013년 1월 캄보디아에 파견한 15기를 기점으로 한마음한몸운동본부는 띠앗누리를 단기적 국제 자원 활동이 아니라 ‘지구 시민교육’ 프로그램으로 재편한다. 지구촌 빈곤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국과 현지 청년들이 손잡고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 열정을 쏟도록 한 것이다. 나아가 서로 문화를 이해하고 배움을 얻고 성장하는 계기가 되도록 했다. 띠앗누리의 변신이었다.

 

이를 위해 띠앗누리 프로그램을 단순한 해외 봉사에서 지구 시민교육으로 바꿨다. 국제 자원활동의 의미에 대한 깊은 고민과 함께 친교를 다지는 사전 교육(오리엔테이션)과 청년ㆍ빈곤ㆍ인권ㆍ환경 이슈에 대한 분야별 전문가 초청 교육(배움터), 한국과 현지 청년들이 함께 나누고 교류하는 현지 활동, 배움터와 현지 활동을 통해 알아본 이슈를 국내의 지속 가능한 발전 모델에서 확인하는 해단식의 네 단계로 개편했다. 이 중 해단식 행사는 부안 에너지 자립 마을에서 진행됐지만, 최근에는 서울시청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지금까지 띠앗누리를 체험한 청년은 24기 433명이다.

 

국제협력팀의 김다해(아녜스) 간사는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현지 활동을 체험하기 전에 먼저 지구촌 이슈별로 배움에 중점을 둬 교육하면서 지구촌 시민교육으로 전환할 수 있었다”며 “지구 시민교육은 현지 활동을 단순한 봉사 활동에서 벗어나게 했다”고 말했다.

 

 

지구 시민으로 살기

 

문제는 현지 활동을 다녀오면, ‘그냥 끝’이 되고 마는 상황. 그래서 ‘지구 시민 서포터즈’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띠앗누리를 다녀온 청년들이 정기적으로 만나 지구촌 이슈를 좀더 심도 있게 공부하고 토론하는 자리를 기획한 것이다. 토론 내용은 자료집으로 냈다. 요즘은 청년들 스스로 다양한 주제를 선택해 관심사를 나누며 ‘지구 시민의 생활화’를 시도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 달간 쓰레기 안 버리기, 하루 1.25달러(1500원)의 빈곤선 이하로 살아보기, ‘노 임팩트 맨(No Impact Man)’ 같은 환경 다큐 영화처럼 살아보기(지구에 무해한 생활을 하는 프로젝트) 등을 시도해 보기도 한다.

 

띠앗누리 14기로 몽골 국제 자원 활동에 참여한 김근아(아나스타시아, 27)씨는 “(띠앗누리) 참여 전에는 ‘후회 없는 삶을 살자’가 인생의 목표였다면, 참여 뒤엔 ‘후회하는 것도 인생의 한 과정’이라는 걸 깨달았다”면서 “봉사와 나눔에 관심이 생겨 사회복지학을 복수 전공하고 꿈꾸는 직업도 나눔과 봉사를 실천하는 곳으로 바뀌었다”고 전한다. 김씨는 띠앗누리 놀이터 준비위원회를 거쳐 지금은 지구 시민 서포터즈 활동에도 꾸준히 참여한다.

 

 

지구 시민교육으로 시대 징표 읽기

 

그러나 ‘세상과 나를 이어주는’ 특별한 경험으로서 지구 시민교육이 본격화된 것은 이에 앞서 2010년 4월이었다. 이전까지 식량이나 학교 교육, 지역사회 개발 지원에 중점을 뒀지만, 사업 지원만으로 우리가 꿈꾸는 세상을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청소년 지구 시민교육’이라는 결과물을 낳았다.

 

연간 10여 개 학교나 기관, 복지관 등에서 500∼700명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교육이 시작됐다. 단발성 교육은 지양하고 최소 두 차례 이상, 보통은 4회, 많게는 6회까지 교육 현장에 따라 신축적인 프로그램을 짰다. 빈곤 퇴치와 인권존중, 공정 무역과 여행, 지속 가능한 환경, 사회 정의 등이 주된 주제였다. 온도 차이는 있었지만, 교육을 마친 뒤 설문은 긍정적이었다.

 

“저희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것, 저희도 그 세계시민의 일원이라는 의식을 갖게 된 것, 지구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문제들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저희에게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2017년 안법고 해외 봉사 동아리 교육 설문)

 

그런데 시민사회에서 이 같은 교육이 늘어나자 한마음한몸운동본부는 방향을 돌려 지구촌 이슈를 좀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고 ‘느리지만 작은’ 변화를 이끌어내는 쪽으로 바꿔나갔다.

 

이를 위해 2015년 가톨릭교회의 사회적 가르침을 풍부하게 담은 호주 카리타스 자료집과 영국 옥스퍼드에서 시작된 국제개발 NGO 옥스팜(OXFAM)의 학교 프로젝트 자료집을 번역, 시범 적용하면서 내년 상반기 발간을 목표로 새로운 지구 시민교육 교안을 만들고 있다.

 

박진솔(아녜스) 대리는 “지구 시민교육으로 시대적 징표를 읽고 대응하는 힘을 얻었다”면서 “나부터 변화를 모색하고 작은 실천을 통해 참여하는 것은 성체성사의 삶을 사는 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톨릭평화신문, 2018년 4월 22일, 오세택 기자]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운동본부ㆍ가톨릭평화신문 공동 기획] 그리스도 안에서 한마음 한몸 (8)


국제협력 (하) ‘장ㆍ단기 봉사 활동’

 

 

캄보디아 반티에이프리업 센터 장애인들이 모처럼 문화 탐방 차 소풍을 떠났다. 사진은 휠체어를 탄 장애인을 계단 위로 올려주는 봉사자들. 한마음한몸운동 제공.

 

 

“반티에이프리업(Banteay Prieb)에서의 국제 자원활동은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또 다른 나를 발견하게 된 계기였지요. 저의 내면을 성장시켜 주셔서 고마웠다는 인사말도 꼭 전하고 싶습니다.” 

 

지난해 2월 김여름(클라라, 25)씨는 캄보디아로 건너갔다. 수도 프놈펜에서 2㎞가량 떨어진 껀달주 앙스눌 지역의 장애인 기술학교 ‘반티에이프리업’ 센터가 그의 목적지였다. 1년 기한으로 한마음한몸운동본부의 국제 자원활동 장기 봉사자이자 ‘월드프렌즈 NGO봉사단’의 일원으로 파견된 것이다. 월드프렌즈 NGO봉사단은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위탁을 받아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KCOC)가 운용하는 사업으로, 항공료나 현지 체재비는 KCOC에서 받았고, 교육이나 현지 봉사활동은 한마음한몸운동본부에서 주관하는 방식이었다.

 

그는 캄보디아 예수회봉사단(JSC)이 운영하는 센터에서 현지 장애인들의 직업교육을 위한 사업 제안서나 보고서 작성, 분기별 소식지 발간, SNS 관리를 도맡았다. 때로는 특수교육반 보조강사를 하기도 하고, 센터를 찾는 단기 활동가 등에 센터를 안내하는 역할도 했다. 

 

때론 힘겹고 때론 앓아눕기도 했지만, 형제처럼 ‘서로 아껴주며’ 함께한 1년은 금방 지나갔다. 후임으로 온 오정현(아녜스, 22)씨가 그의 업무를 이었고, 프놈펜 JSC 본부에도 한마음한몸운동본부에서 함께 교육을 받은 정지선(요안나 마리아, 25)씨가 봉사의 끈을 잇고 있다. 이같은 한국 가톨릭교회의 국제 자원활동 장ㆍ단기 봉사는 ‘의료선교’에 뿌리를 둔다. 

 

1989년 ‘가톨릭해외의료선교단’의 발족과 함께 교회의 국제 자원활동이 시작됐고, 한마음한몸운동본부는 2001년 3월 원조사업부 산하에 국제의료봉사단을 두고 직접 해외 봉사활동을 벌이면서 국제 자원활동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어 2004년 7월 몽골에서 국제청년봉사단 띠앗누리의 국제 자원봉사를 시작했고, 동시에 1년 이상 장기봉사를 지향하는 국제장기봉사단(KOIKA-NGO봉사단)도 활동을 시작했다. 아시아-아프리카 최빈국과 개발도상국에 봉사 인력을 파견, 주민들이 스스로 삶의 질과 생활 수준을 높이도록 도움을 주고자 하는 취지였다.

 

한마음한몸운동본부가 지원해 세운 파키스탄 라왈라콧의 직업교육기술센터 봉제반에서 교육받는 여성들이 현지를 방문한 활동가들을 보며 환하게 웃고 있다.

 

 

이에 따라 한마음한몸운동본부는 2004년 8월 KOICA와 연대, 중국 랴오닝성 콴뎬현 조선족 중학교인 랴오뚱학원에 한국어 교사를, 몽골 돈보스코센터에 건축ㆍ토목 기술자와 의사를 파견함으로써 장기 봉사의 닻을 올렸다. 5명으로 시작된 국제 자원활동 장기 봉사는 한 해에 적게는 1명, 많게는 6명을 파견해 컴퓨터 교육과 미술ㆍ심리치료, 교육, 의료, 건축ㆍ토목, 한국어 교육, 기숙사ㆍ도서관 운영, 사회복지, 공예 교육, 홍보ㆍ행정 지원, 신문ㆍ방송 교육, 국제개발, 보건ㆍ간호, 공공행정 지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국제 자원활동을 펼쳤다. 현재까지 15년째 4개국에서 이어지는 장기 봉사에는 모두 30명이 참여했으며, 건축 전문가 김성수(베드로)씨처럼 6년에 걸쳐 몽골에서 활동한 사례도 있다. KOICA와의 연대 활동을 통해서도 2010년부터 7년간 14억 9000만 원이 지원됐다. 다만 한마음한몸운동본부는 현지에 사업장이 없어 장기 봉사 단원을 직접 관리할 수 없다는 제약조건은 있었다. 하지만 그런 제약 속에서도 물질적 원조에만 그치지 않고 인격적인 상호 교류를 통해 현장 중심, 인간 중심의 국제 자원활동을 실천해 왔다. 

 

2007년부터 8년간 KOICA의 지원을 받아 계속된 예수 수도회와의 메리워드센터 사업은 대표적 연대 활동이다. KOICA 지원으로 여대생 기숙사와 공부방, 도서관 사업에 연간 1억 5000만 원이 지원됐고, 지원 종료 이후에도 수도회에서 자체적으로 몽골 가톨릭스카우트와 공부방, 도서관 운영 등을 지속사업으로 꾸준히 진행하고 있어 모범 협력 사례로 꼽힌다. 

 

연대 활동은 KOICA나 국내 국제개발협력 NGO 130여 개 단체들의 연합체인 KCOC를 통해서만 이뤄지는 건 아니다. 국제카리타스(Caritas Internationalis)와 전 세계에 165개 회원 기구를 통해서도 이어간다. 특히 긴급구호에는 국제카리타스와의 연대가 매우 효과적이어서 한마음한몸운동본부는 국제카리타스와의 연대를 중시한다. 또한, 2008년부터 2년간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도 2억 원의 사업비를 지원받아 연대 활동을 펼쳤고, 올해는 다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삼성전자가 진행하는 2018 나눔과 꿈 프로젝트에 필리핀 바기오교구 사회사목부 산하 법인 Our Farmer’s Heaven(OFH)와의 연대 사업을 성사시켜 앞으로 3년간 바기오-벵게트 주의 가난한 농민들과 함께 유기농업과 도ㆍ농 직거래 활성화를 위한 사업을 수행한다. 

 

아울러 국내에서는 영어와 프랑스어 등 외국어 문서번역 봉사도 국제 자원활동으로 삼고 있다. 연간 40여 건에 이르는 해외사업 제안서나 보고서, 사례 보고서 등 문서 번역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국제협력팀 오규상(티모테오, 34) 대리는 “지구촌 이슈나 현안과 관련한 문제 해결에 참여하고 국외 협력기관의 업무 역량을 증진하고자 본부는 KCOC의 월드프렌즈 NGO봉사단 사업에 함께하고 있다”며 “장기 국제 자원활동을 통한 기관과 활동가의 역량과 이해 증진에 특히 역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한다. [가톨릭평화신문, 2018년 5월 27일, 오세택 기자]

 

 

“지구촌 빈곤 퇴치 위해선 지속적 연대 필요” - 박재출(레오) 한마음한몸운동본부 국제협력팀장

 

 

“지구촌 빈곤 퇴치나 지속 가능한 연대나 협력은 혼자서만 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그래서 연대가 필요합니다.” 

 

박재출(레오, 38) 한마음한몸운동본부 국제협력팀장은 “한마음한몸운동본부는 현지에 사업팀이나 사업장을 두지 않고 현지 카리타스나 NGO와 파트너십(동반관계)을 이뤄 국제협력이나 국제 자원활동을 전개하는 게 특색”이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본부와 협력 파트너, 지역 주민, 이해 관계자들이 함께하는 사업 진행을 중시하고, 나아가 새로운 파트너십을 찾고 만들어나가는 데도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 팀장은 이어 “국제협력은 장기적으로 추진하는 게 바르다고 보지만, 한마음한몸운동본부는 최대 10년이면 사업을 종료한다”며 “이는 한정된 재원으로 다양한 사업 제안에 응답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내 개발협력 사업의 경우 후원자도 많이 부족할뿐더러 투명성이나 적절성, 효율성, 지속 가능성 등 사업 평가 기준을 충족시키는 데 어려움이 많고 그 기반 또한 취약하다”고 했다. 

 

박 팀장은 “현장은 멀리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우리 곁에도 이주민, 이주노동자들이 대거 들어와 일하고 있고, 지구 환경 또한 우리가 훼손하면 지구촌 전체가 피해를 당한다는 사실을 늘 기억하며 시야를 넓히고 국제협력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하고 “앞으로도 현장의 목소리를 더 반영하고 파트너십을 더 강화하며 사업을 기획 실행 모니터링하는 데 전문성을 더 키워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가톨릭평화신문, 2018년 5월 27일, 오세택 기자]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운동본부ㆍ가톨릭평화신문 공동 기획] 그리스도 안에서 한마음 한몸 (9)


자살예방 (상) - 시대적 요청에 대한 응답, 자살 예방 캠페인

 

 

2013년 8월, 가톨릭스카우트 단원들을 대상으로 ‘아빠, 힘내세요’라는 이름의 생명존중 가족사랑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1997년 말, 국제통화기금(IMF)이 긴급 구제금융에 들어가면서 국내 자살률이 급격히 높아졌다. 그해 연간 5856명, 하루 평균 16명이었던 자살 사망자는 1998년 연간 8622명, 하루 평균 23.6명으로 47.23% 급증했다.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도 13.1명에서 18.4명으로 급격한 상승곡선을 그렸다.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외환위기를 겪으며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이 확연히 늘었다. 

 

상황은 10년이 지나도 여전했다. 2008년 자살자는 1만 2858명, 하루꼴로 35.2명이 스스로 목숨을 버렸고,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은 26명이나 됐다. 한마음한몸운동본부는 자살 문제에 대한 응답으로 본부 자체 예산과 문화체육관광부 예산 지원을 받아 자살예방센터를 설립했다. 2010년 3월의 일이다. 오늘까지 한국 천주교회 유일의 자살예방센터로 사도직 활동을 하는 ‘한마음한몸 자살예방센터’다.

 

지난 5월 26일 수원교구청에서 열린 2018 생명사랑축제에 ‘이색’ 부스(booth)가 등장했다. 수원교구 분당 야탑동 성 마르코본당의 예비신학생 동아리 ‘한별’의 자살 예방 캠페인 부스였다. ‘괜찮아, 넌 혼자가 아니야!’를 주제로 마련된 부스에 들른 청소년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축제에 앞서 3개월간, 7명의 예비 신학생들이 한마음한몸자살예방센터 교재를 통해 ‘자살’을 공부하고, 야탑역 근처에서 ‘청소년 자살 예방’을 주제로 피켓을 만들어 거리 캠페인도 벌이며 자살 예방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그 내용으로 콘텐츠를 만들어 보여준 게 주효했다. 

 

천인준(베드로, 42) 지도교사는 “자살예방은 다소 무겁고 금기시되고 떠올리기가 꺼려지는 주제여서 처음에는 걱정했는데, 차근차근 자살 예방 교육과 함께 동영상도 보며 준비하다 보니 중 1∼2학년 학생들인데도 생각보다 자살 예방 문제를 잘 이해하고 책임감 있게 캠페인을 준비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학생들까지 자살 예방 캠페인에 나서게 것은 우리나라가 13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살 사망률 1위라는 불명예를 떨치지 못하는 데 있다.

 

2014년 9월 서울대교구 노원본당 신자들이 ‘아빠, 힘내세요’라는 제목으로 자살 예방을 위한 생명존중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가장 최근 통계인 2016년 한 해 1만 3092명, 하루 평균 36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고,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은 25.6명이었다. OECD 평균 12.1명의 2.4배나 된다. 자살의 사회 경제적 비용은 연간 6조 5000억 원에 이르고, 유족은 해마다 7만여 명이나 발생한다. 더 큰 문제는 자살자의 유가족들은 일반인 대비 8.3배나 자살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점이다. 

 

물론 정부도 손을 놓고 있지만은 않다. 지난 2012년부터 5년간 자살자 전수 조사를 벌여 자살예방정책의 근거를 마련했으며, 지난 1월에는 ‘2018 자살예방국가행동계획’을 수립, ‘국가 자살 통합 감시체계’를 구축하고 자살 예방을 위한 게이트키퍼(Gatekeeper) 100만 명을 양성하며 우울증 검진도 확대하고 있다. 

 

한마음한몸자살예방센터도 ‘생명존중문화 확산’이라는 시각에서 자살 예방에 뛰어들었다. 한마음한몸운동 정신에 따른 생명운동의 하나로, 자살 위기를 겪는 이웃이나 가족의 자살로 힘들어하는 유가족, 자살 문제로 고통받는 이웃의 생명 친구로 활동하고 있다. 

 

우선 교회 내 자살에 대한 인식부터 바로잡으려 한다. “하느님께서는 당신만이 아시는 길을 통해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들에게 유효한 회개의 기회를 주실 수 있다”(「가톨릭교회 교리서」 2283항)는 교리를 전해주고 자살한 이들과 유가족, 자살 위기자들을 위해 기도하면서 함께한다. 지난 4월 말 현재, 8년 2개월간에 걸쳐 자살 위기 전화와 면접 상담을 통해 5만 945명과 동반했고, 자살 유가족 모임과 피정을 12회나 열었으며, 자살 예방 교육과 캠페인에 92회에 걸쳐 2만여 명이 참여하도록 이끌었다. 

 

특히 생명ㆍ자살 예방 캠페인을 통해 대중이 생명에 관심을 두도록 하는 데 힘을 쏟았다. 그 방법은 ‘혼자 힘들어하지 마세요; 참 소중한 당신’을 주제로 한 지속적 거리ㆍ문화 캠페인이었다. 

 

캠페인은 2011년과 2012년 서울대교구 세검정본당과 광주대교구 효덕동본당에서 시범적으로 새로 개발한 자살 예방 콘텐츠를 적용해보고 반응이 좋으면 확대해 왔다. 지금까지 전국 35개 본당에서 전 신자 대상 캠페인으로 전개해 왔고, 사회복지시설과 본당 주일학교 학생들, 기관 등지에서도 캠페인이 이뤄졌다. 

 

자살 예방 캠페인을 위한 콘텐츠도 개발해 나갔다. 2011년 광주 효덕동본당에서 선보인 ‘아빠 사랑 손편지’는 아버지들을 인터뷰해서 평소 아버지들이 가장 듣고 싶어하는 말을 모아 메시지를 작성하고, 손편지를 통해 마음을 여는 사랑의 기적을 만들어냈다. 이어 곁에 있는 가족과 친구들의 소중함을 생각하고 마음을 전하는 ‘가족 사랑 액자 만들기’, 색칠하기(Colouring)를 통한 예술 치료로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만든 ‘마음을 돌보는 컬러링 엽서’, 자신에게, 혹은 주변 친구나 가족에게 응원하는 ‘마음을 전하는 캘리그라피 스티커(Calligraphy Sticker)’ 등 생명 콘텐츠도 제작했다. 따뜻한 말 한마디로 ‘마음을 위로하는 책갈피’, 자살 위기 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상담 방법이나 센터를 알려주는 ‘자살 위기 시 도움처 명함형 안내물’, 자신의 마음 상태를 기록해 보는 ‘마음 달력 엽서 세트’ 등을 개발해 교회에 보급했다. 

 

가장 최근에 나온 건 지난 4월 말 자살 유가족 미사 때 봉헌된 ‘생명 기도 나무’다. 자살자와 유가족, 자살 위기자들을 위해 교회가 마음과 기도와 지향을 모아보자는 취지로 만들었다. 혼자 힘들어할 누군가가 절망을 딛고 일어나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소중한 마음을 담은 편지를 써서 매달고 함께 기도하기 위해 봉헌했는데, 그 취지를 살려 지금은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 1898광장 내 가톨릭정보문화센터에 상설 전시하며 생명을 위한 기도의 공간이 되고 있다. 

 

자살은 단발적으로 다루고 끝낼 주제가 아니기에, 우리 모두의 문제이자 사회 공동체의 문제이기에 교회 매체를 통해, 또 인터넷 누리집(www.3079.or.kr), 페이스북(www.facebook.com/obos3079) 등을 통해 꾸준히 자살 예방과 관련한 기도를 연재하고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한마음한몸자살예방센터 류정희(에밀리아나) 사회복지사는 “누군가 곁에서 따뜻한 미소 한 번 지어주거나 전화 한 번 걸어주고, 손을 잡아주며 진심으로 함께해 주는 것만으로도 자살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작은 관심과 표현, 행동을 통해 다가간다면, 그들은 분명히 죽음의 길로 가지 않고 삶의 길로 돌아설 수 있을 것”이라며 작은 관심과 표현, 사랑의 실천을 거듭 강조했다. [가톨릭평화신문, 2018년 6월 24일, 오세택 기자]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운동본부ㆍ가톨릭평화신문 공동 기획] 그리스도 안에서 한마음 한몸 (10)


자살예방 (중) - 예방교육 통해 게이트키퍼(Gate keeper) 양성

 

 

사례1

 

2016년 한마음한몸자살예방센터에서 주관하는 ‘QPR 자살 예방교육 지도자 양성과정’을 밟은 3년 차 자살예방교육 봉사자 임하영(프란치스코, 59)씨. 

 

광주대교구 생명운동본부(본부장 김명섭 신부)에서 시행하는 자살예방교육 프로그램의 봉사자로 활약하는 그는 “현장에 나가며 자살예방교육의 필요성을 더 느끼게 됐다”고 고백했다. 병원사목 분야 원목봉사자들, 교구 산하 공소사목 선교사들, 사목회장들, 주일학교 교사들, 노인사목 봉사자 등을 만나며 교회에서조차 ‘금기시돼 온’ 자살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해서다. 특히 ‘질문하고(Question)’‘설득하고(Persuade)’ ‘의뢰하는(Refer)’ QPR 자살 예방교육의 효과가 컸다고 전했다. 

 

특히 청소년 자살 문제에 주목한 그는 “청소년들에게 엽서를 주고 피드백을 해보니 놀랄 정도로 상대편의 마음을 잘 헤아리고 또 성인들보다 학습 효과가 높았다”며 “자살은 역설적으로 살고자 하는 절규이자 호소이기에 교육을 통해 자살 위기자를 어떻게 도울지 많이 고민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사례2

 

인천교구 인준단체인 ‘예그리나 행복아카데미’ 김효철(그레고리오, 65) 대표는 자살예방교육 봉사자로도 열심이다. 퇴직 직전인 2015년 7월에 QPR기본교육은 물론 위기중재훈련(ASIST) 교육, ‘보고 듣고 말하기’ 교육을 받고 나서 한마음한몸자살예방센터 교육봉사자뿐 아니라 여러 기관·단체에 교육봉사자로, 또 인천교구 바다의 별 레지아 2단계교육에 자살예방교육을 넣고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주위에서 자살 소식을 가끔 접했고 때로운 자살 위기자를 살리기도 했던 그는 “특히 어르신들이 곡기를 줄여가며 자살을 시도하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아팠고, 그래서 자살예방교육과 함께 생명의 소중함을 전해 주고 생애 설계 코치 프로그램을 통해 노인들의 심리적 불안 문제를 해결하는 노력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자살예방 사도직은 ‘캠페인’과 ‘교육’, ‘상담’을 통해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중 교육은 생명 존중에 대한 인식 개선과 함께 자살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돕과 가톨릭교회의 자살에 대한 가르침을 전하는 생명 존중 자살예방교육과 함께 게이트키퍼(Gatekeeper) 교육, 자살예방 활동가 양성과 보수교육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다. 

 

생명 존중과 자살예방교육이 가장 기본적 교육 프로그램이다. 연간 6∼7회 정도 1시간에서 1시간 30분간 시도되는 생명 존중과 자살예방교육은 자살 문제에 대한 교회 안팎 인식을 바로잡고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도록 본당과 기관의 요청에 따라 ‘찾아가는 교육’으로 진행한다. 

 

자살 위기자를 발견하고 공감하고 경청하고 전문기관에 연결해 주는 3시간짜리 기본 교육과정인 ‘자살 예방 게이트키퍼(Gatekeeper)’ 교육도 마련돼 있다. 상반기엔 QPR 기본 교육을, 하반기엔 ‘보고 듣고 말하기’ 교육을 주로 시행한다. QPR교육이 1995년 미국에서 개발돼 미국심리학회(APA)와 정신보건연구원(NIMH), 자살예방학회 등에서 효과가 검증된 자살 예방 전문 교육 훈련 프로그램이라면, 한국형 ‘보고 듣고 말하기’ 교육은 언어나 행동, 상황 등 자살 위기 신호를 민감하게 파악하는 ‘보기’ 실제로 자살할 생각이 있는지를 묻고, 또 살아갈 이유를 찾을 수 있는지를 돕는 ‘듣기’, 전문가에 도움을 의뢰하는 ‘말하기’의 3단계로 강의와 대화, 역할 실습을 병행하며 이뤄진다.

 

끝으로 자살 예방 활동가 양성ㆍ보수교육도 마련하고 있다. 다양한 자살 예방 기본교육을 수료한 이들이 심화 과정을 통해 교회 안팎에서 적극적으로 자살 예방 활동에 참여하도록 함으로써 ‘자살로부터 안전한’ 공동체를 만드는 데 이바지하고 있다. 교육 프로그램은 위기중재훈련(ASIST)과 QPR 지도자과정과 강사과정 보수교육, 자살예방 활동가들을 위한 보수교육, 전화상담 봉사자를 위한 보수교육 등이 있다. 

 

이 밖에 1년에 한 차례씩 지역 사회복지기관과 협업으로 주민 참여형 열린 공간에서의 토론회 형식으로 지역 사회 안에서의 자살예방교육을 하고 있다. 또한, 2013년부터 격년으로 한일 자살예방 심포지엄을 갖고 자살로 고통받는 유족과 자살 위기자들을 위로하고 생명문화 확산을 위해 노력하는 자리를 만들고 있다. 특히 한일 두 나라의 자살 현황과 원인 등을 진단하고 이들에 대한 교회의 사목적 돌봄, 사회적 지원 방안을 논의, 그 실천 방안을 구현하고 있다. 

 

이지호(요세피나) 한마음한몸자살예방센터 교육부문 간사는 “자살예방교육은 주변 사람들의 자살 위기도에 어떻게 하면 민감성을 갖고 공감하며 경청한 뒤 전문가나 전문기관에 연결하는 역할을 할 생명지킴이를 양성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톨릭평화신문, 2018년 7월 8일, 오세택 기자]

 

 

상처받은 분들께 열린 교회 되길 - 손애경 수녀… 자살자와 가족 등에 대한 조건 없는 돌봄 호소

 

 

한마음한몸자살예방센터장 손애경(마리잔느, 예수성심전교수녀회) 수녀는 “자살자나 유족, 낙태하신 분들, 미혼모 가정 등 상처받는 분들께 교회가 좀더 열려 있었으면 좋겠다”며 “조건 없는 돌봄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손 수녀는 특히 자살자의 유족에 시선을 뒀다.

 

“남겨진 유족들은 그 자살의 고통을 무작정 감수해야 합니다. 자살하면 ‘장례 미사도 봉헌할 수 없고’, 또는 ‘자살했으니까 죄인이야’, 또 ‘자살했으니까 구원받지 못한다’고 말하기보다는 유족들이 지나치게 자책하지 않도록 사목적으로 배려해야 합니다. 유족들이 느끼는 슬픔과 고통에 함께 아파해주고 손 잡아줄 수 있는 게 교회의 역할입니다.”

 

손 수녀는 그래서 “교회는 자살자의 아픔, 또 자살자 유가족이 맞닥뜨렸을 고통을 외면하지는 않았는지 돌아보고 기도를 통해 자살 위기자나 유족들과 마음으로 함께하며 돕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수녀는 또 “일본의 경우는 ‘돈 때문에 자살하는 사람이 없도록 하자’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대출이나 빚에 따른 파산을 통해 재생을 돕는 정책을 시행하면서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이 25명에서 18명으로 떨어졌다”면서 “우리나라도 이제는 경제적 이유로 자살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없도록 사회 시스템과 제도, 정책과 법률 전반을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경우 기초노령연금이 생기면서 노인 자살이 줄었는데, 10∼30대의 자살률은 여전히 높다”면서 “젊은이들의 자살률을 낮추기 위해선 상담보다는 가정이나 학교의 변화가 필요하고 청년 실업률을 낮추는 국가적 노력도 절실히 절실하다”고 밝혔다.

 

끝으로 손 수녀는 “자살 위기에 놓인 이웃을 만나면 두려워 하지 않고 따뜻한 말과 관심으로 필요한 자원들을 연결시켜 주는 것만으로도 그들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며 “때문에 자살을 암시하는 신호와 도움이 되는 듣기, 자살 위기 개입 전문기관을 찾고 연결해줄 수 있도록 알려주는 게이트키퍼 교육 등 자살예방교육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자살로부터 나를 지켜내기 위해 내 마음의 건강을 스스로 돌볼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가톨릭평화신문, 2018년 7월 8일, 오세택 기자]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운동본부ㆍ가톨릭평화신문 공동 기획] 그리스도 안에서 한마음 한몸 (11)


자살예방 (하) - 자살예방사도직 ‘상담’

 

 

지난 2010년 6월,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설립 22주년을 맞아 서울 명동에서 진행된 명동 거리 자살예방 캠페인.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제공.

 

 

상담실에서 막 나온 백효진(엘리사벳, 63, 서울 신정동본당) 상담 봉사자는 좀 힘들어했다. 

 

2005년부터 5년간 ‘나눔의 전화’를 통해, 2010년 3월부터 ‘한마음한몸자살예방센터’ 상담 봉사자로 13년간 활동했지만, “죽고 싶다”거나 “자살하고 싶다”는 말을 들을 때면, 아직도 가슴이 철렁한다. 이말 만은 도무지 익숙해지질 않는다. 

 

오늘도 청소년을 포함해 3명에게 전화상담을 해주느라 진이 빠졌다. 

 

“자살 위기에 처한 이들에겐 작은 관심, 애정 어린 조언이 정말 큰 힘이 됩니다. 상처받고 자살 위기에 놓인 분들, 실타래처럼 꼬인 고민에 싸여 위기에 처한 분들에게 전화상담이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행동을 바꾸고 변화하는 계기가 되도록 하려 하지만 쉽지만은 않습니다. 같은 말을 반복하는 내담자의 말을 계속해서 들어야 할 때도 한두 번이 아니고요. 그렇지만 제 한마디가 자살 위기에 놓인 분들에게 얼마나 큰 위로가 될까, 하는 생각을 하면 상담 봉사의 발길을 멈출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전철을 타고 봉사하러 올 때마다 그는 자기 생각이나 말을 하지 않고 내담자의 말을 듣는 은총 주시길, 하느님께서 내담자에게 도움 주시길 청하는 화살기도를 잊지 않는다.

 

 

자살 위기자들과 상담 통해 동반

 

한마음한몸자살예방센터에서 상담 사도직이 시작된 건 2010년 3월 설립 당시부터다. 서울대교구 가톨릭회관에 2곳의 부스와 상담실을 마련해 시작했다. 33년간 이어온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나눔의 전화’ 봉사자들도 상당수 참여했고, 상담심리학을 공부한 이들도 점차 봉사자로 활동하게 됐다. 현재 40대에서 7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 봉사자 40여 명이 자살 예방의 든든한 허리가 되고 있다. 

 

한마음한몸자살예방센터에서 이뤄지는 전화상담 건수는 매달 200건 정도다. 하루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2시간 30분, 혹은 2시간씩 세 번으로 나눠 3명의 봉사자가 돌아가며 두 부스에서 상담한다. 혼자 고민할 땐 그 어려움에 압도돼 해결책을 찾기 힘들지만, 상담을 하다 보면 자신의 문제를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살아갈 힘과 용기를 얻게 되는 경우도 많기에 봉사자들도 될 수 있으면 상담을 통해 하느님의 자비와 연민 안에서 위로받고 생명을 선택할 용기를 내도록 이끈다. 이를 위해 봉사자 모집 때부터 자살 위기 전화상담 교육을 철저히 하고, 정기적으로 사례 중심 봉사자 보수 교육을 하고 있다. 

 

한마음한몸자살예방센터는 전담 상담심리사를 두고 보통 1주당 8건에서 12건 정도의 면접상담을 통해 상담 안에서 같이 고민을 나누고 해결책을 찾아보고 공감하면서 소통하고 있다. 면접상담은 주로 자살 위기도가 다소 낮아졌을 때, 내담자가 자신의 성격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변화를 꾀할 가능성이 많을 때에 주로 이뤄지고 있다.

 

 

서로에게 희망의 빛 돼 줄 수 있어야 

 

자살은 자살자의 비극으로만 끝나는 게 아니라 유가족들에게도 치명적 영향을 미친다. 세계보건기구는 1명이 자살하면, 영향을 받는 주변 사람 5∼명이 자살 위험에 노출된다고 보고하고 있다. 

 

그래서 한마음한몸자살예방센터는 자살자와의 사별 이후 남겨진 유가족들의 후속 자살을 예방하고 정서적 지지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자살 유가족 모임을 시작했다. 자살자 유가족 모임은 상ㆍ하반기로 나눠 반기별로 8차례씩 1년에 총 16번의 모임을 열고 있다. 반기별로 10명 안팎을 모집해 모임을 한 뒤 맨 마지막엔 미사로 모임을 마무리한다. 

 

2015년 9월에는 서울의 한 수도원에서 20여 명의 자살자 유족이 함께한 가운데 처음으로 ‘해바라기 슬픔 돌봄’ 자살 유가족 피정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이후 해마다 마련되는 ‘해바라기 슬픔 돌봄 피정’은 유족들이 서로 자살에 따른 사별의 아픔을 나누고 풀어내며, 성찰과 성사를 통해 예수님 사랑을 체험하는 ‘특별한’ 시간이 되고 있다. 

 

한마음한몸자살예방센터장 손애경(마리잔느, 예수성심전교수녀회) 수녀는 “자살 유가족들은 특히 교회가 자신들의 아픔에 대해 교회 안에 공간을 만들어 준 데 대해 만족도가 높았다”며 “교회 안에서 가족을 자살로 잃은 분들의 슬픔 수용과 함께 애도를 돕고 예수님의 자비와 연민 안에서 치유되도록 자살자 유가족을 위한 피정이나 서비스, 프로그램이 상시로 진행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상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

 

위기상담센터 1577-0199(24시간 운영) 

전화상담 1599-3079(월∼금, 오전 10시∼오후 5시) 

면접상담 02-318-3079(월∼금, 오전 10시∼오후 4시) [가톨릭평화신문, 2018년 7월 22일, 오세택 기자]

 

 

한마음한몸자살예방센터 이인희 상담심리사

 

 

“상담의 열쇠는 내담자의 어려움을 같이 느껴주고 소망하는 부분을 발견하도록 해주고 함께 견뎌주는 데 있습니다.” 

 

한마음한몸자살예방센터에서 면접상담을 맡은 이인희(막시마, 37, 의정부교구 행신2동본당) 상담심리사는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어려움을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치유된다”고 말문을 뗐다. 

 

이 상담심리사는 “자살의 주원인은 그 어디에도 말할 수 없는 고통과 외로움”이라며 “심지어는 가족이나 친구에게조차 자신의 어려움을 이야기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씨는 “누군가 자신의 어려움을 언제든 들어줄 수 있는 연결의 끈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자살 위기자들에게는 힘이 된다”며 “개소 때부터 오랫동안 만나온 면접상담 내담자 역시 주변에 그분을 지지해주는 분이 없는 상태에서 만나게 됐는데, 제가 그 끈이 될 수 있어서 감사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 상담심리사는 “면접상담에서 만나는 대상 중 젊은 층은 감기에 걸리면 병원에 가듯 심리적 어려움을 겪을 때 상담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있는 반면, 노년층은 심리적 어려움은 혼자서 스스로 감당해야 할 부분이라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며 노인 자살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이어 자살자 유가족 사도직의 어려움을 전한 이 상담심리사는 “일반 사별은 어디 가서 얘기라도, 표현이라도 할 수 있지만, 자살자 유가족들의 경우 사랑하는 자녀나 가족을 자살로 잃었다는 걸 친인척한테조차도 숨기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하고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는 자살자 유가족들에게 교회의 사목적 배려가 시급하고 중요하다”고 주문했다. [가톨릭평화신문, 2018년 7월 22일, 오세택 기자]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운동본부ㆍ가톨릭평화신문 공동 기획] 그리스도 안에서 한마음 한몸 (12)


나눔 (1) 헌미헌금운동과 하루 100원 모으기 운동

 

 

헌미헌금운동이 전개됐던 초창기에 김수환 추기경이 헌미 항아리에 헌미운동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성자의 몸과 피를 받아모시는 저희가 성령으로 충만하여 한마음 한몸이 되게 하소서.”

 

「미사 통상문」 ‘감사 기도 제3양식’에 나오는 기도다. 이 기도에는 한마음한몸운동이 마음과 뜻뿐 아니라 실제 실천으로 옮겨질 때 의미가 있다는 뜻이 내포돼 있다. 그럼 의미를 담아 한마음한몸운동본부는 1989년 세계성체대회를 준비하면서 ‘생활실천운동’으로 헌미헌금, 헌안헌혈운동 등을 전개했다. 그렇다면 성찬의 신비를 살아가는 생활운동으로서 나눔은 지난 30년간 어떻게 전개됐을까.

 

“성체대회가 행사로만 끝나지 않도록 생활운동으로 하자고 한 것이지요. 구체적 실천방안으로 헌미헌금, 헌안, 장기기증, 헌혈 등을 했지요.” 

 

1989년 제44차 서울 세계성체대회 준비위원회 사무차장 겸 기획분과위원장을 지낸 장익(전 춘천교구장) 주교는 「교회와 역사」 2013년 5월호를 통해 이렇게 술회한다. 

 

헌미헌금운동은 애초 ‘헌미’운동으로 기획됐다. 가정마다 매끼 한 줌의 쌀을 절약해 하느님께 봉헌함으로써 가난한 이웃을 돕자는 뜻이었다. 그리스도께서 당신의 몸을 양식으로 쪼개어 나눠주신 것처럼 굶주리는 이웃에게 먹을 것을 나눠주자는 취지였다. 

 

헌미운동이 시작된 것은 1988년 10월 ‘한마음한몸운동’ 조직이 체계화되면서였다. 이후 1년간 9차례 헌미헌금 봉헌식이 거행됐고, 대회 직전까지 헌미로 8억 5075만 원이 봉헌됐다. 당시에는 그러나 모금만 하고 지출은 하지 않았다. 일정 기금이 적립되기까지 기다렸다가 어느 정도 마련되면 그때 세상과 인간을 돕는 교회 기금으로 사용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1989년 10월 주교회의 가을 정기총회에서 한마음한몸운동을 지속하되, 교구별로 하기로 한 결정에 따라 서울대교구는 한마음한몸운동본부를 설립, 1990년 9월 순교자성월에 헌미운동에 들어갔다. 그해 9월 모금 결과, 128개 본당에서 참여해 3억 7083만 3000원이 모금됐다. 이듬해에는 헌미운동을 좀더 활성화하고자 9월뿐 아니라 성모성월인 5월도 헌미헌금의 달로 정하고 2차 헌금을 했다. 교구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설립 전후 1989년부터 1991년까지 3년 모금분 15억 9835만여 원을 시작으로 지난해 한 해 7억 2425만여 원이 모이기까지 계속해서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08년 7월 서울대교구 논현동본당 신자들이 헌미운동을 통해 모은 쌀을 기부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한마음한몸운동의 대표적 나눔 운동인 헌미헌금봉헌운동은 2003년 9월로 접어들며 변화 양상을 보인다. 헌미헌금운동을 활성화하고자 ‘하루 100원 모으기 운동’을 펼치기로 했다. 당시 쌀 한 줌을 현금으로 환산한 결과 500원 정도라고 보고, 1가구 기준 4∼5인이 1인당 100원씩 봉헌하자는 뜻이 담겼다. 하루 100원 봉헌에는 이 운동을 1년 내내 신자들이 실천할 수 있는 나눔 운동으로 발전시키는 한편, 전국의 모든 교회도 나눔 운동에 함께하도록 하려는 취지가 숨어 있었다. 2004년 12월에는 개별 봉헌자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자동이체를 통한 하루 100원 모으기에 들어가 한 달에 3000원씩 봉헌하도록 했다. 

 

한마음한몸운동본부는 하루 100원 모으기 운동을 통해 모은 성금으로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미혼모 자활사업, 인도의 학습센터 건축과 의료장비 지원, 몽골의 길거리 청소년 교육과 의료 등에 지원했다. 

 

김대민(프란치스코) 커뮤니케이션팀장은 “원래 헌미운동은 밥을 할 때 쌀을 한 줌씩 떼어놓듯이 날마다 실천하는 365일 운동이었지만, 쌀 관리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편의성, 기금의 효율적 사용 방법을 찾게 되면서 2차 헌금으로 전환했다”며 “그러나 2차 헌금이 헌미와 절미의 본디 의미를 살리지 못하는 게 아쉬워 365일 나눔 실천으로 하루 100원 모으기 운동을 전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가톨릭평화신문, 2018년 8월 12일, 오세택 기자, 사진=한마음한몸운동본부 제공]

 

 

모진 박해에도 굶어 죽는 일 없던 신앙의 비밀


박해시대 나눔 전통 ‘좀도리쌀’… 밥 안칠 때 쌀 덜어내 어려운 이웃과 나눠

 

 

“교우들은 재산을 몰수당하고 박해를 피해 이산 저산으로 숨어다니면서도 굶어 죽는 일이 없었다.” 

 

클로드샤를 달레(Claude-Charles Dallet, 1829∼1878) 신부는 「한국 천주교회사」에서 이렇게 전한다. 교우촌에서만큼은 식량이 얼마 되지 않아도 서로 나눠 먹었기에 아사자가 나오지 않았다. 또한, 교우촌에선 밥을 안칠 때면 주위 어려운 이웃을 위해 한 줌 쌀을 덜어내 보관했다가 이웃과 나눴는데, 이를 ‘좀도리쌀’ 혹은 ‘줌쌀’이라고 불렀다. 

 

나아가 박해시대 신앙선조들의 사랑(Caritas) 실천을 통한 ‘착한 모범’은 자연스럽게 전교로 이어졌다. 충청도 홍주(현 홍성) 출신 원시장(베드로, 1732~1793) 복자와 그의 사촌형 원시보(야고보, 1730~1799) 복자가 대표적 사례다. 달레 신부는 같은 책에서 “원 베드로에게 회개시키는 힘을 주는 것은 말보다 그의 착한 모범이었다”며 “사람들은 특히 가난한 이들에게 자기 재산을 나눠줌으로써 그들을 구해 주고 외교인들을 권고하는 열성에 감탄했다”고 기록한다. 원시보 복자에 대해서도 “그의 일과는 가난한 사람들을 찾아 그들에게 희사하는 일이었다”는 기록을 남겨놓고 있다. 

 

이처럼 박해시대 순교자들은 ‘양식 걱정을 하지 않고 지낸 날이 거의 없는’ 극한 상황 속에서도 밥을 짓기 전에 하느님께 쌀 한 줌씩 봉헌하며 이웃 사랑을 실천했고, 이 같은 실천은 박해시대 이후 공소돈(헌금) 명목으로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모은 애긍전(哀矜錢) 전통으로, 현대에 들어서는 헌미헌금봉헌운동이나 하루 100원 모으기 운동으로 이어져 왔다. 

 

한마음한몸운동본부장 최형규 신부는 “가톨릭 신앙은 공동체와 개인의 구원이고, 그 구원의 은총은 생명과 삶을 나누는 것에서 시작된다”며 “박해를 피해 산속으로 들어간 교우들이 쌀이나 식량이 부족한 데도 서로 나눌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러한 신앙의 밑바탕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가톨릭평화신문, 2018년 8월 12일, 오세택 기자]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운동본부ㆍ가톨릭평화신문 공동 기획] 그리스도 안에서 한마음 한몸 (13)


나눔 (2) 새로운 나눔 활동(생애 첫 기부, 나눔가게 나눔기업 등)

 

 

- 지난 6월 3일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설립 30주년 기념 나눔축제에서 탤런트 서현진(가브리엘라)씨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왼쪽).


- 지난해 6월 나눔가게 263호점 현판을 단 카페 로즈스텔라 대표 신세림(스텔라)씨가 인천광역시 계양로 다남로에 있는 자신의 가게 앞에서 현판을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오른쪽).

 

 

나눔은 교회의 본질을 드러내는 표징이며 도구다. 그리스도인은 예수님과 함께 세상에 생명을 주는 쪼개진 빵이 되도록 부르심을 받았기 때문이다. ‘성체성사의 정신에 따라 나눔을 실천하고자’ 한마음한몸운동본부는 헌미헌금봉헌운동과 하루 100원 모으기 운동에 이어 새로운 나눔 캠페인을 기획했다. 생애 주기별 기부와 유산 기부, 나눔가게ㆍ나눔기업, 산타가 되어주세요 캠페인, 연말연시 캠페인 등이 그것이다. 그 덕에 나눔문화도 한 발짝씩 진화했다.

 

2008년 4월, 한마음한몸운동본부는 난치병 어린이를 돕기 위한 ‘테마 기부’를 고안했다. ‘생애 주기별 기부’였다. 돌을 맞는 아기에게 돌잔치를 열어주는 대신 그 비용을 후원금으로 내거나 돌잔치 때 받은 축의금을 기부함으로써 백혈병 등 난치병을 앓는 어린이들, 나아가 지구촌 빈곤 국가 어린이들을 돕자는 취지였다. 2008년, 한 아이의 부모가 본부를 찾아와 아픈 아이들을 위해 써달라며 돌 반지를 기부한 것이 계기였다. 

 

이렇게 우연히 시작된 생애 첫 기부가 시쳇말로 대박을 쳤다. 첫해인 2008년 14건(2040만 원)에 불과했으나 이듬해 33건(3137만 원), 2010년 55건(4388만 원)으로 점차 늘었고, 2011년 231건(1억 4156만 원), 2012년 400건(2억 1971만 원)으로 급증했으며, 2016년 622건(2억 8958만 원), 2017년 528건(2014만 원)을 기록했다. 2018년 7월 기준, 3904가족이 참여해 총 20억 9930만 원을 후원했다. 

 

생애 첫 기부에 대한 호응이 높았던 것은 본부의 적극적인 홍보와 함께 김수환 추기경 선종 이후 나눔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졌기 때문이었다. 이미 기부를 경험한 아이 부모들이 개인 블로그나 육아정보 인터넷 누리집, SNS 등에 생애 첫 기부 사진과 함께 소감을 올리면서 입소문을 탄 것도 큰 역할을 했다. 

 

생애 첫 기부가 꾸준히 이뤄지면서 범위도 확대됐다. 초기에는 돌잔치 비용 기부가 주를 이뤘지만, 백일잔치나 생일, 입학ㆍ졸업 등 자녀에게 뜻깊은 날에 기부하는 부모들이 점차 늘었다. 가톨릭 신자가 아니지만 캠페인 취지에 공감하는 부모들도 적잖게 동참했다. 

 

기념일 기부는 생애 첫 기부의 확장판이라고 봐도 큰 무리가 없다. 아이 기념일뿐 아니라 환갑이나 칠순, 스승의 날, 취업, 승진 등 후원자들에게 뜻깊은 날이면 언제든 참여하게 되는 ‘계획 기부’로 자리 잡았다. 기념일 기부는 2013년 137건(6256만 원)으로 시작돼 2014년 319건(1억 1527만 원), 2015년 451건(1억 6999만 원), 2016년 567건(2억 3238건), 2017년 708건(3억 7624만 원) 등으로 해마다 늘었다. 7월 말 현재 기념일 기부에는 2604가족이 참여, 11억 3279만 원이 조성됐다. 건전한 상속 문화 정착과 기부 문화 활성화를 위해 2008년 시작된 유산 기부는 7월 말 현재까지 5명이 신청했다. 

 

생애 주기별 기부와 함께 2012년에는 ‘나눔가게ㆍ나눔기업’ 사업도 도입했다. 중소 규모 자영업자들, 기업들도 나눔 실천에 참여토록 하기 위해서였다. 2007년부터 한마음한몸운동본부에 성금을 맡겨온 김상태(이냐시오)ㆍ박경미(로사)씨 부부가 서울시 은평구 수색동에서 운영하는 미성슈퍼가 대표적인 사례다. 부부는 매달 1일에 가게 문을 열면서 1000원을 본부 저금통에 넣고, 손님이 오면 저금통에 얽힌 사연을 설명해줌으로써 나눔 정신을 전파했다. 단골손님 가운데는 가게에 올 때마다 1000원씩 기부하는 이도 생겨났다. 지난 5년 동안 부부가 본부에 전달한 성금은 550만 원에 달했다. 미성슈퍼를 ‘나눔가게’ 1호점으로 선정한 것을 시작으로 7월 말 현재 300호점까지 생겨났다. 현재 서울뿐 아니라 포항ㆍ인천ㆍ수원ㆍ대전ㆍ평창 등 전국 각지 자영업 종사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 밖에도 한마음한몸운동본부는 2006년부터 해마다 ‘산타가 되어 주세요’ 캠페인을 통해 가톨릭중앙의료원 산하 8개 병원을 포함해 전국 20여 개 병원 소아 병동에서 난치병으로 고통받는 어린이 환자들에게 성탄 선물을 전해주며 꿈과 희망, 용기를 심어주고 있다. 연말연시 캠페인을 통해 모은 성금은 부룬디 학교 건립이나 마을 물길 잇기, 미얀마 교사 양성 프로그램 등에 지원하고 있다. [가톨릭평화신문, 2018년 8월 26일, 오세택 기자, 사진=한마음한몸운동본부 제공]

 

 

부모가 실천한 사랑 나눔, 자녀에게 대물려 전통으로

 

 

지난 4월 22일로 다섯 돌을 맞은 조예서양이 3개월여 늦은 1일 서울 명동 한마음한몸운동본부를 찾았다. 생애 주기별 기부를 하기 위해서다. 2014년 3월 말, 부모와 함께 생애 첫 기부로 30만 원을 내놓았고, 자신의 생일 때마다 10만 원씩 세 번 기부했다. 2016년 한 해만 빠졌다. 명목은 난치병 어린이 치료비 후원이었다. 부모 조광제(레오, 36, 수원교구 군포 용호본당)ㆍ김미선(루치아, 34)씨와 함께한 예서양은 쑥스러운지 말을 거의 하지 않았다. 다만 “성당에서 나눠준 플라스틱 저금통을 집에 두고 어려운 친구와 이웃을 돕기 위해 동전을 모으고 있다”면서 “그 저금통이 얼마 전에 꽉 찼는데 어디에 쓸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살짝 귀띔했다. 

 

부부는 “훗날 자신보다 어려운 사람을 위해 나눌 줄 아는 아이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꾸준히 생애주기별 기부에 참여하고 있다”면서 “여유가 된다면 좀더 많이 했겠지만, 소액이라도 기부하는 데 의미를 두고 꾸준히 함께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예서가 아직은 어려서 기부에 대한 개념을 설명해줘도 잘 모르는 듯해서 TV에서 지구촌의 어려운 이웃이 보이면 설명을 해주고 나눔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주고 있다”고 전했다. 

 

부부가 기부에 열심인 이유는 수녀회나 보육원을 후원하던 자신의 부모를 보고 자라면서 자신들도 후원에 동참했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쌀알이 모여 밥 한 그릇이 되듯’ 작은 재능이라도, 삶의 여분이라도 조금씩 쌓아 이웃과 나누는 기쁨을 아는 아이로 자라나길 기대하는 마음도 있어서다. 그래서 이제 8개월 된 예건이도 돌이 되면 생애 첫 기부를 해줄 생각이다. [가톨릭평화신문, 2018년 8월 26일, 오세택 기자]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운동본부ㆍ가톨릭평화신문 공동 기획] 그리스도 안에서 한마음 한몸 (14)

나눔 (3) 교육이 나눔을 부른다

 

 

나눔 교육인 ‘나누미네 티타임’을 마친 뒤 부모와 자녀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생애주기별 기부 부모교육 프로그램 ‘나누미네 티타임’ 수강 신청을 받던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커뮤니케이션팀 담당자들이 깜짝 놀랐다. 

 

불과 10분 만에 부모 교육 수강 신청이 마감될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기 때문이다. 

 

과거와 달리 최근 젊은 부모 사이에서 가치 중심 교육이나 나눔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어려서부터 자녀에게 기부하는 습관을 길러주는 나눔 교육도 덩달아 활성화하고 있다. 특히 한마음한몸운동본부와 같은 단체(NGO)가 가정과 본당 주일학교, 학교와 유치원 등과 긴밀한 연계를 맺고 일관성 있는 교육을 함으로써 나눔 저변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된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운동본부(본부장 최형규 신부)가 5년째 추진 중인 ‘나누미네 티타임(Tea Time)’은 기부와 교육을 연계한 특별한 나눔 교육 프로그램이다. 

 

2008년 당시 백혈병과 난치병 어린이들을 돕기 위한 테마 기부로 시작된 ‘생애주기별 기부’가 2000가족을 넘어서자 2014년 11월 기부가족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티타임’이라는 이름의 부모교육을 시작했다.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 지속 프로그램으로 해마다 2∼4차례씩 부모 교육을 하게 됐다. 생애주기별 기부 후원자는 개인이 아닌 가족 단위로 참여하고 있다. 일시 후원에 그치지 않고 참여 가족이 직접 기념일을 지정해 자발적이고 지속적인 후원과 자원봉사로 이어지고 있다. 부모와 자녀에 대한 나눔 교육도 2015년까지는 부모만 참여했지만, 2016년부터는 부모와 자녀가 함께 참여하는 수업으로 바뀌었다. 

 

‘나누미네 티타임’ 프로그램은 공감과 소통에 초점을 두고 있다. 부모가 자녀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통해 행복한 가정을 이루도록 돕는 다양한 주제 강의와 ‘바닥 그림동화 활동 공감놀이’나 ‘오르프 음악 공감놀이’ 같은 가족 참여활동에 이어 가족을 위한 미사로 마무리한다. 

 

특히 주제 강의는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느림의 부모’라는 주제로, 이종임(소피아) 도곡어린이집 원장 겸 한국아동연구소 자문위원, 전성실 나눔교육연구소 대표, 최은주ㆍ이다혜 초등 교사 등 나눔이나 자녀교육 전문가를 초청해 자존감과 가족 나눔 교육, 감각 통합 교육, 공동체 나눔 교육을 하고 있다. 본부 설립 30주년인 올해도 10월 6일과 13일, 두 차례에 걸쳐 서울 도곡어린이집에서 나누미네 티타임을 열 예정이다. 

 

한마음한몸운동본부는 가정과 협업하는 방식의 나눔 교육에 그치지 않고, 공동체 나눔 교육으로 교육 범주를 넓혀가고 있다. 유치원, 학교 등 공교육 기관은 물론 본당 주일학교 같은 교회기관, 마을공동체까지 나눔 교육 대상을 넓혀가며 ‘찾아가는 나눔 교육’도 시도하고 있다. 

 

세상과 나를 이어주는 특별한 경험인 ‘지구시민교육’은 ‘나눔 교육’과 동전의 앞뒷면처럼 연계돼 있다. 기상이변에 따른 자연재해나 전쟁, 빈곤, 이주노동, 난민 등 다양한 지구촌 이슈에 대해 관심을 갖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교육이라는 점에서 나눔 교육과 맥락을 같이하기 때문이다. 

 

지구시민 교육이나 나눔 교육을 받은 학교나 본당 주일학교는 스스로 후원 분야를 선정해 대림이나 사순시기면 성금을 모으고, 모인 후원금을 한마음한몸운동본부에 전달하고 있다. 올해에도 청각장애인학교인 서울애화학교와 계성초등학교 학생들, 도곡어린이집 원생들이 대림과 사순 저금통을 깨 후원금을 보냈다. 지구시민 교육을 통해 너와 나, 우리가 함께 더 행복한 지구촌을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할지 성찰한 뒤였다. 

 

정문선(보나) 커뮤니케이션팀 모금담당 대리는 “같은 마음, 곧 나눔의 가치를 공유하는 후원자들 간 지속적 만남을 지원하고 교육을 통해 아름다운 나눔문화가 확산하도록 하려는 취지로 나눔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가톨릭평화신문, 2018년 10월 7일, 오세택 기자, 사진=한마음한몸운동본부 제공]

 

 

눈높이 교육으로 아이들 나눔 실천 돕는 가명유치원

 

 

올해로 설립 91주년을 맞는 전통의 ‘가명유치원’엔 다른 유치원에선 찾아볼 수 없는 교육 활동이 있다. 바로 ‘나눔 교육’이다. 올해로 벌써 7년째다. 처음엔 기아대책기구 같은 일반 개발협력 비정부기구(NGO)들의 요청으로 동영상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모금해 보내주는 식이었다. 갈증이 없을 리 없다. ‘우리가 돕는 아이들이 누구지?’ ‘또 그들에게 어떤 도움을 줬지?’ 그런 의문에 2014년 한마음한몸운동본부로 모금 단체를 바꾸고 방문 교육을 요청했다. 

 

때마침 아프리카 부룬디에 초등학교를 짓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던 한마음한몸운동본부는 커다란 학교 건물 모형을 가져와 아이들에게 보여주면서 후원 대상 아이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사진을 전시했다. 아이들에겐 아프리카의 빈곤이 어떤 상황인지, 우리가 왜 아이들을 도와야 하는지를 알아듣기 쉽도록 설명해줬다. 

 

그러자 아이들의 반응도 달라졌다. ‘왜 도와야 하는지, 아니 함께해야 하는지’를 알게 된 아이들은 우유갑이나 플라스틱통, 종이상자로 저금통을 만들어 자발적으로 모금에 참여했다. 지원 대상도 해외 어린이뿐 아니라 난치병을 앓는 국내 어린이들로 넓혔다. 

 

올해 7살인 이현준군은 “병원에서 투병하는 아픈 아이들에게 제가 모은 성금이 전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생각날 때마다 저금하고 있다”고 의젓하게 말했다. 

 

노현경(체칠리아, 39) 가명유치원장은 “지난해 ‘산타가 되어 주세요’ 캠페인에 참여하자고 했더니 ‘내가 어떻게 산타가 되냐?’고 말했던 아이들이 병원에 있는 아이들에게 실제로 선물이 전달되는 걸 보고 기뻐하며 ‘내가 산타 할아버지래~’ 하고 말하던 게 기억에 무척 많이 남는다”고 말했다. 노 원장은 “나눔은 ‘꼭 해야 하는 것’이라고 막연하게 가르쳐주기보다 나눔을 통해 다른 사람들이 기뻐하는 것을 경험하게 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면서 “나눔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걸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고 밝게 웃었다. [가톨릭평화신문, 2018년 10월 7일, 오세택 기자]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운동본부ㆍ가톨릭평화신문 공동 기획] 그리스도 안에서 한마음 한몸 (15)


나눔 (4) 나눔 캠페인 현황과 결산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연말연시 캠페인’을 통해 지은 부룬디 기헤루초등학교 아이들이 학교를 찾은 한마음한몸운동본부 방문단을 환영하며 손을 흔들고 있다.

 

 

김금재(아나스타시아, 71) 전 전북대 간호학과 교수는 매달 40∼50군데를 후원한다. 후원금이 얼마인지, 자신도 정확하게 알고 있지 못할 정도다. 1만 원에서 5만 원. 이 중 상당 부분은 한마음한몸운동본부를 통해 국내외 어려운 이웃을 후원한다. 작아 보이지만, 결코 작지 않은 나눔이다. 

 

1987년 개인적으로 어려움을 겪으며 붙잡을 분은 예수님밖에 없다는 생각에 기도하다가 응답을 받고 자신의 급여 일부를 떼어 나누겠다고 하느님과 약속하게 된 것이 계기였다. 물론 그 이전부터도 10여 년간 엠마 프라이징거 여사가 운영하는 가톨릭자조회 등에 소액을 후원해 왔지만, 하느님과 약속한 이후로는 차츰 기부하는 곳을 늘려 지금에 이르렀다. 요즘은 은퇴한 터여서 많이 하지는 못하지만, 자신의 나눔이 ‘오병이어의 봉헌’이 되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기부에 참여한다. 

 

“전 평소 예수님은 최고의 간호사였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그동안 현업에 있을 땐 치료 간호에 치중했다면, 은퇴한 지금은 후원을 통해 예방 간호, 건강 증진 간호를 실천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나눕니다. 아프리카의 아이들에게, 학교에 가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배고프고 목마른 아이들에게 제 사랑이, 제 기도가 조금이라도 전해지기를 바라며 희망의 연대를 하는 것이지요. 역지사지로 처지를 바꿔 내 아이라고 생각하면, 후원이 쉬워집니다.”

 

유경촌 주교가 지난해 12월 의정부성모병원 소아병동에서 열린 2017 산타가 되어 주세요 캠페인 도중 아기를 만나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대림 · 성탄 등 연례시기에 맞춘 나눔 행사

 

해마다 대림시기가 되면, 전국 20여 개 병원 소아 병동에선 ‘특별한 행사’가 열린다.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이사장 유경촌 주교와 함께하는 ‘산타가 되어 주세요’ 캠페인이다. 

 

백혈병이나 희귀 난치병을 앓는 아이들 1600여 명에게 성탄카드나 크리스마스 실, 아기 담요 같은 선물을 나눠주고 마술쇼와 같은 작은 공연을 하는 소박한 행사지만, 빛으로 오신 아기 예수님 탄생의 기쁨을 전해주기엔 부족함이 없다. 

 

이를 위해 한마음한몸운동본부는 해마다 11월이면 서울주보나 인터넷 누리집(http://obos.or.kr/), 페이스북 등을 통해 모금 캠페인에 들어가 한 달여에 걸쳐 이웃 사랑 실천의 기회를 신자들이나 일반인들에게 제공한다. 

 

‘산타가 되어 주세요’ 캠페인이 시작된 건 2006년 11월부터. 지난해까지 해마다 4000∼5000만 원씩, 총 12차례에 걸쳐 모두 4억 4774만여 원을 모금해 따뜻한 사랑을 나눴다. 

 

이뿐만이 아니다. 세밑이 되면, ‘연말연시 캠페인’을 전개한다. 2008년 ‘우리의 사랑이 필요한 거죠’라는 이름으로 시작해 1599만여 원을 모금한 것을 시작으로 ‘I Do(나도 할 수 있어요)’ ‘키다리 아저씨가 되어주세요’ ‘별을 따 줄게’ ‘꿈꾸는 마을을 만들어주세요’ ‘아주 특별한 손수건’ 등 캠페인 이름을 달리하며 진행하다가 2014년부터는 ‘부룬디 학교 짓기 프로젝트’ 집중 캠페인을 세 차례 진행했다. 중간에 2016∼2017년 한 차례만 ‘미얀마 희망 꿈꾸미’ 프로젝트를 기획, 총 1억 1559만 1409원을 모금해 양곤대교구와 함께하는 전문교사 30명 양성 사업에 사용했다. 올해도 12월 1일부터 2월 28일까지 ‘부룬디 마을 물길 잇기 프로젝트Ⅱ’라는 이름으로 부룬디 돕기 네 번째 캠페인을 진행할 예정이다. 연말연시 캠페인을 통해 지금까지 모금한 후원액은 총 8억 5749만여 원으로, 어려운 이웃과 함께하는 따뜻한 겨울나기 나눔의 장이 되고 있다.

 

한마음한몸운동본부에서 중점 협력국가로 선정, ‘연말연시 캠페인’을 통해 지원하는 부룬디의 기헤루초등학교 저학년생 아이들. 뒤로 한마음한몸운동본부가 지원해 건립한 초등학교 건물이 보인다.

 

 

긴급구호 캠페인으로 지구촌 이웃에 도움

 

이 같은 ‘연례기부’ 방식의 나눔 말고도 한마음한몸운동본부는 다양한 긴급구호 캠페인을 통해 특별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자연재해나 인재, 전쟁, 분쟁 등에 따른 지구촌의 긴급구호 요청에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지난 1990년부터 2018년 10월까지 19년간에 걸쳐 다양한 긴급구호 캠페인을 전개했다. 이를 통해 총 76회의 인도적 지원을 시행, 전 세계 31개 국가에 78억 8000만 원을 지원했다. 올해에도 지난 7월 27일 수력발전 댐 붕괴 사고로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한 라오스에 긴급 구호자금 5만 달러(약 5600만 원)를 보냈고, 9월 말에는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섬 중부 팔루 북부 해안에서 발생한 지진과 해일로 고통받는 이재민을 돕기 위한 특별 모금에 들어가 캠페인을 한창 진행 중이다. 

 

한마음한몸운동본부는 특히 긴급하고 긴박한 위기 상황에 놓인 이들의 생명을 구하고 이들에게 식량과 깨끗한 물, 보금자리 확보와 함께 안전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나아가 최악의 상황이 진정되면 피해 지역을 재건하기 위한 10년 안팎의 장기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1988년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설립 당시부터 2000년까지가 ‘받는 교회’에서 ‘주는 교회’로의 전환기였다면, 2000년대 초반부터 2007년 무렵까지는 인도네시아와 파키스탄, 태국, 이란 등으로 본부의 국제개발협력이 확대돼 나가는 시기였다. 2008년 이후로는 지원 대상국 카리타스나 현지 NGO와의 동반관계(Partnership)에 기반을 둔 협력 모델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효과적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선택과 집중’을 통해 소수 국가, 소수 사업에 지원 역량을 집중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를 위해 최근에는 캄보디아와 미얀마, 네팔, 파키스탄, 케냐, 부룬디 등 6개국을 중점 협력국가로 선정해 지원하고 있다. 긴급구호를 당장 멈출 수는 없지만, 재건 복구나 재난 이전의 상태로 지역공동체를 회복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긴급구호를 위한 ‘집중 모금 캠페인’(Capital Campaign)은 한마음한몸운동본부의 지속적이고 항시적인 모금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본부를 재정비하고 변혁하는 촉매 역할을 하며, 본부의 인지도를 높이고, 나눔문화 확산에 이바지하는 측면이 있어 캠페인은 꾸준히 시도되고 있다. 

 

정문선(보나) 커뮤니케이션팀 모금 담당 대리는 “한마음한몸운동본부가 계속해서 캠페인을 전개하는 이유는 본부의 국제 개발 협력과 지구촌 빈곤 퇴치 활동을 교구 신자들과 일반인들에게 알리고 이 같은 활동에 나눔을 통해 참여하도록 함으로써 가난하고 고통받는 지구촌 이웃의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하려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가톨릭평화신문, 2018년 10월 28일, 오세택 기자, 사진=한마음한몸운동본부 제공]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운동본부ㆍ가톨릭평화신문 공동 기획] 그리스도 안에서 한마음 한몸 (16 · 끝)


한마음한몸운동, 과제와 전망

 

 

한마음한몸운동 30돌의 한 해가 저문다. 지난 1년간 한마음한몸운동본부(본부장 최형규 신부)는 기념 미사와 심포지엄, 음악회 등을 통해 설립의 근본정신, 곧 성체성사의 의미를 거듭 새겼다. “우리는 여럿일지라도 한 몸입니다”(1코린 10,17)라는 주제 성구를 통해 삶 안에서 하느님 사랑을 어떻게 체험하고 나눌지를 찾고 고민했다. 이를 위해 ‘그리스도 안에서 한마음한몸’ 시리즈를 연재하며 물질적 나눔과 생명 나눔, 국제 협력, 자살 예방 등 사도직 전반을 점검했다. 이제 한마음한몸운동, 그 과제와 전망을 정리하며 연중 시리즈를 마무리한다.

 

지난 6월 한마음한몸축제 중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부스에서 한 가족이 화해를 위한 기도와 나눔, 교육 등에 대해 기록한 배너를 들여다보고 있다. 가톨릭평화신문 DB.

 

 

서울대교구 서초동본당(주임 최동진 신부)엔 다른 본당에선 보기 힘든 부서가 있다. 본당 사목협의회 생명환경분과에 소속된 ‘한마음한몸운동부’다. 한마음한몸운동이 싹을 틔운 1988년엔 본당마다 설치돼 있던 한마음한몸운동부가 서초동본당에는 지금도 남아 있는 것이다. 특히 2016년부터는 매 주일미사 시간에 하루 100원 모으기 정기 후원 신청서를 배부하고 생애 첫 기부, 기념일 기부 안내 리플릿을 나눠주며 기부를 통한 나눔을 안내한다. 본당 사무실에는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저금통을 비치, 외국에 갔다가 쓰고 남은 동전을 모아 해마다 두 차례씩 한마음한몸운동본부에 기부한다. 생명나눔인 장기기증에도 본당 식구들이 참여하도록 꾸준히 이끈다. 이에 한마음한몸운동본부는 지난 6월 설립 30주년 기념 미사 중에 서초동본당에 감사패를 전달했다.

 

 

운동이 삶으로 뿌리 내려 

 

이같은 본당 한마음한몸운동부가 많지 않은 데는 이유가 있다. 한마음한몸운동이 30년간 전개돼 오면서 이제는 ‘운동이 생활이 됐기 때문’이다. 지난 30년간 교구 본부와 함께 본당에서 성체성사의 정신에 따른 나눔을 실천하면서 믿음과 삶이 하나 되는 공동체적 삶이 뿌리를 내리게 된 것이다. 이는 물질적 나눔과 생명 나눔, 국제협력활동, 자살예방 등 현재 진행되는 사도직은 물론이고 민족공동체의 화해와 일치 운동, 생명운동, 환경운동, 우리농촌살리기운동 등 사도직활동을 교구 위원회로 독립시킴으로써 ‘한마음한몸운동’은 더 풍요로워졌다. 

 

한마음한몸운동본부는 연간 50억 원 안팎의 비지정 후원금(헌미헌금)을 기반으로 고통 중에서 도움을 찾는 이웃을 찾아가고 국내의 가난한 이웃을 지속적으로 후원하면서 ‘자원을 개발하고 배분해’ 왔다. 그러나 교회 안팎에서 점차 그 역할이나 색깔이 흐려지고 있다. 교회 안에선 법정 기부금단체인 (재)바보의나눔이나 해외선교봉사부 같은 모금기구들이 속속 등장하고, 또 교회 밖에선 모금 전문 국제협력 비정부기구(NGO)가 왕성히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세히 보면, 이들 단체는 한마음한몸운동본부와 분명 차이가 있지만, 신자들이 보면 엇비슷하다는 데 고민이 있다. 따라서 한마음한몸운동본부만이 펼칠 ‘자원 개발과 배분’을 찾아내거나 교회 내 유사한 성격의 기관들과 어떻게 협력하고 업무를 분담할지도 숙제다. 성체성사 정신에서 비롯되는 나눔 문화, 생명 문화의 확산을 위한 교육과 캠페인, 홍보 활성화도 함께 고민해봐야 할 주제다.

 

띠앗누리 23기 청년들이 2017년 7월 국제자원활동에 참여, 네팔 어린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갖고 있다.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제공.

 

 

활동력 ‘정체’, 활발한 네트워크 구축 필요

 

나아가 한마음한몸운동본부의 연대성은 생명나눔으로서 장기기증운동이나 국제개발협력(해외원조) 활동을 위한 다양한 네트워크를 통해서도 드러나지만, 이 또한 ‘정체’ 국면이 역력해 교회 내ㆍ외적으로 더욱 더 활발한 네트워크 형성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서비스를 연계하고 전달하는 이들 간의 연대성뿐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이들과 연대를 추구하는 것이야말로 한마음한몸운동본부의 근본정신인 성체성사적 나눔 정신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또한, 시대적 상황의 변화 속에서 얼마나 ‘민감하게’ 응답할 것인지도 과제다. 사회와 교집합 되는 부분을 정확하게 인지하면서 교회만의 정체성을 어떻게 살릴 것인지에 한마음한몸운동의 미래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결국, 한마음한몸운동의 정체성인 성체성사의 정신을 어떻게 살려 나갈 것인가로 돌아간다. 이는 한마음한몸운동이 1989년 제44차 서울 세계성체대회를 준비하면서 성체성사의 깊은 뜻을 실제 삶과 연결해 실천하려는 신앙실천운동으로 출발했기 때문이다. 시대가 변해도 간직해야 할 모습, 곧 성체성사에 뿌리를 두고 시대적 요청에 응답하며 새로운 사도직의 길을 열어가는 것, 그것만이 한마음한몸운동의 미래를 열어줄 것이다.

 

 

[인터뷰] 한마음한몸운동본부장 최형규 신부

 

 

“올 한 해, 30주년을 보내면서 그간 얼마나 많은 분이 저희에게 많은 사랑을 베풀어주셨는지 체험했습니다.” 

 

한마음한몸운동본부장 최형규 신부는 “이제는 자살예방과 같이 교회 안에 저희밖에 없는, 본부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내고 교회 정신을 지켜내며 쇄신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30년 세월이 흐르면서 신자들 의식 안에 이제는 함께 나누는 게 어느 정도는 정착된 듯합니다. 이를테면 운동이 삶으로 변화된 것이죠. 앞으로는 여기서 진일보해 지금 일어나는 문제에 더 집중하고 응답해 나갈 생각입니다.” 

 

최 신부는 특히 “교회는 2000년 전부터 자선과 함께 공동체를 이루고 더불어 사는 삶을 살아왔는데, 프란치스코 교황이 세계 가난한 이의 날을 만든 것은 신자들이 삶 안에서 먼저 하느님 사랑을 체험하고 나누자는 뜻은 아니었을까 싶다”고 강조했다. 

 

최 신부는 한마음한몸운동본부와 본당 간 ‘새로운 관계 설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더 많은 신자가 한마음한몸운동에 동참하도록 하는 동시에 본당이 필요로 하는 것, 곧 교육을 통해 신자들의 변화를 이끌어냄으로써 본당공동체가 활성화되도록 돕는 것도 본부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신자들이 사랑 실천을 통해 보람을 찾는 길도 함께 열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함께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데 집중하겠다”고도 덧붙였다. 

 

최 신부는 “나눔이나 생명 존중, 국제 협력 같은 콘텐츠 자체가 늘 새로울 수는 없지만, 새로운 시각으로,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고 시대적 요청에 민감해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가톨릭평화신문, 2018년 12월 2일, 오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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