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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ㅣ기도ㅣ신앙

[영성] (프란치스코의) 성체와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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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10-07 ㅣ No.1042

성체와 교회 (1)

 

 

성 프란치스코는 그의 삶 안에서 성체의 신비와 교회의 신비의 관련성을 깊이 통찰하였고,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는 신비체인 교회에 대하여 더 할 수 없는 충성을 바쳤다. 그러므로 교회에 대한 프란치스코의 애정을 그의 성체에 대한 사랑과 관련하여 고찰하여 보기로 한다.

 

 

그리스도의 신비체 - 일치의 성사

 

프란치스코가 회개 생활을 시작한 후 어느 날 허물어져 가는 성 다미아노 성당에서 기도하고 있던 중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으로부터 “프란치스코야, 보다시피 다 허물어져 가는 나의 집을 가서 수리 하여라”는 말을 듣게 된다. 그 후로 그는 그 성당을 수리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였다. 왜냐하면 비록 하느님의 이 명령이 그리스도께서 당신 피로 값을 치르고 얻으신 교회에 관한 것이었지만 그가 갑작스레 완전해질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2생애 10-11)

 

그는 이 성당 외에도 성 베드로 성당, 후에 작은 형제회의 요람이 된 포르치운쿨라, 거룩한 동정녀 성당 등 아시시 근교의 많은 성당을 수리하였으며 수시로 이 성당들을 빗자루를 가지고 다니며 청소하였다. 이러한 그의 행동들은 비록 외부적인 교회이기는 하지만, 지극히 거룩한 주님의 몸과 피가 모셔져 있는 그리스도의 성전에 대한 사랑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성체성사에 대한 신심이 깊어질수록 그는 교회의 내적인 신비, 즉 그리스도의 신비체인 가톨릭 교회에 더 깊은 애정을 가지고, 철저하게 가톨릭적이고 완전히 사도적인 마음 자세로 살기를 원하였다.(유언 11)

 

가톨릭 교회는 파스카 신비를 현재에 재현하고 미래에 구원에 이르게 하기 위해 성체성사를 거행하고 성체를 자주 모시는 것을 권함으로써 신자와 공동체를 이 신비에 참여시키고 있다. 그러므로 성체성사를 거행하는 집회에서 교회의 하느님 백성다운 면모가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여기서 하느님 예배를 위하여 모인 공동체가 동일한 파스카 빵의 나눔, 동일한 신앙의 고백, 영성체를 통하여 사랑의 일치를 이루므로, 교회가 하느님의 백성이요, 그리스도의 신비체임을 증명한다.

 

그런데 이러한 신비체의 각 지체는 하느님 백성이라는 동등한 신분을 가지면서도 다양한 직분을 이행함으로써 신비체인 공동체의 성장과 발전에 기여한다. 성 프란치스코는 “공번되고 사도로부터 이어받은 거룩한 교회 안에서 주 하느님을 섬기기를 원하는 모든 사람과 다음과 같은 품을 받은 사람들, 즉 사제들, 부제들, … 모든 성직자에게 그리고 모든 남녀 수도자에게 … 세상 어디서나 현재 있고 앞으로 있을 모든 나라와 민족과 백성과 언어에서 나온 모든 국가와 모든 국민에게” 여러 계층의 신자들에게 “참된 신앙에 항구하기를” 부탁하고 있다.(인준받지 않은 회칙 23,7)

 

이처럼 ‘참된 신앙’을 강조하는 것은 당시에 프란치스코 이외에도, 초대 교회의 이상적인 공동생활로 돌아가야 한다는 사명 하에 복음적 가난 운동을 주장하면서 교회 권위를 부정하고 성사 특히 성체성사를 인정치 않던 수많은 이단 운동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따라서 이들 이단자는 프란치스코를 멀리하게 되었는데, 그 이유는 프란치스코의 설교 내용이 로마 교회에 대하여 절대적이며 조건 없이 맹목적일 정도의 순종이었으며, 이러한 순종은 곧 교회의 사제들에 대하여서도 깊은 존경을 드려야 한다는 것 때문이었다.

 

우리는 이미 성 프란치스코가 성체성사의 집전자로서의 사제들에게 각별한 존경을 드렸으며, 다른 이들에게도 그렇게 하도록 권고하였음을 살펴보았다.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참된 미사의 주례자는 그리스도이시고 사제는 그의 대리인이며, 신자들은 공동으로 집전한다는 사실이다. 사실 교회의 모든 성사가 개인 은총의 행위이고 동시에 공동체의 행위이다. 그러므로 “그리스도 모든 신비체와 각 지체들은 다른 모든 은총과 구별되는, 성체성사의 은총에 대해서 심각히 고려해야만 한다.” 이러한 점에서 그리스도께서 친히 당신의 몸과 피를 내어주시는 은총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프란치스코가 ‘마음과 입으로 주님을 모시기’ 위해 권고하는 것들에 대해, 모두가 깊은 반성을 하여야 할 것이다.

 

성체성사는 공동체의 제사요, 하느님께서 베푸시는 잔치이다. 개개인의 영성체까지도 하느님과 교회와 개인의 일치를 의미한다고 말할 수 있다. “거룩한 모임에서 그리스도의 몸을 받아 모신 신자들은 이 지존한 성사로 적절히 드러나고 놀랍게 이루어지는 하느님 백성의 일치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교의헌장 11항)

 

프란치스코는 성체성사가 작은형제회 공동체의 일치의 끈이 되기를 바랐을 뿐만 아니라, 사도 요한이 전하는 대사제의 기도를 인용하여 모든 신자가 “하나가 되기”를 기도한다.(신자들에게 보내신 편지 II 58-60) 영성체(Communio)는 어원적으로 ‘다른 이와 하나가 됨(Unio Cum alio)’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러한 일치는 자신의 생명을 포함한 모든 것을 내어줄 수 있는 사랑 안에서만이 가능하다.

 

성 프란치스코는 모든 창조물, 모든 좋은 것이 하느님께로부터 온 것임을 인정하고 어떤 것이라도 자신을 위해 남겨두지 않으려 했다.(형제회에 보내신 편지 29) 우리가 어떤 것에 대하여 소유권을 주장할 때 이는 하느님과의 친교의 길을 막는 동시에 다른 인간 공동체에 대해서도 나눔의 길을 막아 버리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성체성사의 의미를 올바로 이해한다면 성체성사를 가까이할수록 타인을 생각하는 공동체 의식이 발전하고 일상생활에 있어서 공동선의 추구에 매진할 수 있을 것이다. [성모기사, 2017년 9월호, 김성학 사무엘(꼰벤뚜알 프란치스코 수도회 신부, 부산 기장성당 주임)]

 

 

성체와 교회 (2)

 

 

성체의 파견자

 

지난 달 살펴보았듯이 영성체로서 공동체 의식을 터득한 사람은 당연히 복음 선포에 앞장서서 하느님 나라를 전할 것이고, 공동선의 증진을 위하여 건전한 사회 참여에 함께함으로써 교회와 사회 발전에 많은 도움을 줄 수가 있다.

 

왜냐하면, “복음을 선포함으로써 교회는 청중을 신앙과 신앙고백으로 이끌어 (…) 그들을 그리스도께 합체시켜 사랑을 통하여 그리스도 안에서 충만에 이르기까지 자라게”(교의헌장 17항) 하기 때문이다.

 

프란치스코의 복음적 생활에 있어서 성체에 대한 사랑은 그 신심 자체에 폐쇄된 것이 결코 아니었다. 오히려 이 사랑은 형제들에게로 향하는 파스카의 행진으로 전교의 성사가 되었다. 프란치스코에게 있어서 전교란 이미 자신을 주시고, 자신을 주면서 구원하시는 살아계신 예수님 현존의 영구한 빛이었다. 그리스도께서 교회의 중심에 현존하고 계심으로써 이미 당신의 신비체는 계시의 기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성 프란치스코는 성체에 대한 공경과 성체 안의 그리스도의 실질적인 현존을 13세기의 모든 신자에게 인식시키려고 무척 노력하였다. 그리고 병 때문에 그리스도를 위한 이 봉사직을 직접 할 수 없게 되었을 때, 편지를 통하여 이 점에 관한 열렬한 메시지를 전하는 방법을 사용하였고, 그 편지 내용을 복사하여 모든 세계로 널리 알리기를 원하였다.

 

“이 편지의 내용은 하느님께 대한 찬미가 마을과 거리마다 널리 퍼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곧바로 이것을 많이 베껴, 반드시 받아야 할 사람들에게 아주 부지런히 전하십시오.”(보호자 형제들에게 보내신 편지Ⅱ 7)

 

형제들이 선교 여행을 떠날 때면 아름다운 성합을 들리워서 파견했다는 사실은 이미 앞서 살펴본 바와 같다. 또한 자신의 선교지로서 프랑스를 택했던 일이나, 순교에 대한 열정으로 회교도들의 나라에 가고자 한 것도 죽음에 이르기까지 우리를 사랑하시어 마침내 빵의 형상에 현존해 계시는 그리스도께 대한 불타는 사랑에서 비롯된 것이었다고 말 할 수 있다. [성모기사, 2017년 10월호, 김성학 사무엘(꼰벤뚜알 프란치스코 수도회 신부, 부산 기장성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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