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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한국 신흥종교의 이해: 그리스도계 이단 종파의 신학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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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3-09 ㅣ No.908

[한국 신흥종교의 이해] 그리스도계 이단 종파의 신학 배경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그리스도계 이단 종파들은 대단히 많다. 그러나 이들의 교리 내용이나 주장은 거의 비슷하다. 그 까닭은 이들이 거의 동일한 신학 배경과 신앙 흐름을 이어받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이단 종파에 영향을 끼친 신학 흐름은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는 복음주의 신앙이다. 복음주의란 넓은 의미로는 그리스도교의 신앙을 일컫지만, 일반적으로는 개신교의 교파나 종파들, 특히 미국개신교의 뿌리가 된 청교도들의 신앙 흐름을 뜻하는 말로 사용된다.

 

복음주의에서는 ‘오직 성경만’(sola scriptura)을 신앙의 바탕으로 간주한다. 따라서 가톨릭과는 달리, 수많은 계시와 종교 체험 그리고 오랜 역사를 통해 쌓아온 ‘거룩한  전승’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또한 복음주의에서는 자신의 공로와는 관계없이 ‘오직 은총’(sola gratia)에 의해서만 구원받는다고 강조한다. 그렇기 때문에 “오직 믿습니다”(sola fides)라는 신앙 고백만이 구원에 이르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복음주의에서는 세상을 사악한 곳이라고 간주한다. 따라서 사회제도나 사회문제에 관해서는 관심을 갖지 말도록 가르친다. 이 점도 가톨릭이나 유럽의 대다수 개신교 교파들과는 다르다. 가톨릭과 유럽의 개신교 교파들은 사회문화와 사회제도도 중요한 것으로 보아, 그것을 복음화함으로써 ‘하느님 나라’를 이루는데 동참하라고 가르친다.

 

그러나 복음주의에서는 개인의 영적(靈的) 성화(聖化)에만 주력할 것을 강조한다. 따라서 복음주의는 강한 종교적 순수성과 보수성을 특징으로 한다.

 

복음주의 신앙은 20세기로 넘어오면서 ‘근본주의’로 발전하였다. 근본주의란 19세기 후반 유럽의 자유주의 신학 사조에 대항하여 미국에서 등장한 보수주의 경향의 신학 흐름을 말한다.

 

근본주의는 사회구원보다는 개인구원, 내세주의, 경건주의, 신비주의, 여럿이 모여 성경을 읽고 공부하는 사경회(査經會) 중심, 성경에 대한 자구적(字句的) 해석, 전례(典禮)에 대한 소극적 태도, 부흥중심, 성령중심, 사회제도나 세상사에 대한 무관심, 다른 종교나 종파에 대한 배타적 태도 등을 특징으로 하는 신앙이다.

 

 

천년왕국 신앙은 세상 종말에 초점 둬 시한부 종말론으로 연결되기도

 

둘째는 천년왕국 신앙이다. 천년왕국 신앙은 요한 묵시록 20장 1절부터 7절까지의 내용을 근거로 하는 종말 신앙이다. 즉 세상 종말 직전에는 예수께서 이 세상에 재림하시어 사탄을 가둔 다음 천년동안 통치하실 것이고, 그때에 의인(義人)들은 부활하여 예수님과 함께 ‘왕 노릇’을 하면서 평화와 기쁨으로 가득 찬 생활을 하게 된다는 신앙이다. 이 신앙은 세상 종말에 초점을 두기 때문에 곧잘 시한부 종말론으로 연결되기도 하였다.

 

천년왕국 신앙은 그리스도교가 로마제국으로부터 극심한 탄압을 받으면서 널리 퍼지기 시작하였다. 당시, 그리스도인들은 예수께서 재림하시어 사악한 세력들을 심판하시고 이 세상에 천국을 이루어주실 것을 열망하였고, 이러한 열망에 따라 이 신앙은 크게 확산하였다.

 

그러나 로마제국의 박해가 끝나면서부터 천년왕국 신앙은 점차 약화되기 시작하였다. 또한 성경 해석 방법과 신학이 발전하면서 이 신앙은 교회에서 이단 사상으로 간주되어 배격되었다.

 

천년왕국설을 다시 제기한 것은 플로라의 요아킴(Joachim de Floris, 1132-1202)이었다. 그는 삼위일체 신앙에 따라 세상의 역사를 ‘성부의 시대’, ‘성자의 시대’, ‘성령의 시대’라는 세 시기로 구분하면서, 마지막 시대인 ‘성령의 시대’는 1260년부터 그리스도의 재림 때까지라고 주장하였다. 그의 천년왕국설은 중세 말에 세력을 떨쳤던 재세례파그룹(再洗禮派, anabaptists)에 의해 크게 확산되기 시작하였다.

 

천년왕국 신봉자들은 그리스도께서 곧 재림하시고 그에 따라 천년왕국시대가 시작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세상 종말의 구체적인 시간을 예언하기도 하였다. 초기의 천년왕국신앙 운동들은 대부분 과격하고 급진적인 성격을 띠고 있었지만, 예언했던 시한부 종말론이 들어맞지 않게 되자 점차 온건한 방향으로 변화되기 시작하였다.

 

천년왕국신앙은 세상이 혼란할 때마다 억눌리거나 고통 받는 사람들의 구원 메시지로 받아들여졌다. 이 신앙은 특히 중세 말, 사회가 급격히 변화하던 시기에 고통 받던 농민들에게 큰 영향을 미쳐, 당시 빈발하던 농민 운동과 농민 전쟁의 이념으로 작용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신앙은 가톨릭과 개신교 양측으로부터 이단으로 단정되었다.

 

기성교회로부터 단죄 받은 천년왕국 신봉자들은 신앙의 자유를 찾아 신대륙으로 건너갔고, 그 후 오늘날까지 미국개신교 신앙에 지대한 영향을 끼쳐오고 있다. 미국에서 발생한 안식교와 몰몬교 그리고 여호와의 증인 등과 같은 대부분의 이단 종파들은 천년왕국 신앙을 바탕으로 발생한 종파들이다.

 

 

우리나라 이단 종파들은 성경을 적혀 있는 대로 받아들여

 

셋째는 세대주의(dispensionalism) 신학이다. 세대주의는 플로라의 요아킴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영국 성공회의 다비(John Nelson Darby, 1800-1882)가 제시한 신학이다. 그러나 영국보다는 미국에서 더 확산하였다.

 

세대주의에서는 인류의 역사를 1) 인간 창조로부터 원죄를 범하기 이전까지의 ‘무죄시대’(無罪時代) 2) 원죄를 범한 때부터 노아 홍수까지의 ‘양심시대’ 3) 노아 홍수로부터 아브라함이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기까지의 ‘인간통치시대’ 4) 아브라함이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은 때부터 모세가 율법을 받을 때까지의 ‘약속시대’ 5) 모세가 율법을 받은 때부터 예수의 공생애(公生涯)까지의 ‘율법시대’ 6) 예수의 공생활부터 예수의 재림까지의 ‘은혜시대’ 7) 예수의 재림 이후의 ‘천년왕국시대’ 등 인류의 역사를 일곱 세대로 나눈다.

 

또한 세대주의에서는 하느님이 서로 다른 두 백성에게 두 가지의 서로 다른 구원 방법을 주셨다고 주장한다. 여기에서의 한 백성이란 ‘땅의 백성’으로서 지상의 목적과 관련된 ‘이스라엘 민족’이며, 다른 백성은 ‘하늘의 백성’으로서 천상의 목적과 관련된 ‘교회’라고 한다.

 

그리고 세대주의에서는 ‘하느님 나라’의 실현이 연기되어 왔다는 것을 강조한다. 세대주의 신학에서는 예수께서 ‘하느님 나라’를 세우기 위해 이 세상에 오셨지만, 이스라엘 민족이 그를 믿지 않고 또한 회개하지 않음으로 인해 ‘하느님 나라’는 예수님의 재림 때까지 연기되어 왔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의 이단 종파들은 복음주의와 천년왕국 신앙 그리고 세대주의에 영향을 받아, 성경의 배경이나 문맥은 고려하지 않고 적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이러한 성경 해석을 바탕으로 이들은 지금이 바로 종말의 때라고 강조한다.

 

또한 하느님께서는 각 시대마다 인류를 구원할 메시아를 보내주셨지만 세상에 파견된 메시아는 물론 그를 영접한 민족들이 자신들에게 맡겨진 사명을 다하지 못함으로써 하느님의 인류구원사업은 지연되어 왔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그 사명은 자신들의 교주 또는 자신들에 의해 완성될 것이고, 따라서 자신들만이 천년왕국에 들어가 행복한 삶을 살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7년 3월호, 노길명 요한 세례자(고려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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