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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술ㅣ교회건축

서울 수서동본당 공동체가 지은 세곡동성당 봉헌하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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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2-05 ㅣ No.328

[가톨릭 쉼터] 서울 수서동본당 공동체가 지은 세곡동성당 봉헌하던 날


아낌없이 나누었습니다, 형제자매를 위해

 

 

- 새 성당 문을 열기에 앞서 염수정 추기경, 수서동본당 임상만 주임신부(왼쪽에서 다섯번째) 등 교회 및 지역사회 관계자들이 색줄자르기를 하고 있다.서울 수서동본당 제공.

 

 

이 성당이 그리스도를 볼 표지가 되게 하소서

 

“주님, 간구하오니, 이 문을 통과하는 당신의 신자들이 교회에 함께 모여 주님의 말씀을 들으며, 사도들의 가르침을 항구히 따르고, 성체성사를 나누어 모시며, 기도에 충실함으로써 천상 예루살렘 건설에 힘쓰게 하소서.”

 

서울 수서동본당 임상만 주임신부가 성당 문을 활짝 열었다. 2000여 명의 신자들은 다함께 찬미의 노래를 부르며 주님의 집으로 들어갔다. 

 

수서동본당 공동체는 1월 22일 서울시 강남구 율현동 165-2 현지에서, 교구장 염수정 추기경 주례로 세곡동성당 봉헌식을 거행했다.

 

- 1월 22일 봉헌식을 거행한 세곡동성당.

 

 

오랜 시간 공들여 지어올린 ‘하느님의 집’에 입당한 후, 곧바로 성당 상징물을 봉헌했다. 이어 성수를 축복하고 뿌리는 예식을 진행했다. 이미 받은 세례를 기념하면서, 속죄의 뜻으로 새 성당 벽과 제단, 신자들에게 성수를 뿌리는 시간이었다. 이 순간, 신자들은 하느님께 순종하며 교회 안에 충실히 머물겠다는 다짐을 새로 했다. 

 

독서와 복음 봉독 후 성인호칭기도를 시작으로 ‘성전 봉헌 예식’을 이어갔다.

 

“주님 이름으로 축성되는 이 집을 구원과 은총의 집이 되게 하시고, 신자들의 무리가 이곳에 모여 영적으로 참되게 아버지께 예배를 드리며, 스스로 사랑의 성전이 되게 하소서.”

 

주례자인 염수정 추기경이 제단과 성당 벽에 성유를 바르는 동안, “이 제대와 성당이 그리스도와 교회의 볼 수 있는 표지가 되게 하소서”라고 기도하는 신자들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분향 때는 “당신의 교회도 그리스도의 향기를 발산케 하소서”라고 기도했다. 

 

이윽고 제단에 촛불을 밝히고 성당 조명을 켜자 신자들 사이에선 나지막한 탄성이 울렸다. 예물을 준비하고 봉헌하는 신자들의 표정이 더욱 엄숙해졌다. 서로의 평화를 비는 인사 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밝고 힘찼다.

 

“주님께서 손수 우리 수서동본당 공동체의 역사를 주관하시어 이 성당을 건축하도록 이끄셨으니, 기쁜 마음으로 주님을 찬양하며 형제적 사랑과 나눔이 충만한 공동체가 되게 하소서.”

 

- 염수정 추기경 주례로 거행된 머릿돌 및 성모상 축복 예식.

 

 

새 성당 건립 기도문을 봉헌하는 신자들의 들숨날숨이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일치했다. 아울러 지난 수년간 기도해온 것처럼, 오늘도 곧 새로 설립될 본당공동체를 위해 기도했다. 

 

“또한 이곳 세곡동본당 공동체를 통해 주님의 뜻을 이룩하시어, 사랑과 일치의 공동체를 가꾸어 나가게 하시며, 주님의 은총으로 저희를 지켜주시고 이끌어주소서.”

 

 

스스로 사랑의 성전이 되게 하소서

 

수서동본당 신자들은 크고 작은 정성을 모아 새 성당을 지어, 곧 새로 설립될 세곡동본당 공동체에 선물했다. 아직 설립되기 전 본당에 새 성당을 지어 선물한 모습은 매우 이례적이지만, 새로운 나눔의 형태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세곡동본당은 사실 수서동본당에서 분가하는 본당이 아닌, 새로운 택지개발 지구에 새로 설립될 본당이다. 때문에 공동체를 이루는 신자들의 90%가량은 타 지역에서 온 이주자들이다. 서울 수서동본당 공동체는 이들이 본당 공동체를 탄탄히 일구기도 전에 새 성당 건립이라는 무거운 짐을 질 것을 우려해 세곡동성당 건립에 자발적으로 나섰다. 성당 부지를 구하는 데에는 교구와 지구를 비롯한 이웃본당들의 도움이 있었지만, 성당 건축은 온전히 수서동본당 신자들과 세곡동본당 설립 후 교적을 이전할 일부 신자들의 정성을 모아 해냈다.

 

- 제대에 도유하고 있는 염 추기경.

 

 

김성태 세곡동본당 사목회장(인수위원회 위원장)은 “새 성당 봉헌식을 할 수 있도록 헌신적인 봉사와 지원을 해 준 수서 지역 교우들에게 세곡 지역 교우들을 대신해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면서 “새 성당이 교우들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이 부담 없이 들러 함께하고 싶은 나눔의 공간으로 활용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특히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이날 봉헌식 강론을 통해 “수서동본당 신자들은 신앙생활의 핵심인 나눔을 실천함으로, 새 성당을 지어 봉헌하는 대단한 모습을 보였다”면서 “아낌없이 나누는 교회의 본질과 그 모범을 보여주어 더욱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했다. 또한 염 추기경은 “세곡동본당도 이러한 사랑을 받았기에, 다른 이웃들을 돕는 데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 믿는다”면서 “이러한 마음들이 모여 아낌없이 나누고 헌신하는 사회 또한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격려했다.

 

임상만 신부도 “수서동본당 신자들이 이번에 세곡동성당을 건립하면서, 신앙의 힘으로 시작하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는 구체적인 체험을 할 수 있었다”면서 “세곡동본당 관할로 이주해올 신자들이 아름다운 공동체를 이뤄나가길 빈다”고 전했다. 

 

세곡동 새 성당에 들어서면 널찍한 로비는 통유리 너머 들어온 환한 빛을 머금고 있다. ‘열린’ 공간의 대표적인 모습이다. 계단을 올라 성당 입구로 돌아서기 직전엔, 대형 예수성심상이 두 팔을 벌리고 웃으며 서서 신자 한 명 한 명을 맞이해준다. 

 

성당 입구 맞은편 열린 공간은 ‘카나의 혼인잔치’를 주제로 한 대형 스테인드글라스 빛으로 가득 차 있다. 성당 내부 곳곳에서도 ‘성모님의 은총 : 세상의 빛’, ‘예수님의 첫 기적’을 주제로 한 스테인드글라스들이 ‘빛의 성당’을 만들어내고 있다. 또한 성당이 있는 본관동과 사제관동 가운데는 외부에서 들어오는 신자들을 한 아름에 품듯이 성모의 마당이 자리한다. 언제든, 누구든 발을 들여놓으면, 따뜻하고 큰 품안에 안긴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그런 곳, 바로 세곡동 새 성당이다.

 

‘카나의 혼인잔치’를 주제로 한 대형 스테인드글라스.

 

 

- 예수성심상.

 

[가톨릭신문, 2017년 2월 5일, 주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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