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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사목] 영화 속 신앙 찾기: 너의 이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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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12-20 ㅣ No.975

[영화 속 신앙 찾기] ‘너의 이름은.’

 

 

한 달 뒤에 천이백 년을 주기로 지구 곁을 찾아온다는 혜성 소식에 떠들썩한 일본.

 

도쿄에 사는 소년 ‘타키’와 산골마을 이토모리에 사는 소녀 ‘미츠하’에게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다른 사람이 되어 그 사람의 생활을 하는 꿈을 꾸는 것이다. 꿈속에서 타키는 시골의 여학생으로, 미츠하는 도시에서 생활하는 남학생이 되어 마음껏 즐긴다.

 

 

2016 부산국제영화제 최고의 화제작

 

지난 10월 부산에서 열린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전날 밤부터 표를 사려고 줄을 선 채 밤을 샌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세계적인 화제작이나 출연한 유명 배우들을 영화제에서 만나려고 관객들이 줄을 서는 일은 이십 년의 역사를 가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그리 신기한 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일본의 애니메이션 감독 신카이 마코토의 신작 ‘너의 이름은.’을 보려고 일반 관객은 물론이고 영화제에 초대받은 손님들까지 줄을 선 것은 쉽게 볼 수 있는 광경이 아니다. 부산 해운대 일대 세 곳의 매표소에 300여 명의 사람들이 몰렸고, 발권 7분 만에 표가 매진되었다.

 

영화를 보고 나온 일반 관객은 물론 평론가, 기자들 모두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최고의 작품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세우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시공간을 초월하는 일본적 판타지

 

반복되는 신기한 꿈이지만 꿈들은 계속 이어진다. 서로 성별도 다르고 환경도 달라 곤란해지기도 하지만 어느새 자신에게 일어난 일들을 기록해 서로 공유하고 공감을 나누게 된다. 그리고 스스로 기억하고 인지하는 시간과 장소들을 느끼며 두 사람은 깨닫게 된다.

 

‘우린 서로 몸이 바뀐 거야.’ 꿈결 같지만 그것은 현실이었고, 단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두 사람의 운명은 톱니바퀴처럼 서로 맞물려 돌아가기 시작한다. 가느다란 실타래 같은 기억의 끈을 놓지 않고 미츠하를 찾아가는 타키는 충격적인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마치 롤러코스터처럼 빠르게 전개되는 이야기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서사구조 속에 관객들은 단 한순간도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그러면서 푸르른 청춘인 두 주인공은 일상과 고민, 인간관계를 들여다보며 가끔은 키득거리고 과거의 추억에 젖어보기도 한다.

 

단순히 몸이 바뀐 청소년의 일화에서 시작한 이 이야기는 혜성이라는 신비롭고 거대한 우주의 힘과 시공간의 이동이라는 일본 고유의 판타지(공상)를 화면에 가득 채우며 관객들에게 커다란 감동을 선사한다.

 

 

인연, 그리고 시간이 담긴 전통문화

 

이 작품은 미야자키 하야오를 대표로 하는 일본 애니메이션답게 아름답고 풍요로운 자연 풍광을 배경으로 고교생이라는 청춘의 이야기가 주축이 되고 있다. 또한 이야기 속에는 일본의 전통문화가 듬뿍 배어있다.

 

미츠하 가족의 생활과 산골마을의 축제를 통해 전통문화를 보여준다. 그리고 대비된 모습으로 대도시에 사는 타키의 생활을 통해 핵가족 사회와 이 시대 젊은이들의 고민과 미래까지 작품 속에 담고 있다. 사람들의 인연을 시공간을 초월하여 공상영화로 엮어낸 품새가 매우 탁월한 작품이다.

 

미츠하의 할머니는 전통 매듭을 만드는 손녀들에게 “꼬이고 엉키고 때로는 돌아오고, 끊어지고, 다시 이어지는 것이 바로 ‘시간’”이라며 ‘인연’을 설명한다. 숨이 막히도록 빠르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인연’과 ‘시간’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들려준다. 동양적 사상을 배경으로 태어나고 자란 관객들이라면, 아니 서양인들에게도 작품 곳곳에 배어있는 메시지는 관람이 끝난 뒤에도 한참 머릿속에 맴돌게 할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 전통문화가 듬뿍 담긴 애니메이션 작품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이웃의 토토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물론,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썸머 워즈’, ‘늑대아이’ 등 최근 작품에서도 엿볼 수 있다.

 

 

2016년 일본 최고의 화제작

 

개봉 6주 만에 천만 관객을 돌파한 이 작품은 천재지변이 담겨있다.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겪은 일본인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따뜻한 희망을 안겨주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부산을 찾은 신카이 감독은 이 작품을 만들게 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대지진 뒤 일본인들은 일상의 공포와 마주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사이 나는 많은 사람의 기도와 소망을 느꼈다. 살아있었으면, 행복했으면 하는 사람들의 바람을 모아 화면에 담아냈고, 극장을 나설 때 행복하게 웃을 수 있는 작품을 만들려 했다.”

 

꼼꼼하게 표현한 인물의 눈빛과 손짓, 대담하고 속도감 넘치는 뜀박질로 표현한 엇갈리는 운명과 감정선, 도시의 하늘, 노을이 물드는 호숫가와 반짝이는 빛들의 향연은 세밀한 풍경화로 그려진 이 작품의 특징이다.

 

 

우주의 신비와 가톨릭교회

 

이 작품에는 혜성이 등장한다. 그렇다면 우리 가톨릭교회에서 우주에 대한 입장은 어떨까? 지난 2009년 교황청에서는 학술회의를 열고 천문학과 물리학, 생물학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을 모아 외계 생명체의 존재에 대한 가능성과 신학적 의미에 대하여 토론했다.

 

여기서 예수회 사제이며 천문학자인 푸네스 신부는 “철학적으로나 신학적으로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며 외계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또한 “가톨릭 교리와 외계인의 존재에 대한 믿음 사이에 어떠한 모순도 없으며, 인간은 절대 신의 창조적 자유에 대해 어떤 제한도 두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리고 2014년 5월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바티칸 라디오에서 “내일이라도 녹색 피부에 긴 코와 귀를 가진 화성인이 세례받기를 원한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이는 종교와 과학의 간극을 좁혀주는 것으로 ‘하느님은 만물의 창조주시며 이는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우주 만물에 외계인을 비롯한 우주 전체를 포함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리온자리에서 왼쪽으로」라는 세계적인 천문 안내서를 펴낸 콘솔매그노 신부는 천문학을 비롯한 과학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과학과 종교의 대립성을 주장하는 사람 중에는 과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신앙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믿음이 없는 과학이란 있을 수 없고, 사실을 기초로 하지 않는 종교도 있을 수 없다.”

 

이것은 과학과 가톨릭 교리가 대립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아름답고 광활한 우주를 창조하신 분이 바로 하느님이시라는 사실을 의심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 한 해 동안 ‘영화 속 신앙 찾기’를 집필해 주신 정지욱 평론가 님과 조혜정 평론가 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 편집자.

 

* 정지욱 이냐시오 - 영화평론가. 일본 리웍스(Re:WORKS)서울사무소 편집장과 푸드티비 푸드필름 페스티벌 집행위원을 맡고 있다. 동아일보 신춘문예 본심 심사위원과 일본 유바리국제 판타스틱 영화제 본심 심사위원, 영화 시민연대 대표를 맡았다.

 

[경향잡지, 2016년 12월호, 정지욱 이냐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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