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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의 희년 후속 교황 교서 자비와 비참 무엇을 담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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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12-12 ㅣ No.807

자비의 희년 후속 교황 교서 「자비와 비참」 무엇을 담았나


“간음한 여인을 용서하셨듯… 우리도 마음속 자비의 문 열어야”

 

 

지난 11월 20일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의 성문이 닫히면서 ‘자비의 특별 희년’도 그 막을 내렸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자비의 희년을 마치며 교서 「자비와 비참」(Misericordia et Misera)을 발표, 자비의 희년 이전에도 이후에도 하느님의 자비는 계속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자비와 비참」은 모든 교회와 신자들에게 자비의 문화를 확대하려는 교황의 뜻을 담고 있다.

 

 

자비와 비참

 

「자비와 비참」이라는 교황 교서의 제목은 예수가 간음하다가 붙잡힌 여자를 만난 내용에서 가져왔다.(요한 8,1-11 참조)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자신의 「요한복음 강해」에서 이 만남에 관해 서술하면서, 예수님과 그 여자, “둘만 남았는데, 곧 자비와 비참이 남은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복음의 가르침이 “자비의 특별 희년의 폐막에 빛을 비추어줄 뿐만 아니라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하는 길을 가리킨다”라고 말했다. 

 

교황은 이어 “교회는 하느님의 자비를 경험함으로써 존재하고, 자비를 통해 복음이 갖고 있는 심오한 진리가 드러나고 구체화된다”고 강조했다. 자비가 교회 안에서 단순한 ‘삽입 어구’(parenthesis)가 아니라 교회 자체가 자비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교황은 “용서는 하느님 아버지의 사랑을 가장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증표이며, 예수는 온 삶을 다해 하느님 사랑을 드러냈다”면서, 복음의 모든 구절들은 우리에게 “용서의 순간까지 사랑하라고 명령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예수가 ‘죄 많은 여자를 용서하신’(루카 7,36-50 참조) 일화를 설명하며, “누구도 조건을 달고 용서를 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자비는 하느님 아버지의 무조건적인 사랑이며, 받을 자격이 없는 우리에게 베푸는 사랑의 행위이기 때문이다.

 

 

사목적 회심

 

교황은 자비의 희년을 마무리하는 신자들에게, 바로 지금이 하느님 자비의 풍부함을 지속적이면서도 기쁘고 열정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때라고 지적했다.

 

이어 교황은 교회의 모든 공동체가 매일매일 자비의 힘을 되새기는 ‘사목적 회심’으로, 새복음화 실천에 더욱 열정적으로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또한 이 사목적 회심을 통해 교회가 열린 태도로 이웃을 위해 봉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교서에서 “우리는 매일매일 자비를 기념해야 할 소명을 갖고 있다”면서 일상에서 자비를 기념하기 위한 4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가장 먼저 교황이 강조한 것은 성체성사다.

 

교황은 “성체성사의 처음부터 끝까지, 미사 참례자들은 기도를 통해 하느님과 대화하며 그분의 자비를 끊임없이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주님의 말씀을 듣는 것이다. 교황은 미사 중에 읽는 독서를 통해 하느님의 끊임없는 자비 활동의 선포와 그를 통한 인류 구원의 역사를 되짚어 보라고 당부했다. 

 

세 번째는 성경이다. 교황은 “성경은 하느님의 자비에 관한 위대하고도 경이로운 이야기로 가득하다”면서 각 교회가 해마다 ‘성서 주일’을 기념하도록 당부했다. 한국교회는 한 해의 마지막 주일인 그리스도 왕 대축일부터 1주일 동안을 ‘성서 주간’으로 정해 신자들이 성경을 더 자주 읽도록 권장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교황은 신자들에게 속죄와 화해의 성사인 고해성사에서 하느님의 특별한 자비를 경험하라고 강조했다.

 

 

고해성사로 자비 체험 강조

 

교황은 “하느님께서는 고해성사를 통해 우리가 당신에게 되돌아가고 그분의 친밀감을 새롭게 경험할 수 있도록 초대한다”면서 “이 속죄와 화해의 성사가 그리스도인 삶의 중심에 다시 우뚝 서야 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신자들이 고해성사를 통해 자비를 경험하도록 돕기 위해, 사제들에게 다음과 같이 당부했다. “나는 사제 여러분이 누구든지 환영하고, 그들의 죄가 아무리 무겁더라도 하느님의 사랑을 보여주길 바랍니다. 사제는 신자들이 자신의 잘못을 되돌아보도록 배려하고, 분명한 도덕적 원칙을 제시하는 한편 회개를 향하는 이들과 기꺼이 함께 걸어야 합니다. 또한 거시적인 시선으로 신자들 각각의 사례를 식별하고 하느님의 용서를 관대하게 전달해야 합니다.”

 

이어 “예수가 간음한 여자를 살리기 위해 침묵한 것과 마찬가지로, 고해소의 모든 사제들은 마음을 열어야 한다”면서 “고해소의 신자들은 죄인임과 동시에 온 세상에 자비를 전하는 선교사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고해사제들은 고해소 안에서 수많은 신자들이 전하는 회심의 순간을 경험하고 있다. 교황은 이러한 사제들에게 말과 행동으로 신자들의 가슴을 울릴 책임이 있으며, 신자들이 항상 용서하시는 하느님 아버지의 친밀함과 다정함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당부했다.

 

 

모든 사제들에게 낙태죄 사면권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회가 ‘야전병원’이 돼 상처받은 세상에 자비를 전하는 도구가 되길 바라고 있다. 교황은 자비의 희년을 마치면서 낙태로 깊은 상처를 입은 사람들을 치유하기 위해 특히 눈에 띄는 결정을 내렸다. 바로 전 세계 사제들에게 낙태죄 사면권을 부여한 것이다.

 

교회법에 따르면, 낙태를 하거나 낙태를 하도록 돕는 행위는 도덕률의 중대한 위반이며 흉악한 죄악으로서 파문으로 징계한다. 이러한 낙태죄를 사면할 수 있는 권한은 본래 교황과 주교가 갖고 있다. 사제가 낙태죄를 사죄하기 위해서는, 주교로부터 특별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교황은 화해를 청하는 신자들과 하느님의 용서 사이에 장애물이 있는 것을 원치 않았다. 교황은 자비의 희년 기간 중에 모든 사제가 주교의 승인 없이도 낙태죄를 사죄할 수 있도록 사면권을 부여했고, 이번 교황 교서를 통해 사면권을 무기한 연장했다. 한국교회 사제들은 ‘전국 공용 교구 사제 특별 권한’(제12조)과 한국교회 사목 지침(88조 1항)에 의거해 이미 낙태죄 사면권을 갖고 있었다.

 

교황은 “낙태는 무고한 생명을 죽이는 중한 죄이지만, 하느님의 자비로 씻어 낼 수 없는 죄는 없다”면서 “모든 사제들이 이 특별한 화해의 여정에 서 있는 회심하는 이들을 인도하고 지지하는 한편 위로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11월 20일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자비의 희년 폐막미사를 주례한 뒤 교서 「자비와 비참」에 서명하고 있다. CNS 자료사진.

 

 

“지금은 자비의 때”

 

교황은 ‘자비의 선교사’에게 부여했던 권한도 연장시켰다. 교황은 지난 2월 10일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재의 수요일 미사를 봉헌하고, 자비의 선교사 1142명을 세계 곳곳에 파견했다. 자비의 선교사들은 온 세상에 주님의 자비를 전하라는 교황의 명령에 따라, 희년 동안 사도좌에 유보된 죄를 사할 수 있는 특권을 갖고 있었다. 

 

교황은 “용서의 은총을 효과적으로 전하기 위해 자비의 선교사들이 펼치는 고귀한 노력에 감사드린다”면서 “자비의 선교사들이 했던 특별한 사목활동은 희년이 문이 닫힌 뒤에도 끝나지 않고 이 세상에 희년의 은총이 살아 숨 쉬는 구체적 증표로 남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후 자비의 선교사들은 새복음화촉진평의회의 감독 아래 자비를 실천하는 활동을 계속 하게 된다.   

 

또한 교황은 “지금은 자비의 시간으로, 그 누구도 하느님의 친밀함과 하느님 사랑에서 단절돼선 안 된다”면서 우리 사회의 취약계층, 소외계층에 대한 관심을 당부했다. 

교황은 특히 연중 제33주일은 ‘세계 가난한 이들의 날’로 정해, 온 교회가 기념하도록 했다. 교황은 “우리가 무관심을 극복하고 인생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찾았듯이, 가난한 이들도 존중받고 배려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교황은 자비의 육체적·영적 실천이 계속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자비는 우리가 소매를 걷어붙이고 우리의 형제자매인 이웃들의 인간적 위엄을 회복시키는 데 나서도록 한다”면서 “새로운 형태의 육체적·영적 빈곤이 우리를 위협하는 가운데, 교회는 항상 깨어 새로운 형태의 자비 활동을 고안하고 관대함과 열정으로 이를 실천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톨릭신문, 2016년 12월 11일, 최용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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